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미친 재능의 한국인, 축구의 신이 되다

1화

2023.01.24 조회 58,034 추천 593


 1.
 
 
 신이 내린 재능. 천재.
 
 수많은 ‘제2의 호나우두’ 중, 가장 그와 근접했던 남자.
 
 바르셀로나의 희망. 메시 이후 최고의 재능.
 
 프리메라리가 득점왕이자 발롱도르 수상자.
 
 루카스 베니시우.
 
 [ 루카스 베니시우, 바르셀로나와 동행 이어가나? ]
 [ 수술 결과는 “긍정적.” 재계약 여부는? “글쎄.” ]
 [ 바르셀로나 알레마니 단장 “안타까운 일. 하지만 재계약 의사는 없다.” ]
 ㄴ [ 루카스 베니시우, 사실상 방출 확정. ]
 
 오늘, 그는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그것도, 인터넷 기사를 통해서.
 
 “하아······.”
 
 절로 한숨이 나왔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루카스는 허탈한 심정으로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일몰이 빨갛게 몰려오고 있었다.
 
 
 **
 
 
 루카스는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호시냐(Rocinha)에서 태어났다.
 
 그는 거의 고아나 다름 없었다. 어머니는 그를 낳다가 죽었고, 아버지 역시 그가 태어난 지 반 년도 되지 않아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다.
 
 다른 가족이 없던 그는 자연스럽게 보육원에 맡겨졌다.
 
 보육원 ‘천사의 집’은 매우 열악한 곳이었다. 최소한의 식사와 보금자리를 제공해주는 곳이었지만, 그 최소한조차 보장할 수 없었다.
 
 다행히 루카스는 축구를 잘했다.
 
 공부를 잘해도 굶어 죽을 수 있지만, 축구를 잘하면 굶어 죽을 일이 없는 나라가 브라질이었다.
 
 길거리 축구에 ‘용병’으로 뛰며 빵을 벌었고, 가끔 같이 경기를 뛴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지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호시냐 일대에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가 되자 플라멩구 쪽에서 입단 테스트를 먼저 제안해 왔다.
 
 입단 테스트 현장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루카스는 본인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유소년들을 모두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유소년 코치뿐 아니라 성인팀 코치와 감독마저 넋을 놓고 루카스의 플레이를 바라보았다.
 
 “루, 루카스라고 했지? 혹시 우리 팀 말고 다른 팀에서 연락온 거 있어?”
 “아뇨.”
 “그럼 우리랑 계약하자. 뭐 원하는 거 있어?”
 
 유소년 계약 담당자는 몸이 달았다. 그런데 루카스의 입에선 전혀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먹을 건 많이 주나요?”
 
 그날 루카스는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입단 테스트를 추진했던 유소년 스카우트는 그날 바로 거액의 재계약을 맺었다.
 
 그 뒤론 일사천리였다.
 
 루카스의 재능은 진짜였고, 그는 매년 팀의 유소년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이를 단순히 ‘재능’ 하나로 치부하자면 루카스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천적으로 왜소한 체형이었던 그는 먹고 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노력했기 때문이다.
 
 “루카스. 넌 그렇게 먹는데 왜 살이 안 찌냐?”
 “훈련을 열심히 하잖아.”
 
 사실, 먹는 것을 줄이진 않았다.
 
 어쨌거나 이러한 뛰어난 활약에 힘입어 그는 프로 계약으로 전환하였고, 이후 2년 동안 88경기 114골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유럽에서 이러한 활약을 가만히 두고 보고 있을 리 없었다.
 
 [ ‘제2의 호나우두’를 노리는 유럽 구단들. ]
 ㄴ [ 도르트문트, 살케04, 마요르카, 바르셀로나 관심. ]
 
 세계 유수의 구단들이 접촉을 해왔다. 루카스는 그중에서 가장 많은 급료를 제시한 FC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보얀 정도만 되어도 감지덕지지.’
 
 당시 바르셀로나 감독이었던 차비 에르난데스는 이 17살짜리 브라질리안에게 그리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고 할지라도 데뷔 시즌엔 그리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메시조차도 프로 첫 시즌에는 리그 한 골밖에 넣지 못했었으니까.
 
 하지만······.
 
 [ 루카스 데뷔골+멀티골. 역대급 데뷔 경기 ]
 [ ‘충격적 데뷔’ 30m 단독 드리블 돌파 후 득점 기록한 루카스 베니시우 ]
 
 루카스는 데뷔 경기부터 미친 활약을 보였다.
 
 이에 스페인, 아니 전 세계가 그를 주목했다. 특히 수비수 다섯 명을 제치고 넣은 추가 골 장면은 유튜브 업로드 이틀 만에 조회수 180만을 기록할 정도.
 
 [ 호나우두의 재림, 혹은 메시의 재림. 데뷔전부터 미친 활약 보인 신입생 ]
 [ 현재 전 세계가 루카스 베니시우에게 주목하는 이유 ]
 
 이후 루카스는 이러한 관심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미친 활약을 이어갔고, 결국 이적 첫해에 리그 득점왕과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프리메라리가 36경기 42골.
 코파 델 레이 4경기 6골.
 챔피언스리그 9경기 13골.
 
 단일 시즌 임팩트로는 이미 호나우두를 뛰어넘을 정도의 활약을 보인 것이다.
 
 [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응급실행. ]
 ㄴ [ 슬개건 부분 파열 판정. ]
 
 단,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는 굳이 출전하지 않아도 되는 리그 마지막 경기에 출전했다가, 첫 무릎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 복귀 경기에서 다시 무릎 부상으로 실려 간 루카스. ]
 
 그리고 이 부상은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 부상 부위는? 또 무릎. ]
 [ 이번엔 ‘완전 파열’, 1년 이상 장기 재활 불가피 ]
 
 부상, 또 부상.
 
 [ 벌써 세 번째. ‘역대급 신인 포스’ 내뿜던 루카스를 괴롭히는 슬개건의 정체는? ]
 
 그중에서 가장 심각하면서 또 많이 겪은 부상이 바로 슬개건 부상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었다.
 
 루카스는 키가 작았다. 몸도 왜소한 편이었다.
 
 반올림을 한 수치가 겨우 166cm였고, 체중은 65kg를 넘기지 못했다.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해도 허벅지를 제외하곤 근육이 붙지 않았다.
 
 그렇기에 본인의 부족한 신체 조건을 순간 가속과 급격한 방향 전환 등의 플레이로 극복하려 했는데, 이것이 슬개건의 무리한 사용으로 이어진 것이다.
 
 ‘만약 내가 좋은 신체 조건으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루카스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따끔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비록 아무 의미가 없는 상상이지만 말이다.
 
 
 **
 
 
 “하아······.”
 
 그리하여 지금 이 순간, 루카스는 본인의 재계약 불발 소식을 보는 중이었다.
 
 그는 허탈한 듯 심정으로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가 앉아 있는 곳은 자동차 안.
 
 하필이라고 해야 할지. 해가 지는 시각이라 창문과 앞 유리창으로 일몰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 때문에 지금 그는 허탈함을 넘어 처량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 어쩔 수 없었겠지.’
 
 다만 허탈한 심정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제법 덤덤하게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 보드진의 입장이 이해되었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계약 기간 중 절반 이상을 침대 위에서 보낸 루카스였다. 총 8년 동안 온전히 시즌을 소화한 건 2년 정도에 불과했다.
 
 어떻게 보면 재계약을 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아. 루카스는 한 번 더 한숨을 내쉬곤 무릎 위 노란색 봉투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의사 소견서가 들어 있었다.
 
 [ Parc de Recerca Biomédica de Barcelona - Dr. juan diego ]
 [ St. Josemaria Ecrivá de Balaguer – Dr. james garcia ]
 
 의사 소견서는 한 장이 아닌 여러 장이었는데,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격렬한 운동을 소화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에둘러 표현하긴 했으나 이들이 말하는 바는 분명했다.
 
 더 이상 축구를 할 수 없다.
 
 은퇴.
 
 ‘내가 은퇴를 해야 한다고? 내가······?’
 
 재계약 불발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은퇴는 달랐다.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 골목길에서 우연히 주운 고무공을 처음 찬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는 단 한 번도 축구가 싫었던 적이 없었다.
 
 딱 맞는 축구화를 신었을 때 발등을 감싸는 기분 좋은 조임. 바닥에 착지할 때의 촉감.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함성, 귓가를 스치는 바람. 골을 넣었을 때 상대 수비수의 망연자실한 표정.
 
 동료와의 하이파이브.
 
 언론과의 인터뷰. 티브이에서 그 인터뷰를 보는 것.
 
 그는 여전히 이 모든 것을 사랑했고, 아직 이것들과 이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만약 내가 좋은 신체 조건으로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루카스는 다시 아무 의미 없는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왜소한 몸으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무릎에 무리가 가는 플레이를 하지 않았더라면······.’
 
 수많은 ‘만약’이 떠올랐다. 그러나 의미 없는 망상을 한 뒤가 대개 그렇듯, 루카스는 견딜 수 없는 허탈함을 느꼈다.
 
 ‘이 저주받은 몸뚱이만 아니었더라도······.’
 
 생각이 거기까지 다다랐을 때, 눈물이 맺혀 시야가 흐려졌다.
 
 차에 타고 있었기에, 루카스는 습관적으로 와이퍼를 켰다.
 
 “아.”
 
 그러다 뒤늦게 본인이 멍청한 행동을 했다는 걸 깨닫고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 헛웃음이 현실감을 일깨워 주었다.
 
 ‘가자.’
 
 슬픔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뭐라도 해야 한다.
 
 루카스는 자기 암시를 하듯 중얼거렸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에도 어려울 거라고? 웃기지 마라. 내가 증명해 내겠다. 앞으로 무릎이 몇 번이나 더 박살이 나더라도, 박살이 나다 못해 아예 가루가 되더라도 뛸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차를 출발하려는데.
 
 “어?”
 
 조금 전까지 눈물을 흘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일몰 때문일까.
 
 시야가 명확하지 않았다.
 
 흐릿한 것 같기도 했고, 빛이 너무 과하게 노출되는 것 같기도 했다.
 
 뭐가 이상한데. 심상치 않은데. 왜 이러지? 불안한 와중에 시야는 더욱 흐릿해졌고······.
 
 삐-이.
 
 루카스는 갑작스러운 이명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
 
 
 몇 시간 뒤······.
 
 거울을 보며 루카스는 멍하니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어, 어어······.”
 
 기껏해야 16~17살 정도로 보이는 앳된 얼굴.
 
 “이게, 정말 나라고······?”
 
 못해도 185cm는 되어 보이는 낯선 남자가 거울 안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가의 말

* 와이퍼씬은 제가 좋아하는 프랑수아즈 사강 작가의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오마주입니다. 헤헤.

댓글(39)

CENTER    
쪽지보고 왔습니다 신작 축하드립니다
2023.01.25 12:26
kangyou    
항상 감사합니다! :D
2023.01.25 12:37
각키    
신작 축하드려요!! 바르카벌레들은 원래 방출을 신문찌라시로하는 쓰레기들임..퉤!!
2023.01.25 13:55
영점    
선작 쪽지 받고 왔습니다. 신작 축하드리며 따라가겠습니다.
2023.01.25 14:15
헤헴이    
건필하세요!
2023.01.26 12:58
애들은가라    
건투를 !
2023.01.29 12:08
fe******    
재밌어요 잘 보고갑니다
2023.01.30 09:25
푸른평원    
잘 보고 갑니다.
2023.01.30 11:33
성호신    
바르샤 메시 버린거 진짜 충격 연봉을 줄이겠다고까지 했는데
2023.02.13 23:53
넌아니야    
축구 그잡체.. 기대하면서 볼께요.. 리그 평균100골은 넣어주겠군.. 재밌겠다
2023.02.14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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