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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초능력자?

2022.10.11 조회 90,662 추천 1,337


 “염력!”
 
 강현수가 볼펜으로 손을 뻗었다.
 볼펜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현수가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게 초능력 수련이었다.
 
 “오빠!”
 
 다시 염력을 외치려던 현수의 입이 닫혔다.
 문이 벌컥 열리며 들어온 건 여동생 수진이었다.
 수진은 교복 차림이었다.
 현수를 열 번도 넘게 불렀었다.
 
 ‘아차!’
 
 이러다 지각이다.
 
 “오빠도 이제 대학생이야! 언제까지 중2로 있을 건데?”
 
 수진은 현수의 초능력 수련을 중2병으로 불렀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시작해 약 10년.
 단 한 번도 성공한 걸 본 적이 없었다.
 2년 전, 던전과 각성자들이 생겨나며 비상식 투성이의 세계가 됐어도, 오빠의 초능력은 여전히 조금의 진전도 없었다.
 
 “그래그래. 알았어.”
 
 현수는 얼른 여동생과 식사 준비를 함께 했다.
 어머니는 새벽부터 식당 준비를 위해 나가신다.
 골목에서 하는 작은 분식집이었다.
 
 ‘염력!’
 
 현수는 식탁에 앉아서도 속으로 염력 수련을 이어갔다.
 
 찌릿!
 
 수진의 시선을 느낀 현수는 결국 염력 수련을 멈췄다.
 
 “후르륵 삼키지 말고 꼭꼭 씹어 먹어.”
 
 수진이 현수를 째려보면서도 말했다.
 중2병이라고 놀리면서도 수진은 심하게 잔소리를 하진 않았다.
 현수가 수련을 하며 보는 초능력 책은 돌아가신 아버지가 사주신 마지막 생일 선물이었다.
 
 초능력이 붙는 책.
 
 지금은 절판됐고, 10년도 더 된 책이라 중고로도 구할 수 없었다.
 그 책을 현수는 매일 봤다.
 실제로 그 책에서 하는 말을 믿어서가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거라 수진은 생각했다.
 현수는 수진, 어머니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 하나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둘이서만 한 약속이 있다.
 
 -현수야. 이 초능력 책을 매일 수련해라. 그럼 아빠가 없어도, 십년 뒤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엄마랑 수진이를 지킬 수 있다. 명심하거라. 십년이다.
 
 그날 현수는 보았다. 염력과 투시를 쓰고, 날씨를 조절하고, 시간까지도 정지시키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 광경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잘 먹었어.”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바지에 남방셔츠. 그 위에 의자에 걸어뒀던 낡은 점퍼를 걸쳤다.
 다 고등학생 때부터 입던 옷들이다.
 점퍼 팔꿈치 부분엔 실로 꿰맨 자국도 있었다.
 
 “먼저 갈게.”
 
 현수의 대학교는 지하철로 1시간 거리였고, 수진의 고등학교는 걸어서 10분 거리였다.
 
 우우웅!
 
 “응? 뭐지?”
 
 수진이 눈을 비비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는 현수의 주변을 맴도는 푸른빛을 봤다.
 햇빛 탓이라 생각하며 수진은 몸을 돌렸지만, 착각이 아니었다.
 투명한 푸른 빛줄기가 현수의 뒤를 쫓아갔다.
 그 투명한 빛들은 현수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
 웅성웅성!
 
 강의실이 시끄러웠다.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현수는 빈자리에 앉아 수업 준비를 시작했다.
 어느 쪽에서든 각성, 헌터, 균열, 던전 등의 단어가 들렸다.
 
 “그래서 각성했다는 학생이 누구야?”
 
 그 질문을 한 사람 쪽으로 현수도 귀를 기울였다.
 헌터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개천에서 용이 나는 일이 사라진 사회.
 헌터는 서민들이 인생역전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진수 선배래.”
 “어머어머! 헌터 하겠대?”
 “한다던데.”
 “대박! 금수저에 헌터까지! 역시 멋져! 근데 몇 급?”
 “B+급이래.”
 “헐! 그럼 상급 헌터잖아!”
 
 박진수. 현수도 아는 사람이었다.
 한 학년 위인 2학년으로, 각성 전부터 이미 유명했다.
 입학식 때부터 외제차를 타고 왔고, 늘 명품으로 도배를 하고 다니는 사람.
 재벌3세라는 말이 들렸다.
 
 “역시 되는 사람은 뭘 해도 되는구나.”
 
 요즘엔 중, 하급 각성자가 될 확률도 아주 희박하다.
 올해 들어선 한국의 경우는 새로 나온 각성자가 10명도 되지 않았다.
 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 중 상급 각성자는 선배인 박진수 한 명 뿐.
 나머지는 다 D+~F- 등급의 하급 각성자 판정을 받았다.
 
 ‘하급만 돼도 난 할 것 같아.’
 
 강의실의 남학생 대부분이 그런 생각을 했다.
 하급 각성자만 돼도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보통 직장인보다는 훨씬 많이 벌었다.
 
 “헌터들이 던전에 들어가는 영상만 찍어도 그게 엄청 돈이 된다던데. 방송국이나 신문사가 몇 백만 원씩 주고 사간대.”
 
 그런 대화도 오갔다.
 정확히는 ‘던전 폭주’와 관련된 영상들이 그 가격에 팔렸다.
 현수는 실제로 찍어본 적이 있었다.
 위험을 무릅쓴 보람이 있을 정도의 수익을 얻었었다.
 
 “조용조용!”
 
 교수가 들어왔다.
 그도 박진수의 각성을 알고 있었다. 교수실도 떠들썩했었다.
 상급 헌터는 누구에게든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만 던전을 돌아도 한 달이면 10억 이상씩 버는 게 상급 헌터다. 심지어 광고까지 찍는다.
 상급 헌터들은 사망사고도 거의 없었다.
 
 ‘염력!’
 
 수업이 시작됐다.
 현수는 또 속으로 초능력 수련을 했다.
 하루에 채워야 될 수련 양이 있었다.
 10년을 해온 수련. 수업을 들으면서도 동시에 초능력 수련을 할 수 있었다.
 
 우우웅!
 
 아직도 투명한 푸른빛이 현수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그 개수가 이젠 많지 않았다.
 현수의 몸으로 흡수가 돼서였다.
 
 *
 현수는 지하철을 탔다.
 학교가 끝나면 그는 늘 어머니의 분식집으로 갔다. 바쁜 저녁 시간대를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노을 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본다. 열차는 지상을 달리고 있었다.
 평범한 풍경 같지만, 2년 전 세상은 대격변을 맞았다.
 
 ‘하나 더 늘었어.’
 
 현수는 달리는 열차 밖으로 보이는 균열의 수를 세고 있었다.
 허공에 생겨난 검은 구멍을 균열이라 부른다. 그 균열 안에 던전이 있었다.
 균열은 어디든 생겨났다.
 도로 한복판에도, 골목가에도, 건물 안에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곳에는 생겨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위치를 조작이라도 하는 듯이.
 바다 속이나 높은 허공에서 발견된 경우는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그랬다.
 
 “꺄아아악!”
 
 갑자기 비명 소리가 났다.
 승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몰려갔다.
 도로 위의 균열이 뒤틀리며 뭔가가 나오고 있었다.
 녹색 피부에 근육질의 몸! 가죽 갑옷을 입었고, 손에는 커다란 대검을 쥐고 있었다.
 
 “오크 워리어! 오크 워리어다!”
 “균열 폭주다!”
 “던전 폭주야!”
 
 승객들이 소리쳤다.
 
 ‘아니, 달라!’
 
 현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균열 폭주는 맞지만, 어제만 해도 저 도로엔 균열이 없었다.
 어젯밤에 새로 생겨났다 해도, 균열이 하루 만에 폭주를 일으키진 않는다.
 
 ‘요즘 이상(異常) 균열과 변종 몬스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더니.’
 
 세상은 또 한 번 크게 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망가!”
 “빨리빨리!”
 
 열차가 멈추자 아수라장이 됐다.
 승객들이 서로 밀치며 우르르 빠져나갔다. 현수도 그 승객들과 섞였다.
 타닥!
 갑자기 현수가 멈춰 섰다.
 이미 한 번 균열 폭주 영상을 찍어 큰 돈을 벌어본 그다.
 잠시 주저하던 현수는 균열 폭주가 일어난 도로 방향으로 달렸다.
 
 ‘저 영상을 찍으면! 주변에 고층 건물이 많아. 건물 옥상에서 찍으면 돼!’
 
 마침 근처에 공사가 멈춘 건물이 있었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현수는 그 건물로 쉽게 들어갔다.
 
 “크허어엉!”
 
 콰아앙!
 
 계단을 달려 올라가던 현수가 휘청였다.
 
 “윽!”
 
 건물이 흔들렸다.
 괴물의 포효 소리와 폭발음이 연달아 났다.
 포효는 오크 워리어의 것이고, 폭발음은 헌터가 도착한 모양이었다. 헌터의 스킬로 인한 폭발이다.
 
 탁탁탁!
 
 현수가 옥상으로 나왔다.
 스마트폰을 꺼내든 그는 촬영 모드를 켜고 난간으로 갔다.
 난간은 허리까지 오는 벽으로 돼 있었다.
 현수는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스마트폰의 렌즈 부분만 난간 위로 올렸다.
 
 ‘혼자서?’
 
 오크 워리어와 대치한 헌터는 혼자였다.
 마치 중세기사 같은 복장.
 보기엔 영화 소품처럼 보이지만, 판금갑옷도 검과 방패도 던전에서 얻은 아이템이다.
 정식 명칭은 따로 있지만, 게임 문화가 발달한 나라들은 대개 아이템이라 불렀다.
 레벨업 타입의 헌터들은 실제로 게임처럼 아이템의 설명창을 열어서 볼 수도 있었다.
 
 “커허어엉!”
 
 헌터와 검을 주고받던 오크 워리어가 아까보다 더 큰 포효를 터트렸다.
 그저 포효가 아니라, ‘오크 피어’라는 기술이었다.
 
 파지직!
 
 “으악!”
 
 현수가 비명을 터트렸다.
 쩍쩍 갈라진 스마트폰이 뒤로 날아가 바닥을 튀고 굴렀다.
 난간 위로 몸을 빼고 있었다면 현수는 큰 부상을 입었을 터다.
 오크 워리어의 몬스터 등급은 C+. 상급에 속한다.
 포효만으로도 사람을 상처 입힐 수 있는 무시무시한 괴물이다.
 
 “크하악!”
 
 이번엔 헌터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현수는 머리를 난간 위로 살짝 들었다.
 
 ‘아! 안 돼!’
 
 헌터가 오크 워리어에게 발목을 붙잡혀 거꾸로 뒤집혔다.
 그의 검이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져 구르고 있었다.
 
 ‘저러다 죽어!’
 
 벌떡 일어난 현수가 바닥의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염력!”
 
 놀랍게도 쭉 뻗은 그의 오른손에 푸른 인광이 맺혀들었다.
 푸른 인광이 연기처럼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때 검이 둥실 떠올랐다.
 
 “어어!”
 
 현수의 입이 벌어졌다.
 떠오른 검이 그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헌터 쪽으로!’
 
 쉬익!
 
 헌터가 날아온 검을 낚아채 오크 워리어에게 휘둘렀다.
 한 순간 검날에 푸른빛이 둘러졌다. 소드오러라 부르는 스킬이었다.
 
 촤학!
 
 “카하악!”
 
 오크 워리어의 목과 입에서 피가 뿜어졌다.
 소드오러가 오크 워리어의 목을 절반이나 베고 지나갔다.
 
 쿵! 쿠웅!
 
 헌터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오크 워리어는 뒤로 넘어갔다.
 오크 워리어가 녹색빛에 휩싸이며 녹아내렸다.
 균열 폭주로 던전 밖으로 나온 몬스터는 죽으면 다 저렇게 빠르게 소멸을 해버린다.
 빛이 거의 다 사라지자 녹색 보석이 반짝이는 게 보였다.
 
 “마정석!”
 
 그린 마정석이었다.
 주먹만 한 크기.
 아마도 1급 그린 마정석이리라.
 
 우웅!
 
 “응?”
 
 현수의 동공이 확 커졌다.
 오른손에서 다시 푸른 인광이 피어났다.
 그린 마정석이 둥실 떠올랐다.
 
 “어! 안 돼!”
 
 그린 마정석이 현수 쪽으로 날아왔다.
 갖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도 염력이 발동됐다.
 이 마정석은 저 헌터에게 권리가 있다.
 혹 현수가 오크 워리어를 잡았다 해도, 헌터등록증이 없다면 마정석과 드라템에 대한 권리는 인정받을 수 없었다.
 
 “잠깐!”
 
 현수가 소리쳤다.
 손바닥에 달라붙은 그린 마정석의 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정석 속의 마력이 사라지고 있는 거였다!
 
 ‘염력이, 마정석 속의 마력을 흡수하고 있어!’
 
 툭!
 
 얼른 염력을 풀었다.
 바닥으로 떨어진 마정석은 이미 빛이 없었다. 빈껍데기였다.
 이어서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현수의 동공에 글자들이 새겨졌다.
 
 [마력을 112 흡수했습니다]
 [흡수한 마력이 ESP 에너지로 전환됩니다]
 [ESP를 37 얻었습니다]
 
 “ESP?”
 
 초능력! 초능력을 뜻하는 단어였다.
 그린 마정석에서 흡수한 마력이 초능력 에너지로 바뀐 것이다!
 
 화르륵!
 
 현수의 전신이 불꽃같은 푸른빛에 휩싸여 있었다.
 그 빛은 차츰 푸른색 인광으로 변하다가 사라져갔다.
 
 “각성?”
 
 아니. 현수는 고개를 저었다.
 듣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댓글(55)

금원    
시스템없으면 이제는 글을 못 쓰네
2022.10.11 17:52
    
이거 옛날에 본거 같은대 분명 ^_^... 아빠노트 보고 염력 하루종일 수련하는거
2022.10.11 20:45
pe*****    
이거 갱장히 예전에 본기억이 어렴풋이 나네요..^^ 리메이크인가 봅니다~ 혼자만 초능력 계열 다쓰고 나머지 헌터들 기냥 발라버리는….
2022.10.12 02:05
n2**************    
오 이거 예전에 본거같은
2022.10.18 22:57
cover    
이거 진짜 너무 그리웠음....몇년전에 진짜 재밌게 봐서 아쉬웠는데 그래서 작가님 닉까지 기억해놓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나오면 너무 좋아 진짜
2022.10.19 21:46
철혈오랑    
음파가 물건을 파괴할 정도인데, 피륙으로 이루어진 사람이 무사하다고요? 사람의 피부는 사과껍질보다 약합니다. 휴대폰이 박살날 정도면 사람도 무사하지 못하겠죠.
2022.10.22 23:36
g2**************    
클리셰 덕지덕지 이제 어디 뭐 무시받는 팀장이나 회장손녀랑 엮이겠네요 밑댓말처럼 사람피부가 얼마나약한데 그걸 맞고 어떻게 무사하지
2022.10.27 16:35
OLDBOY    
잘 봤습니다.
2022.10.29 16:58
풍뢰전사    
그런 대단한 아버지인데 왜 죽은거지 ?
2022.10.30 12:31
단군한배검    
건필하세요 ^0^
2022.10.3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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