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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회귀 신입사원의 재벌 라이프

1화 이거 꿈이야?

2022.08.15 조회 53,317 추천 583


 1화. 이거 꿈이야?
 
 
 
 검은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
 반짝이는 가로등 불빛과 차들의 빨간 등이 규칙적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창밖.
 높은 건물에서 내려다보는 바깥의 풍경은 차분한 감정이 들게 만드는 모습이 있었다.
 
 “허, 올해도 이 시간에 자네랑 같이 있는구먼···.”
 
 텅 빈 회사.
 분주하고 바쁘게 돌아갔던 하루가 지나간 이곳은 고요함만 가득하였다.
 
 “매번 회장님과 이렇게 술 한잔하는 게 전 참 좋습니다.”
 
 앞에 말하던 중년의 노신사.
 이 건물의 소유주이자 회사의 창업자.
 SG그룹을 이끌어 가는 그룹의 총수.
 황원창 회장이었다.
 어느덧 국내의 중견 기업으로 발돋움한 SG그룹의 총수가 먹기에는 소박한 모습의 술자리.
 
 “허허, 내 매년 이맘때 다른 애들도 아니고 자네와 이렇게 한잔하는 이유를 아는가?”
 
 씁쓸한 웃음을 보이며 한잔을 쭉 들이키는 황원창 회장.
 
 그의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소박한 소주를 함께 들이키며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게요. 저 말고 부회장님이나 황 전무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몇 년이나 지났을까.
 황 회장님의 직속으로 뵙게 되면서 시작된 이 기묘한 상황은 어느덧 꽤 오랜 세월이 흘러 있었다.
 
 “전에 내가 말하지 않았나?”
 
 그의 손에 든 플라스틱 소주잔이 비었기에 다시 소주를 쪼르르 따랐다.
 
 “무슨 말씀 말이십니까?”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거대한 SG를 이끌던 당당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인간 황원창이 가지고 있는 숨은 모습.
 
 “그놈들은 정이 없어. 뻣뻣하고 지들밖에 몰라. 그러니 같이 먹어도 술맛도 없어.”
 
 살짝 웃음을 보이고는 나 역시 잔에 담긴 술을 확 털어 넣었다.
 회장과의 술자리가 불편할 법도 하지만 왜인지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버지보다 더 따르고 존경하는 마음이 컸기에 이 자리가 소중히 느껴질 뿐.
 
 “그리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네.”
 
 그 말을 하곤 다시 소주를 한잔 들이키는 황원창회장.
 
 “크, 자네를 보면 우리 지안이가 생각나. 내 딸이 죽지 않았더라면, 자네와 같은 이와 맺어주고 싶었네.”
 
 매년 술을 마시며 하는 이야기다.
 술버릇이신지 아님, 기억을 못 하시는 건지 매번 딸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 황원창 회장은 더욱더 아련해지고 있었다.
 
 “따님을 한 번도 뵈지 못했지만, 이젠 마치 제 가족 같군요.”
 
 “그런가?”
 
 “매번 이때쯤이면, 비슷한 말을 들려주시지 않았습니까?”
 
 회장의 금지옥엽이자 SG그룹의 막내딸이었던.
 황지안.
 황원창 회장의 아픈 손가락이자 지금 SG그룹의 성장이 멈춰있는 것과 연관이 있는 사연이 있었다.
 
 SG그룹의 창업주이자 현재 회장인 황원창회장이 작은 식료품 가게로 시작한 회사였다.
 그랬던 회사를 현재 재계의 20위권으로 올려놓은 것만으로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막내딸이던 황지안의 사고 이후 황원창회장은 그로기당한 복서처럼 성장동력을 잃고 말았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회사는 제자리 걸음, 아니 후퇴하는 중이었다.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기도 하였지만.
 
 “오늘이 우리 딸이 떠난 날이야. 7월 7일.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프고 어떤 아이들보다 이뻤지. 불행한 사고만 아니었어도 앞날이 훨씬 창창했을 능력과 외모를 겸비한 하나뿐인 최고의 딸이었네···.”
 
 회상에 잠긴 듯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황원창 회장.
 
 “정말 귀하게 키운 아이였어. 엄마도 없이 컸지만 정말 바르게 자라주었고 성격도 날 닮아 아주 똑 부러진 아이였네.”
 
 먼저 딸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의 모습. 지금의 황원창 회장은 보고 싶은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였다.
 
 “내 미국으로 어려서 유학을 보냈기에 정말 많이 보고 싶어 했었네. 그렇게 어린 시절을 엘리트 코스로 다 밟으면서 미모면 미모, 지혜면 지혜를 갖춘 완벽한 아이로 성장해서 돌아왔을 땐 세상을 다 가진 거 같았지.”
 
 이야기 들은 바로 황지안은 다른 오빠들보다 훨씬 능력이 뛰어났었다고 한다. 그랬기에 더욱더 황원창회장에게는 아프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따님이 많이 보고 싶으시겠습니다.”
 
 “···.자네의 그 성실함과 끈기 그리고 숨겨놓은 머리라면 우리 지안이와 상호보완이 될 수 있었을 거야.”
 
 일개 평사원으로 시작해 상무의 자리까지 올라오기까지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황 회장도 내 그런 점을 높게 보았기에 지금 황 회장의 옆에 있는 거였고.
 
 “특히 자네와 장단점이 달랐어. 둘이 함께 회사에서 기둥이 되어줬더라면···우리 SG그룹은 더 비상할 수 있었겠지”
 
 어느새 비워진 술병이 꽤 많았다.
 그러면서 황 회장의 속마음도 나오고 있었다.
 
 황원창 회장도 알고 있었다.
 현재의 회사 성장이 멈추고 있다는 사실을.
 그랬기에 더욱더 그리운 딸이었다.
 
 “자네 말이야. 올해 입사한 지 몇 년 차인가?”
 
 “저 올해로 20년입니다.”
 
 “그렇군. 자네가 들어오던 해가 우리 지안이가 떠난 해였군. 그간 고생 많았구만. 얼마나 힘들었는가? 누구의 도움도 없이, 그 많은 방해 공작을 뚫고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아닙니다. 제 자리에서 전 할 일을 했을 뿐. 다 회장님이 잘 봐주신 덕뿐입니다.”
 
 “허허, 자네가 베트남 건을 따 올 때가 기억나는구만.”
 
 황회장의 직속 라인이 된 프로젝트였던 베트남 수주권.
 
 “그때의 기상과 용기가 아직도 기억나. 그 뚝심과 우직함이라면 어느 곳에서도, 어느 환경에서도 우리 지안이를 지켜줄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니 정말 진심이 가득하다는 게 느껴진다.
 
 “다음 생에 만난다면 제가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말이 싫지 않았는지 인자한 미소를 짓는 황 회장.
 그리곤 나직이 말을 남겼다.
 
 “그 말···. 기억하겠네.”
 
 그렇게 조용한 회장실에서의 밤은 깊어져만 가고 있었다.
 
 
 ****
 
 
 회색의 건물이 즐비한 이곳.
 많은 기업은 물론 사람들도 많이 오가는 명실상부한 한국의 중심.
 그 거리를 내달리는 한 대의 차량이 있었다.
 
 “네, 현진우입니다.”
 
 SG그룹의 임원을 맡고 있었으며, 현시점에서 SG그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
 향후 SG의 성장에 키를 쥐고 있는 현진우 상무.
 내가 가지고 있는 직함이자 20년의 인생을 갈아 넣은 결과였다.
 
 “그래, 회의는 10시에 진행할 테니까 각 부서장 10시까지 내 방으로 모여.”
 
 대학을 졸업하고 우여곡절 끝에 입사한 회사.
 그 당시에는 100위권에 있는 기업에 지나지 않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재계 20위의 기업으로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 회사의 성장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 이기도 했다.
 
 ‘아직 기회는 있다.’
 
 과거 눈부신 성장을 거둘 때와는 달랐지만 더 성장할 여지는 남아 있었다.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써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했기에 여기서 주저앉아 있을 순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입사 20년 만에 단 임원의 자리.
 임원이 된 순간 1년의 성과로 계약의 여부를 결정하는 하루살이의 신세가 되었지만, 자신 있었다.
 지난 시간 동안 쌓아 올라온 업무능력과 의지.
 그리고 본래 가지고 있는 기본 성실함까지 갖추고 있었기에 못 할 일이 없게 느껴졌다.
 그 능력을 인정받아 임원이 되었고 회장님과의 직속 라인에 올라타게 되었다.
 지금보다 앞으로 이뤄야 할 일이 더 많았다.
 황 회장은 상사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배울 게 많은 사람이었다.
 인간적인 존경심.
 한 사람으로서 존경받을 만한 큰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SG를 정말 내 회사처럼 일하고 지켜왔다.
 숱한 위기를 헤쳐온 지난 시간이 나에게 헛되지 않음을 증명할 시간이기도 했다.
 
 ‘오늘도 쉽지 않겠어.’
 
 회색의 거리를 지나며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좋은 아침!”
 
 “상무님, 안녕하세요.”
 
 아침의 회사는 활기가 넘쳐 흘렀다. 다른 부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 내가 맡고 있는 글로벌신사업부는 예외였다.
 각 파트별로 내가 직접 섭외한 직원들이었고, 그만큼 돈독하기도 했다.
 
 “현 상무님, 미국 시장 동향보고서 책상 위에 올려놨습니다.”
 
 “오케이, 고마워.”
 
 더군다나 새로 시작된 프로젝트가 이제 코 앞이었기에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이었다.
 
 “자, 10시에 회의 있는 거 알지? 다들 준비 잘 해주고!”
 
 “네!”
 
 식품기업으로 시작해 이제는 새로운 사업을 연달아 추진하고 있었기에 리스크가 큰 시기였다.
 
 “자, 여러분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
 
 밤늦은 시각.
 모든 직원들이 퇴근했지만, 불이 켜져 있는 방이 있었다.
 
 “흐음···.”
 
 전 직원이 퇴근했지만, 마지막까지 난 혼자 남아 서류를 검토 중이었다.
 상무로 진급해 처음 맡은 사업이었기에 최선을 다해 최고의 성과를 내고 싶었다.
 삶에 있어서 여러 가지 목적과 가치가 있었겠지만, 나에겐 SG의 성장을 보는 게 최우선이었다.
 그랬기에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고 다른 취미를 가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직 후회하지 않았다.
 돈도 돈이었지만 열심히 일한 걸 알아주고 보상받고 위로 올라가는 일련의 과정들에서 많은 만족감과 보람을 느끼는.
 나의 삶의 가치는 인정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많은 걸 잃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건강.
 뭐, 많은 직장인이 모두 마찬가지 겠지만 잦은 회식에 따른 술자리.
 거기에 따른 몸의 부담이 가중되며 매번 약국을 드나들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어쩔지 모르겠다만···.’
 
 워커홀릭.
 남들이 날 부르는 말이었지만 상관없었다.
 내가 좋고 행복했으니 그걸로 된 거다.
 
 ‘후···.나도 이제 나이를 먹었네.’
 
 늦은 시각이 되자 점점 뻣뻣해져 오는 목.
 고개를 한번 돌리고 안경을 벗어 피곤한 눈을 지그시 눌렀다.
 시계를 보니 10시가 지난 시간.
 아까 조용히 울리던 핸드폰엔 어머니의 문자가 남겨져 있었다.
 
 [아들, 냉장고에 반찬 해 노아다.밥 잘 챙겨머거라.]
 
 매번 혼자 사는 아들 밥이라도 굶을까 반찬을 해주시는 어머니의 마음에 마음 한편에 또 미안함이 쌓인다.
 
 ‘휴···.아직 봐야 할 서류가 많아.’
 
 내일 전화라도 한 통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하곤 다시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
 내일 있을 임원 회의를 준비하기엔 시간이 빠듯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집에 있는 거만 못할만한 상황.
 작업 능률이 극히 높지 않았다.
 갑자기 거부할 수 없을 정도의 피곤함이 온 몸에 느껴졌다.
 
 ‘요즘 너무 무리한건가···.조금만 눈 좀 붙이고···.’
 
 생각함과 동시에 의자에 몸을 맡겼다.
 물 먹은 솜처럼 힘이 쭈욱 빠진 몸을 푹신한 의자가 지탱해주고 있었다.
 긴장하 마음을 풀자, 온 몸에 거부할 수 없을 큰 무게감이 짓눌러오기 시작한다.
 
 ‘갑자기 왜, 왜 이···으윽!’
 
 일반적으로 느껴지는 피곤함이 아니었다. 그보다 한 차원 위의 무게,마치 지금껏 살아온 삶의 무게가 날 누르는 듯 했다.
 그 간의 잦은 음주, 부족한 운동, 거기에 수면도 불규칙한 삶.
 급기야 앉아있어도 내 몸을 지탱할 수 없을 정도의 느낌이 온 몸에 들기 시작했다.
 
 ‘어··· 아직은 안···.’
 
 나른함과 함께 형용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몰려온다.
 그렇게 세상은 온통 검은 세상이 되었다.
 
 
 ****
 
 
 “현진우? 현진우가 도서관에서 졸기도 하는구나?”
 
 “그러게, 진우야 일어나.”
 
 날 흔들어 깨우는 느낌.
 꿈인 듯 몽롱한 상황에서 난 정신을 차리며 눈을 떴다.
 
 ‘뭐지? 분명 사무실이었는데 여기는···?’
 
 몽롱한 정신을 차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높은 책장이 즐비한 공간.
 그리고 넓은 책상 앞에는 내가 쓰다만 A4용지가 놓여있었다.
 옆자리에는 다른 학생이 날 한심한 듯 쳐다보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눈에 익은 장소.
 거의 살다시피 한 도서관.
 내가 눈을 뜬 건 대학교 도서관이었다.
 
 ‘도서관?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날 부르는 두 사람.
 두 사람의 얼굴 역시 많이 익숙한 얼굴들이다.
 대학교 친구였던 진수와 상호.
 대학교 졸업 이후로 몇 번 본 진수의 모습이 아닌 혈기왕성한 청년 모습의 진수.
 그리고 대학 졸업 후 연락이 끊긴 상호까지.
 두 사람의 모습은 과거의 젊은 청년의 모습이었다.
 
 “아니, 진수야? 이거 꿈이야?”
 
 “얘가 잠이 덜 깼네. 일어나 내일 면접날인데 잠이 오냐. 나가자. 정신 좀 차리게.”
 
 그렇게 날 끌다시피 데려가는 두 사람.
 그리고 도서관의 투명한 유리로 된 현관문을 본 순간.
 난 내 눈을 의심했다.
 
 거기엔 20대의 꿈 많았던 청년.
 현진우가 있었다.

작가의 말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왔습니다

꽤 오래 걸렸네요ㅠ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댓글(27)

Ame바    
건필
2022.08.15 21:48
[탈퇴계정]    
건필하십쇼!
2022.08.15 22:16
탁경대    
건필하세요!^^
2022.08.16 10:31
흑돌이    
잘 보고 갑니다.
2022.08.29 10:51
sh*******    
14p 반찬 해 노아다 -> 반찬 해 놨다
2022.08.30 15:16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2.09.02 18:13
뭔데뭐야    
뿐 아니라 ㅡ뿐만 아니라.
2022.09.04 06:29
뭔데뭐야    
오타많아서 하차
2022.09.04 06:32
새총대왕    
50즈음의 인공의 어머니면 7-80 대의 어르신일거고 저런 오타많은 문자 충분히 있을수 있슴
2022.09.04 07:27
세비허    
재밌게 읽고 갑니다
2022.09.0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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