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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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2022.09.27 조회 1,176 추천 11


 제1장 시간의 반지
 
 
 
 “크으, 빌어먹을.”
 24시 편의점 앞에 설치해놓은 간이 의자에 앉아서 캔 맥주를 마시는 남자가 있었다.
 3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평범한 외모에 입고 있는 옷도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남자였다.
 간이 테이블에는 이미 마신 캔 맥주 2개가 있었으며, 새우깡 하나도 거의 다 먹고 몇 개만 남아 있었다.
 “그게 어떤 돈인데 멍청하게 작전 주에 당하다니.”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멍청했었다.
 조금만 의심을 하였다면 절대 작전 주에 빠지지는 않았을 텐데.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너무 믿었던 것이 실수였다.
 이제 와서 후회를 해봐야 엎질러진 물이었다.
 평소에는 싸면서도 시원하고 맛있다고 가끔씩 마시는 캔 맥주였지만, 오늘은 이것조차 총명탕처럼 아주 쓰게 느껴졌다.
 친구의 말만 믿고 작전 주인지도 모르고 전 재산이나 다름이 없는 5천만 원을 투자하여 매수했었다.
 처음에는 제법 올라서 친구에게 밥도 사고 술도 사고 그랬었다.
 불과 한 달이 약간 지났을 뿐이었는데 폭락을 해버려서 매도를 하더라도 건질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주당 9800원이나 하던 주식을 5100주나 매수를 하여 간직하고 있었는데, 그게 폭락하여 겨우 주당 200원이 되었으니 기가 막혔다.
 작전 주에 완전히 휘말려 탕진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보유하고 있던 주식 5100주를 매도하였더니 겨우 102만 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작전 주 인줄도 모르고 5천만 원을 투자를 하였다가 폭락하여 매도하였더니 겨우 102만 원이 남았기에 약 4900만 원을 날린 거였다.
 이렇게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크게 당하고 나니 앞으로가 걱정이었다.
 이 동민은 33살로 제대로 취직을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었다.
 신장은 175센티미터로 요즘 남자들의 신장과 비교하면 평균 180센티미터의 밑이었다.
 몸무게는 약 70킬로그램이며 그렇다고 얼굴이 잘생긴 것도 아니고 부모도 없다.
 4년 전에 여름휴가로 남해안 일대를 돌아보는 여행을 떠났다가 교통사고를 당하여 돌아가셨다.
 형이나 동생이 없는 외동이었기에 어느 날 갑자기 혼자가 되어 버렸다.
 부모가 생명보험을 들어놓은 것도 아니었기에 보상금조차 없었다.
 늦은 밤의 한적한 시골길이었기에 CCTV나 목격자도 없었다.
 10년이 넘은 낡은 중고차였는데 설치되어 있던 블랙박스가 하필이면 고장이었다.
 동민이 사고 몇 개월 전에 차를 팔고 새로 뽑자고 하였지만, 조금만 더 탄다고 하다가 이렇게 사고를 당한 거였다.
 경찰의 말로는 운전 미숙으로 언덕 아래로 차가 굴렀다고 했다.
 동민이 생각하기에는 아니었다.
 아버지는 운전 실력이 좋고 과속도 하지 않는다.
 직접 사건 현장으로 가서 살펴보았더니 가해자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여 돌진한 것으로 보였다.
 아스팔트에 타이어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중앙선을 침범한 차를 보고는 피한다고 한다는 것이 그만 언덕 아래로 차가 굴러떨어진 거였다.
 접촉사고가 난 것도 아니었다.
 가해 차량은 주위에 CCTV가 설치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대로 도주를 해버린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렇게 사건은 허무하게 운전 미숙으로 인한 추락사고로 종결이 되어 버렸다.
 억울함이 많았지만 힘없고 나약한 젊은이에 불과하였기에 어디에 하소연을 할 수도 없었다.
 남아 있는 캔 맥주를 다 마시고 새우깡도 먹은 후에 간이 의자에서 일어나 쓰레기통에 분리수거를 하고 원룸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캔 맥주를 3개나 마셨지만 정신이 없이 취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이, 거기!”
 “예? 저요?”
 동민이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다른 사람은 없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에 낯선 노인이 서서 동민을 향해 손짓했다.
 호기심에 다가갔다.
 “저 아세요?”
 “몰라. 오늘 처음 봐.”
 “예? 처음 보는 저를 왜 불렀습니까?”
 “한심하기도 하고 딱하기도 해서 특별히 기회를 주려는 거야.”
 낯선 노인의 말에 동민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평소였다면 무시하고 지나쳤을 거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캔 맥주를 3개나 마셨고, 이상한 느낌까지 들었다.
 스윽!
 노인이 주머니에서 검붉은 천을 꺼내더니 펼쳤다.
 그랬더니 은색의 반지와 은색의 팔찌, 은색의 목걸이, 은색의 귀걸이 하나가 있었다.
 “뭡니까?”
 “특별히 주는 기회이니 딱 하나만 선택해.”
 “예? 하나만 선택하라고요?”
 “그렇다니까. 자꾸 두 번 말하게 할래?”
 노인이 약간 짜증스럽다는 듯이 말하자 동민은 황당했다.
 그렇다고 노인에게 화를 낼 수도 없었기에 꾹 참았다.
 처음 보는 낯선 노인인데 자꾸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주얼리들이 은색이기는 하지만 은으로 만든 것은 아니었다.
 노점상에서 삼천 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그런 싸구려 물건으로 보였다.
 “시간 없어. 어서 하나만 선택해.”
 “으음, 그럼 이 반지로 할게요.”
 “호오, 시간의 반지를 선택하다니 제법이야.”
 “예? 시간의 반지라니 무슨 말입니까?”
 “그런 게 있어. 10만 원이야.”
 “예? 이 반지가 10만 원이라고요?”
 “그래. 원래는 가진 돈 다 받아도 부족하지만 내가 특별히 10만 원만 받는 거야. 어서 줘.”
 “·······.”
 동민은 진짜 황당했다.
 하지만 맥주를 마셔서인지 노인에게 측은지심이 생겨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어 펼쳤다.
 현금 135만 원이 들어 있었기에 10만 원을 꺼내어 노인에게 내밀었다.
 노인이 시간의 반지라는 것을 집어 들었다.
 검붉은 천을 다시 고이접어 현금 10만 원과 함께 주머니에 넣었다.
 노인이 동민의 손가락에 시간의 반지라는 것을 끼워 주고는 말했다.
 “너는 오늘 엄청난 행운을 맞이했지만 아쉽게도 그걸 10%만 얻었구나.”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가지고 있는 돈을 전부 지불했다면 자세한 설명도 해주었을 텐데, 너는 그럴 용기나 배짱이 없지. 크크크, 날 무시하고 그냥 지나갔을 확률이 아주 높았을 거야. 맞지?”
 “·······”
 노인의 말에 동민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사실이 그랬다.
 노인이 동민의 얼굴을 쳐다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연히 라도 날 다시 만난다면, 그때에는 망설이지 말고 무조건 가지고 있는 돈을 전부 주고서라도 나머지 물건들을 구입해. 겉으로 보기에는 허접해도 보물 중의 보물들이거든.”
 ‘노인네가 측은해 보여서 싸구려 반지를 10만 원이나 주고 사주었더니 미친 건가?’
 “지금은 아무리 설명을 해봐야 믿지도 않고 무시를 할 거 같아서 더 이상 말하지 않을 거야. 진정 그 가치를 알게 되었을 때에는 지금의 결정을 후회할 거야. 충고를 하자면 선택할 때는 아주 신중하게 해. 그만 가봐.”
 동민은 살짝 불쾌하기까지 했다.
 측은지심으로 10만 원이나 주고 허접한 싸구려 반지를 하나 구입해 주고서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
 더 이상 말을 섞어봐야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뒤돌아 걸어가면서 머리를 옆으로 흔들었다.
 뭔가 기이한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돌렸더니 가로등 불빛 아래에 서 있던 노인이 사라지고 없었다.
 수십 미터가 보이는 길이었기에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허엇, 노인네가 어디 갔어?”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그 노인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귀신에 홀린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그렇지만 손가락에 은색의 반지를 끼고 있었기에 착각이나 헛것을 본 것은 아니었다.
 “으음, 내가 캔 맥주 3개에 취했나?”
 동민은 머리를 갸웃거리면서 원룸을 향해 걸어갔다.
 
 삐삐삐삐!
 스마트폰의 알람 소리에 동민이 눈을 떴다.
 눈을 몇 번 깜빡거리면서 천장을 바라보다가 상체를 일으켰다.
 스마트폰을 집어 들더니 알람을 끄고는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하품을 하고는 싱글 침대에서 내려왔다.
 “아, 속 쓰려.”
 싱크대를 열어서 라면을 두 개 꺼낸 다음 한쪽에 놓고 냄비에 물을 받아서 전기레인지(3구 인덕션 레인지)의 불을 켰다.
 냉장고를 열어서 김치를 꺼내어 식탁에 내려놓았다.
 잠시 후에 김이 모락 피어나는 라면 냄비를 놓고 의자에 앉아서 허겁지겁 라면을 먹었다.
 국물까지 다 마시고 나서야 라면 냄비를 내려놓았다.
 “아, 잘 먹었다.”
 먹었던 것들을 치우고 싱크대에 서서 설거지를 하였다.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가 볼일을 보고 세수와 양치질을 하였다.
 수납장 거울을 보며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어제 맥주를 마셔서인지 얼굴이 살짝 부었다.
 그나마 라면이라도 먹었기에 속 쓰림은 덜했다.
 “이제 아르바이트도 잘렸는데 어떻게 하지?”
 수중에 돈이 거의 없었다.
 불과 한 달하고 며칠 전에 친구의 말에 휘말려 작전 주를 5천만 원이나 투자하였다가 다 날리고 겨우 102만 원을 건졌다.
 대륙은행의 통장에는 잔고가 250만 원 정도 있고, 지갑에는 125만 원이 들어 있었다.
 이 돈으로는 얼마 버티지 못한다.
 8평형 원룸의 보증금이 500만 원이며 월세가 120만 원이었다.
 생각하면 한숨만 나왔다.
 아르바이트도 잘리고 작전 주에 돈도 날리고 해서 화가 나서 편의점에서 캔 맥주를 구입하여 마셨었다.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 내가 왜 그랬지?”
 3천 원짜리 싸구려 반지 같은 것을 무려 10만 원이나 주고 샀다.
 노인이 측은해 보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거였다.
 캔 맥주를 마시지 않았다면 절대 이 반지를 구입하지는 않았을 거였다.
 수건을 다시 걸어놓고는 욕실에서 나왔다.
 “이브야, TV켜줘.”
 -예, TV를 켜겠습니다.-
 파파팟!
 40인치 TV가 켜졌다.
 “이브야, 선호채널을 차례대로 돌려줘.”
 -예, 알겠어요.-
 40인치 TV의 선호채널이 차례대로 바뀌었지만 특별히 볼만한 프로가 없었다.
 “이브야, 잠깐 거기 멈춰봐.”
 -예, 알겠어요.-
 멈춘 채널에서는 미모의 기상캐스터가 뉴스에 나오고 있었다.
 동민의 이상형에 가까운 기상캐스터 윤 미영이었다.
 다른 채널에서도 미모의 기상캐스터들이 많았다.
 하지만 동민은 윤 미영 기상캐스터를 좋아했기에 이 채널 즉, 케이 방송국의 날씨만 시청했다.
 “으음, 언제 봐도 예뻐. 목소리도 좋고 말이야.”
 오늘 날씨는 맑고 약간의 구름이 있다고 했다.
 낮 최고기온은 26도로 약간 덥지만 봄에서 초여름으로 다가가는 시기였다.
 윤 미영 기상캐스터의 날씨 안내가 끝나자 화면이 바뀌면서 럭키복권 추첨 번호가 안내되었다.
 7개의 번호를 맞추면 1등이고 6개의 번호와 보너스 번호 하나를 맞추면 2등, 아니면 3등이었다.
 럭키복권의 3등은 1억 원이며 2등은 10억 원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럭키복권 1등은 한주에 팔린 금액으로 산정되기에 유동적이었다.
 “으음, 럭키복권 1등이 5234억 원이라니 누군지 모르겠지만 부럽다.”
 럭키복권 3등에 당첨되기만 하더라도 1억 원이다.
 만약에 동민이 3등에 당첨되었다면 한동안 생활비 걱정 없이 살 수 있었다.
 럭키복권 2등 10억 원을 수령한다면 괜찮은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었다.
 럭키복권 1등에 당첨되었다고 한다면 5234억 원이니 그야말로 인생역전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꿈에 불과했다.
 당첨될 확률이 아주 희박하기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동민의 현재 상황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물론 아무리 당첨 확률이 어려워도 당첨되는 자는 있었다.
 만약에 이번 주에 당첨자가 없다면 이월이 되어 다음 주 추첨에 포함되기에 그걸 노리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였다.
 “아, 내가 이 반지를 왜 10만 원이나 주고 구입한 거지? 바보인가?”
 짜증이 치밀어서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를 뽑으려고 했지만 뽑히지 않았다.
 손가락에 꽉 낀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뽑히지 않았다.
 “이, 이게?”
 진짜 황당했다.
 상식적으로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를 뽑으려고 하면 뽑혀야 한다.
 그런데 전혀 뽑히지 않으니 미칠 거 같았다.
 파파팟!
 느닷없이 동민의 전방 30센티미터 정도의 공중에 숫자들이 나타났다.
 자동차의 헤드 업 디스플레이를 작동시킨 거 같은 모습이었다.
 붉은색 아라비아 숫자로 표시가 되었는데 날짜와 현재 시간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스으읏!
 호기심에 손을 내밀어서 만져보았지만 그냥 투과되었다.
 홀로그램처럼 보였기에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동민의 눈에는 잘 보였다.
 ‘2025. 5. 11. 07:34’
 이렇게 숫자 바로 밑에는 다이얼처럼 돌릴 수 있는 작은 원형의 버튼 같은 것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멍하게 쳐다보던 동민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다른 짓을 한 것은 없고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뽑으려고 한 것뿐이었다.
 상식적으로 붉은색 아라비아 숫자가 전방에 나타나면 안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타났다는 것은 특별한 반지의 기능으로 보였다.
 그제야 지난밤의 낯선 노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으음, 이 반지가 시간의 반지라고 했었어.”
 돈을 전부 지불했다면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을 텐데 그럴 용기나 배짱이 없다고도 했었다.
 노인이 동민을 처음 보았을 텐데 어떻게 성격까지 아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노인의 충고는 선택할 때는 아주 신중하게 하라고 했었다.
 붉은색 아라비아 숫자는 분명 날짜와 현재 시간으로 작동하고 있는 거였다.
 전혀 설명을 들어보지 못하였기에 무슨 기능이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거였다.
 이상하게 노인의 말들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벌써부터 노인의 설명을 듣지 못하였던 것이 후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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