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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하는 천재 배우는 다재다능 1화

2023.09.04 조회 8,575 추천 88


 준우는 오늘도 사고를 쳤다.
 같은 반 친구를 때린 것이다.
 “저희 애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아. 애 교육 좀 잘 시키세요! 도대체 이게 몇 번째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준우 엄마는 이런 일에 익숙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쏜살같이 달려와서 사과를 하곤 하니까.
 반면 그 모습을 보는 준우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엄마! 사과하지 마! 걔가 먼저 잘못했단 말이야!”
 “어머어머. 버릇없이 어디 어른들 말하는 데 끼어드니!”
 “그래, 준우야. 어서 사과드려야지.”
 엄마는 준우의 머리를 바닥을 향해 꾸욱 누르며 억지로 사과를 시키려 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준우는,
 “선미가 나한테 애비 없는 자식이라고 그랬단 말이야!”
 기어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 버리고 말았다.
 준우 가족의 역린.
 몇 글자 안 되지만 아물려야 아물 수 없는 상처를 후벼 파는 그 말.
 애비 없는 자식······.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그 말은 엄마의 흥분 버튼이었다.
 엄마의 서늘한 분위기에 선미의 엄마는 말을 더듬었다.
 “우, 우리 선미가 없는 말 했니! 아빠가 없으니까 없다고 한 거지! 그리고 고작 그거 놀렸다고 여자애를 때린다는 게 말이나 되니!”
 “···이봐요. 선미 엄마.”
 “왜, 왜요!”
 “우리 준우가 때린 건 사과할게요. 그래도 그 전에 언어 폭행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엄마는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선미의 엄마를 응시했다.
 “어머어머. 교양 없게. 하여간 애비 없는 자식이나 남편 없는 여편네··· 꺄악!”
 결국 듣다못한 엄마는 막말을 하던 선미 엄마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엄마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매서웠다.
 그리고 손아귀에는 다부지게 잡아챈 선미 엄마의 머리카락이 수북했다.
 좋은 말로 끝날 수도 있었던 애들 싸움은 결국 어른 싸움으로 번지고야 말았다.
 준우는 자신의 싸움꾼 DNA가 역시 먼 곳에서 오지 않았음을 오늘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조용할 날 없는 나의 삶.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 * *
 
 “미안해, 엄마. 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됐으니 방으로 돌아가.”
 “미안······.”
 준우는 한마디 사과를 남기고는 방으로 돌아왔다.
 일이 커져 경찰서까지 다녀온 엄마는 기분이 몹시 안 좋아 보였다.
 ‘자꾸 이러면 안 되는데······.’
 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억도 안 나는 아빠 때문에 ‘애비 없는 자식’이라는 말을 듣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나름대로 반성하고 있으려니 다섯 살 위 누나가 방으로 들어왔다.
 “쯧쯧. 준우 너 또 사고 쳤다며?”
 “···나가.”
 되는 대로 말을 내뱉고는 책상에 엎드려 있는데, 또 한 번 속을 긁는 소리가 들린다.
 “준혁이는 안 그랬는데. 넌 왜 그 모양이니?”
 “이 씨. 진짜··· 형 얘긴 하지 말랬지!”
 3년 전 죽은 형.
 워낙 어릴 때라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참 멋진 형이었던 것 같다.
 도대체 우리 집은 무슨 문제가 있어서 사랑하는 가족이 둘이나 죽은 걸까.
 속에 꾹꾹 눌러 놨던 서러움과 울분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쾅!
 분을 이기지 못한 준우는 주먹으로 책상을 쳤다.
 “큭······.”
 그래 봐야 자신만 아팠지만.
 “알았어. 하여간 성질머리는······.”
 그래도 그 모습에 놀란 누나는 툴툴대며 밖으로 나갔다.
 ‘하아. 난 왜 이 모양이지?’
 혼자 남은 준우는 그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아픈 손을 주무르며.
 
 * * *
 
 그 이후로도 여러 차례 사고를 쳤다.
 결국 동네에서 준우의 별명은 ‘깡패’가 되었다.
 툭하면 사람을 때린다고.
 고작해야 열 살밖에 되지 않은 애가 때리면 얼마나 때린다고 저 난리들인지.
 이 일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준우와는 달리, 엄마는 점점 지쳐 가고 있었다.
 사고치고 다니는 아들의 뒷수습이 연거푸 이어지던 어느 날.
 참다 못했던 엄마는 누나와 준우를 불렀다.
 “우리 다음 달에 이사 갈 거야.”
 이에 누나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뭐라고? 갑자기 무슨 이사?”
 “저놈의 새끼 때문에 동네 창피해서 살 수가 있어야지!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서 새로 시작하자.”
 그러든지 말든지, 준우는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고 있었다.
 ‘어차피 친구도 별로 없는데 뭐.’
 어디든 상관없었다.
 제멋대로인 자신의 성격을 받아 줄 사람, 아니 동네가 있기나 할는지.
 하지만 누나의 입장은 달랐다.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렇게 마음대로 할 수가 있어! 난 싫어! 여기 친구가 얼마나 많은데!”
 발작과 같은 누나의 반항.
 그러나 엄마는 오히려 누나의 등짝을 후려치며 윽박질렀다.
 “이게! 그냥 가자면 가자는 줄 알아!”
 준우는 누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엄마한테, 아니 어른들한테 뭐 기대할 게 있다고 굳이 매를 버는지.
 중2인 누나의 투쟁이 며칠 더 이어지긴 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준우 가족은 준우가 3학년이 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 * *
 
 새로 이사 온 집은 이전 집보다 한층 좋았다.
 “우와! 여기가 우리 집이야? 완전 좋다!”
 “준우 너. 여기선 사고 치면 안 돼! 알았지?”
 난데없는 잔소리에 준우의 입이 삐죽 나왔다.
 ‘내가 뭐 맨날 사고만 치고 다니는 줄 아나. 이럴 때 내가 써먹는 특별한 방법이 있지.’
 “알았어! 어차피 여기 애들은 나 아빠 없는 거 모르잖아.”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나온 아빠의 이야기에 엄마의 말문이 살짝 막혔다.
 “···그렇지.”
 엄마는 얼른 이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모양인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튼 이따 이모 오신댔어. 손님도 모시고 올 테니까 그때는 진짜 얌전히 있어야 해.”
 “응? 손님? 알았어!”
 어차피 누가 오든 딱히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막상 손님이 오자 덜컥 겁이 났다.
 ‘나, 남자야? 아니면 여자야?’
 성별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이모와 함께 집으로 들어왔다.
 “얘! 선녀님 오셨다.”
 “안녕하세요, 선녀님!”
 엄마는 이모의 소개를 기다렸다는 듯 그 선녀(?)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준우 너도 인사해야지!”
 엄마가 팔꿈치로 옆구리를 쿡 찌르고서야 정신이 든 준우는 그제야 조심스럽게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선녀라 불린 사람은 인사도 제대로 받지 않은 채 준우에게 다가왔다.
 ‘왜, 왜 오지?’
 지금까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아온 준우였다.
 하지만 다가오는 그(?)에게선 뭔가 알 수 없는 분위기가 풍겼다.
 가까이 다가와 한참을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네가 준우냐?”
 마치 칼로 유리를 긁는 듯한 소름 끼치는 음성이었다.
 “네? 네!”
 “흐흐흐. 귀엽게 생겼구나.”
 그냥 하는 말은 아니라는 것은 준우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고 속에서도 그나마 일이 덜 크게 번진 것은 이유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준우의 이 귀여운 외모도 한몫했던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예의가 바르네. 그래서 홍 여사! 궁금한 게 뭐야?”
 선녀님은 엄마 쪽으로 홱 돌아보며 무례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
 시선을 받은 엄마는 깜짝 놀라면서도 차분히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우리 애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요?”
 엄마의 떨리는 목소리를 뒤이어 들리는 카랑카랑한 목소리.
 “암! 괜찮고말고. 아주 큰놈이 되겠어!”
 “정말이요?”
 엄마의 표정이 단박에 밝아졌다.
 ‘도대체 저 아줌마가 누군데 엄마가 저러는 거지?’
 본래 엄마의 귀가 얇은 편이긴 했지만, 이 정도의 반응은 드물었다.
 지나가는 꼬맹이도 할 수 있는 말에 엄마가 저렇게 좋아하다니.
 어린 준우가 보기에도 기막힌 광경이었지만 어른들은 이보다 더 진지할 수 없었다.
 “그렇고말고. 내 어디 허튼소리를 하는 사람인가? 헴헴.”
 “아니죠. 아니죠. 선녀님이 그러실 리가 없죠.”
 엄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선녀의 말에 집중했다.
 “그렇고말고. 그런데 말이야. 하나 걸리는 게 있어.”
 “네? 걸리는 거요?”
 이번에는 이모가 화들짝 놀라며 선녀에게 되물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모에게 엄마는 고작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홀로 된 불쌍한 동생이었다.
 남편을 일찍 잃은 것도 한스러운데, 아들마저 먼저 보낸 꼬여도 한참 꼬인 팔자.
 거기다가 항상 사고만 치는 막내아들까지.
 새롭게 시작하는 집에서 그 더러운 팔자 한번 펴주고 싶어서 힘들게 모셔 온 선녀님이었다.
 그런데 그런 분이 한다는 말씀이 걸리는 게 있다고 하니 이모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이모는 두 손을 고이 모은 채로 선녀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이 아이는 아주 잘살 거야. 어쩌면 댁네 아버지보다 잘살지도 모르겠어.”
 “네? 아버지보다 더요?”
 예상외의 운세 풀이에 이모의 표정이 밝아졌다.
 ‘외할아버지가 부자인가?’
 가끔 놀러 가면 누나와 준우에게 천 원짜리 한 장씩 쥐여 주는 성격 고약한 할아버지였다.
 그런데 지금 이모의 표정을 보아하니 생각보다 더 부자신 듯했다.
 “그래. 그런데 학업 운이 지지리도 없구만.”
 “네? 우리 준우는 반에서 1등인데요!”
 엄마는 지체 없이 대답했다.
 마치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쯧쯧. 생각하는 게 그렇게 좁아서야. 고작해야 3학년 아이잖나. 그리고 지금을 얘기하는 게 아니야.”
 “그러면······.”
 “대학을 못 가!”
 순간 그들 사이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대학을 못 간다니.
 아무리 세상이 변했어도 대학도 못 나온 아이가 무슨 큰일을 한단 말인가.
 엄마의 표정이 절로 구겨졌다.
 “행운 선녀님. 우리 준우 이제 고작 열 살이에요. 무슨 그런 막말을 하십니까!”
 “어허! 막말이라니! 우리 장군님이 거짓말이라도 한다는 거야?”
 “그, 그게 아니라.”
 서슬 퍼런 선녀의 말에 엄마가 말을 줄였다.
 “그래도 걱정 말게. 돈은 정말 많이 버니까. 그런데··· 그 돈이 꽤나 오랫동안 새는구만.”
 “그게 뭐예요! 애한테 좋은 말은 못 해 줄망정!”
 항상 구박을 할지언정 피는 물보다 진한 모양이긴 했다.
 ‘엄마가 날 두둔하네.’
 하긴 원래도 다른 사람들 앞에선 준우의 편을 들어 주긴 했다.
 선녀는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쯧쯧. 그렇다고 장군님을 모시는 내가 거짓을 말할 순 없지 않나?”
 감정에 치우쳐 더 이상의 대화가 어려운 엄마 대신 이모가 나섰다.
 “선녀님 방법이 없을까요?”
 “방법이라······.”
 “선녀님!”
 “호호호. 왜 방법이 없겠나. 우리 장군님이 하시는 일이 그런 건데.”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모의 간절함에 감복한(?) 선녀가 기다렸다는 듯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럼 굿판이라도 한번 벌일 텐가?”
 해결책이 있다는 말에 엄마가 선녀를 향해 눈을 빛냈다.
 곧이어 오아시스를 찾은 나그네마냥 선녀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굿이든 부적이든 다 해주세요! 우리 아들을 위한 건데 뭘 못하겠어요.”
 “그렇다면 정성을 보이게.”
 “물론이죠. 부탁드려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화내던 엄마가 자신에게 애걸하자 선녀는 입꼬리 한쪽을 끌어올렸다.
 “에헴. 그럼 한번 해볼까나?”
 선녀는 미리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커다란 가방을 열어 굿판을 준비했다.
 “지, 지금 바로요?”
 “안 급한가?”
 “그, 급하죠.”
 “그럼 그냥 두고 보게.”
 곧 굿판이 벌어졌다.
 챙챙챙챙챙챙.
 난데없이 가정집에서 벌어진 굿판.
 선녀는 미친 듯이 바닥을 동동거리며 뛰어다녔고, 엄마와 이모는 손의 지문이 닳도록 빌고 또 빌었다.
 열 살 준우의 눈에는 그저 이 모든 것이 우스워 보였다.
 저런다고 내가 못 갈 대학을 간다고?
 웃기는 소리.
 다만 준우가 지금 당장 알 수 있는 사실은 이 한 가지였다.
 세 사람이 모두 정상이 아니라는 것.

댓글(8)

크로롱    
엄마가 30살도 안되다니... 누나가 중2인데 나이 설정이 너무 잘못된거 아닌가요. 설정이 잘못된게 아님 첫째를 중학생때 임신했다는건데 ...
2023.09.22 07:22
g2**************    
나이설정이 왜이럴까.
2023.09.24 22:25
musado0105    
잘 보고 갑니다. 건 필 하세요^^*
2023.10.06 18:10
구름여우    
1화부터 이ㅈㄹ하는것도 재능이야 선작수 창렬인 이유가 있네
2023.10.11 18:30
하바무    
이걸 소설이라고
2023.10.11 22:21
고인물일쎄    
이걸 본 내가 제정신이 아니다
2023.10.22 10:38
보고갑니다    
엄마가 지금 서른도 안된게 아니라 남편을 서른 전에 잃었다는거네요 주인공은 아빠 얼굴도 기억 못한다는데 지금은 아마 30대 후반이겠죠
2023.10.29 15:52
쓰뮤    
배우물인데 인간적으로 연예인이 폭행?관련 이슈있으면 나락가는거 아닌가요..? 왜 설정을..
2023.11.17 10:30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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