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선협소설 속 천재로 살아가는 법

빙의

2023.12.18 조회 15,964 추천 231


 "완결···."
 
 성하람은 자신이 몇 년간 봐왔던 웹소설의 완결 화가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
 
 '외신멸법(外神滅法)'
 신선(神仙)이 되기 위하여 수행하는 수선자(修仙者)들의 이야기가 담긴 선협 소설이었다.
 
 그는 선협이란 장르를 좋아했다.
 어릴 적부터 시한부 판정을 받았기 때문일까.
 수행을 통해 수명을 극복하며 끝에는 진선(眞仙)이 되어 영생불사(永生不死)를 이룩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낀 것이다.
 
 외신멸법을 보기 시작한 것도 오직 선협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그런 별거 아닌 이유로 읽기 시작했지만 성하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외신멸법만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주인공의 처지가 자신과 매우 닮아 있었다.
 
 외신멸법 주인공의 이름도 그와 같은 성하람이며 선천적으로 몸이 약해 남들의 절반도 못 살고 죽는 운명이라는 것도 똑같았다.
 
 다른 점은 현실의 자신은 아무리 발버둥 처도 바뀌는 건 없지만 외신멸법의 성하람은 끝없이 발버둥 치며 천명을 극복한다는 것이었다.
 
 성하람은 외신멸법의 성하람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것을 외신멸법의 주인공은 보란 듯이 해내 버리니 말이다.
 
 그때부터 성하람은 외신멸법의 성하람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깊게 몰입했다.
 
 주인공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심장을 두근대며 크게 걱정했고.
 좋은 일이 생기면 마치 본인의 일인 듯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 자신을 울고 웃게 했던 그런 소설이 드디어 완결을 맞이했다.
 
 또 다른 인생과도 같았던 소설이 완결이 난다고 하니 성하람으로서는 시원섭섭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주인공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됐어. 그걸로 난 만족해.'
 
 성하람은 주인공의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며 마지막 화를 클릭했다.
 
 마지막 화를 읽는 그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화를 일으켰다.
 
 처음엔 고개를 갸웃하더니 다음엔 미간을 찌푸리기 시작했고 마지막에 가서는 크게 분노해 얼굴이 시뻘게져 있었다.
 
 "아니···!"
 
 성하람은 기가 차서 소리를 질렀다.
 
 행복한 결말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
 최악이라는 말로는 전부 표현할 수 없을 법한 그런 끔찍한 결말이었다.
 
 '이대로 죽고 끝이라고? 그럼 주인공이 그동안 한 일은 뭐가 돼?'
 
 주인공이 죽었다.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서거나 후속편이 나올 것이란 암시 같은 건 없었다.
 
 영혼이 소멸하여 다시는 살아날 수 없다는 지문으로 주인공의 죽음에 완벽히 쐐기를 박고 있었다.
 
 외신멸법을 몰입해서 읽은 이유는 자신과 처지가 닮아 있는 주인공이 역경을 물리치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다.
 
 마치 현실의 자신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고 희망을 주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게 뭐란 말인가.
 마치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정해진 운명에서는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하는 것 같지 않은가.
 
 그야말로 최악의 결말이었다.
 
 좋아하는 걸 넘어서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던 소설이 최악으로 끝나자 성하람은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오늘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괜히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끔찍한 결말이 떠올랐기에 성하람은 핸드폰을 엎어두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자고 일어나면 이 불쾌한 감정이 조금이라도 옅어지기를 바라며.
 
 *
 
 "여긴 어디지···?"
 
 잠에서 깬 성하람은 방금까지 몸을 눕히고 있던 곳이 병원의 침대가 아닌 축축하고 거친 돌바닥이라는 것을 깨닫곤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어두워서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어디선가 흘러들어오는 희미한 빛에 의지하여 감옥이라는 것을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자세히 보니 이곳에 같혀 있는 건 혼자만이 아니었다.
 
 열 살부터 열 네다섯 살 정도의 어린 소년 소녀가 몸을 웅크린 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성하람은 왜 이런 곳에 갇혀 있는 것인지 전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납치? 그런 말도 안 되는··· 병원의 보안을 뚫고 나를 데리고 나온 건 그렇다 치더라도 여기는 대체 뭔데?'
 
 요즘 세상에 창고나 빈방도 아니고 돌바닥에 나무 창살을 박아놓은 감옥이라니 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래도 성하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최대한 이해해보기 위해 창살 쪽으로 다가가 바깥을 살폈지만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들에게 물어봐야 하나?'
 
 지금으로선 여기가 어디인지 누가 자신을 이곳에 가둬놨는지 알기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함께 갇힌 아이들에게 말을 걸려는 찰나.
 
 아무런 전조도 없이 그의 머리에 큰 충격이 가해졌다.
 
 "큭···!"
 
 고통과 동시에 성하람의 머리로 누군가의 기억이 쏟아져 들어왔다.
 
 마치 노도처럼 밀려드는 기억에 그는 잠시 정신을 놓고 멍한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충격적인 기억이었다.
 
 방금 머릿속으로 들어온 기억에 의하면 기억의 주인은 자신이 매우 특별하게 생각했던 소설.
 외신멸법의 주인공인 '성하람'이었으니까.
 
 "이게 무슨···!"
 
 성하람은 무의식적으로 말을 내뱉었다가 흠칫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방금 자신이 내뱉은 말은 한국어가 아니었다.
 
 기억하는 것이 맞다면 방금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수도계의 나라 중 하나인 합수국에서 사용하는 언어였다.
 
 잠시 침묵을 지키며 머릿속에 흘러들어온 '성하람'의 기억을 완벽히 정리한 그는 현재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인지할 수 있었다.
 
 '내가 외신멸법의 '성하람'이 되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소설 속 주인공의 몸을 차지해버렸다.
 비현실적인 상황임이 틀림없으나 성하람은 깔끔하게 현실임을 인정했다.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성하람'의 어린 시절부터 15살인 지금까지의 세세한 기억이 내 머리에 들어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허벅지를 꼬집어봤지만 선명하게 느껴지는 고통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일깨웠다.
 
 그렇게 현실임을 깨닫자 두려운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외신멸법의 세계는 절대 평화로운 곳이 아니었으니까.
 
 '대부분의 수선자는 일반인을 벌레처럼 생각하고 수선자가 되더라도 걸핏하면 상위 수사(修士)들에게 죽어 나자빠지는 게 일상인 곳이지.'
 
 그런데 동시에 자신의 마음은 기대감에 젖어 크게 두근대고 있었다.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연명치료를 받아도 얼마 살지 못하고 죽을 운명에 처해있는 현실의 나보다는 노력의 여하에 따라 영생을 살 가능성이 있는 외신멸법의 '성하람'으로 살아가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게다가 외신멸법의 주인공이 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 세상에서 어떻게든 헤쳐나갈 자신이 있었다.
 
 '성하람'은 천재였으니까.
 아니, 그저 천재라는 말로는 묶어둘 수 없을 만큼 지고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천술영체(天術怜體)!
 '성하람'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질이었으며 그 효과는 이랬다.
 
 '너무나도 뛰어난 체질인 탓에 수명은 남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대신 뛰어난 오성과 수도공법에 대한 재능을 가진다고 했지.'
 
 수명이 짧은 것은 단점 축에도 끼지 못했다.
 
 압도적인 오성과 재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수도공법과 접하기만 한다면 선천 수명이 다하기 전에 빠른 속도로 수행을 높여 수명을 늘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성하람은 외신멸법의 결말 부분을 떠올렸다.
 
 주인공의 영혼마저 소멸시켜버린 적.
 착실히 수행을 쌓다 보면 언젠가 분명 만나게 될 상대였다.
 
 세상에 다시 없을 천재라는 주인공을 간단히 죽여버린 적이었지만 성하람은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천술영체의 재능에 외신멸법을 전부 읽은 내 기억이 더해진다면··· 최종상태의 주인공보다 더 강해질 자신이 있어.'
 
 정해진 운명이 소멸일지라도 상관없었다.
 
 '소멸이 정해진 운명이라면··· 나는 더 강해져서 그 운명을 부숴버리겠어.'
 
 성하람은 그렇게 결심했다.
 
 병원에서 비참하게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하는 현실과 달리 이곳에서는 가능하지 않은가.
 
 자신의 손으로 부여된 운명을 극복하는 것이.
 
 '지금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자. 긴장을 풀었다간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다.'
 
 성하람은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곤 침착하게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라봤다.
 
 '거지꼴을 한 아이들과 함께 감옥에 갇혀 있는 상황이라면··· 외신멸법의 서장에 해당하는 부분이로군.'
 
 기억을 흡수하기 전까지는 절대 납치가 아닐 거라 생각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납치가 맞긴 했다.
 
 그와 주변에 있는 아이들 모두 한 수선자에 의해 잡혀 이곳에 갇히게 된 것이었으니 말이다.
 
 "저, 저기 괜찮으세요···?"
 
 성하람이 앞으로 이 세계에서 살아나갈 결심을 하고 나자 옆에 있던 한 소녀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방금 성하람이 기억을 이어받으며 머리에 충격이 가해질 때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이젠 괜찮아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라 서로 통성명은 하지 않았지만 성하람은 자신에게 말을 건 소녀가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납치를 당해 며칠간 씻지 못하고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데도 일반적인 가정에서 자란 것 같지 않은 고운 미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게다가 살짝 헤져있기는 해도 질 좋은 옷감으로 만들어진 의복을 입고 있어 몰라볼 수가 없었다.
 
 '아마 이 소녀가 소가장주의 딸 소영영이겠군.'
 
 근처 지역의 유지인 소가장주는 딸을 끔찍이도 아끼기로 유명했다.
 만약 그녀를 데리고 나갈 수만 있다면 성대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얼마 못 가 잔인하게 죽음을 맞이할 운명이었다.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라 이곳의 모든 아이가 같은 처지였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청영 그놈에게 당하고 만다. 대책을 강구해야 해.'
 
 청영.
 감옥에 갇힌 아이들을 납치한 수선자의 이름이었다.
 
 청영은 수선의 첫 단계인 연기경(練氣境)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쉽게 볼 수는 없었다.
 
 연기경 초기만 되어도 범인 몇 명쯤은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데 그는 연기 후기 수행을 가진 수사였으니 말이다.
 
 그 말은 즉, 아직 범인에 불과한 자신과 감옥의 아이들은 청영에게 어떠한 피해도 입힐 수 없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소설에서도 그랬다.
 성하람과 다른 아이들이 청영에게 저항해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에게 잡아먹힐 수밖에 없었다.
 
 운 좋게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성하람은 천술영체의 재능을 발휘하여 간신히 그의 눈을 어지럽힐 수 있었고.
 
 그 틈을 타 물건 몇 개를 훔쳐 청영의 손에서 달아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탈출한 대가로 팔 한쪽을 청영에게 내주고 말았으니 말이다.
 
 '어떻게든 탈출할 수 있다고 해도 팔이 잘린 채로 살아나갈 수는 없어.'
 
 팔 한쪽을 잘린 '성하람'은 제대로 거동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만 해도 몇 년이란 시간을 허비했다.
 
 그것만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이후 수도공법을 수련할 때 팔이 없다는 점은 큰 불안요소로 작용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강해져야 하는 마당에 시작부터 몇 년을 허송세월로 보낼 수는 없었기에 반드시 사지 멀쩡한 채로 탈출을 해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마땅히 방법이 없어 보였다.
 성하람의 연약한 몸으로는 두꺼운 나무 창살을 부술 수 없었고.
 범인 수십 명도 거뜬히 참살할 수 있는 청영에게 달려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성하람은 머리를 굴린 끝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바로 청영이 사용하는 식인공법인 식신전(喰身典)을 역이용하는 것이었다.
 
 '식인으로 수명을 늘리는 마도공법 식신전. 청영은 알지 못하겠지만 나는 그게 한 마도서의 열화 사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직 천지영력을 받아들여 수선의 길에 들어서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사실 식신전은 마도공법이 아니었으며 정확한 내용을 알고만 있다면 범인조차도 사용할 수 있는 사법(邪法)이었으니까.
 
 '아무런 힘도 없는 지금의 나라도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는 일이다.'
 
 천술영체의 영향 덕분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외신멸법의 내용은 서장부터 완결까지 토씨 하나도 빠지지 않고 머릿속에 들어있었다.
 
 그중에는 식신전은 물론 그것의 원본 마도서의 내용도 기술되어 있었기에 성하람은 이 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청영이 사용하는 식신전보다 상위의 사법으로 개입한다면 생각보다도 간단하게 끝낼 수 있을지 모른다.'
 
 저벅저벅.
 
 그렇게 무사히 탈출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감옥 밖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청영이 분명했다.
 
 성하람은 긴장을 끌어올리며 자신이 세운 계획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문제는 없었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무사히 탈출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아니, 만약 일이 잘 풀리기만 한다면 무사히 탈출하는 것을 넘어서···.
 
 '청영의 목숨을 끊는 것도 가능하다.'

댓글(29)

달에앉은    
리메인가요 홧팅!
2023.12.19 12:37
드렁큰댕댕    
시작부터 흥미진진
2023.12.21 22:05
꼬마고마    
다시 가나요
2023.12.26 19:52
용가리튀김    
선협 못참지
2023.12.30 08:53
눈으로말해    
소설에 수도공법 내용까지 완벽하게 적혀 있다니 대단하군요 하필 딱 필요한 식신전 원본만 적힌건 아니겠죠 다른 최상위 공법들도 적혀 있을테고 각종 영약이나 법보제조법은 안적혀 있던가요 ㅎㅎ 급할거 뭐 있나요 소설에 적힌 수도공법만 익혀도 천재라 금방 경지 올릴텐대요 한 천년 짱박혀서 수련이나 하면서 소설에 적힌 기연이나 찾고 영약 재료나 구해서 약먹고 경지만 올려도 되겠네 ㅎㅎ 처음부터 너무 작위적인 전개라 아쉽네
2024.01.02 10:08
hi****    
초반흥미 진진 합니다 기대할게요
2024.01.07 22:12
엘제스    
재미있게 잘보고갑니다
2024.01.15 12:35
Goodbamboo    
시작부터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잘보고갑니다
2024.01.16 10:58
트수    
어 이거.. 본거같은데
2024.01.16 12:02
호롤로로로    
소설 인물하고 이름이 같다고? 도먕챠
2024.01.20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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