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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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합천에서 지진이 좀 났을 뿐인데

2024.01.02 조회 4,461 추천 46


 “커자-아아아아이-!!”
 
 뭔가 지났지만 한 몇 년은 계속 리스트에 있을법한 히트곡이 초여름 산들바람을 따라 이어폰에서 귀로 전달되고 있다.
 
 이 곡률을 온몸으로 느끼고 들썩거리며 낫질 중인 강토일(23세. 대학생) 군.
 
 그는 군 전역이 얼마 되지 않은, 그리고 풋풋(?)하고 상큼(?)할 복학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풋풋하고 상큼하게도 개같이 낫질이라니.
 
 제기라알! 아침부터!!
 
 “어쩌구 저쩌구 하입뽀이- 웅웅-”
 
 그래도 아무렴 어떠리? 일단 음악이 들려오니 아주 나쁘지는 않다.
 
 외국어는 잘 못하지만 뭐 어떤가! 우리나라 노래인데 흥이 절로 난다.
 
 그런 그가 노래를 부르게 만드는 일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야흐르.
 
 이번에 같은 과 동기들에게 '신입생들의 미모가 예사롭지 않다, 장난이 아니다, 우리 동기들과 비교하지마라'는 소식을 듣고 아르바이트를 제치고 달려온!
 
 아아, [농활]인 것이다.
 
 농촌에서 밭을 갈아 엎어대면서 여학우(주로 신입생 후배님)들과 마음 터놓고 어울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
 
 학우를 돕기 위해 마늘 밭을 갈러 왔다!
 
 분명 토일이는 가정교육과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여학우 숫자가 많지만, 뭐 어떤가?
 
 아아! 토일이는 남자만 있을 때 방언이 터지는 모태솔로인 것이었다!
 
 남자 앞에서는 스티붕 잡스, 여자 앞에서는 그저 합쭉이.
 
 군대 가기 전, 몇 안 되는 동기들이 그를 평가했던 문장이다.
 
 “후···! 이번에 복학하면 2학년 1학기네···. 근데 나만 빼고 다들 남녀 2인 1조여···.”
 
 노래를 부르면 뭐하나! 아무도 봐주지를 않고 있다.
 
 응, 노래 끝났다.
 
 토일이는 그저 예비 커플들에게 질끈질끈 눈을 흘겨 대면서 아침부터 묵직하게 흘러나오는 초여름의 땀을 느적거리는 소매로 스-윽 닦아버린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이나 보면서 TOTTO나 하는 건데”
 
 '에라이-씨-!' 투덜투덜거리던 토일이는 내일 당장, 아니? 오늘 당장!
 
 세상이 멸망했으면 좋겠다며 낫을 땅바닥에 던진다.
 
 태-앵 하고 그의 농촌 활동 시간은 멈추었던 것이다.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지,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지 일단 에코백을 뒤져 먹을 거라도 있나 뒤적거렸다.
 
 당 떨어진건 아니고.
 
 “챔스! 준결승! 레알 마드리드 VS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VS 맨시티 였다고···! 하놔! 내가 호구새끼지, 흑우새끼지, 에라이 증말."
 
 인류 역사에 남을 갓-경기들을 거르고 되지도 않아 먹을 연애질이라니!!
 
 에라이, 동기 새끼들아!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했냐?
 
 저 놈들도 똑같이 입대해 놓고 왜 나만?
 
 "그냥, 다 멸망했음 좋겠다.”
 
 노동을 멈춰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땀이 벌벌 난다.
 
 토일이의 통통한 뺨에 '또르르' 억울하게도 땀(?)이 흐르자 이미 축축해져 버린 등짝을 꼬집어 흔들었다.
 
 그나마 아침이라 그런가 씨-원-한 여름 바람을 솔솔 들였다.
 
 그가 입고 있는 농활 관련 조합에서 나눠준 검은색 티셔츠도 벌써 푸-욱 절여지기 시작했다.
 
 그 티셔츠 뒤에 쓰여진 허여멀건 ‘합천농업인조합’이란 글씨도 땀에 절어 이것이 순백색인지, 시멘트색인지 모를 빛깔으로 너지끈 물들어버렸다.
 
 철컥.
 
 “응? 뭘··· 밟았···?”
 
 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엉?"""
 
 난데없이 누가, 아니 수 천명이 동시에 큰 방귀를 뀐 것마냥 사방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지나가는 자리인가? 아닌데? 어제는 아무 소리 못 들었는데?
 
 ""“어어어엇!!!!????”""
 
 그 때 갑자기 몰아친 엄청난 굉음.
 
 쿠와아아앙!!!!! 콰아아아아아!!!!
 
 하하호호 헤헤후후 연애질 중이던 동기들과 후배들이 숙이지도 않던 허리를 숙였다.
 
 누군가는 숙이고, 누군가는 무릎을 꿇었다.
 
 “뭐야 이거··· 지진이야?”
 
 "지진 같은데? 어어엉?"
 
 “와, 선배 저 지진 처음이에요. 어머어머. 어머머머!”
 
 분명히 토일이도 느꼈다.
 
 발가락, 발등, 정강이, 무릎, 똥배, 가슴, 머리, 귀, 이마를 통해 쭈욱 타고 올라오는 전율을.
 
 지진 안전지대라 치고 이제 위험국이라 안전하지 않은뎁슈! 라고 읽는 대한민국에 평생토록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거대한 에너지, '순수한 지진'인 것이다.
 
 “오빠-앙-! 원래 지진은 일본만 나는 거 아니에요?”
 
 “모르겠어. 일어나 봤자 포항, 경주 이정도만 가끔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긴 합천인데, 가깝긴 하네요."
 
 그 때였다.
 
 허리를 숙이던 모두들 '으-악-!!' 기함을 지르며 뒤로 자빠지고 앞으로 엎어졌다.
 
 땅을 딛는 모든 것들은 실로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느끼면 논리적인 말을 전혀 할 수 없다.
 
 “꺄-악!!!”
 
 "흐아아앗!!!!"
 
 “!!!!!!”
 
 첫 지진이 나고 입 털 시간은 단 1분!
 
 그 안전한 척하던 1분쯤 지나서야, 바로 그 때서야 토일이는 분명히 느낄 수가 있었다.
 
 이건 절대로 심상치 않다.
 
 땅에서 흑염룡이 드르륵 움쳐 나오듯 그의 알량한 발꼬락 밑에는 아까의 지진보다 수십배?
 
 아니, 수백배 거대한 여진이 용솟음 치려는 것을.
 
 “악! 아아흐흑··· 흐이야아아아···!!!”
 
 유치원 때, 또는 초등학생 때 옆에서 씨름 선수 열 명이 방방을 뛰는 것마냥 아찔한 충격을 느낀 토일.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마늘 밭에 엎드려 덜덜 떠는 것 뿐이었다.
 
 군대에 끌려가기 전보다 훨씬 날카롭고 무서운 감각과 통증만이 뇌 속에 가득했다.
 
 그저, 그럭저럭, 한 10초가 지났을까?
 
 토일이는 슬쩍 고개를 들어 학우들과(혼자서) 땅을 쥐어 캐던 마늘 밭 주위를 살폈다.
 
 “동식아···”
 
 “종석아···”
 
 “심승아···”
 
 "동!종!심!"
 
 “야 이 새애끼들아! 지진 끝났어어어! 뭐해, 일어나아아아! 야!”
 
 이젠 아예 자연 앞에 비굴하게도 꿇어버렸던 무릎까지 홀딱 펴면서 동기들 이름을 제차 불렀다.
 
 아까까지는 다 뒤졌으면 하는 것들이 안 보이니까 또 보고싶다.
 
 그러나 연애질에 바빴던 그들은 대답도 없고 그 모습도 없었다.
 
 흔적도 없다.
 
 사랑스럽다던 후배들도 없다!
 
 그냥 마늘 밭이고 농사꾼은 나 혼자다.
 
 또 또 또 나 혼자다.
 
 “아 쪼오옴! 장난하지 말고. 응? 야! 진짜 나 장난하는 거 아니야!!!”
 
 “지렸냐? 지려부렀어? 쫄? 쫄? 쫄? 남자 새끼들이 쫄아가지고 그냥! 야! 동종심! 쫄렸냐? 하하하!”
 
 “하하핫··· 하··· 하.”
 
 
 *****
 
 [1422년 세종 4년 5월 22일 기사
 경상도 성주(星州)·금산(金山)·합천(陜川)·거제(巨濟)에 지진이 일었다.]
 
 “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
 
 “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
 
 [[기상청] 6월 11일 10:55 경상남도 합천군 동남동쪽 5km 지역 규모 6.1 지진발생/낙하물 주의, 국민재난안정포털 행동요령에 따라 대응, 여진주의]
 
 [[기상청] 6월 11일 10:55 경상남도 합천군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6.1 지진은 상세분석을 통해 규모 7.4로 조정됨]
 
  “뭐야··· 뭔데··· 지진 없는데 이제··· 뭔데?”
 
 보조배터리에 붙어 덜렁거리던 그의 스마트폰이 연간 위협음을 내고 있다.
 
 그 소리를 듣게 되면 마땅히 확인할 수밖에 없다.
 
 “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
 
 [[기상청] 6월 11일 10:55 경상남도 합천군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4 지진은 상세분석을 통해 규모 8.8로 조정됨]
 
 “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앵!!!!”
 
 [[기상청] 6월 11일 10:55 경상남도 합천군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8.8 지진은 상세분석을 통해 규모 9.9로 조정됨]
 
 “9.9? 말이 되냐? 실화냐?”
 
 인류 역사상, 아니 그냥 선사시대 이후로 9.9 이상의 지진이 기록된 적이 있었나?
 
 도저히 믿기지 않는 숫자를 토해내고 있는 안전 안내 문자 업데이트를 보고 있는 토일.
 
 토일이는 식은땀이 모두 한방에 증발해 버릴 만큼 스산함과 오싹함을 고루 느꼈다.
 
 아니 살짝 주변 온도가 내려갔다고 해야되나? 한 2~3도?
 
 “9.9면 세상 종말 아님? 완전, 기상청 미쳤음? 돌았음? 실화냐?"
 
 "야! 박동식! 김종석! 유심승!!! 이 새끼들아!!! 제발 좀 장난 그만 하라고!!!”
 
 토일이는 목이 터져라 억울함(?)을 호소했다.
 
 제발 그냥 억울하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폰도 거추장스럽길래 아예 툭툭 빼서 반바지에 딸린 주머니에 박박 구겨 박았다.
 
 "와아-!"
 
 그 때였다.
 
 갑자기 200m 정도인가 떨어진 구릉에서 5명 정도의 성인같지만 약간 왜소한남자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와아아아!!""
 
 150m.
 
 "“"와아아아아!!"""
 
 100m.
 
 "“"와아아아아아!!"""
 
 50m.
 
 "“"와아아아아아아!!"""
 
 30m, 20m, 10m, 0m.
 
 멀가중멀가중중이고 자시고 그냥 그들은 가까워졌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명이고 모두 남자들이다.
 
 얼굴이 새까맣게 탔는지 번질번질한 것이 땟국물인지 모르게 더러운 행색들이었다.
 
 확실한 건 우리를 친절히 맞이해주던 합천의 농부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지진에 대한 극심한 공포로 다리를 떨던 토일이는 도저히 자신을 이동시킬 수가 없었다.
 
 인대에 힘이 다 빠져 버렸는걸.
 
 자연에 대한 공포는 바로 몇 분 전 잊혀지고 인간에 대한 공포가 시작됐다.
 
 자신의 앞에 있던 다섯 사내들의 형형한 모습은 확실하게 지진이라는 존재도 저세상으로 보내게 만들어주는 충격이었다.
 
 정말이지 공영방송의 사극에서, 아니면 한국민속촌에서나 볼 법한 전포, 전립등을 갖춘 사내들은 어느새 토일이를 360도 둘러 싸고 있었다.
 
 그들의 한 손에는 각각 야구빠따보다는 조금 작은, 아니 한 절반은 되려나? 싶은 육모방망이가 들려있었다.
 
 이건 무조건 자신을 줘패겠다는 건데?
 
 “저기요. 사극···이죠? 지금 찍고 있는 거죠? 아니, 찍고 계시는 거죠?"
 
 """와아아아아!"""
 
 "엑스트라신가? 지금 지진 났다는데 괜찮으세요?”
 
 """와아아!!"""
 
 달달 떨면서도 어떻게든 말을 거는 토일··· 믿고 싶지 않은 대답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 오랑캐 놈을 당장 포박혀랏!”
 
 ""“예-잇! 나어릿! 와아아아아!!!”""
 
 '나어릿'이라 불리는 사내는 수염이 짙게 나있었고 복식도 뭔가 다른 네 명과 달랐다.
 
 그는 채찍인지 교편인지 모를 작대기를 들고 토일이를 잡으라 명했다.
 
 토일을 둘러싼 그들은 모두 토일이(181cm)보다 키는 15cm 정도나 작았다.
 
 그런데도 무슨 완력이 이리들 대단한지 토일이(대한민국 육군 전역자)는 저항 한번 못하고 흙을 코로 마셨다.
 
 “끄악! 왜들 이러세요!! 악!! 아아아아악!!! 뭐하세요 지금!”
 
 “네 이놈! 오랑캐 주제에 상투도 따지 않고 조선말을 하는구나! 여봐랏! 이 놈을 일으켜 세워서 당장 관아로 끌고 간다!”
 
 “예이!”
 
 “저··· 저는 한국 사람인데요···! 장난하는 거 아니죠? 몰래카메라죠? 으잉? 아앗!”
 
 따아악!
 
 뒤에서 누군가 몽둥이로 날갯죽지를 가격했다.
 
 앞에서 누군가 발로 정강이를 찼다.
 
 "하, 하입뽀이. $#%@^"

작가의 말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문피아에 글을 쓰는 뻥쟁이 [비냉물냉]입니다.







냉면을 너무 좋아해서 펜네임을 이렇게 지어봤네요, 흐흐흐.

(김냉면으로 하려 했는데 이미 다른 분이 선점중.. ㅠㅠ)







성격이 뭔가 혼자 재밌게 사는 주의라서



제 노트북에는 제가 쓰다 지우다 쓰다 지우다 소설만 10편이 넘네요.



그 중에 2개를 공개해보려 합니다!



[조선에서 뽈 좀 찼을 뿐인데]와 [최강 부두술사가 농사 짓는 썰 푼다]



원래 [조선축구], [부두술농법]이었는데 너무 심심한 이름이라 ㅎㅎ


그러다 보니 제목이 좀 길어졌네요.


이 작품은 이미 100화 정도를 썼는데요, 한 번에 올리면 양이 너무 많아서



첫날에는 10화까지 올리겠습니다.





*****



작품을 썼던 동기는 제가 몇몇 대체역사들을 읽는데



주인공들이 다들 너무나도 완벽하고 치밀해서 사이다가 팡팡 터지는 재미로 즐겼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꽤 무능한, 또는 평범한 사람'이 과거로 가면 어떨까? 라는 망상을 시작해 작품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무쪼록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댓글(2)

사막물고기    
지진으로 포항이나오다니... ㅠㅠ
2024.01.09 23:16
비냉물냉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실제 이 소설을 쓰면서 세종실록을 뒤져봤는데 의외로 지진이 자주 있었습니다.
2024.01.2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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