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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한 던전으로 사상 최강 1화

2023.04.20 조회 719 추천 3


  포식한 던전으로 사상 최강 1화
 
 
 
 
 
 
 
 
 
 
 
 
 
 
 
 
  로데오 사거리에 주점이 새로 생겼다.
 
 
 
 
 
  <신장개업! 오늘만 다 공짜!>
 
 
 
 
 
  쿵작쿵작-
 
 
 
 
 
  가게 입구는 흥겨운 음악과 행사 도우미들의 이벤트로 시끌벅적했고, 홀 안은 공짜 술 마시러 몰려온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창가에 길게 깔아 놓은 테이블에는 맛깔스러운 무료 안주가 뷔페식으로 잔뜩 쌓여있고, 10대나 설치해 놓은 생맥주 기계는 레버만 당기면 맥주가 무한정 쏟아져 나왔다.
 
 
  오늘만큼은 이곳이 주지육림이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다.
 
 
 
 
 
  “형! 건우 형!”
 
 
 
 
 
  누군가 큰 소리로 가게 입구에 서 있는 남자를 불렀다.
 
 
  그러자 훤칠한 외모의 남자가 고개를 돌리며,
 
 
 
 
 
  “왔냐?”
 
 
  “형, 개업식 너무 거하게 하는 거 아냐?”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오늘 공짜로 쏘는 술값만 해도 수억 깨지겠는데.”
 
 
  “뭔 수억씩이나, 너도 어디 자리 잡고 한잔하고 있어.”
 
 
  “알았어, 개업 축하해!”
 
 
 
 
 
  건우는 가게 입구에서 손님을 맞으며 틈틈이 홀, 바, 화장실을 바쁘게 오갔다.
 
 
  안주는 안 떨어졌는지, 생맥주 기계는 잘 작동되는지, 손님들 분위기며 화장실 청결 상태까지 사장답게 꼼꼼히 점검했다.
 
 
  그러다 홀 귀퉁이에 의자를 놓고 올라서서는,
 
 
 
 
 
  “손님 여러분! 잠시만 주목해 주세요!”
 
 
 
 
 
  그러자 가게 안 모두가 그를 쳐다봤다.
 
 
 
 
 
  “안녕하세요, 제가 여기 사장입니다! 오늘 저희 가게를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차려 놓은 건 별로 없지만, 많이 드세요! 그리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의 훈훈한 외모와 서글서글한 웃음, 특히 나지막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는 손님들에게 호감을 주기 충분했다.
 
 
 
 
 
  휘이익-
 
 
 
 
 
  건우의 인사에 여기저기서 휘파람을 불었다.
 
 
 
 
 
  “잘생겼다!”
 
 
  “사장님, 잘 먹을게요!”
 
 
 
 
 
  의자에서 내려와 사람들 가득한 100평 규모의 홀을 바라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장사 밑천 만들려고 공사판이며 가리지 않고 일했던 3년, 그리고 노점 장사부터 시작해서 또 3년···.
 
 
  여기까지 오는 데 정말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건우는 주먹을 굳게 쥐었다.
 
 
 
 
 
  .
 
 
  .
 
 
  .
 
 
 
 
 
  밤은 깊어가고,
 
 
  가게 안 분위기는 공짜 술과 주머니 사정 빤한 젊은 손님들이 어우러져 최고치에 달했다.
 
 
  그때였다.
 
 
 
 
 
  촤앙-
 
 
 
 
 
  홀 중앙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빛의 기호들이 생겨나 열을 맞춰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이것 역시 개업 이벤트를 위한 홀로그램쯤으로 여겼을 거다.
 
 
  그런데,
 
 
  어-
 
 
  사람들이 그걸 보고는 겁에 질린 눈으로 뒷걸음질 쳤다.
 
 
 
 
 
  우웅- 우웅-
 
 
 
 
 
  처음엔 손바닥만 한 크기로 뱅글뱅글 돌던 기호들의 반경이 금세 1m 정도로 커졌다.
 
 
  그리고,
 
 
 
 
 
  팟-
 
 
 
 
 
  눈부신 빛을 발산하며 ‘그것’이 생겨났고,
 
 
  다음 상황은 뻔했다.
 
 
 
 
 
  “게, 게이트다!”
 
 
 
 
 
  혼비백산.
 
 
 
 
 
  “엄마야!”
 
 
 
 
 
  우당탕-
 
 
 
 
 
  갑자기 생겨난 게이트에 놀라 도망치는 사람들 때문에 테이블과 의자가 쓰러져 나뒹굴었다.
 
 
  앞다퉈 가게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사람들로 출입문은 병목 현상이 일어났다.
 
 
  급기야,
 
 
 
 
 
  와장창-
 
 
 
 
 
  누군가 밖으로 탈출하기 위해 가게 유리창을 부쉈다.
 
 
 
 
 
  꺅-
 
 
 
 
 
  모두가 비명을 지르며 죽기 살기로 달아나는 아수라장 속에서, 혼자 멍하니 게이트를 쳐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
 
 
 
 
 
  건우는 마치 꿈을 꾸듯 상황 파악이 안 됐다.
 
 
  그때,
 
 
 
 
 
  “형! 뭐해?! 우리도 빨리 나가자!”
 
 
 
 
 
  대학 후배 정태가 그를 잡아 흔들었다.
 
 
  건우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정태와 함께 유리가 깨져 휑해진 창틀을 통해 가게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삐용삐용-
 
 
 
 
 
  젊음의 활기로 가득 차 있던 로데오거리는 경찰과 재난관리국 차량의 사이렌 소리로 가득 찼다.
 
 
 
 
 
  ***
 
 
 
 
 
  <던전 KR003023>
 
 
 
 
 
  건우의 가게에 생긴 던전 게이트에 붙여진 번호다.
 
 
  한국에서 3,023번째로 공식 등록된 던전.
 
 
  지난 십 년간 한국에서만도 삼천 개가 넘는 던전이 생겨나고 소멸했다.
 
 
  그리고 이 초자연적인 현상은 어느덧 우리의 일상에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던전 발생은 엄연히 국가 재난으로 분류된다. 양방향 통행이 가능한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와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하니까.
 
 
  그래서 던전 게이트가 열리면 모두가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는 거다.
 
 
 
 
 
  <통행금지구역>
 
 
 
 
 
  로데오 거리의 행인 몇몇이 경찰이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누구는 좋겠네.”
 
 
  “그러게. 저 안에 들어있는 게 다 돈이잖아.”
 
 
 
 
 
  던전 발생은 확실히 재난이지만, 그 덕에 이익을 얻는 사람 또한 존재했다.
 
 
  최고의 수혜자들은 당연히 헌터들이다.
 
 
  각성으로 얻은 초인적인 능력으로 던전을 누비는 그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꽃이니까.
 
 
  그 외에 던전에서 나는 약초나 광물을 캐는 채집꾼들과 던전의 자원을 유통해서 이윤을 남기는 관련자 모두가 수혜자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던전으로 인해 재산 피해를 보는 이들도 있는데, 바로 건우 같은 경우다.
 
 
  계산기를 두들길 필요도 없다.
 
 
  쥐꼬리만 한 보상금은 발톱만큼의 위로도 안 되니까.
 
 
  이번처럼 가게 안에 던전 게이트가 생겨나면 대부분의 피해 보상금은 건물주들 차지다.
 
 
  건우처럼 세 들어 장사하는 사람들은 만족스러운 보상을 받기 힘든데, 특히 인테리어 비용 관련해선 거의 제대로 된 배상을 받을 수 없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 가게 꾸미고 개업식도 요란하게 저질렀는데, 가게는 부서지고 당분간 영업도 못 하게 생겼으니 이런 걸 완전히 망했다고 하는 거다.
 
 
  지금까지 고생한 게 한순간에 도로 아미타불이 됐다.
 
 
  아니, 통장 잔액을 보면 오히려 시작선보다 뒤로 후퇴했다.
 
 
 
 
 
  ‘ㅈ같네···.’
 
 
 
 
 
  건우는 바리케이드 앞에 서서 멀리 자신의 가게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현관은 부서지고 유리창은 전부 깨진 채 내장을 들어내고 있는 가게엔 대박을 꿈꾸며 걸었던 간판만 애처롭게 걸려 있었다.
 
 
 
 
 
  ‘진짜 열심히 했는데···.’
 
 
 
 
 
  허탈함이 밀려왔다.
 
 
  가슴에 큰 구멍이 난 것 같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는데 한순간에 모든 걸 잃었으니까.
 
 
 
 
 
  후두둑, 쏴아아-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으니 신세가 더욱 처량했다.
 
 
  그때였다.
 
 
 
 
 
  “잠시만 비킵시다.”
 
 
 
 
 
  거들먹거리는 말투로 사람들 사이를 지나 바리케이드를 훌쩍 뛰어넘어 가는 남자 두 명이 있었다.
 
 
  그들의 차림새는 독특했다.
 
 
  한 명은 운동복 차림에 등에는 대검을 짊어지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중세 서양식 판금 갑옷을 입고 머리에는 이순신 장군의 것과 비슷한 동양풍의 투구를 쓰고 있었다.
 
 
  마치 한복 바지에 양복 상의를 입은 듯한 우스꽝스러운 차림새였지만 아무도 그들을 비웃지 못했다.
 
 
  그들은 헌터니까.
 
 
 
 
 
  “와! 헌터다!”
 
 
 
 
 
  중학생 하나가 사진을 찍으려 헌터들을 향해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순간,
 
 
 
 
 
  퍽-
 
 
 
 
 
  핸드폰 액정이 이유도 없이 박살 났다.
 
 
  학생이 놀라서 주저앉았다.
 
 
  그러자 헌터 중 한 명이 뒤를 돌아보며,
 
 
 
 
 
  “초상권도 모르냐? 우리가 연예인인 줄 알아?”
 
 
  “죄, 죄송합니다···.”
 
 
 
 
 
  둘은 피식 웃더니 가던 길을 갔다.
 
 
  주위에 있던 모두가 젖은 땅에 주저앉은 학생을 바라만 볼 뿐,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건우가 다가가 학생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학생의 인사를 들으며 건우는 사라져 가는 헌터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때였다.
 
 
 
 
 
  띠리리리-
 
 
 
 
 
  건우의 핸드폰이 울렸다.
 
 
  정태였다.
 
 
 
 
 
  -형 뭐해? 비도 오는데 한잔할까? 내가 위로주 살게.
 
 
  “술집 하다 망했는데 남의 가게 가서 술을 먹자고? 콜!”
 
 
 
 
 
  .
 
 
  .
 
 
  .
 
 
 
 
 
  지글지글-
 
 
 
 
 
  불판 위에서 갈빗살이 노릇노릇 익어갔다.
 
 
 
 
 
  “형은 진짜 던전하고 무슨 원수졌어?”
 
 
  “그러게.”
 
 
 
 
 
  건우가 던전 때문에 풍파를 겪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학을 중퇴하고 일찍 생활 전선에 뛰어든 것도 따지고 보면 던전 때문이니까.
 
 
 
 
 
  꼴깍-
 
 
 
 
 
  건우는 소주를 목으로 넘기며 뭉글뭉글 올라오는 옛 기억도 함께 넘겨 버렸다.
 
 
  정태가 건우의 잔을 채우며,
 
 
 
 
 
  “이번 일 때문에 손해가 장난 아니겠는데?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돈 많이 썼을 텐데.”
 
 
  “그동안 모은 거 시원하게 한 방에 날렸지.”
 
 
  “혹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으면 말하고.”
 
 
 
 
 
  정태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란 게 바로 금전적인 거다.
 
 
  사실 정태는 주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알부자다. 부동산 재벌로 유명했던 그의 아버지가 엄청난 유산을 그에게 남겼으니까.
 
 
  건우는 정태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
 
 
 
 
 
  장사를 완전히 말아 먹기는 했지만, 자금 사정이 아주 파탄 난 건 아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무리 힘들어도 주위 사람에게 손을 벌린 적은 없다.
 
 
  그런 건우의 성격을 잘 알기에 정태도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낸 거고.
 
 
  건우는 정태에게 잔을 내밀며,
 
 
 
 
 
  “한잔하자! 그래도 이 판국에 나 찾아주는 건 너밖에 없네.”
 
 
  “뭐야, 닭살 돋게. 고기 많이 먹어. 이럴 때일수록 잘 먹어야 힘이 나지.”
 
 
  “그 말이 더 닭살 돋는 거 알아?”
 
 
 
 
 
  하하하-
 
 
 
 
 
  건우가 정태하고 알고 지낸 지도 십 년이 다 돼간다.
 
 
  신입생 환영식에서 처음 만나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학교를 자퇴하고 난 뒤 동기들하고는 연락을 거의 안 하는데, 어쩌다 보니 정태와는 3일이 멀다고 만나서 어울리게 됐다.
 
 
 
 
 
  “이제 어떡하려고?”
 
 
  “뭘 어떡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지.”
 
 
  “불굴의 의지는 확실히 인정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나도 던전 관련 일 좀 해볼까?”
 
 
  “던전? 던전 때문에 쫄딱 망했으면서?”
 
 
 
 
 
  건우가 피식 웃자 정태가 말을 이었다.
 
 
 
 
 
  “던전 좋지, 잘만 하면 돈도 엄청나게 벌고. 그쪽으로는 내가 좀 빠삭하잖아.”
 
 
 
 
 
  사실 그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던전덕후’다.
 
 
  헌터도 아닐뿐더러 던전에 출입해본 경험도 없지만, 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의 모조품을 수집할 정도로 그쪽에 관심이 많았다.
 
 
 
 
 
  “근데 그거 하려면 줄이 있어야 하는데, 형 누구 아는 헌터 있어?”
 
 
  “당연히!”
 
 
  “있어?”
 
 
  “···없지.”
 
 
 
 
 
  건우가 아는 헌터가 있을 리 없다.
 
 
  그의 머릿속에 조금 전 로데오 거리에서 봤던 헌터들이 스쳤다.
 
 
 
 
 
  “일단 뛰어들어 부딪히다 보면 없던 줄도 생기지 않을까?”
 
 
  “아무리 형이지만 그건 너무 무모해. 일반인이 던전이랑 관련된 일을 할 방법은 재난관리국 소속 공무원이 되거나, 대기업 입사해서 관련 부서에서 일하는 것뿐이야.”
 
 
  “인제 와서 공무원 시험 준비 하기는 좀 그렇고···. 그런 거 있잖아, 아이템 가게라든지.”
 
 
  “그러니까, 아무 줄도 없는 양반이 누구한테 물건을 받아서 누구에게 팔려고? 형이 던전 때문에 충격이 큰 건 알겠는데, 그 바닥이야말로 진짜 그들만의 리그라고.”
 
 
 
 
 
  정태 말이 옳다.
 
 
  수집가들도 혀를 내두를 천문학적인 가격의 아이템은 판매자도 구매자도 헌터이니, 진정 그들만의 리그이다.
 
 
  간혹 대행을 맡아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이 헌터의 가족인 게 현실이니까.
 
 
  헌터보다 상대적으로 단가가 싼 물건을 취급하는 채집꾼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취급하는 식물이나 광물도 고수익을 가져다주니 일반인이 끼어들 자리 따윈 없었다.
 
 
 
 
 
  “머리 아픈 얘기 그만하고 술이나 마시자!”
 
 
 
 
 
  .
 
 
  .
 
 
  .
 
 
 
 
 
  2차로 호프집에서 맥주까지 마시고 정태와 헤어졌다.
 
 
  신세 한탄을 안주로 밤새도록 마실 수도 있었지만 빨리 끝냈다. 정태는 자신과 달리 내일 아침 출근해야 하니까.
 
 
 
 
 
  휘잉-
 
 
 
 
 
  낮에는 비가 오더니, 밤에는 바람이 세게 분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집으로 걸어가면서도 우울한 마음을 다잡을 수 없었다.
 
 
  지난 6년,
 
 
  그토록 열심히 했는데 결과는 참혹했다.
 
 
 
 
 
  후우-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 와중에 낮에 본 헌터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계속 간지럽혔다.
 
 
  목표를 갖고 열심히 일 할 때는 별 관심 없었는데, 몸과 마음에 힘이 빠지니 그런 거에 관심이 간다.
 
 
 
 
 
  ‘누군 뺑이쳐도 안 되는데.’
 
 
 
 
 
  각성, 각성, 각성!
 
 
  별 볼 일 없던 보통 사람을 초인적인 능력의 헌터로 만들어 주는 각성!
 
 
  도대체 각성이란 누가 누구에게 내려주는 선물이란 말인가?
 
 
  시험으로 뽑는 것도 아니고, 대물림되는 것도 아니고, 착한 일이라도 하면 시켜주려나?
 
 
  불특정 극소수에게 갑자기 찾아와, 그들의 인생을 한 방에 역전시켜주는 각성···.
 
 
 
 
 
  터벅터벅-
 
 
 
 
 
  어깨가 축 처져서 걷다 보니 어느새 집 근처 편의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맥주나 몇 캔 사 들고 들어갈까?’
 
 
 
 
 
  아쉬운 마음에 편의점에 들어가 냉장고에서 맥주 몇 캔을 꺼내 계산대로 향했다.
 
 
  앞서 온 누군가가 계산을 하고 있었다.
 
 
  악어가죽 같은 질감의 가죽조끼를 입은 그는 온몸이 흙투성이였다.
 
 
 
 
 
  ‘던전에서 나온 건가? 헌터야?’
 
 
 
 
 
  건우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사실 채집꾼이었다.
 
 
  그리고 흙투성이 그의 옷에는 민들레 홀씨처럼 생긴 작은 종자가 하나 달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살랑-
 
 
 
 
 
  홀씨가 에어컨 바람에 날려 건우의 콧속으로 들어갔다.
 
 
 
 
 
  에취-
 
 
 
 
 
  재채기를 크게 했지만,
 
 
  홀씨는 이미 건우의 폐로 들어갔다.
 
 
  그리곤 액체처럼 녹아 허파꽈리로 흡수되더니 혈액을 타고 돌아 심장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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