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좌완으로 170km 던짐

프롤로그

2024.01.24 조회 38,185 추천 509


 “할머니는 어때? 괜찮아?”
 
 늦은 밤 병원 로비.
 내가 말을 걸자 어린 동생들은 화색을 띠며 다가왔다.
 
 “오빠···! 응 괜찮아! 면회는 금지지만 지금은 괜찮으시대.”
 “······다행이다.”
 “근데 오빠.”
 “?”
 
 망설이던 세연이는 조심스레 말했다.
 
 “아까 오는데··· 간호사 언니가 말 걸었어. 혹시 오빠도 왔냐고.”
 “그래서.”
 “조금 있다가 온다고 했더니 언니가 그랬어. 원무과에 잠시 와달라고.”
 “······응. 고마워.”
 
 노상에서 반찬 팔던 할머니는 연세가 들자 병원 신세를 자주 졌고, 나는 팀에서 방출당했다.
 
 운영팀장님은 미안한 얼굴로 말씀하셨다.
 
 ‘세현아 미안하다. 1, 2년 정도 더 봐도 되는데··· 구단 사정이 그렇다. 대신이라고 하면 그렇지만 기호한테 카드 줬다. 오늘은 마음껏 먹어.’
 
 6년간 207.1이닝 ERA 4.14
 전성기는 데뷔 첫해로 126.1이닝 ERA 1.95를 찍으며 신인왕은 물론이고 국가대표로 뽑혀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특히 몸쪽 바깥쪽 가릴 것 없이 파고드는 포심 패스트볼은 전매특허였다.
 평균 150.4km/h 최고 156.5km/h의 포심은 알고도 못 쳤고 수많은 이가 말했다.
 
 너라면 한국인 좌완 투수 최초로 160을 찍을 거라고.
 
 하지만 그 후엔 쭉 내리막길이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진 알 수 없는 통증은 발목을 잡았고, 내 자리는 점점 좁아졌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1군에서 2군으로.
 구속 또한 평균 150.4에서 129.8로.
 
 방출 뒤 할머니 병원비와 동생들 생활비를 위해 몸이 부서지도록 일했다.
 
 동생들이 어리고 할머니가 종종 입원했던 탓에 정규직은 꿈도 꿀 수 없었고 낮에는 라이더, 밤에는 같은 팀 선배였던 기호 형 식당에서 일했다.
 
 하지만 밑 빠진 독처럼 돈은 빠져나갔다. 얼마 남지 않은 희망도 같이.
 
 “···오빠?”
 “아니. 괜찮아. 그보다 밥은? 아직 안 먹었지? 오빠 잠깐 원무과에 다녀올 테니까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나는 억지로 웃으며 동생들을 토닥였다.
 
 
 ***
 
 
 늦은 밤 기호 형 식당.
 배불리 밥 먹고 간이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동생들을 보며 말했다.
 
 “형 고마워요.”
 “무슨. 근데 애들, 저런 데서 자도 돼?”
 “······집에 가라 했는데 싫대요. 저 안 가면 안 가겠다고.”
 “······.”
 
 띵동.
 벨이 울리자 얼른 몸을 움직여 손님을 맞이하고 상을 치웠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기호 형이 물었다.
 
 “할머님은? 괜찮으시고?”
 “네. 당분간은 병원에 있어야 하지만··· 괜찮대요.”
 “돈은? 원무과에서 또 쪼였지? 얼만데?”
 “···괜찮아요.”
 
 그러자 기호 형은 화를 냈다.
 
 “씨발 넌 진짜. 괜찮다면 어디서 돈이 툭 튀어나와? 혼자 뭐 숨기면 다 해결되냐고? 그리고 애들은? 계속 저렇게 둘 거야? 이제 고등학생인데 남들처럼 못 하더라도 밥은 좀 제때 먹이고 학원 하나라도 보내야 할 거 아냐? 애들이 좀 밝아야지 죽을상 하면 그게 애냐고?”
 
 쏘아붙이던 기호 형은 또 한 번 물었다.
 
 “개새끼들은? 연락처 구했다며? 했어?”
 “···네.”
 “뭐라는데?”
 “자기들이랑 관련 없으니 두 번 다시 연락하지 말래요.”
 
 쾅.
 기호 형이 테이블을 내려치자 몇몇 손님이 놀랐으나 형은 아랑곳하지 않고 외쳤다.
 
 “인간도 아닌 개새끼들. 낳으면 부모야? 낳으면 부모냐고! 야, 인간이 어떻게 자기 애들을 버리고 도망가냐? 응?! 애들을 버리고 도망가냐고! 자기 살겠다고!”
 
 그렇다.
 부모는 우리 3형제와 할머니를 버리고 떠났다. 자기 살겠다고 아무 전조도 없이.
 
 나는 부모와의 추억이 조금은 남아 있으나 동생들은 그것마저도 없었다.
 
 【정말 대단합니다! KBO에서 직행했는데 6년 1,520억입니다! 6년 1,520억! 이번에 문찬엽 선수가 정말 좋은 조건으로 직행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이러면 굳이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 안 먹어도 되지 않나요?】
 
 모두의 시선이 TV로 쏠렸고, 손님들은 부러운 얼굴로 말했다. 1,520억, 부럽다, 역시 문찬엽이다, 멋지다···.
 
 하지만 기호 형은 작게 으르렁거렸다.
 
 “개새끼. 자기밖에 모르는 놈이···.”
 “······.”
 “미안하다. 끌까?”
 “아뇨. 됐어요. 손님 보시잖아요.”
 
 멋쩍어하던 기호 형은 머릴 긁적이더니 봉투를 건넸다.
 
 “자.”
 “······이건.”
 “빨리 받아. 사람 무안하게 할 거야? 이걸로 병원비도 내고 애들 옷도 좀 사 입혀. 애들 쑥쑥 크는데 저 옷만 몇 년째야. 엉?”
 “···형.”
 “쓸데없는 소리 말고. 이거 그냥 주는 거 아니다. 나중에 너 성공하면 제대로 받아낼 테니까 액수 딱 기억해. 이자 톡톡히 쳐서 받아낼 테니까. 알겠지?”
 
 고개를 꾸벅 숙인 뒤 동생들을 깨워 집으로 향했다.
 
 냉기 서린 집안.
 액자 속 활짝 웃는 할머니와 우리 남매.
 그리고 간신히 다시 잠든 동생들까지.
 
 하늘에 뜬 달을 보며 인생을 되짚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통증이 생긴 그날? 부모가 우릴 버렸던 그 날? 아니면··· 태어난 그 순간?
 
 성공하고 싶었다.
 성공해서 할머니랑 여행도 가고 동생들에게 맛있는 거 잔뜩 먹이고 싶었다.
 
 그리고 복수하고 싶었다.
 보란 듯이 잘 살아서··· 우리를 버린 부모에게 엿 먹이고 싶었다.
 
 ‘이런 말 이제 해봐야 무슨 소용이냐만··· 그놈의 통증만 없었어도 네가 대한민국 에이스였다 에이스.’
 
 형 말이 맞았다.
 
 내가 유니폼을 벗자 다들 말했다.
 아쉽다, 아깝다, 그놈의 통증만 없었어도 넌 메이저 갔다고.
 
 “메이저리그라···.”
 
 야구 하면서 수많은 고통과 희열을 느꼈다. 방출됐을 때는 가슴 찢어질 만큼 아팠으나··· 그래도 야구가 좋았다.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었다.
 미친놈처럼 아무 생각 없이.
 
 “······던지고 싶다.”
 
 한 방울 뚝 떨어지는 눈물.
 나는 이불을 끌어안으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
 
 난 옛날로 돌아와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으로.
 
 그것도 아무런 통증 없이.

댓글(51)

푸켓    
시작이 꼭 암울해야 하나? 좀 즐거운 글을 보고싶은데 이런 글 볼때마다 피로감이 장난이 아님
2024.01.28 02:46
as*****    
잘보고갑니다
2024.01.28 17:22
아라리아    
유망주였으면 그래도 돈좀 받았을텐데 저러는거 뭔가?? 아예 못했으면 모를까 국대까지 했다며~~흠
2024.01.28 18:38
썩감    
계약금 최소 몇 억 받았을텐데 다 날림?
2024.02.01 00:46
dl********    
시작이 다들 똑같아서 식상함 첫화보고 딱 흥미를 유발해야하는데 하차하것네
2024.02.01 11:18
Woou    
잘 되어보자!!! 응원합니다
2024.02.01 14:34
innovation    
쫌 현실성있게 시작하면 어디 덧나나. 할머니에 딸린 동생이 많으면 현실적으로 야구할수있나? 복지는 잘 나올테니 먹는 걱정은 없을 것 같고
2024.02.03 22:17
넙띠    
작가님 완결작도 많은데 요즘 독자들 니즈를 잘 모르시네 인구대비 우울증 세계 1위 국가에서 스트레스 해소할려고 보는 글이 우울하다? 안 봐요.
2024.02.05 13:53
류환이    
흠 이소설은 고교. 한국리그160을 간단하게 치고 던지고하는사람이 널린 소설이 아니길 빌며...1회 보러가봅니다...
2024.02.06 20:34
IDW    
댓글들 ㄹㅇ 공감
2024.02.0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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