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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죽음을 삽니다

001

2022.11.28 조회 44 추천 0


 #001화. 죽음을 삽니다 (1)
 
 
 
 
 
 “개똥 같네.”
 
 근처의 신발 가게 앞에서 찬혁은 안절부절못하며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오른발을 들어서 구두 밑창을 확인했다. 밑창에는 개의 분변으로 추정되는 것이 묻어 있었다. 밑창을 확인한 그는 한숨을 푹 쉬었다.
 
 “하아.”
 
 찬혁은 결국 양쪽 구두를 모두 벗었다. 그리고 가게 옆의 골목에 벗은 구두를 가지런히 놓아두고는 헐벗은 발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아, 안녕하세요.”
 
 가게 점원은 양말만 신고 있는 찬혁의 발을 슬쩍 보았다. 찬혁은 그 짧은 순간에 점원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는 것을 보았다.
 
 “아, 그게··· 신발을 버리게 되어서요.”
 “아, 그러시구나······.”
 “개똥이 묻었거든요. 참 나, 아직도 몰상식한 주인들이 있나 봐요.”
 “아··· 네.”
 
 찬혁의 불필요한 첨언으로 점원과 찬혁의 사이는 급속도로 서먹해졌다. 뻘쭘해진 둘은 서로의 시선을 피하며 할 일을 찾아 나섰다.
 
 “아, 구두가 여기 있구나.”
 
 찬혁은 괜스레 혼잣말을 하며 구두만 모인 진열대로 다가갔다. 구두로 향하던 찬혁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
 
 “흐음······.”
 
 「70,000원.」
 
 가격을 확인한 찬혁은 구두가 아닌 허공을 잡으며 손을 내렸다.
 
 “혹시 찾으시는 상품이 있으세요?”
 “아뇨, 괜찮아요. 그냥 좀 둘러보려고요.”
 
 찬혁이 구두 진열대 앞에서 망설이고 있자, 다른 직원이 와서 찬혁에게 말을 걸었다. 찬혁은 대충 얼버무리며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의 통장 잔고에 맞는 신발을 찾다가 이내 한 진열대 앞에서 멈춰 섰다.
 
 ***
 
 찬혁은 뛰어내리기로 결심한 대교에서 조금 떨어진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는 가만히 앉아서 날이 어두워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진짜 죽기 엿 같은 날씨네.”
 
 찬혁은 자신이 신고 있는 검은 운동화를 보며 중얼거렸다. 지금 그는 자신의 할머니께서 사 주신 깔끔한 정장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오늘따라 하루가 더럽게 기네.”
 
 그가 밤을 기다리는 이유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뛰어내리기 위해서였다. 물론, 지금의 행색이 부끄러운 이유도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어째 벌써부터 일이 꼬이냐?”
 
 찬혁은 은행 어플로 자신의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마지막까지 또 돈이네. 에라이.”
 
 자신의 발 앞에 있던 자그마한 돌멩이를 걷어찬 찬혁은 하늘을 보았다. 석양이 지는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저물어 가는 노을을 따라 찬혁의 속도 붉게 타들어 갔다.
 
 “어차피 좀 이따 온몸이 피투성이가 될 건데, 미리 보기라도 해 주는 거냐?”
 
 찬혁에게는 다채로운 빛깔을 뽐내는 하늘이 마치 자신을 의시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뭐······.”
 
 찬혁은 노을을 바라보며 지친 심신에 그나마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갈 땐 가더라도, 마지막만큼은 낭만적으로 가고 싶었다.
 
 “내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노을인데,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노을에 붉게 물든 찬혁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그리고 찬혁은 그대로 벤치에 고꾸라져서 잠이 들었다. 잠든 찬혁은 꿈을 꿨다. 꿈속의 찬혁은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찬혁아, 절대 어디 가서 기죽고 그러지 말그래이.”
 “에이, 할머니도. 제가 밖에서 기죽을 일이 뭐가 있겠어요?”
 “부모가 없어도 니는, 내한테는 가장 자랑스러운 사람이다. 알겠나?”
 “할머니, 걱정 마세요. 저 반드시 쓸모 있는 사람이 될 거니까요. 그래서 저랑 할머니 두고 가신 부모님이 무조건 후회하게 만들 거예요. 그리고 보란 듯이 할머니랑 행복하게 살 거예요.”
 “아야, 그런 생각 마라. 닌, 니 인생에만 집중하면 되는 기다.”
 “아뇨, 전 꼭 증명할 거예요. 이 세상에 쓸모없는 잉여 인간은 없으니까요. 두 분이 저를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되돌아보게 할 거예요. 꼭 증명할 거예요.”
 “아이고, 우리 찬혁이 배포가 큰 것이 아주 큰 사람 되겄네.”
 “그러니까 할머니, 저 큰 사람이 되기 위해 독서실을 가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요. 저 독서실 등록하게 돈 좀···.”
 “으이? 할미가 귀가 어두워서 안 들려.”
 “할머니, 아까까진 잘 들으셨으면서······.”
 
 할머니는 찬혁에게서 등을 돌리고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계셨다.
 
 “할머니?”
 
 여전히 할머니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으셨다.
 
 “할머니···?”
 
 대답이 없던 할머니는 갑자기 빠른 속도로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어?”
 
 찬혁은 할머니를 향해 걸어가려 했으나,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찬혁이 바닥에서 발을 떼려고 낑낑거리는 새에 할머니는 더욱 멀어지고 있었다.
 
 “이거 왜 이래?”
 
 찬혁의 발도, 할머니의 발도 땅에 붙은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 누구도 걷지 않았으나 그들 사이의 간극은 빠르게 넓어지고만 있었다. 찬혁은 다급하게 할머니를 부르려고 입을 벌렸다.
 
 “아저씨!”
 
 갑자기 침입한 낯선 목소리에 찬혁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흐릿한 시선으로 앞을 보자 웬 꼬맹이 하나가 찬혁의 앞에 서 있었다.
 
 “어··· 어?”
 “아저씨, 이런 데서 잠들면 입 돌아가요.”
 “아··· 어, 그래. 고맙다.”
 
 찬혁은 뻐근한 몸을 일으키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찬혁은 살짝 쉰 목소리로 꼬마에게 물었다.
 
 “저기 미안한데 지금 몇 시니?”
 “10시 40분이에요.”
 “벌써?”
 
 찬혁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발머리 꼬마는 찬혁이 갑자기 일어나자 놀랐는지 움찔거렸다.
 
 “아, 놀랐구나? 미안하다. 그나저나 이렇게 늦은 시간에 너는 여기서 뭐 하니? 여자애가 밤에 혼자 다니면 위험해. 어른이랑 같이 있어야지.”
 “그래서 아저씨 옆에 있잖아요.”
 “아··· 그건 그렇네. 음··· 부모님은 어디 가셨니?”
 “할머니가 곧 저 찾으러 오실 거예요. 그때까지만 같이 있어 주세요.”
 
 꼬마의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본 찬혁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넌 몇 살이니?”
 “상대방의 나이를 물을 때에는 먼저 얘기하는 게 예의 아닐까요?”
 “아, 그렇구나. 난 스물넷이란다.”
 “전 열두 살이에요.”
 
 나이 얘기를 하고 나니, 둘은 정적에 잠겼다. 찬혁은 어색한 침묵이 싫어 무슨 말이든 꺼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음, 그럼···.”
 “할머니!”
 
 찬혁이 말을 하려는 찰나에 꼬마가 자신의 할머니를 향해 뛰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찬혁은 열었던 입을 닫았다.
 
 “아가, 어디 있었니?”
 “저 아저씨가 같이 있어 주셨어요.”
 
 꼬마는 뒤돌며 찬혁을 손으로 가리켰다. 꼬마의 할머니와 시선이 마주친 찬혁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할머니가 감사 인사를 하자, 꼬마도 똑같이 인사를 하였다. 찬혁도 또다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찬혁은 멀어지는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신의 할머니를 떠올렸다.
 
 “할머니, 미안해. 증명하지 못해서.”
 
 멀어지던 꼬마가 혼자 중얼거리는 찬혁에게 갑자기 소리쳤다.
 
 “아저씨!”
 
 대교를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던 찬혁은 서둘러 밝은 척을 하며 소녀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저 여자 아니에요!”
 
 흔들리던 찬혁의 손이 멈췄다. 소녀라 생각했던 소년은 홱 돌아 저 멀리 뛰어갔다. 찬혁은 천천히 손을 내리다가 자신의 뒤통수를 긁었다.
 
 “내가 실수한 건가?”
 
 찬혁은 벤치에서 일어났다.
 
 “뭐, 다음에 다시 보면 그때 사과하면 되지.”
 
 무심코 걷던 찬혁은 걸음을 멈췄다.
 
 “아, 다시 볼 일이 없구나.”
 
 찬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교를 향해 걸어갔다.
 
 ***
 
 정음은 대교 위에서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술까지 진탕 마시고 왔는데, 왜 더 정신이 멀쩡해지냐···.’
 
 난간에 몸을 기대고 하늘을 바라보던 정음은 순간 울컥해지는 것을 느꼈다.
 
 “X발. 죽는 날에 밤하늘은 겁나 청아하네.”
 
 -끼익.
 
 정음은 삐걱대는 난간 위로 한쪽 발을 올렸다.
 
 ‘간결하게 끝내야겠네.’
 
 정음은 두 손으로 난간을 짚고 남은 한쪽 발도 올렸다. 완전히 난간 위로 올라온 정음은 몸을 쭈그린 자세로 있었다.
 
 “그럼, 작별 인사.”
 
 정음은 완전히 일어서며 말했다.
 
 “X 같은 세상아, 나 먼저 간다!”
 
 정음이 허공으로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뒤에서 어떤 남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선영아!”
 
 느닷없이 들려온 외침에 정음은 고개를 돌려 어둠 속을 주시했다. 어둠 속에서 웬 남자가 열심히 뛰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선영아!”
 
 남자는 계속해서 낯선 이름을 외치며 정음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누구지?’
 
 정음은 남자가 맘에 걸려서 선뜻 뛰어내리지 못하고 난간 위에 걸터앉았다. 남자가 더 가까이 다가오자 정음은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모르는 사람인데?’
 
 남자는 왁스로 머리를 손질한 상태였지만, 멋 부리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아 보였다. 무엇보다도 정장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의 운동화가 눈에 띄었다.
 
 ‘뭐야, 저 사람?’
 
 남자의 이상한 행색에 정음은 실눈을 뜨고서 남자를 경계했다.
 
 “잠깐! 더 다가오면 뛰어내릴 거예요!”
 
 정음의 경고에 다가오던 남자가 멈춰 섰다. 정음은 자세를 바꿔서 다시 난간 위에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누구로 착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당신이 생각하는 사람 아니에요. 보아하니, 공무원도 아닌 것 같은데, 그냥 못 본 거로 하고 가던 길 가시죠.”
 “선영아···.”
 “평생 트라우마 생기기 싫으면 지금 가는 게 좋을 거예요.”
 
 다시 다가오는 남자에게 정음은 낮게 으르렁거리듯 경고했다. 남자는 반복된 정음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다가왔다.
 
 “선영아.”
 “아니, 난 선영이가 아니라니까요?”
 
 남자는 여전히 낯선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남자는 정음과 꽤 가까워지자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신발 네가 사 준 거잖아. 기억 안 나?”
 
 남자의 말에 정음은 남자가 신은 신발을 보았다. 정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의 운동화에 정음은 입술을 비집고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풉··· 아니, 난 선영이가 아니라···!”
 “알아요.”
 
 남자는 순식간에 정음의 한쪽 발목을 잡았다. 화들짝 놀란 정음은 잡히지 않은 발을 삐끗하며 몸의 절반이 난간 밖으로 나가게 됐다.
 
 “악!”
 
 정음은 뜻하지 않게 공중에서 다리 찢기를 하게 되었다. 정음은 난간 위에 남은 손으로 다급하게 남자의 머리채를 싸잡았다.
 
 “악!”
 
 정음에게 머리채를 잡힌 남자도 짧은 비명을 질렀다. 정음은 술 냄새를 풍기며 남자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당신 뭔데? 뭔데, 갑자기 와서, 선영···? 그런 모르는 이름 찾고 그런 건데?”
 “아, 이것 좀 놓고-”
 “말 안 하면 안 놓을 거야.”
 “지나가던 행인, 최찬혁이요! 좀 놔요! 안 그래도 없는 머리숱 더 빠지겠네!”
 “찬··· 뭐? 야, 너 나 알아? 그리고 X발, 그놈의 선영이는 또 누군데? 나 그 사람 아니라고 몇 번을-”
 “알아요! 당신이 선영이 아닌 거 다 안다고요! 근데 당장 떠오르는 이름이 그것밖에는 없는데, 어떡해요.”
 
 찬혁의 말에 정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당신, 날 막으려고······?”
 “네···. 그러니까 이것 좀 놔 봐요.”
 “못 놔.”
 “왜요?”
 “자세가 안 잡히니까. 그리고 물을 것도 더 남아 있어.”
 “이 씨-”
 
 씩씩대던 찬혁도 정음의 머리채를 잡았다.
 
 “어어? 너?”
 
 그렇게 두 남녀는 첫 만남에 난간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머리채를 잡았다.

댓글(1)

Ciaro    
이거 뭐죵? 다른 플랫폼에서 온건가요 선작되어 있는데 댓이 암것도 없네요 구매도 아무도 안하는데
2023.06.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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