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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2022.12.23 조회 10,107 추천 196


 [13년 동안 이렇게 모자란 저희를 아껴주신 시청자 여러분들께······ 정말 뭐라고 말씀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스마트폰 화면 속의 남자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회한이 가득한 표정으로.
 하지만 프로의식 가득한 인물인지라 얼마 안 가 밝은 척하는 방송용 얼굴을 회복했다.
 
 [그렇지만 저는 이게 참 예쁜 여행이었다고 생각을 해요. 여행이 끝나면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사실 그건 끝이 아니라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니까요. 평생 여행만 할 수는 없잖아요? 돌아온 뒤에는 이제 짐도 정리하고, 집에 쌓여 있던 먼지도 닦고, 또 다음 여행을 위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그러다 가끔 사진첩처럼 이렇게 꺼내서 볼 수 있는······ 그런 여행이었다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그럴 거거든요. 잊지 못할 행복한 13년이었습니다. 저희가 언젠가는 꼭 다시 모여서, 시즌2로 인사를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 노력은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
 종영일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현되지 않았으니, 앞으로는 가망이 없다고 봐야 할 일.
 출연진과 제작진을 비롯해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의 사정이 얽힌 문제라 누굴 탓할 수도 없다.
 그저 마음만 갖고 이뤄지는 일은 없다는 방증일 뿐이었다.
 
 그걸 잘 알고 있음에도 괜히 아쉬워지는 것은, 내가 그 제작진 중 한 명이었기에.
 시즌2를 위해 애썼지만 실패한 당사자인 까닭이다.
 그래서 부끄럽게도 눈시울이 붉어지려던 차에, 침실의 문이 열리고 아내가 고개를 내밀었다.
 
 “또 그거 보고 있어?”
 “어, 그냥 뭐.”
 “그럴 시간에 컨텐츠나 고민해야 되지 않아?”
 “일 얘기는 하지 말자.”
 “뭘 하지 마? 조회수 점점 떨어지는 거 다 보이는데.”
 “······나 편의점 갔다 올게.”
 “또 또 도망친다. 당신은 항상 그런 식이지?”
 “진짜 뭐 사 올 거 있어서 그래.”
 “분리수거나 들고 가. 돈 못 벌면 그런 거라도 해라 좀.”
 “······그래.”
 
 아내는 나쁜 사람은 아니다.
 열 살도 넘게 나이 차이 나는 내 프로포즈를 받아줬던 것도 그렇고, 돈 잘 못 벌어오는 남편을 향해 빈정거리는 수준에서 그쳐주는 것도 그렇고.
 그 정도만 해도 요즘 세상에선 꽤 괜찮은 결혼생활 아닌가 생각하며 패딩을 걸쳤다.
 
 우리 내외가 사는 곳은 파주시의 오래된 아파트로, 당연히 만족스럽게 선택한 곳은 아니고 지상파 3사 중 가장 박봉인 MBS의 PD로서 어쩔 수 없이 내렸던 선택.
 계약금 받으며 회사 옮긴 직후에는 고금리 시대라서 더 좋은 곳으로 이사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 뒤로는 실적이 잘 안 나 근근이 버티기나 했고.
 그런 탓에 머물게 된 지역이지만 서울과 달리 편의점에서 소주 병나발 불어도 괜찮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렇게 10분쯤 걸어가 찾아간 편의점에는 선객이 있었다.
 노숙자인 듯 일용직인 듯 초라한 차림의 노인.
 가을밤 날씨가 춥지도 않은지 외부 테이블에서 소주를 들이켜던 그는, 날 보고는 문득 알은체를 했다.
 
 “응? 내가 아는 얼굴인데?”
 “······저요?”
 “어, 그쪽. <형제의 도전> 안 나왔었나?”
 “아, 예. 뭐······ 한 번 나왔었는데요.”
 “그게 레전드였잖어? 그치?”
 
 레전드라고 불릴 만한 일이긴 했지.
 막 입사한 PD답게 젊은 혈기로 뛰어다닌 게 우연히 상황이 맞아떨어져 명장면이 돼버렸다.
 그때 뱉었던 말이 종영 직전의 마지막 유행어였기도 해서, 팬들에게는 최후의 불꽃이라 회자된다는 듯했다.
 
 “예.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 뭘. 이렇게 만나니까 반갑네. 같이 한잔 하겠어?”
 
 정말 뜬금없는 제안.
 나 어렸을 시절에는 종종 있었을지도 모를 합석이지만, 타인에 대한 거리감이 심화된 2027년 현재는 황당한 소리다.
 그러나 이 편의점의 외부 테이블은 하나.
 알바 눈치 보며 안에서 마시기는 애매해서, 마침 잘됐다 하며 소주와 육포를 사 들고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래, 거기 앉어. 가만······ 그 <형제의 도전>은 쫑이 났고, 요새는 뭐 하나? MBS 다른 프로그램 하고 있나?”
 “아뇨, 이직했습니다. 요새는 유튜브 쪽으로 하고 있어요.”
 “유-튜브? 그거 좋지, 유-튜브. 거기선 어떤 거 했는데?”
 “그냥 뭐······ 그냥 이런저런 거 합니다. 아직 대표작은 없어요. 앞으로 잘해봐야죠.”
 “어, 그래. 역시 유명한 방송인이라 그런지 마인드가 좋네. 그러면 내 잔 하나 받어. 자······ 첫 잔은 원샷, 알지?”
 
 생긴 건 80대 노인인데 나이답지 않은 소리를 한다.
 백세시대답게 젊게 사는 축인 모양.
 가만 보니 얼굴 역시 수염만 덥수룩할 뿐 제법 멀끔하다.
 그런 사람이 왜 혼자 편의점에서 병나발을 불고 있었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지만, 남의 사정에 입 대지 않는 성격인 탓에 질문이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이번엔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그래. 내가 유명한 PD 양반 술을 다 받아보네. 그러면 그 뭐야, 그 프로 시즌2는 언제 하나?”
 “어떤······ 아, <형제의 도전>이요?”
 “어, 그래. 그거 그거.”
 “그야 못 하죠. 원년 멤버들 나이도 나이고, 이제는 뭐 추억해주는 팬들도 얼마 없으니까요.”
 “없기는 왜 없어? 나만 해도 기억을 하는데.”
 “그냥 기억하는 사람들이야 많겠지만, 그게 시청률로 돌아올 만한 화제성은 못 된다는 겁니다. 유튜브에서 멤버들 서너 명씩 뭉쳐도 조회수 백만 나올까 말까예요.”
 
 그게 2027년 현재의 진실.
 한때 멤버 두 명만 모여도 500만뷰는 먹고 들어갔던 <형제의 도전>이지만, 이제는 그것도 옛말이다.
 그 시절을 추억하는 팬들이 다들 공사다망한 나이가 된 탓.
 어찌어찌 시즌2를 만든다고 해도 노력과 출연료에 합당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을 터였다.
 
 물론 그게 외부인에게 굳이 떠들 건 없는 이야기인데······
 저 정도 노인이면 커뮤니티에 댓글을 달거나 하진 않겠지.
 혼자 편의점에서 병나발 불던 거 생각하면 지인도 많이 없는 인물 같아서, 마음 답답하던 차에 마침 잘됐다 싶어 속 얘기를 털어놓게 됐다.
 
 “진짜 시즌제로 간다면 단발성 13회 편성은 가능하겠죠. 넷플릭스나 디즈니 쪽 업고 MBS하고 협상해서 동시편성으로 가면, 꽤 괜찮은 프로그램 나올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서로 케미 다시 맞출 시간도 없어서 그냥 추억팔이만 하는 걸로 끝일 거예요.”
 “그래······ 그렇구만. 아쉽네. 그게 참 재밌었는데.”
 “예, 재밌었죠.”
 “PD 양반은 어떤 특집이 제일 기억에 남어?”
 “만든 것 중에서요? 아니면 본 것 중에서요?”
 “본 것 중에서. 만든 건 몇 편 안 될 거 아냐?”
 “그렇긴 하죠. 저는 밴드 특집이 제일 재밌었습니다. 락페스티벌 나가서 관객들 만난 장면은, 진짜 짜릿하더라고요.”
 “그래, 그거 좋았지. 다들 참 노력을 많이 했어. 악기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제법 들어줄 만했었지.”
 “락 좋아하시나 봅니다?”
 “락 좋아하지. 지금도 종종 들어. 여기 사람들은 모르는 노래겠지만, <사진 속의 너에게> 같은 거.”
 
 처음 들어보는 곡명이다.
 나름 락키드였던 내가 모르는 한국 락을 즐겨 들을 정도라면, 상당히 매니악한 취향을 가졌다고 봐야 할 일.
 눈앞의 노인이 차츰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다시 한 잔 올리겠습니다.”
 “그래, 그래. 아주 예의가 바르구만. 유-튜브 일은 어때?”
 “그냥 그렇죠 뭐. 이것저것 시도하고, 접고, 또 시도하고요.”
 “방송국 다니던 때하고는 좀 다르지?”
 “예.”
 “그래, 그럴 거 같어.”
 “······유튜브도 자주 보시나 봅니다?”
 “종종 보지. 아무튼 업무 만족도가 크지는 않은 눈치야?”
 “아, 예. 그냥 뭐······ <형제의 도전>이 좋아서 PD 지망하게 됐었으니까요. 미련이 남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러면 이직을 하지 말지 그랬어?”
 “어쩔 수 없었죠. 시대가 변했으니까요. 옮기면 계약금 5천 주겠다고 그러는데······ 당장 방송국 안에서 뚜렷하게 비전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바로 OK 하게 됐던 겁니다.”
 
 노인은 신기한 인물이었다.
 나이대를 생각하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일 텐데도, 당시 내 속을 다 안다는 양 고개를 주억거리며 또 한 잔을 따라주더라.
 그러면서 관계자가 아니면 짚기 힘든 지점까지 거론했다.
 
 “혹시 건 바이 건이었나? 프로그램 잘되면 인센티브로 많이 받는. 그런 차이점 때문에 이직한 경우도 많다던데.”
 “아······ 예. 다 그런 건 아닌데, 제가 들어간 제작사는 건 바이 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잘만 만들면 큰돈 만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죠.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차라리 방송국에서 월급 꼬박꼬박 받는 게 나았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요.”
 “에이. 일이 잘됐으면 후회는 안 되지 않았겠어?”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아닐 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아쉬워요. 혹시 잘돼서 돈 좀 만졌다고 해도······ MBS에서 계속 예능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그 생각은 계속 났을걸요.”
 “아하.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 거구만. 또 다른 건 없어?”
 “다른 거야 뭐, <형제의 도전> 폐지죠.”
 
 객관적으로는 후회할 이유가 없는 일이다.
 ‘형도’의 종영은 내가 입사한 지 고작 4개월쯤 지났을 무렵에 결정된 사안이니.
 당시 신입PD 중 한 명에 불과했던 내가 종영이라는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으리라.
 그럼에도 자꾸만 안타까워지고 마는 기억이었다.
 
 “계속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건 뭐 이쪽 얘기라 궁금하시진 않겠지만, 잘만 하면 종영이 아니라 잠깐 휴식기 갖고 다음 시즌 이어가는 것도 가능했을 상황이었거든요.”
 “아, 그랬어? 그러면 후회될 만도 하네. 우리 PD 양반 입장에선, 1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그렇겠어?”
 
 유행하는 픽션 같은 이야기다.
 시간을 돌려 과거를 바꾼다는 이변이 워낙 만인의 로망 같은 소재인지라, 소설이고 영화고 드라마고 회귀물의 인기는 사그라질 줄 몰랐다.
 이뤄질 가망이 없음을 알기에 더 매달리게 되는 희망사항.
 나 역시 그런 일반론과 다르지 않은 후회의 중년이었다.
 
 “예. 돌아가고 싶죠. 사람 마음 다 그렇지 않겠어요?”
 “헌데 PD 양반 말대로 과거로 가서 다음 시즌으로 이어간다고 해도, 시청률이 쉽게 반등하진 않지 않았겠어?”
 “······그렇죠. 그런데, 혹시 이쪽 일 하셨었습니까?”
 “일은 아니고 관심이 있었지. 재밌게 보는 방송이었으니까.”
 “예······. 말씀하신 대롭니다. 원년 멤버 이탈하고 제작PD 바뀌고 그러면서 하락세 탄 지도 오래였었고, 총괄PD님이 이직하실 예정이었기도 해서, 그냥 그대로 간다고 잘될 건 아니었죠. 예능이란 게 추억만으로 흥행할 순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10년 전으로 돌아간다고 다 되진 않겠지. 어찌 보면 참 짧은 기간이니까······ 다른 뭐가 필요하지 않겠어?”
 “글쎄요. 하지만 미래를 알면 좀 다를 것 같기도 해요. 시청자들이 뭘 싫어하고 뭘 좋아할지를 알 거 아니에요? 거기서부터 변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
 “혹시 초능력 같은 건 필요가 없나? 염동력이나 독심술이나, 뭐 그런 거.”
 
 여든은 되어 보이는 노인이 판타지 영화에 나올 법한 소리를 하는 상황은, 객관적으로는 영 우스꽝스럽기만 한 그림.
 하지만 그 말을 하는 표정이 대단히 진지하다.
 자연히 내 쪽에서도 신중히 고민해보게 됐다.
 
 초능력이 있다면 참 좋긴 하겠지.
 염동력으로 돌림판이나 제비뽑기 결과를 바꿀 수 있다면?
 그러면 꽝손 금손 캐릭터를 마음대로 만들어내는 건 물론이고, 운적인 측면에 크게 기대는 특집 포맷을 도전적으로 추진해도 별다른 리스크가 없으리라.
 반면에 생각을 읽는 능력이 있다면 제멋대로인 게스트들 컨트롤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고.
 
 실제로 그런 망상을 종종 했었다.
 예능 PD로서 현실에 치이다 보면 자연스레 생기는 바람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치기 어린 생각일 뿐이었다.
 
 “초능력······ 예. 그런 건 필요 없죠.”
 “왜? 그런 게 있으면 프로그램 만들 때 좋잖어?”
 “좋긴 한데, 의미가 없습니다. 리얼이 아니니까요.”
 “리얼이 아니라서 의미가 없다?”
 “예. 예능이라는 게 보통 오락 프로그램을 말하는 건데, 저희 쪽에선 주로 리얼 버라이어티를 지칭하는 말이거든요.”
 “알지, 알지. 그 말이 <형제의 도전>에서 처음 나왔잖어.”
 “아시네요. 저야 그때는 시청자 입장이긴 했었는데, 그래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념입니다.”
 “그런데 그건 대본 없이 촬영한다는 그런 뜻 아닌가?”
 
 단순하게 말하자면 그 정도의 의미.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깊은 표현이었다.
 
 “정확하게는······ 사람입니다.”
 “사람?”
 “예. 제작진의 기획을 통해서 꾸며진 방송용 인격이 아니라, 출연진이 갖고 태어난 본모습을 보여준다는 거죠.”
 “그렇다기에는 캐릭터쇼 같은 것도 많이 하지 않았어?”
 “그런 기믹까지도 포함입니다. 스스로 구상한 캐릭터라면 리얼이죠. 제작진은 딱 판만 깔아주고, 그 안에서 등장인물들이 자기 자신의 예능감을 펼치게 하는 방송. 그게 리얼 버라이어티의 진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아하. 그래서 초능력은 필요가 없다? 말하자면, 남이 만들어준 곡만 부르는 그룹사운드를 락밴드라고 불러주기는 힘들다는, 그런 관념이라고 할 수 있겠네?”
 “······예. 정확한 비유네요. 그게 리얼 버라이어티가 사랑받았던 이유예요. 동시에 출연진의 변화나 실제 인간관계 문제가 프로그램의 재미를 좌우해버렸던 이유기도 하고요. 그런 약점 때문에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친밀한 멤버들이 즉흥적으로 만들어가는 쇼의 파괴력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관찰예능 따위랑은 비교가 안 되죠.”
 “그렇지. 관찰예능이 걸만 나오는 윷이라고 한다면은, 리얼 버라이어티는 모나 도만 나오는 윷이라고 말해도 되겠네.”
 
 과거 MBS 예능본부장 상대로 떠들었던 일장 연설을 재탕한 이야기였는데, 노인은 그것까지도 잘 알아들은 눈치.
 그리고는 신이 난다는 듯 손뼉을 쳤다.
 
 “좋아, 좋아. 이거 재밌네. 고작 10년의 회귀에 초능력도 필요가 없다라. 어찌 이런 호구 같은 계약이 다 있누.”
 “예? 무슨 말씀이신지······?”
 “PD 양반은 세상에 신이 있다고 믿나?”
 “아······ 그쪽이셨구나. 죄송한데, 전 예능신밖에 안 믿습니다.”
 “그래서 지금 만났잖아? PD 양반은 복 받았어. 예능신이 보우하사, 내일부터는 제법 재밌는 삶을 살게 될 거야. 사람을 보여주는 예능? 한번 잘 만들어봐. 모가 뜰지는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소리를 한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껄껄 웃으며 멀어지는 그를 나는 붙잡을 수 없었다.
 반응하기 힘든 급전개였던 데 더해, 연장자가 따라주는 족족 마시다 보니 어느새 술기운이 꽤 오르기도 했었기에.
 그저 얼떨떨하게 남은 술잔 비우고 귀가했을 따름이었다.
 
 그가 말한 ‘내일’이 돼서야 알 수 있었던 거지.
 내가 정말로 예능신을 만났던 것임을.
 
 2017년 10월 31일.
 이튿날 내가 겪게 된 현재는, 10년 전의 과거였다.

댓글(25)

누룽지사탕    
와.. 글을 보고 이런 느낌이 들 줄은 몰랐는데.. 프롤로그 겁나 잘 빠진 것 같네요…
2022.12.23 22:32
비벗    
좋게 봐주셨다니 기쁘네요!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2022.12.24 19:41
하무린    
잘 보고 가요^^
2023.01.03 21:07
비벗    
감사합니다 ^^
2023.01.06 18:49
고지라가    
아내는 어쩌구요????
2023.01.09 12:37
이어흥    
재밌네요
2023.01.10 21:00
Powerpuff    
깔끔한 도입부네요. 기대갖고 따라가 봅니다.
2023.01.12 00:45
Lafayette    
잘 보고갑니다
2023.01.12 07:48
북두협객    
초능력하나는갖고가야죠
2023.01.24 08:43
응아랑    
기대감이 생기는 글의 시작이네요
2023.02.09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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