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필드의 판타지스타

1화

2022.12.08 조회 68,617 추천 864


 1화
 
 
 세계 최초로 아홉 번째 발롱도르를 수상한 서태하.
 트로피를 손에 쥔 그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수상소감을 전했다.
 
 “오늘부로 은퇴를 선언합니다.”
 
 전세계 축구팬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비록 서른 세살의 나이라고는 하나 그가 누구란 말인가.
 
 축구 역사 상, 두번 다시 보기 힘든 판타지 스타!
 
 이십 대 중반까지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필드를 누비는 크랙이었다.
 그 후로는 상대의 골문에 폭격을 일삼는 골게터였다.
 그리고 지금은 천재적인 축구 지능을 활용하여 중원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선수.
 그야말로 판타지스타라는 수식어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선수다.
 
 “말도 안 돼... 벌써 은퇴라니...”
 
 그러니 서태하의 갑작스러운 은퇴선언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시상식장에 모인 선수들, 기자들 전부 다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 했다.
 
 “저는...”
 
 모두가 그의 입에 주목했고 태하는 마지막 말을 꺼냈다.
 
 “축구를 하며 즐거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
 
 
 얼마만에 타는 한국행 비행기일까.
 퍼스트 클래스에 탄 태하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스튜어디스들이 선물과 쪽지를 주고갔으나 태하는 단 한 번도 눈을 뜨지 않았다.
 마치 세상과 단절되고 싶은 것 마냥.
 
 그렇게 비행기가 이륙하고 창밖으로 구름이 보였을 때.
 태하는 눈을 떴다.
 
 ‘이십년만인가. 고향에 가는 건.’
 
 축구를 처음 시작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작은 섬마을에서 태어난 태하는 부모를 조르고 또 졸랐다.
 
 -아, 엄마! 나 축구할래! 나 축구선수 하고 싶어!
 
 섬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했던 태하의 부모다.
 넉넉치 않은 형편이었으나 결국 자식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축구하려니까 그렇게나 좋아? 정말 훌륭한 축구선수가 될 수 있겠어?
 -응! 나 꼭 국가대표 선수가 될 거야!
 
 호기로운 마음으로 태하는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비록 몸은 힘들었으나 어느 때보다도 즐거운 나날이었다.
 하지만 열정과는 달리 그의 실력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태하 이번에도 후보니?
 -...응. 아직 5학년이잖아. 6학년 되면 주전으로 뛸 수 있을거야.
 -그래. 우리 아들 힘내. 우리 아들은 잘 할 수 있을거야.
 
 결국 단 한 번도 주전으로 뛰지 못한 채, 초등학교 졸업.
 축구는 생각보다도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었다.
 특히나 재능이 없는 선수에게는 더더욱.
 
 -엄마, 나 축구화 새로 사야될 것 같은데...
 -벌써 닳았어?
 -아니, 그게 아니고... 애들이 시장에서 샀냐고 놀려.
 -....엄마랑 축구화 사러 가자. 엄마가 우리 태하 사고 싶은 걸로 사줄게!
 
 어렵사리 중학교에서도 선수생활을 이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몇 배는 폭등한 지출.
 회비, 동계훈련비, 유니폼비, 축구화비 등.
 매달 수 백만원이 드는 비용을 태하의 부모는 감당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들에게 축구를 그만두라는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식이 이렇게나 열심히 하는데 어떤 부모가 말을 꺼낼 수 있을까.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버텨보자. 뒤늦게 재능이 꽃필 수도 있겠지.’
 
 결국 태하의 부모는 한평생 해온 식당을 그만두었다.
 태하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섬을 벗어나 서울로 올라왔다.
 
 -태하 어머님?
 -아, 네. 코치님. 저희 아들 태하. 잘 부탁드립니다.
 -부탁은 말로 하는 게 아닌데요?
 -....네?
 -성의를 보이셔야죠. 성의를.
 
 육지로 나오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어쩌면 태하가 재능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부족한 거 아니었을까?
 들어보니 다른 엄마들은 코치에게 갖가지 선물을 바친다고 했다.
 그렇게해서 주전자리를 따낸다고 했다.
 
 -여보. 우리 태하.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때문에 주전으로 못 뛰었나봐요.
 -그게 무슨 말이야?
 -들어보니까 다른 엄마들은 코치에게 얼마씩 준다고...
 
 매달 수 백만원이 드는 비용.
 거기다가 플러스 알파로 코치에게 들어가는 비용.
 
 모아놨던 돈은 거진 다 떨어졌다.
 빚은 점점 더 늘어만 갔다.
 결국 태하의 아버지는 투잡을 시작했다
 
 낮에는 노가다, 저녁에는 대리기사.
 몸이 부셔질 듯 했으나 참아내야만 했다.
 누구보다도 소중한 아들의 꿈을 위한 일이었으니.
 
 -아, 엄마! 왜 여기서 일하냐고!
 -왜? 매일 얼굴보고 좋지 않니? 엄마는 태하 얼굴 맨날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은데?
 
 엄마는 학교의 일들을 도맡아했다.
 축구부의 빨래부터 식당일 그리고 청소일까지.
 돈이 없으니 성의라도 보이고자 선택한 일이었다.
 지금으로선 아들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아 진짜! 쪽팔리다고!
 
 하지만 그런 부모의 마음을 누가알까.
 여느 청소년과 마찬가지로 태하에게는 사춘기가 찾아왔다.
 좀처럼 실력은 늘지 않았고 점점 삐뚫어지기 시작했다.
 
 -야, 거지. 너네 엄마한테 양말 좀 제대로 세탁하라고 해. 아이씨, 제대로 안 빨아서 냄새나잖아.
 -이 개새끼가 뒤질라고.
 
 부모의 바램과 달리, 태하는 점점 더 엇나갔다.
 제자리인 실력. 엄마를 보며 비아냥대는 동료들.
 연습보다는 일탈을 했고 그러던 중, 파도가 밀려왔다.
 지금까지의 삶을 송두리째 집어삼키는 파도가.
 
 -서태하. 훈련 그만하고 어머니한테 가봐. 아버지... 사고났다고 하신다.
 
 갑작스러운 비보.
 밤낮으로 일하던 아버지는 결국 변을 당하고야 말았다.
 공사장에서 일어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장례식 장에서 엄마는 태하를 껴앉고 다짐했다.
 
 -아들, 걱정마. 엄마가 우리 아들 꼭 선수로 만들거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리 태하 지원해줄거야. 엄마 혼자서라도... 우리 아들 제대로 키워낼거야.
 
 하지만 비극은 한꺼번에 쏟아진다고 하던가.
 아빠의 몫까지 일거리를 늘린 어머니였다.
 새벽 식당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거리에 쓰러지셨다.
 그리고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 했다.
 결국 태하는 눈이 내리는 겨울, 부모님 모두를 여의게 되었다.
 
 -엄마... 아빠...
 
 세상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걸, 태하는 이 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철없는 행동들이 뼈저리게 후회되었고 매일 밤 죄책감에 시달렸다.
 이 때부터 태하에게 축구란 철없던 과거에 대한 복수가 되었다.
 
 -감독님, 태하 폼이 올라온 것 같은데요?
 -그러게. 꽤 하네?
 
 본인에 대한 증오가 차오를수록 태하는 훈련에 매진했다.
 심장이 터져라 뛰었고 몸이 부셔져라 연습했다.
 그랬기 때문일까.
 그저 그런 선수였던 서태하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노력이 점화 플러그가 되었고 역대급 재능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추계 전국 고등부 축구대회 MVP 동재고등학교 1학년 서태하>
 <전국 KDO컵 MVP 동재고등학교 1학년 서태하>
 <대통령배 전국 고등학교 축구대회 MVP 동재고등학교 1학년 서태하>
 
 역사의 시작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서태하는 모든 대회를 MVP로 마무리지었다.
 곧 장 해외로 진출했고 그 곳에서도 그를 막을 자는 없었다.
 
 과거가 후회될수록 점점 더 축구에만 매진한 서태하.
 그리하여 화려하게 꽃 핀 재능.
 역대 최초로 9번의 발롱도르를 수상하게 된 서태하의 과거다.
 
 “아저씨... 괜찮아요?”
 
 어느새 다가 온 꼬마아이가 의아하게 태하를 쳐다봤다.
 
 “이거....”
 
 손수건을 건넸지만 태하는 받을 수 없었다.
 흐르는 눈물이 도저히 멈추지 않았으니.
 모두가 부러워하는 인생이 되었으나 그는 여전히 후회하고 있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축구는 하지 않았을텐데.’
 
 그가 바라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뿐이었다.
 단 한 번만이라도 다시 한 번 엄마의 품에 안겨보는 것.
 목욕탕에 가서 아빠의 등을 밀어주는 것.
 엄마와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모든 걸 버릴 수 있었다.
 인생 최악의 선택은 축구를 하게 된 것이라 생각했다.
 
 “승객 여러분, 안전벨트를 매주시길 바랍니다.”
 
 그 때, 기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행기의 창문밖으로 무언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
 
 
 “여기가... 어디지.”
 
 눈을 뜬 태하는 멍하니 정면을 응시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보였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살아남은건가..”
 
 분명 무언가가 기체와 부딪쳤다.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고 비상 신호와 함께 비행기는 추락했다.
 
 근데 이게 웬 걸.
 비행기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치고는 몸이 개운하다.
 산 것만 해도 기적인데 한 평생을 달고 살았던 잔부상의 후유증도 느껴지지 않는다.
 가뿐하게 자리에서 일어섰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
 
 무언가 이상했다.
 꿈을 꾸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꼭 어디서 본 것 같은 풍경이다.
 
 “저건....”
 
 우뚝 솟아나 있는 하얀 등대.
 너무나도 낯익은 풍경이었다.
 또한 말도 안 되는 풍경이었다.
 
 “여기가 대체 어디....”
 
 심장이 쿵쾅거렸다.
 자꾸만 고향의 풍경이 떠올랐다.
 그러던 그 때,
 
 “태하야, 저녁 먹어야지.”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꿈에서 들은 것만 같은 목소리.
 아니, 꿈에서만 들을 수 있던 목소리!
 
 “......엄마?”
 
 태하는 고개를 돌렸고 저 멀리, 앞치마를 입고 있는 엄마가 보였다.
 미소와 함께 자신을 부르고 있는 엄마가.
 
 “얼른 와서 저녁 먹어. 하루 종일 놀고 배도 안 고프니?”
 “엄마.....”
 
 눈앞에는 정말로 엄마가 보인다.

작가의 말

판타지스타 Fantasista(이탈리아어)

득점력, 패스, 프리킥, 외모, 드리블, 그리고 특별함을 갖춘 선수.


댓글(66)

장금    
이번엔 부모님 지키면서 축구해라
2022.12.12 15:53
패기거북이    
9발롱 이면 메시+ 날두 합친 선수네
2022.12.17 15:18
김민주    
그치 ㅋㅋㅋㅋㅋㅋ못샹기면 판타지스타의 판도 안나오지그냥 스타지
2022.12.18 04:51
n5**********    
근대 무슨 초딩 축구에 달에 몇백이든다는거지
2022.12.23 12:42
잼있는거봄    
잍댓 알지 못하면 검색 해보지 유스 아니면 ㄹㅇ 재능충 아닌이상 합숙비 , 대회비, 하계 동계 훈련비, 감독코치 떡값 ,축구용품 등 요새는 레슨 안 시키는 사람이 거의 없다더라
2022.12.25 19:48
호롤로로로    
리메작??
2022.12.26 11:12
n5************    
잘되기를
2022.12.27 13:24
막심센세    
프로유스가 아닌이상 초딩부터 대딩까지 3억-5억까지 든다고해요
2022.12.28 13:46
Loroe    
축구 선수 키우는데 20살인가 대학까지 3억인가? 든다고 하던데 그래서 돈 없거나 재능 없으면 빠른 포기가 답임 부모들이 프로유스 보내려는 이유고
2022.12.28 19:42
하늘아래구    
무슨 초딩대회가 국대보다 더 잘하게 쓰시면 어쩌라고요 작가님 생각은 초딩보다 못한 국대?????
2022.12.28 21:30
0 / 3000

이용약관 유료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청소년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