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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배우

2024.01.09 조회 33,342 추천 546


 #001 최악의 배우
 
 
 어머니와의 추억을 돌이켜 보라면 막상 떠오르는 게 몇 없다.
 당신께서 너무 이른 때에 내 곁을 떠나셨기 때문이다.
 
 그때의 내 나이가 8살.
 하여 내가 어머니에 관해 기억하는 것은 겨우 두 가지 정도다.
 
 개중 하나는 내 이름의 의미.
 
 -아들 이름은 세상에서 멋있는 사람이 되라고 지은 거야.
 -유성우?
 -응, 유성우처럼 반짝 멋있게 빛나라고.
 
 그리고 두 번째는 꿈이었다.
 
 -우리 성우는 배우해야겠네!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할까?
 -엄마는 배우가 좋아?
 -응! 성우는 티비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 하자! 메소드 제왕 김성곤처럼! 어린이집 학예회에서도 이렇게 잘하면 커서는 더 잘할 게 당연하잖아?
 
 하얀 방안, 창을 통해 스며드는 햇살과 소독약 냄새와 환자복의 질감.
 어머니와의 추억은 그런 감각들을 동반했다.
 그녀는 병자였고, 나는 ‘어린 나이에 불쌍하기도 해라’ 소리를 듣는 철부지였다.
 
 그런 순간의 일이다.
 
 -배우, 할 수 있겠어?
 
 어머니의 물음에 나는 답했었다.
 
 -응, 할 수 있어. 나는 제일 빛나고 멋있는 사람이니까.
 
 그리 말한 이유는 하나다.
 
 -장하네, 우리 아들.
 
 장하다며 날 보고 미소 짓는 모습이 좋아서.
 그 칭찬 한 번 들어보겠다고.
 그렇게 내 꿈은 배우가 되었고, 어머니가 타계하시고도 긴 시간을 더 써 결국 이루긴 했다.
 
 ···이루기만 했다.
 
 “컷! 커어어엇!!! 다시!!!!!”
 
 이름 유성우.
 직업 배우.
 작품 수 두 개에 비중은 조연.
 여느 배우들이 그렇듯 나도 별명이 있다.
 썩 명예로운 별명은 아니다.
 
 “유성우 씨!!! 거기서 갑자기 왜 콧구멍을 벌렁거립니까!!!”
 “···메소드?”
 “야이 새끼야!!!”
 “감독님! 진정! 진정하세요!!!”
 “내가 저 낙하산 폐급 새끼 캐스팅하지 말자고 했지!!!”
 
 폐급 낙하산.
 
 어머니의 안목이 틀렸을 것이라곤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이쯤 되니 드는 생각이 있긴 하다.
 
 ‘나 배우 적성이 아닌가?’
 
 돌이켜보면, 어린이집 학예회에서 내가 맡았던 역할은 ‘나무1’이었다.
 연기력을 판단하기엔 비중이 적은 감이 있다.
 
 * * *
 
 촬영이 끝난 저녁의 일이었다.
 연기를 할 때마다 꽤 자주 듣는 말이 있었다.
 그 말을 오늘도 들었다.
 술자리로 날 불러낸 우리 성록 엔터의 대표, 윤선혜 누님의 말이었다.
 
 “이 새끼는 왜 연기를 하라고 할 때마다 로봇이 되는 거지? 팝핀이 추고 싶어? 어? 넌 댄서가 되고 싶었던 거냐?”
 
 로봇 연기란다.
 꼭 사람이 아닌 게 사람을 흉내 내는 것 같단다.
 거기에 하나 더.
 
 “넌 왜 연기만 하면 지문에도 없는 헛짓거리를 해?”
 
 애드리브가 불가한 폐급 배우란다.
 
 “야, 물어나 보자. 대체 지문에도 없는 콧구멍은 왜 벌름거린 거냐?”
 “어··· 그냥···.”
 “그냥? 이 씹새···.”
 
 드르륵, 누님의 의자가 밀리는 소리에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아니요! 캐릭터 해석이요! 캐릭터 해석! 너무 심취해서 메소드···.”
 “뭘 어떻게 해석하길래 코 평수가 500원 동전만 해지는데! 너 서브 남주잖아! 그 타이밍에는 우수에 찬 눈빛으로 걱정스럽게 여주를 봐야 하는 거 아니냐?! 하다 못해 기회를 노리는 눈빛이라도 해야지! 메소드? 메소드으으? 넌 그냥 소드야! 칼로 찔러 죽일 새끼라고!”
 “누, 누님 진정···!”
 “진정은 이 새끼야아악!!!”
 
 팍! 팍!
 
 “어억!”
 
 누님이 돌돌 말아 손에 쥐고 있던 대본으로 날 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입은 따발총처럼 말을 쏘아내신다.
 
 “너 서브 남주라고! 큐피트가! 아니고! 서브 남주!!!”
 “억! 어억!”
 “차라리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가지! 이러면 너 꼽아준 내가 뭐가 되냐고오오오!!!”
 
 맞는 말이다.
 그래서 가만히 맞고 있다.
 우리 윤선혜 대표님. 어릴 적부터 봐온 정 하나 때문에 날 배우 역으로 꽂아주신 고마우신 분이고, 능력 하나는 참 좋아 이리도 구설수에 오르는 나라도 조연급에 박을 수 있는 분이시다.
 
 첫 연기를 했던 드라마가 나 때문에 망할 뻔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지금 내가 성장했을 거란 믿음 하나로 다시 날 꽂아준 게 누님인데, 내가 할 말이 있겠냐고.
 
 가만히 맞고 있으니 이제 분이 풀리신 건지 훅훅 더운 숨을 내쉬며, 누님이 셔츠 단추 하나를 풀었다.
 그리곤 다시 소파에 앉아 등을 기대며 말했다.
 
 ···통보였다.
 
 “너 다음 화가 마지막 출연이야.”
 
 고개가 번쩍 들렸다.
 
 “···예?”
 “대본 새로 수정됐다. 다음 화에 너 죽어.”
 “왜요?”
 “‘왜요’?”
 
 누님의 눈썹이 들렸다.
 
 “이유를 몰라서 묻냐?”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다.
 평소라면 깨갱 했을 타이밍인데 그러지 못했다.
 귀를 의심했고, 지금 들려오는 말을 이해하려고 애써봤다.
 
 “작가랑 감독이 상의했다더라. 너 더 써서 드라마 도마에 올릴 바에 죽이는 게 낫다고 판단한 거지. 왜, 네가 맡은 ‘오지운’이 여주 소꿉친구잖냐. 그놈 죽고 힘들어하는 여주를 남주가 딱!”
 
 누님이 어깨를 으쓱했다.
 
 “···위로하고 사이 깊어진다. 그런 맥락. 이제 드라마 초중반부잖냐. 슬슬 멜랑꼴리해지는 타이밍. 너 그 소스로 쓰이는 거야. 그러니까 다음 화에 할 게···.”
 
 슥슥 스마트폰을 넘기던 누님이 쯧, 혀를 찼다.
 
 “트럭에 치여 죽는 연기네. 죽고 와라. 진짜로 죽으면 더 좋겠··· 아니, 투자비용 회수 전엔 죽는 것도 안 되겠다. 살아서 와.”
 
 누님이 다리를 꼬았다.
 오랜 관찰 끝에 알게 된 바, 이제 더 반박하면 안 된다.
 아니, 사실 반박할 힘도 없었다.
 
 머리가 멍해졌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두 번째 배역이 끝나버렸다는 현실을 바로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금붕어가 입술에 빙의한 건가.
 뻐끔뻐끔, 말이 잘 나오지 않고 움직이기만 한다.
 누님이 그런 날 보더니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쉬어라. 내일 저녁은 일정 비워놔. 그래도 그동안 수고했으니까 밥은 먹여줄게.”
 
 축객령.
 그게 기억하는 끝이다.
 어떻게 집까지 들어갔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뒤늦게 정리하길, 그런 말이다.
 
 ‘끝?’
 
 배우 유성우, 인생 두 번째 배역인 지상파 수목 드라마 [미친놈의 연애] ‘오지운’역.
 개같이 실패였다.
 
 * * *
 
 하루가 끝나간다.
 술기운에 젖어 멍하니 오늘 일을 되새겼다.
 
 끝이라는 놈은 대비해도 아프다.
 하물며 갑작스러운 통보로 맞이한다면 얼마나 더 아플지 예상이 가나?
 
 정말 비유 그대로 가슴이 찢어진다.
 미어지고 터져서 너덜너덜해진다.
 그렇게 감정의 격류에 휩쓸려 낭창낭창 흔들리다 겨우 정신을 찾으면 목 끝까지 차올라 있는 것은 자괴감 하나.
 
 흔들거리는 시야로 천장을 봤다.
 조명이 노랗다.
 
 ‘뭘 잘못했지?’
 
 연기를 복기했다.
 선생님께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했으니까.
 결과,
 
 ‘못했어.’
 
 하고 싶었던 연기를 못했다.
 이 망할 몸뚱어리 탓에.
 
 거울을 봤다.
 낮에 했던 연기를 되새겨봤다.
 헛웃음이 나온다.
 
 ‘아, 이래서 하지 말랬구나.’
 
 표정이 이상하다.
 나는 분명 울분과 답답함에 분노하는 표정을 지으려 했건만, 거울 너머의 나는 뜨거운 호빵을 한입에 쑤셔 넣다 죽으려는 표정이다.
 
 ‘항상 이러네.’
 
 이놈의 연기가 내가 원하는 형태로 조형되지 않는다.
 내게 다른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닌데, 그리도 많은 교육을 들었는데도 되지 않는 것이다.
 
 왜 이런 걸까.
 이번 역시 자문해봤다.
 
 노력이 모자랐나?
 
 ‘아니야.’
 
 노력했다.
 내 노력은 적어도 배우를 지망했던 어떤 녀석들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 자부하고 있었다.
 
 조막만 한 원룸 방 한구석에는 천장에 닿을 높이의 필기 노트 더미가 있다.
 저것들이 내 노력의 반증이다.
 
 ‘시선과 카메라의 경계, 손끝에서 나오는 디테일, 동작과 습관, 호소력 있는 발성, 대사 처리의 비밀···.’
 
 하나하나 정리하며 내용을 떠올렸다.
 
 ‘눈은 마음의 창, 표정은 느끼는 게 아니라 표현하는 것, 배우는 카메라 밖의 것을 볼 줄 알아야 함···.’
 
 그렇게나 미친듯이 공부했고, 발악했다.
 지난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메소드는 안 됐어.’
 
 캐릭터와의 완전한 일체감이 내 연기를 나아지게 해줄 줄로 알아 내 모든 삶을 배역처럼 살아도 봤다.
 그래도 안 됐다.
 
 ‘그래서 이론적으로 접근하려고 했지.’
 
 더 캐릭터를 이해하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다.
 내가 할 줄 아는 게 공부뿐이라 이론상 가능한 모든 촬영기법을 생각하며 연기 해봤다.
 그래도 안 됐다.
 
 나는 연기를 정의할 수 있다.
 그것을 스스로 할 수 있을 만큼 달달 이론을 외웠다.
 
 표정의 디테일은 캐릭터의 디테일을 더함, 동작은 캐릭터의 습관을 보여줌.
 시선, 표정, 동작이 가공의 캐릭터를 깊이 있게 완성한다.
 그리고 대사 처리를 통해 나의 언어와 캐릭터의 언어를 조율, 일치시키고 그것을 발성으로 토해냄으로써 비로소 연기(演技).
 
 하나,
 
 ‘···알면 뭐 해.’
 
 이걸 내가 쓸 수가 없으니까 문제인 거다.
 암만 머릿속에 내용을 때려 박아도 실전에서 그것들은 다 무용지물이 된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그러니 답답할 뿐이다.
 
 ‘···연기, 어떻게 하는 건데.’
 
 오지운이 엄친아인 걸 안다.
 주로 학교에선 공부를 하며 과제를 하거나 팀플레이, 자기 스펙을 올리는 일을 하는데, 그것은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인 걸 안다.
 즉, 숨통이 꽉 틀어막혀 있는 놈이고 이놈의 유일한 안식처가 여자 주인공인 걸 안다.
 그래서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는 걸 안다.
 말을 할 땐 상대의 눈을 바라보지만, 여자 주인공을 대할 때만큼은 눈을 피한다는 걸 안다.
 
 감독님의 촬영 스타일과 편집 스타일이나 드라마 톤을 안다.
 오지운 역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작가님의 입장에서 인터뷰도 했다.
 그래서 남들보다는 잘 안다.
 
 ···알기만 한다.
 
 탁!
 
 보던 노트를 벽으로 던졌다.
 뭐, 이제 쓸 일도 없을 것 같으니까.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았다.
 
 ‘내일이 끝이네. 진짜.’
 
 죽은 연기는 어떻게 해야 하나.
 트럭에 치이면 사람은 어떻게 되지?
 아, 죽는 장소가 어딜까.
 그 당시 상황은?
 
 하나씩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시선이 점점 흐려진다.
 졸린 건가.
 ···아, 그런가 보다.
 
 ‘죽는 연기.’
 
 상징적이네.
 이 죽는 연기를 끝으로 배우 유성우도 죽을 테니까.
 허탈하게 숨이 삐져나온다.
 술기운과 잠기운이 뒤얽혀 정신을 심해로 끌어내린다.
 
 그렇게 서서히 이성이 멀어 갈 즘이었다.
 
 띠링!
 
 <<동기화 중···.>>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액터 스테이터스가 개방됩니다.>>
 
 그런 소리를 들었다.
 반투명한 알람이 눈에 보이는 것도 같았고, 나는 그대로 잠들었다.
 
 * * *
 
 =====
 액터 스테이터스
 
 사용자 : 유성우
 
 시선 : D급(자다 깬 사람의 시선)
 표정 : E급(감전된 사람의 표정)
 동작 : F급(사후경직에 걸린 시체의 동작)
 발성 : D급(어린이 웅변대회 2등의 발성)
 대사 처리 : F급(아동용 애니메이션 수준의 대사 처리)
 
 배역
 1. 미친놈의 연애 : 오지운(이해도 A).
 
 =====
 
 <<능력치 이상의 배역 이해도를 가졌습니다.>>
 <<해당 배역에 한하여 능력치를 보정합니다. 한 가지 능력을 이해도인 A급으로 끌어올립니다.>>
 <<오지운 역의 시선 처리가 일시적으로 A급(감정을 토하는 시선)이 됩니다.>>

댓글(45)

김민섭9    
젠장! PAPAPA, 난 네가 좋다!!!
2024.01.13 19:32
얼음강철    
ㅋㅋㅋㅋ 스탯 옆 설명이 ㅋㅋㅋㅋ
2024.01.16 18:54
초코체리맘    
어이어이 이거완전 대뜸착각아니냐고 ㅋㅋ
2024.01.16 20:24
김인범    
헉 신작
2024.01.20 06:48
귀욤둥이    
모해...요..지금 연재하는거 연참해줘요
2024.01.21 01:07
풍뢰전사    
왜 능력을 얻는거지 ? 그냥 자기 평가도 못하는 저능아일뿐인데 어머니의 꿈이 자기 아들 배우되는거라서 ? 건필하세요
2024.01.21 22:52
제놈    
요즘 1화는 그냥 넘기는 편입니다. 이번에도 그럽니다.
2024.01.22 13:51
구른닷    
스텟 꼬라지ㅋㅋㅋㅋㅋㅋㅋ
2024.01.22 15:20
tower    
잘보겠습니다
2024.01.23 06:16
sa*********    
데뷔는 어떻게 한걸까요? 외모가 넘사벽???
2024.01.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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