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낭만재벌 김민식

1. 회귀1980

2023.12.18 조회 41,341 추천 604


 요란한 사이렌 소리에 잠을 깼다.
 휴대폰에서 다급한 긴급재난 문자가 울렸다.
 
 - 북한의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전 국민은 신속하고 질서 있게 대피···.
 
 그것을 본 후에 든 첫 생각은 이랬다.
 
 “···후···훈련이지?”
 
 몇 년 전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하더니 3년 전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전쟁하였다.
 가자 지구 앞에서 터진 유전 때문에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점령하려는 전쟁이었다.
 
 금방 끝날 것 같은 전쟁은 중동의 여러 나라가 참여하며 확전 되더니 기어코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대결하는 구도가 되었다.
 1년 전에는 대만에서 전쟁이 터졌고, 많은 사람이 한반도에서도 전쟁이 터질 거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민방위 훈련 정도일 거라고 치부하였다.
 
 - 이것은 훈련이 아닙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모든 국민은···.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끝나고 스피커를 타고 다급한 여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와···현실이었어?”
 
 불편한 다리를 억지로 끌며 오피스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성남 비행장에서 뜬 듯한 전투기들이 굉음을 내며 서울 시내를 낮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폭음과 비명이 울렸다.
 
 여전히···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오피스텔 밖 복도에서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생각 같아선 저들처럼 도망가고 싶었지만, 나에겐 다리가 한 개밖에 없었다.
 뛰어나가는 건···
 의미가 없어 보였다.
 
 멍한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들었다.
 
 “젠장···어제 유료화를 하였는데···”
 
 23번째 작품이었다.
 
 40세의 나이에 처음 웹소설을 썼다.
 66세인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했으니까 꽤 오래 하긴 했다.
 
 다만 한 작품의 총조회수가 200만을 넘어가는 것이 없었다.
 대박도 중박도 없는···
 
 “유료 전환하고 조회수가 500이라니···”
 
 전쟁이 난 상황에서 인터넷으로 작품 조회수를 확인하고 있는 내 모양새가 참···.
 
 “아,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인생을 즐기다 갈 걸 그랬다.
 물론 마음만.
 빠듯한 수입으로 겨우 목구멍에 풀칠했으니까.
 
 - 긴급상황입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전 국민은 방공호로 신속하게···.
 
 사이렌 소리가 멈추더니 급박한 목소리가 또 울렸다.
 
 ‘핵미사일?’
 
 내 인생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갓난아기 때 부모에게 버려져 고아원에 갔다.
 찢어지게 가난한 선수들이 복싱 챔피언이 되어서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에 복싱도 열심히 했다.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누군가를 주먹으로 때리는 건 정말 하기 싫었다.
 그래서 복싱을 포기하고···
 외국에 나가면 돈을 잘 번다는 소식에 무식하게 영어 공부를 지독하게 했다.
 여러 사고와 사건이 있었지만, 가까스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꿈을 가지고 서울에 올라와서 여러 일들을 겪고···
 결국 빈털터리가 되고···
 
 독일 파견 광부를 뽑는다고 해서 그곳에도 갔었고, 사우디 건설 현장 노동자 뽑는다고 해서 지원해서 다녀왔다.
 
 돈은 꽤 모았지만, 늘 그렇듯 세상살이에 무지했지만, 욕심만 많던 나는 또 사기꾼에게 걸려 전 재산을 다 날려버렸다.
 
 절망 속에서 삶의 의지를 잃고 노숙자로 살기도 했지만, 다시 재기하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했다.
 
 이런저런 일을 다 해보다가, 결국은 배까지 타게 되었다.
 
 필리핀, 베트남, 중국 애들이랑 같이 일했다.
 그러다가 엔진 작업 중 다리를 하나 잃고 40세가 조금 넘은 나이에 배를 그만두게 되었다.
 
 영어는 아주 잘하고, 독일어도 꽤 하고, 아랍어도 조금 하긴 했지만, 고졸에 형편없는 경력과 배에서 당한 부상으로 다리 하나를 잃는 바람에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웹소설이 돈이 된다는 정보를 듣고 쓰게 되었다.
 감성 충만한 판타지도 아니고···
 가슴 설레는 로맨스물도 아니고···
 
 그냥 내 평생의 소원이었던 부자가 되는 이야기.
 
 재벌 관련 작품이었다.
 
 인생을 짧게 리와인딩 하자 머릿속이 점점 차분해졌다.
 
 “···그래도 66살까지 살았잖아?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이 악물고?”
 
 나 자신을 위로했다.
 
 “와··· 태어나는 건 내가 선택한 게 아니잖아? 이만큼 버텼으면 잘한 거지.”
 
 책상에 앉아서 낡은 노트북을 켰다.
 나와 함께 20년을 함께 해 온 유일한 친구였다.
 
 글쓰기 프로그램을 켜고, 오늘 저녁에 올릴 소설 내용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이제는 연도만 떠올려도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가 떠올랐다.
 20년 동안 그런 공부만 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80년도로 회귀해서 100만 원으로 지구 최고의 부자가 되는 소설이었다.
 어떻게 100만 원이라는 돈을 불릴지 다 기획되어 있었는데···.
 
 “80년도라···”
 
 나는 잠시 회상했다.
 
 19살 되던 해.
 고등학교 막 졸업하고 일해서 비행깃값을 벌겠다고 상경했던 때였다.
 
 이젠 사이렌 소리도, 오피스텔 밖에서 자지러지게 피어나는 비명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고, 낡은 키보드에서 소리가 울렸다.
 100자 정도를 쳤을 때일까?
 
 - 번쩍!
 
 생전 경험하지 못한 너무 밝고 하얀빛이 눈에 들어왔다.
 그 빛을 보자마자 시야를 상실한 듯 세상이 단번에 검은색으로 변했다.
 몸은 점점 기울어져 갔고, 의식은 점점 멀어졌다.
 처음 듣는 굉음이 점점 먹어야 해지어 가는 귀를 때렸다.
 
 그때야 깨달았다.
 내가 죽어간다는 것을.
 
 **
 
 “이봐요. 학생.”
 
 고운 여자 목소리였다.
 
 “저기요. 종점이에요.”
 
 종점 이러니?
 
 저승세계에도 그런 곳이 있나?
 다시 살아 돌아간다면 저승세계에 관해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어나요. 학생.”
 
 난 다리 한 짝 잃은 노인인데, 자꾸 학생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상했다.
 무거운 눈꺼풀을 뜨자 제복을 입은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뭔가 익숙하면서도 너무나 낯선 느낌.
 
 “종점이에요. 내려요.”
 
 생각보다 앳된 여자였는데 목청이 정말 좋고 발음이 정확했다.
 
 “···혹시 여기가 저승입니까?”
 “네?”
 
 여자가 황당한 표정으로 날 보더니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꿈을 꿨는지 모르지만, 여기는 발산동이에요. 11번 버스 종점.”
 “네? 발산동이요?”
 
 너무 황당했다.
 고개를 돌려 창문을 보는데,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차창에 비친 내 모습은 나이 든 노인이 아니라 머리를 짧게 깎은 젊은 사람의 모습이었으니까.
 
 “학생, 빨리 좀 부탁합니다.”
 
 여자의 성화에 못 이겨 앞에 있는 가방 하나를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차가운 한기에 몸이 저절로 오그라들었다.
 눈앞에는 하얗게 얼어붙은 논, 밭들과 휑한 공터가 잔뜩 펼쳐져 있었다.
 
 난 기시감에 한참 동안 멀쩡하게 달린 오른쪽 다리를 보았다.
 
 “근데···발산동이라며···”
 
 내 기억에 그곳은 고층 건물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넓은 공터에는 버스들이 가득 차 있었고, 버스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붉은색 베레모 같은 모자에 붉은색 코트와 치마를 입은 젊은 여성들···
 그제야 저들이 버스 안내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버스 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사라졌던 직업군.
 
 “···그때가 1989년도쯤이었나?”
 
 재벌물 23개 정도를 쓰다 보면 근현대사는 달달 외울 정도가 된다.
 물론 그 정보가 다 맞는다고 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검증되지 않은 누군가의 가공된 이야기들이니까.
 10년 전 일들도 잘 기억나지 않는 마당에···
 
 경험해보지 않은 몇십 년 전 일을 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걸음을 옮겨 차창 앞에 섰다.
 거기에 비친 내 모습을 다시 보았다.
 생경하면서도 너무나 익숙한 모습···
 
 이건 분명 젊었을 때 내 모습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부닥치면 마냥 어리둥절해 있겠지만, 난 회귀 재벌 관련 작품만 23개를 쓴 웹소설 작가였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난 너무나 정확하게 깨달았다.
 
 “···과거로 돌아왔구나···”
 
 마치 나의 소설처럼.
 
 66세.
 무엇을 해도 떨림이나 흥분이 없는 그 나이에···
 한 몇십 년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빠르고 강하게 쿵쾅거리는 가슴의 떨림을 귀로 들을 수 있었다.

댓글(51)

sc******    
와우 좋은 글이네요^^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릴게요
2023.12.19 02:19
k5*******    
기대 됩니다 오정작가님!!
2023.12.21 14:03
as*****    
잘보고갑니다
2023.12.22 22:22
귀욤둥이    
77년에 광부 파송 중지라 했는데 그때 나이를 갓 성인인 20살이라 치면 40살인 시점이 97년도 66년인 시점이 야매로 잡고 23년인데 나이 설정 애매한듯용
2023.12.30 23:15
ba********    
저두 4년안에 기대해볼만 하네요 ㅋㅋㅋ
2024.01.09 00:20
시원한청풍    
오정작가님 새글이네요 기대됩니다. 신입사원 김철수 웹툰 축하드려요. 웹툰 보단 글로 보는게 좋아서 보지는 않았습니다
2024.01.11 11:06
사나이류    
핵미사일은 글의 진행을 매우 어렵게 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80년대로 돌아가 돈을 벌면 뭐하나요? 결국 핵미사일 맞고 게임종료인데. 결국 80년대 동서냉전시대를 거쳐 남북대립 등 커다란 세계사의 흐름을 바꿔야 핵미사일을 안맞을텐데. 각국의 정치인과 정치적 입장, 이를 조율하여 어느 정도 남북관계의 화해를 이루거나 해야 할텐데, 핵미사일을 날리지 않도록 하는 것을 조율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2024.01.19 16:20
온조동    
기대가 많이 되네요
2024.01.20 13:35
이티우    
1 핵엔딩이니까 해외로나가서 기반두고 산다 2 어떻게든 핵무장 3 어떻게든 연평도포격때 북진해서 원흉제거
2024.01.20 14:20
유동닉ㅇㅇ    
엥? 파독광부, 사우디 파견 겪은 시대면 고졸이면 고스펙인데?
2024.01.21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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