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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마왕이 되어 돌아왔다

2022.10.15 조회 68,291 추천 890


 번쩍!
 
  책들이 작은 봉우리를 이루고, 산맥처럼 방 전체를 휘감고 있는 방에서 난데없이 빛이 번쩍였다.
 
  우당탕···!
 
  빛속에서 나타난 사람의 형체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위태롭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봉우리들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이런 씨······.”
 
  순식간에 책으로 덮힌 봉분 아래에서 짜증섞인 사람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사내는 봉분을 휘적휘적 걷어내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나직히 중얼거렸다.
 
  “돌아오긴 돌아온 모양이네.”
 
  그러자 뒤늦게 그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공책 한 권.
 
  그런데······.
 
  턱.
 
  사내는 개슴츠레한 눈으로 보지도 않고 머리 위로 떨어지는 공책을 단숨에 낚아채는 게 아니겠는가?
 
  낚아챈 공책의 겉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마왕 최강태.
 
  사내의 이름이자 외삼촌이 집필한 습작의 제목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머나먼 이세계로 날려보내 온갖 개고생을 시킨 원흉이기도 했고.
 
  이 책을 발견한 건 정말로 우연이었다.
 
  엄마의 잔소리를 못 이겨 다친 엄마 대신 삼촌 집을 청소하러 왔다가 우연찮게 이 책을 발견한 것이다.
 
  자신의 이름과 같은 제목의 소설을 보고 호기심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최강태는 후회했다. 그때 무슨 수를 써도 호기심을 참아야 했다고.
 
  만약 그때 호기심을 좀 참았더라면 그 개고생을 겪지도 않았을 텐데······.
 
  “하여간 돌아오기만 해 봐. 아주 죽빵을 그냥······.”
 
  그러나 최강태는 실종된 자신의 삼촌이 어쩌면 삼촌이 쓴 소설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됐는데 작가 본인이야 그러지 말란 법이 있을까? 물론 그걸 어떻게 한 것인지는 아직도 불명이었지만.
 
  최강태는 책을 펼쳐 보았다.
 
  그런데······.
 
  “응?”
 
  본래 소설 내용은 현재 자신과 나이가 같은 고3 최강태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이세계 전송 장치··· 줄여서 트럭에 치여 이세계의 하급 악마로 다시 태어난다.
 
  다시 태어난 주인공은 여차저차해서 모진 역경과 시련을 거쳐 마왕이 되고 타락한 용사를 쓰러트려 세상을 구한다는 뭐······.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이고깽 소설이란 뜻이었다.
 
  물론 그 뻔하디 뻔한 스토리의 주인공이 정말로 자신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만.
 
  하지만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백지가 됐잖아? 이게 대체······.”
 
  외삼촌이 손 글씨로 빽빽하게 집필했던 가독성 최악의 소설이 단 한 글자도 남지 않고 완전 백지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혹시 다른 작품도 그런가 싶어서 손을 뻗다가 멈칫하는 최강태.
 
  만에 하나라도 섣불리 책을 펼쳤다가 다시 빨려들어가게 된다면? 상상도 하기 싫었다.
 
  최강태는 투시를 사용해서 책 속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 결과, 책 속의 내용은 그대로 남아 있었고 다른 책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뭐야? 내가 빨려들어갔던 소설만 내용이 사라졌다고?”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지만 어디가서 이 답답함을 하소연할 방법도 없었다.
 
  “니미······.”
 
  대충 책들을 걷어 치우고 폰을 꺼낸 최강태가 시간을 확인했다.
 
  “고작 세 시간······. 아니지. 책을 읽은 시간도 꽤 길었으니까 사실상 시간이 안 흐른건가?”
 
  저쪽에서 보낸 20년이 꿈같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최강태는 그러 쥔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파지직, 파직!
 
  주먹 속에서 꿈틀거리는 거대한 마력이 보라빛 에너지로 가시화되어 얼핏 비쳐 보였다. 만약 이 주먹을 펼친다면 이 방뿐만 아니라 맨션 자체가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겠지.
 
  20년의 시간은 꿈같았을 지 몰라도, 자신은 정말로 삼촌이 썼던 이고깽 소설의 주인공이 되고 만 것이다.
 
  그것도 20년만에 마계를 일통하고 세상을 구한 마왕이······.

댓글(31)

발로쓰냐    
마왕이 세상을 왜구 ,,,
2022.10.21 15:25
하수도    
밸런스잘맞취시기를
2022.10.21 17:45
선발대원    
아직 10화까지 밖에 없어서 제대로 판단은 어렵지만 쉽게 말하면 이 글은 야동임 그것도 노 모자이크 거칠 것 없이 판타지적인 능력 사용해서 참교육하는 그런 사이다 야동 마치 망상으로 나 혼자 이런 능력 있으면 이렇게 맘대로 살고 싶다의 느낌 그래서 글 자체 무게감은 매우 낮은데 재미로 보기 참 좋은 거 같은 글
2022.10.24 19:02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2.11.04 17:27
경주김씨    
요새 맨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긴함?
2022.11.11 20:14
세비허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2022.11.13 05:58
고장난선비    
최후의 최후의 선앞에버티고 선 마왕인가..착한 마왕이라는 표현은 절대 못쓰겠고..
2022.11.17 19:43
마야사랑    
건필하세요
2022.11.21 20:02
gu*******    
건필하세요
2022.11.22 02:44
샤옹    
20년만에 마왕에 세계를 구했네 진짜 이고깽 실현했네
2022.11.2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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