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마운드의 폭군이 되었다

001화_프롤로그

2023.03.28 조회 50,831 추천 690


 시즌 끝나고 들린 구단 사무실.
 운영팀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현아. 미안하다.”
 
 그 말과 함께 내 야구 인생은 끝났다.
 
 아마 10년. 프로 12년.
 장장 22년 동안 지리멸렬하게 이어진 내 야구 인생이.
 
 프로에서 12년 살아남았으면 괜찮은 거 아니냐고? 전혀 아니다.
 
 풀타임으로 뛴 건 고작 2년뿐.
 
 6년은 수술 및 재활로 날렸고 마지막 해에는 간신히 2군 마운드에 올랐으나 최고 구속은 고작 129였다.
 
 내 전성기는 신인이었던 20살 때.
 214.1이닝 211K ERA 2.48 20승 6패로 트리플 크라운은 물론이고 골든글러브에 리그 MVP까지 받았다. 신인왕도.
 
 심지어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부산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그것도 옛날 일.
 거울 앞에 서자 수많은 수술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21살
 미국에서 첫 번째 토미 존 수술.
 오른쪽 손목 인대를 활용.
 
 24살
 미국에서 두 번째 토미 존 수술.
 왼쪽 손목 인대를 활용.
 
 26살
 한국에서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29살
 일본에서 세 번째 토미 존 수술.
 다리의 오금 부위 인대 활용.
 
 아마 시절부터 프로까지.
 미칠듯한 혹사 끝에 남은 건 오른쪽 어깨를 뒤덮은 수술 자국밖에 없었다.
 
 까드득.
 
 소주를 병째 마시며 리모컨을 들었다.
 
 【네. 오늘 부산 드래곤즈가 1차 방출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 임도현 선수죠?】
 【그렇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그러니까 2025시즌 신인왕이자 트리플 크라운에 리그 MVP였습니다. 드래곤즈의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자 MVP기도 했고요. 특히 강 위원님은 당시 드래곤즈 투수 코치셨습니다. 가슴 많이 아프시겠어요.】
 
 그 말에 강호진은 고갤 끄덕였다.
 
 【네 안 그래도 연락했습니다. 괜찮냐고. 참 성실하게 뛰었던 선수라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재활도 묵묵하게 잘 이겨냈는데.】
 
 씨발놈. 지랄하고 있다.
 뭐? 가슴이 아파? 괜찮냐고? 심지어 문자 보냈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20살 시즌 막판에 팔이 뻐근하다고 하니까 뭐랬더라.
 
 젊으니까 그 정도는 이겨낼 수 있다고? 조금만 더 버티면 포스트시즌 갈 수 있다, 우리를 실망 시키지 말라고?
 
 생각해보면 저놈 말고도 많았다.
 
 야구부 생사가 걸렸다며 굴리던 감독
 
 재활 중인데도 사사건건 간섭한 감독에 내 투구폼을 건드리던 코치들까지.
 
 또 내 재산만 노렸던 개새끼들까지.
 
 “······씨발.”
 
 욕이 튀어나왔다.
 
 워낙 급하게 마신 탓일까.
 머리가 빙글빙글 돌며 잠이 몰려왔다.
 
 장식장의 트로피들을 보며 비웃었다.
 
 만약 옛날로 돌아가면 내 어깨를 절대 바치지 않으리라.
 
 철저하게 내 이득만 챙길 거다.
 내 멋대로, 내 마음대로.
 
 몇 번이고 다짐하며 정신을 잃었다.

댓글(29)

fe******    
잘보고갑니다
2023.03.28 17:47
최동훈    
부산 유사야구단이 또 사고치나요
2023.04.11 03:01
꼬물로봇    
염종석
2023.04.11 13:36
대한혼    
리메네요
2023.04.11 14:20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3.04.11 17:22
김영한    
어우.. 또 고구마 스타트??
2023.04.14 15:04
물물방울    
그렇게해서 회귀트럭도 없이 마구마구 회귀를 하는군요. 그리고 연재시작을 축하합니다. 시작은 미미해도 끝은 창대하리라.
2023.04.14 15:15
적일명    
토미존서저리는 팔꿈치에하는건데 왜 수술자국이 어께에? 1화부터 쎄한데 조금더 봐봅니다 일단
2023.04.14 16:50
묘한인연    
들린//들른
2023.04.14 20:45
st*******    
그냥 전작이랑 뭐가 다름
2023.04.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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