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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방출된 연습생이 월클 작곡가였다

EP 1 - 방출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2023.12.26 조회 50,609 추천 703


 에이스 엔터테인먼트 연습실.
 
 "허억··· 허억···"
 
 내가 거울 앞에서 안무를 가다듬길 수십 차례 반복하자 뒤에서 보고 있던 연습생들이 경악했다.
 대략 아침 6시부터 연습실에 나와서 했는데,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쟤 아침부터 쉰 적이 없지 않냐."
 "그러게. 쟤는 왜 저렇게 독하게 한대냐."
 
 몇 명이 그렇게 말하고선 연습실을 떠나갔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연습실에서 나갈 수가 없었다.
 
 "벌써 3년인가···"
 
 남들이 다 1년 언저리의 연습생 생활을 하지만, 나는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곧 데뷔조 발표도 있으니 쉴 수는 없다.
 
 "지독한 새끼. 그러다 몸 나간다."
 
 연습실에 혼자 남은 줄 알았는데, 성현이가 들어왔다.
 그는 연습생 기간이 2년차로, 나와 동갑이고 가장 친한 연습생이다.
 
 "아하하···"
 "쉬엄쉬엄해."
 
 그는 내게 생수 한 병과 수건을 건네줬다.
 
 "땡큐."
 "이번에 월말 평가에서 보컬 네가 1등했더라."
 "아하하..."
 
 원래 1등은 그의 자리였지만, 드디어 내가 1등 자리를 차지했다.
 3년 동안 연습생을 하면서 가장 큰 약점이었던 보컬 실력이 드디어 월말 평가에서 1등할만큼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옆에 앉아서 물을 마시는데.
 
 "아참. 그 새끼가 너 데려오래."
 
 갑자기 그 말에 입에 머금던 물을 왈칵 뱉을 뻔했다.
 
 "프로듀서가? 갑자기 나를 왜 찾는대?"
 "할 말이 있으니 나보고 전하래더라."
 "알겠어."
 
 나는 수건으로 가볍게 땀을 닦고선 프로듀서실로 향했다.
 
 "칭찬을 할 사람은 아니고, 메인 보컬 자리라도 주려고 그러나."
 
 데뷔조 발표가 일주일 뒤다.
 설마 일찍 나한테 언질이라도 주려는걸까.
 
 "드디어 데뷔구나."
 
 3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구나.
 프로듀서실 앞에 도착한 나는 굳게 닫힌 문에 노크를 두 번 했다.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업무용 안경을 쓰고 있는 최건영 프로듀서가 자리에 앉아있는게 보였다.
 그는 꽁지머리를 하고 있는데, 얼핏 보면 깡패같은 인상이다.
 안경을 써서 그런가, 그냥 깡패가 아니라 장부 정리하는 깡패같은 인상이었다.
 
 "절 불렀다고 들었습니다."
 "어서 앉아.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그의 이름은 최건영.
 작년에 들어온 에이스 엔터의 메인 프로듀서인데, 연습생들 사이에서는 '그 새끼' 정도로 불리고 있다.
 워낙 성격이 더럽기도 하고, 연습생들을 언제든 갈아끼울 전구 정도로 보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턱을 살짝 올리고선 나를 쳐다봤다.
 언제나처럼, 연습생들을 상대로 보이는 깔보는 눈빛이다.
 
 "올해로 연습생 몇 년 차였지?"
 "3년차입니다."
 "그래. 3년이지···"
 
 그가 손가락으로 책상을 딱딱 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어째선지 그 모습에서 불안감이 느껴졌다.
 
 "오늘 내로 숙소에서 짐 빼라."
 
 그 말에 나는 순간 사고가 정지했다.
 
 "그, 그게 무슨···"
 "넌 오늘부로 연습생에서 방출이다."
 "예···?"
 "곧 데뷔할 넥스트보이즈에 네 자리는 없어. 널 대체할 애들이 널렸거든."
 
 이어 최건영은 3년 전에 싸인한 계약서를 내 눈 앞에서 찢으며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그에게는 단순히 계약서를 눈앞에서 찢는 것으로 모욕하는 행위였겠지만, 내게는 꿈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행동이었다.
 
 "박재현, 넌 에이스 엔터에서 방출이다."
 
 ***
 
 이름 박재현.
 
 나이는 17살, 일주일 뒤면 18살이다.
 어제까진 아이돌 연습생이었지만, 오늘부터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어제 나는 에이스 엔터 연습생에서 방출되었다.
 필사의 저항으로 항의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캐리어를 달달 끌고 숙소에서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아이돌 연습생 생활과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라며 부모님이 마련해준 집이 있긴 해서 길바닥 신세는 면했다.
 
 "나 이제 뭐하고 사냐···"
 
 아이돌이란 꿈을 품고 3년 동안 달려왔다.
 그런데 이렇게 허무한 결말을 맞이하다니.
 
 나는 이제부터 뭘 해야할까.
 이럴때 친구에게 위로라도 듣고 싶은데, 친구가 한 명도 없다.
 
 에이스 엔터에 들어가며 휴대폰도 구식 휴대폰으로 바꿨고, 통화나 메시지 기록도 하나하나 검사하기에 연락을 끊었던게 원인이다.
 원룸의 창틀 너머를 바라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오늘이 크리스마스였다.
 
 크리스마스인데도 연락할 친구 한 명 없는 인생이라니···
 
 "아, 아니다. 한 명 있으려나."
 
 친구라고 해야하나, 살짝 애매한 애가 한 명 있다.
 
 아이돌 연습생이 되기 전, 지식인에서 작곡을 할 줄 알아야지 아이돌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봤었다.
 그 말에 껌뻑 속은 나는 무작정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혼자서는 복잡한 작곡의 매커니즘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혼자서 끙끙앓던 도중, 이상할 정도로 작곡에 능통한 사람을 만났고, 디스코드로 친추를 하며 친구처럼 지냈었다.
 혹시 접속했나 싶어서 디스코드에 들어가봤지만.
 
 민초스테이크#33151 - 오프라인
 
 아쉽게도 오프라인 상태였다.
 크리스마스니까 여자친구랑 데이트라도 하러 간 건가.
 
 "쩝. 어쩔 수 없지."
 
 이어 노트북을 보던 도중, 3년 전에 작곡하던 곡들이 눈에 들어왔다.
 11개의 곡이 있었는데, 전부 보컬 녹음이 안 되어있기에 미완성된 상태나 다름없다.
 
 "그땐 보컬 실력이 처참했으니까."
 
 에이스 엔터에 들어가서 받은 첫 월말 평가에서 난 보컬 점수 꼴지를 기록했다.
 얼마나 처참했으면 당시 트레이너는 포기하는 편이 나을 거라고 말할 정도였지.
 
 "오, 의외로 잘 만든거 아닌가?"
 
 3년 전에 만들었던 노래를 지금 들어보니 좋아보인다.
 내가 만들어서 좋게 들리는거 같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이 곡들을 인터넷에 올렸었는데."
 
 나를 도와준 민초스테이크는 대중의 평가를 받자며 NCP라는 사이트에 곡들을 업로드하자고 했었다.
 NCP는 저작권 없는 음악을 올리는 사이트였는데, 올리고 일주일이 지나서도 조회수가 100을 넘기지 못했었다.
 그리고 아이돌 연습생이 되기 직전에 폐쇄 공지까지 떴었지.
 
 또롱-
 
 기이한 알림 소리가 울렸다.
 뭔가 해서 보니 디스코드 메시지 알림이었다.
 
 [민초스테이크 : ?]
 [민초스테이크 : 돌아온거야?]
 
 내가 온라인으로 전환된 걸 봤는지 하나뿐인 친구 민초스테이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오, 접속했네."
 
 곧장 반갑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나 : 오랜만]
 
 그렇게 보내자 저쪽에서 메시지 입력 표시가 뜨고, 지워지길 반복했다.
 오랜만이라 그런가 뭘 보낼지 모르나보다.
 
 [민초스테이크 : 진짜 너 맞아?]
 [나 : 그럼 해킹이라도 당했게?]
 [나 : 오랜만에 여자 아이돌 이상형 월드컵이라도 하실?]
 [민초스테이크 : 이상형 월드컵 이러고 있네]
 [민초스테이크 : 대체 뭐하다가 이제 오는거야]
 
 날 반가워했는지, 그는 내게 메시지를 연달아 보냈다.
 
 [민초스테이크 : 진짜 돌아온거야?]
 [민초스테이크 : 왜 그동안 연락 한 번 없던거야]
 [민초스테이크 : 너 지금 상황은 알지?]
 [나 : ??]
 
 영문모를 소리만 한다.
 예전엔 말투에 날이 서있긴 했지만, 영문모를 소리만 해대는 애는 아니었는데.
 
 [나 : 혹시 대낮부터 술마셨어?]
 
 띠링-
 
 갑자기 주소 하나가 날라왔다.
 
 [민초스테이크 : https://ncp.io]
 
 뭔가해서 봤는데, 내가 예전에 곡들을 업로드했던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였다.
 
 "어라···? 근데 이거 분명 폐쇄한다고 했었는데?"
 
 분명 폐쇄할 날까지 정해졌던 걸로 기억하는데.
 
 [민초스테이크 : 너 혹시 새우잡이 배라도 탔던거야?]
 [민초스테이크 : 지금 상황이 어떤지 모르는건 아니지?]
 [민초스테이크 : 너 지금 개유명해]
 
 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서 메시지를 보내려는데.
 
 [민초스테이크 : 닥치고 사이트나 들어가봐]
 
 여전히 채팅에서 성격을 엿볼수 있는 놈이다.
 오랜만에 사이트에 들어가자 예전보다 훨씬 UI가 깔끔해졌다.
 
 예전에는 내가 만든 곡을 찾는데도 여기저기를 오가야했는데, 지금은 대기업 홈페이지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었다.
 얼마나 깔끔한지 에이스 엔터테인먼트와 맞먹을 정도였다.
 
 "뭐야, 안 망했네?"
 
 폐쇄한다고 공지까지 했으면서 왜 다시 살아났대.
 
 "오호, 랭킹 시스템도 있네?"
 
 랭킹 시스템이라니.
 요즘 NCP는 이런 것도 하는구나.
 
 과거에 랭킹 비스무리하게 인기있는 곡 리스트가 있었는데, 가장 인기있는 곡이 조회수 만을 넘기지 못했다.
 참고로 11개의 곡을 합쳐서 조회수 100나오던 나는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고.
 과연 어떤 곡이 1등인가해서 봤는데.
 
 1등 : Acheron - Stella 297m
 2등 : Acheron - Pray 76m
 3등 : Acheron - The Glory 51m
 4등 : Acheron - BLUE 33m
 5등 : Acheron - Dear
 ···
 
 11등까지 한 명이 랭킹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이상한 점이라고 한다면···
 
 "내가 아케론인데···?"
 
 아케론, 과거에 내가 사용하던 활동명이다.
 1등부터 11등까지, 전부 내가 만든 곡들이다.
 
 "어라라...?"
 
 이게 무슨 일이지.
 11개의 곡 전부를 합쳐도 조회수가 100이 간신히 나왔던게 엊그제같은데.
 
 "이게 맞나···?"
 
 유튜브같이 대형 사이트도 아니고, 망해가던 사이트에서 4억 조회수가 나오는게 말이 되는건가.
 
 [민초스테이크 : 그래서 복귀하는거야?]
 
 복귀라는게 설마 아케론으로 복귀하는걸 말했던건가.
 
 "...해볼까?"
 
 방출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가 음악천재라는 것을.

댓글(65)

나이프    
건필하세요
2024.01.03 15:21
왕보스    
설마 민초스테이크가 유명한 여아이돌 이런건 아니겠죠?
2024.01.06 20:36
민초가최고    
?? 1년 연습생이 데뷔하는거 ㅈㄴ소수인데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것도 웃기고 고작 3년 연습했는데 데뷔 못할거같다고 월말평가 보컬 1위한 애를 그냥 방출하는 소속사도 웃기고ㅋㅋㅋ
2024.01.10 19:06
론너    
이 세계관에선 아이돌이 1~2년만에 데뷔하는게 정석이고 3년 연습생은 가망없나봄.
2024.01.11 15:48
고인물일쎄    
뭔 이것 저것 짜집기 냄새가 혹시 ai 인가
2024.01.13 09:45
레자르.    
엥? 이제 연생 3년에 보컬1등을 이렇게 내보내? 오히려 깔끔하게 놔줘서 고맙다고 해야하나?
2024.01.13 21:14
레몬레이드    
어디서 본내용인데..
2024.01.14 09:21
상처자국    
에이스는...! 죽은거지...!?
2024.01.14 12:33
IanJin    
리메이크인가요??
2024.01.14 16:13
즐먹어랏    
봤던 설정인데 리메이큰가 싶었더만 그것도 아닌가?
2024.01.1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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