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무언의 마법사

1화

2023.10.06 조회 90,340 추천 1,070


 1.
 “저새끼 마법사라고 하지 않았냐?”
 
 김성운은 인상을 구기며 행동대장 최철호에게 물었다.
 
 “마, 맞습니다.”
 
 최철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답했다.
 그리고 힐끔 앞쪽을 보았다.
 조직원들과 한 사내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넌 지금...”
 
 김성운이 입을 열었고 최철호는 다시 김성운을 보았다.
 
 “저새끼가 마법사로 보이냐?”
 “...”
 
 그리고 이어진 김성운의 말에 최철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 * *
 
 방화역 태백 빌딩 8층, 9층에 위치한 해룡 휘트니스.
 
 텅!
 “후우...”
 
 바벨을 내려놓은 김찬혁은 깊게 숨을 내쉬며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함께 운동하고 있던 장우성을 보았다.
 
 “...?”
 
 김찬혁은 장우성을 보고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보조에 집중하고 있어야 할 장우성이 넋을 놓은 표정으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찬혁은 장우성이 바라보는 곳을 따라 보았다.
 
 ‘아...’
 
 그리고 속으로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진석이형 보고 있었구나?’
 
 장우성이 보고 있는 이는 PT존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강진석이었다.
 강진석은 이곳 ‘해룡 헬스장’의 직원으로 김찬혁은 장우성의 반응을 이해했다.
 김찬혁도 처음 강진석을 보았을 때 장우성과 마찬가지로 멍하니 바라보았었다.
 
 ‘저걸 보고 아무렇지 않은게 이상한거겠지.’
 
 과거를 회상한 김찬혁은 싱긋 웃으며 장우성에게 말했다.
 
 “이보쇼. 정신차리쇼.”
 “...어?”
 
 장우성은 탄성을 내뱉으며 움찔했다.
 
 “미안.”
 
 그리고 김찬혁에게 사과를 한 뒤 다시 강진석을 힐끔 보고는 물었다.
 
 “저 사람 뭐냐? 저거 내가 잘못 보고 있는거 아니지?”
 “응, 잘못 본 거 아니야. 50kg 맞아.”
 
 장우성의 물음에 김찬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미친...”
 
 김찬혁의 답을 듣고 장우성은 조용히 욕을 내뱉었다.
 그리고 불신 가득한 눈빛으로 강진석을 보았다.
 
 강진석은 양손에 50kg 덤벨을 하나씩 들고 덤벨컬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강진석의 표정이었다.
 
 강진석의 표정은 무척이나 평온했다.
 5kg도 아니고 50kg 덤벨로 덤벨컬을 하는데 어찌 저리 평온할 수 있단 말인가?
 
 단순히 표정만 평온한게 아니다.
 강진석은 아주 가볍게 50kg 덤벨을 움직이고 있었다.
 
 “진석이형 보고 놀란건 알겠는데 운동 안 할거야?”
 “...진석이형? 설마 아는 분이야?”
 
 장우성은 김찬혁의 입에서 ‘형’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응, 알지. 이곳에서 일하시거든. 그리고 같은 아파트에 살기도 하고.”
 “대박, 그럼 혹시 저분은 1회에 얼마나 받으시냐? 연결가능해?”
 “아, 그게...”
 
 김찬혁은 이어진 장우성의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PT를 말하는게 분명했다.
 그래서 문제였다.
 김찬혁은 조용한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PT는 안 하셔.”
 “...왜?”
 “사고로 목소리를 잃으셨거든.”
 “목소리를?”
 
 이어진 김찬혁의 말에 장우성 역시 조용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어, 무슨 사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성대쪽 문제로 말을 하실 수 없으셔. 운동은 물어보면 알려주시긴 하는데 아무래도...”
 “아...”
 
 장우성은 나지막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안타까운 눈빛으로 강진석을 힐끔 보았다.
 
 “운동이나 하자.”
 
 김찬혁은 장우성의 눈빛을 강진석이 볼까 재빨리 장우성에게 말했다.
 
 “어, 그래.”
 
 장우성은 김찬혁의 말에 답하며 벤치에 누웠다.
 그리고 자세를 잡은 뒤 바벨을 들어 올렸다.
 
 한편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들은 강진석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쓴웃음을 지은 이유는 자신을 향한 연민 때문이 아니었다.
 목소리를 잃게 된 ‘사고’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더 나은 선택지가 있었을까.’
 
 강진석은 사고 당시를 떠올렸다.
 
 ‘...아니, 최선이었어.’
 
 생각 끝에 강진석은 똑같은 결론을 내렸다.
 사고 당시로 돌아가도 강진석은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다른 선택을 할 경우 목소리가 아닌 다른 것을 잃게 된다.
 차라리 목소리를 잃는게 낫다.
 
 쿵! 쿵!
 
 이내 목표 개수를 달성해 운동을 끝낸 강진석은 덤벨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주변을 정리한 뒤 PT존에서 나와 유산소존으로 향했다.
 
 이번 해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 것일까?
 아니면 마감까지 3시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일까?
 평소와 달리 유산소존에는 사람이 몇 없었다.
 
 ‘미리미리 점검 해둬야지.’
 
 그러나 강진석은 알고 있다.
 1주일 아니, 이틀만 지나도 유산소존은 북적일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고장난 기구가 없는지 확인을 해야했다.
 
 강진석은 런닝머신, 자전거 등 유산소존에 설치되어 있는 각종 기구들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며칠 못 버틸 것 같긴 했는데 역시나 고장났구나.’
 ‘이건 페달만 교체하면 될 것 같고.’
 ‘뭐야? 어제만 해도 멀쩡 했는데...’
 
 고장난 기구가 없길 바랐다.
 그러나 바람과 달리 고장난 기구가 여럿이었다.
 간단히 부품만 교체하면 되는 것도 있었고 수리업체에 보내야 할 정도로 크게 고장 난 것도 있었다.
 
 얼마 뒤 마지막 기구 점검을 마친 강진석은 중앙 계단을 통해 8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곧장 사무실로 향했다.
 고장난 기구들을 보고하고 퇴근하기 위해서였다.
 
 끼이익
 
 “...?”
 
 사무실로 들어간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강진석이 의아해한 이유는 심각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는 최해룡 때문이었다.
 
 “...지, 진석아. 비상이다.”
 
 * * * *
 
 “어우, 진석아 진짜 미안하다.”
 
 최해룡은 무척이나 미안한 표정과 목소리로 강진석에게 말했다.
 빈말이 아니었다.
 최해룡은 진심으로 강진석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
 
 강진석은 말없이 싱긋 웃었다.
 그리고 펜을 들어 메모지에 무언가를 적고는 최해룡에게 내밀었다.
 
 -진짜 괜찮으니까. 마감은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 편히 갔다 오셔요.
 -어차피 부모님이랑 동생도 일정이 있어서 집에 혼자 있을 예정이었거든요.
 
 메모지를 확인한 최해룡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미안함과 감동이 반반 섞인 얼굴로 이어 말했다.
 
 “너무 고맙다. 그럼 마감 잘 부탁할게!”
 “...”
 
 최해룡의 말에 강진석은 말없이 끄덕였다.
 
 띠리리리리!
 
 그 순간 최해룡의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확인한 최해룡은 움찔하더니 재빨리 전화를 받으며 외쳤다.
 
 “어 그래, 소영아. 그럼그럼 안 잊었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과의 약속을 잊었을리가 있나! 어? 지금 어디냐고?”
 
 최해룡은 자신의 딸 최소영과 통화를 하며 강진석에게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과 눈빛을 지었고 강진석은 다시 한 번 괜찮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석의 답에 최해룡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차장 가는 길이지. 15분이면 도착할거야. 엄마는 준비 다했다니?”
 
 그리고 손을 들어 강진석에게 인사를 한 뒤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최해룡이 떠나고 강진석은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털썩!
 
 강진석은 자리에 앉자마자 충전 중이던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가족 채팅방을 확인했다.
 
 -강나연 : 어마마마, 아바마마. 잘 도착하셨나이까?
 -엄마 : 잘 도착했지요! 딸~ 너무 고마워!
 -엄마 : 아들도! 최고야, 최고!
 -아빠 : 나연이는 아직 회사니?
 -강나연 : 응! 마무리 단계라 앞으로 3시간 정도면 끝날 것 같아!
 
 채팅을 쭉 확인하던 강진석은 싱긋 웃었다.
 
 ‘좋아하셔서 다행이네.’
 
 강진석은 강나연과 돈을 모아 정동진에 있는 5성급 호텔을 예약했다.
 부모님의 반응을 보니 예약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진석 : 재미있게 놀다 오세요!
 
 모든 채팅을 확인 후 강진석은 채팅을 하나 남긴 뒤 전자책 어플을 켰다.
 그리고 얼마 전 완결이 난 ‘재벌가 무신님 귀환하셨다’를 읽기 시작했다.
 
 ‘이런 세상이라면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소설을 읽던 중 문득 든 생각에 강진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목소리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래, 완벽한 단념은 불가능한거겠지.’
 강진석은 목소리에 대한 생각을 털어낸 뒤 계속해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띠띠! 띠띠!
 
 얼마 뒤 알람이 울렸고 강진석은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시간이...’
 
 시간을 확인한 강진석은 알람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나와 카운터로 향했다.
 
 “어? 아직 퇴근 안 하셨어요? 관장님은요?”
 
 카운터에서 퇴근을 준비하고 있던 주다영이 놀란 얼굴과 목소리로 물었다.
 강진석은 메모지에 글을 쓴 뒤 내밀었다.
 
 -급한 일이 생기셔서 제가 대신 마감하기로 했어요.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아하~”
 
 메모지를 확인한 주다영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 인수인계를 시작했다.
 
 “회원분들 다 가셔서 청소는 제가 미리 했구요! 이따 불만 꺼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인수인계는 길지 않았고 강진석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석씨 올 한 해 고생하셨어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주다영의 인사에 강진석은 재빨리 메모지에 글을 적은 뒤 메모지를 보였다.
 
 -다영씨도 고생하셨어요!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메모지를 본 주다영은 활짝 웃었다.
 
 “다음에 봬요!”
 
 이어 작별인사를 한 주다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다.
 강진석은 카운터에 앉아 다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2부는 언제 시작하려나.’
 
 얼마 뒤 ‘재벌가 무신님 귀환하셨다’의 마지막화를 읽은 강진석은 잠시 여운을 즐긴 뒤 시간을 확인했다.
 
 ‘10분 남았네.’
 
 올해가 끝나기까지, 새해가 시작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10분이었다.
 강진석은 카운터 앞 TV를 보았다.
 
 -다음은...
 
 국민 MC 유호규가 SKC에서 연기대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누가 받으려나?’
 
 SKC에서 올해 대박을 낸 드라마는 2개였다.
 당연하게도 강진석 역시 두 드라마를 전부 보았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두 드라마는 재미있었다.
 
 ‘최철호? 아니면 백아진? 둘 중 하나가 받을 것 같긴한데...’
 
 그래서 더 궁금했다.
 과연 누가 대상을 받을까?
 
 -자 이제 1분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이내 시간이 흘렀고 새해까지 1분이 남자 강진석은 가족 채팅방을 확인했다.
 
 -강나연 : 어마마마! 소녀 퇴근하였사옵니다!
 -엄마 : 아이구, 고생했어요. 우리 공주!
 -엄마 : 밥은 먹었구?
 -강나연 : 근처에서 팀원들이랑 치킨에 맥주 한잔 하고 들어갈 것 같아!
 -강나연 : 엄마는? 아빠랑 맛있는 것 좀 드셨나?
 
 채팅을 보며 강진석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내년에도 보내 드려야겠네.’
 
 적금을 얼마나 해야할까 생각하며 강진석은 채팅을 작성했다.
 
 -강진석 : 새해에도 우리 가족 화이팅!
 
 물론 작성만 하고 보내지 않았다.
 강진석은 새해가 되는 순간 보낼 생각이었다.
 바로 그때.
 
 -10!
 
 유호규의 외침에 강진석은 다시 고개를 들어 TV를 보았다.
 새해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고 있었다.
 
 -3!
 -2!
 -1!
 팡! 팡! 팡!
 
 이내 꽃가루 폭죽이 터지며 해가 바뀌었다.
 -다들 새해복...
 지지직...
 
 “...?”
 
 그리고 이어진 상황에 강진석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왜...’
 
 방송이 끊겼다.
 
 ‘방송 사고?’
 
 강진석은 설마하는 표정으로 채널을 돌렸다.
 
 지지직...
 
 하지만 다른 채널 또한 SKC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방송 사고가 아니라 TV가 고장난 것 같았다.
 
 ‘하아, 시작부터 좋지 않네.’
 
 강진석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일단 핸드폰을 보았다.
 작성해둔 채팅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어...?’
 
 그러나 핸드폰을 본 강진석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통화권 이탈 표시가 떠 있었다.
 
 ‘뭐지?’
 
 강진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갑자기 TV가 고장 나고 통화권이 이탈됐다?
 누가 봐도 지금 상황은 이상했다.
 
 바로 그때였다.
 
 쩌적!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강진석은 고개를 돌렸다.
 
 “...!”
 
 그리고 경악했다.
 ‘뭐야 저건?’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강철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댓글(60)

네메시스81    
소설 시작을 첫 각성한다는 시점으로 잡은건 좀 별로 같네요 게이트가 세상에 열리고 몇년후 시점에서 시작하면 더 깔끔하고 재미있었을텐데
2023.10.17 08:46
ch********    
듣긴하나보네
2023.10.22 18:56
마법사의밤    
극도로 발달한 근육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2023.11.04 17:27
ap*****    
30화까지 읽고.. 생각보다 재미있음.
2023.11.04 18:21
2살꼬마    
ㅋㅋㅋㅋ 별 이상한 억지 트집 잡으면서 평론가마냥 글 싸지르는거 요즘 문피아 유행임?
2023.11.04 18:23
중소협    
모든사람을 만족시킬만한 도입부가 있기는한가 그냥 자기가 원하는 도입부가 필요하면 직접글을 쓰는게 맞지않나 싶네요 딱히 엄청불편한 전개는 아닌거 같은데..
2023.11.04 19:08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3.11.05 18:17
세비허    
재밌게 읽고 갑니다
2023.11.07 03:27
JohandArc    
헬창들의 근육 우월주의가 보이네
2023.11.07 05:29
ai*****    
ㅋㅋㅋ 밑댓 공감합니다. 그러고보니 악플 비슷한 평론이 달리는게 유행인듯 하네요. 조용히 있는 사람들이 그저 묵묵히 추천과 선작을 누를뿐.
2023.11.07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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