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멸망한 세계의 전승자

프롤로그

2022.11.01 조회 118,836 추천 1,979


 "치킨 먹고 싶네"
 마지막 힘을 짜내 내뱉은 나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3류 재난 영화처럼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아포칼립스에서 32년을 버텼다.
 그래도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내가 지옥 같은 아포칼립스에서 32년을 버텼다. 정말 놀라운 일 아닌가?
 나보다 강한 사람은 많이 있었지만 나보다 오래 버틴 사람은 없다. 
 최소한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 살아있는 인간을 본 지 3년은 넘었으니까.
 
 죽지 못해 살았다. 그저 버텼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뿐이었다.
 버티다 보면 게임처럼 짜잔!하고 엔딩이 나온다거나 거대한 생존자 세력이 나를 구하러 올 거라는 그런 희망 따위도 가지지 않았다.
 어쨌든 그 버티기도 끝이다.
 우습게도 내가 죽는 이유는 좀비 때문이 아니다. 아포칼립스 이후 가장 많은 사람이 죽은 원인인 굶주림도 아니었다.
 암이다. 이 빌어먹을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나는 암으로 죽는다. 모든 문명이 사라진 이 세상에서 문명이 가장 번성했던 시절의 병으로 죽는다.
 몸에서 갑자기 힘이 훅 빠진다. 죽을 정도로 다친 적도 몇 번인가 있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이게 죽음인가?
 여한 같은 것은 없다. 서서히 눈이 감긴다.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입니다.]
 
 라는 메시지가 지나가듯이 보인 것 같다. 밑에 몇 줄이 주르륵 올라왔지만 자세히 보지 않았다. 죽는 마당에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나는 그렇게 죽었다.

댓글(212)

으명    
영혼포식자 작가님이네 신작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2.11.03 13:04
BTD.Lu    
영혼포식자 작가라 한번 달려봄
2022.11.11 11:23
하늘과별달    
영화처럼 영화처럼 -> 영화처럼
2022.11.14 02:30
하르르하다    
자세히 보지 않았지만 뇌리에 새겨져 있다는 설정일까봐 벌써 떨림
2022.11.15 21:27
이문소    
자기가 암에 걸렸다는 건 어떻게 안건가요?
2022.11.16 04:54
감상.    
글을 잘 쓰시네여. 전작 "영혼-"때도 그랬지만, 몰입감이 장난아님. 전작의 빌드업이 100화 가까이 됐었져? 이 작품도 꽤 길게 몰입되겠네여. 다만, 전작 영혼-때는 퍼주거나 휘둘리는게 좀 있었는데 이번 작품도 공작이나 귀족에게 휘둘리거나 호구잡히진 않았으면..
2022.11.16 23:25
hh*****    
그러게.. 조직검사를 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암인건 어떻게 알았을까??
2022.11.18 00:25
넙띠    
이 글을 보고 암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2022.11.20 00:13
도수부    
건필입니다
2022.11.20 13:26
풀땡    
암 증상 검색해 보시면 명확하게 나옵니다 대충 짐작은 가능해요 매일 속 쓰리고 아프다고 하시던분 위암 4기로 돌아가신거 본적있음
2022.11.2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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