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더 리턴 : 마도공학자

귀환

2024.02.20 조회 3,569 추천 37


 이 세상은 특이했다.
 하나의 행성을 단일 제국이 지배하는 기이한 구조.
 마법과 검술이 절정에 이르러 대학교육을 이수하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게 소드마스터나, 7 서클의 마도사라는 칭호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본 스펙!
 하지만 이쪽 세상도 헬조선 못지않았다.
 소드마스터와 마도사가 청년 실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을지 누가 알았을까!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
 하지만 왜 소드마스터와 7서클의 마도사가 그딴 취급을 받는 것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수긍할 수 있었다.
 
 마력회로 공학.
 마력을 품고 있는 마력석과 몬스터의 사체. 그리고 고도로 발달된 제국의 기술력이 합쳐져 이뤄낸 대마도공학의 시대.
 대단위 첨단 국가 방위시스템, 달과 같은 위성은 단번에 파괴해 버리는 행성파괴급 무기. 마력을 이용한 무한의 청정 에너지. 전 행성을 잇는 초월적 네트워크 시스템.
 그리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자신의 행성을 벗어나 다른 행성을 식민지화하기 시작했다.
 
 그 시기였을 것이다.
 진태양이 이 세계에 떨어진 것이.
 운이 좋았던 것인지, 불행했던 것인지.
 태양은 어떤 미친 마도공학자에게 붙잡혔다. 그나마 취직도 못하고 부모님 등골이나 빼먹는 소드마스터나 7서클 이하의 마도사 보다 낫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노예보다 못한 삶을 살았다.
 마력회로를 배우고, 그리고, 만들고, 설계하고.
 그 미친 스승은 태양을 제자로 보는 게 아니라 노예로 봤다. 먹고, 자고, 배변활동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스승의 감시 아래서 마력회로를, 그리고 재료를 손질해야 했다.
 그러기를 7년.
 스승을 뛰어넘고, 탈출했다.
 그런데 그때, 제국이 모든 마력회로 공학자와 마도사를 동원해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차원 게이트’였다.
 ‘목적지가 지구라니!’
 위기이자 기회였다.
 태양은 회로 공학의 끝을 보고 있었지만, 차원 간 이동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마침 제국 대부분의 자원과 인재를 동원해 게이트를 만들고 있었던 것!
 다시없을 천고의 기회.
 하지만 제국이 다른 식민 행성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를 리 없었다.
 최소한의 원주민을 남겨두고 전부 몰살하고, 그곳의 자원을 무자비하게 쓸어 담는다.
 결국 그 행성은 황폐화되고, 결국 죽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제국은 또 다른 행성으로 이동하곤, 또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혼자 가야 해.’
 결심을 하고 3년을 준비했고, 반 제국 세력을 끌어들여 작전을 성공시켰다.
 차원 게이트는 제국의 수도와 함께 폭발했고, 한 줌의 빛으로 사그라졌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태양은 간신히 차원을 넘어올 수 있었다.
 
 눈부신 발전을 이룬 절대 제국에서 전설이 된 마도공학자, 진태양.
 10년 만의 귀환이었다.
 
 
 ***
 
 
 끄으응.
 신음이 절로 흘렀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고, 세상은 빙글빙글 돌았다.
 ‘그래도 살아있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3년이나 했다. 수십 번은 죽을 뻔했다. 단 한 순간이라도 방심했다면 무위로 돌아갈 만큼 불안했던 작전. 하지만 성공했다.
 “됐어. 성공했으면 된 거야. 그치 하니?”
 태양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연스럽게 따라오던 인공지능 ‘하니’의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이내 마지막 황궁 방어선을 뚫다가 깨져버린 걸 기억해 냈다.
 ‘씁쓸하군.’
 처음 스승에게 붙잡혔을 때, 스승이 보조로 만들어 줬던 인공지능이었다. 무려 10년을 같이 했는데, 태양을 지키다가 그랜드 마스터의 검에 허무하게 사라졌다.
 하니의 메모리는 가지고 있긴 하지만 ‘악마의 정수’나 5단계 이상의 마력석이 있어야 다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지금 태양은 가진 게 하나도 없었다.
 태양은 한숨을 내쉬고 주변을 둘러봤다.
 좌표나 회로가 가리키는 것은 분명히 지구가 맞다. 몇 년이나 연구했고, 게이트 설계와 제작에도 참여했다.
 “어라?”
 뭔가 이상했다.
 주변엔 무너진 건물들이 가득했다. 구조물 양식이나 자동차와 같은 과학기술의 잔재들을 보면 지구다. 자세히 보니 한국어도 있다.
 ‘제대로 찾아온 것 같긴 한데.’
 제국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게이트 설계상 지구는 제국의 시간보다 덜 흐른 상태일 것이다.
 
 ‘10년도 안 지났는데.’
 많이 지나 봐야 5년 정도. 그 시간 안에 도시가 폐허가 되어 버렸다.
 크르륵.
 ‘뭐지?’
 희미하지만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크륵, 크륵.
 태양은 자연스럽게 몸속에 넘쳐나는 마력을 끌어올리려 했다.
 “뭐야!?”
 바다와 같았던 마력이 사라졌다. 단 한 줌의 마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마력회로 공학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학문적인 것만 연구한 게 아니다.
 마력이 없이도 회로를 설계하고 장비에 입힐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지만, 그건 장점 중 하나일 뿐이다.
 마력을 이용한 ‘마법회로’를 그리고 다른 마도사들처럼 직접적인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몸속에 있는 마력을 사용해야 한다.
 후.
 절로 한숨이 나온다.
 차원 이동의 여파인 듯했다.
 몸속의 마력이 전부 사라졌고, 육체 깊숙한 곳에 새겨진 대단위 ‘육체강화회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았다.
 태양에게 마력이 없다는 것을 눈치챈 몬스터들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하나같이 찌릿한 살기를 뿜어대며 입맛을 다신다.
 ‘오크잖아?’
 육식형 기본 몬스터다.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근육돼지라고 불리는 이 몬스터는 제국에서 가장 하위급으로 분류되는 1단계의 몬스터.
 제국에서는 회로판 제작을 위한 재료 수급에 필요하기 때문에 사육까지 하는 몬스터다.
 태양이 제국에 있을 때였다면 지나가는 개 보듯, 신경도 쓰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젠장. 제국에선 4, 5살짜리도 겁내지 않는 1단계 몹인데!”
 대학을 졸업하면서 어떤 분야든 일정 경지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조기 교육이 만연한 세상이었다. 이미 5살이면 회로장비의 도움을 받아 마력을 이용한 검기도 사용할 줄 아는 상태.
 ‘참,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은 곳이었지.’
 크르륵.
 오크가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태양은 손을 안쪽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다행히 차원 이동의 여파로도 부서지지 않은 모양이다.
 ‘찾았다.’
 마력조각칼이다.
 신의 단계라는 10단계 회로를 이용한 차원 게이트 설계에 참여했던 태양은 제국에서 바라던 인재였고, 황실에서 직접 만든 최상급 마력 조각칼을 그에게 하사했다.
 물론 차원 게이트와 제국의 수도 자체를 날려버릴 배신자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 때였다.
 태양은 빠르게 주변을 돌아봤다.
 돌멩이였다.
 아무런 힘도 담겨 있지 않았고, 마력이라곤 티끌도 묻어 있지 않은 물체였지만 상관없었다.
 오크가 어느덧 코앞까지 다가왔고, 태양은 태연하게 조각칼을 들어 돌멩이 위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위이잉-
 마력 조각칼이 돌멩이 표면을 긁고, 그 위에 하얀 빛을 뿜는 선이 그려졌을 때. 주변에 있는 마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력회로 공학의 장점이다.
 사용자가 직접 마력을 사용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마력회로를 그릴 줄만 안다면 언제 어디서든 마력을 끌어다 사용할 수 있다. 지구의 대기엔 마력이 희미했지만 돌 하나 붕괴시킬 정도는 있었다.
 물론 본인의 마력과 마력석이 합해지면 몇 배나 강한 힘을 발휘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자, 파이어 인 더 홀-”
 태양은 장난스럽게 외치며 완성된 돌멩이를 오크에게 던졌다.
 하니가 있을 때 대화하던 습관이 남아있다.
 혼자 있을 때 혼잣말은 꽤나 꼴불견이라는 것을 아는 태양은 흠칫 했다. 하지만 다행이도 주변엔 몬스터 밖에 없었다.
 오크는 아무런 힘도 가지고 있지 않던 인간에게 갑자기 마력의 기운이 느껴지자 흥분했다.
 하지만 이미 태양이 던진 돌멩이가 지척에 도착했다.
 휘잉.
 순간적으로 주변의 대기가 압축되었다.
 위이이이
 콰아앙!
 돌에 금이 가면서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그 빛이 주변에 뿌려지며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이게 바로 마력붕괴 현상이다. 이놈들아.”
 태양은 즐겁다는 듯 깔깔, 웃었다.
 기분이 좋았다.
 제국에 한 방 먹여주고, 대한민국으로 돌아왔다.
 세상이 이상하게 변한 것 같지만 그건 더 알아보면 될 일.
 그런데 그때였다.
 
 -시스템을 미등록자를 발견했습니다.
 -사용자를 분석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능력입니다.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시스템에 임시 등록합니다.(레벨 10까지.)
 -사용자 임시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뭐야 이건?”
 주르륵 눈앞에 떠오르는 반투명한 창이다.
 
 [사용자 진태양]
 레벨 : 1
 직업 : 일반인(마도공학자 : 미등록)
 스텟 : [근력 1] [민첩 1] [체력 1] [마력 1]
 미분배 스텟 : 0
 
 [액티브 스킬]
 - 마력회로 설계(EX등급) : 1단계 마력회로를 그릴 수 있습니다. (레벨 10 이상 – 2단계 마력회로.)
 
 [패시브 스킬]
 - 육체강화회로(EX) : 육체 깊은 곳에 8단계에 이르는 EX등급의 회로가 새겨져 있습니다. (1%가용 – 레벨당 1% 증가.)
 
 뭐가 뭔지 상황파악은 금방 끝났다.
 방금 전까지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이 문구들을 보자마자 인상이 굳었다.
 현재 태양의 몸 상태를 나타내는 시스템 창이다. 이런 걸 만든 주체가 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정확한 것은 태양이 약해졌다는 것.
 “젠장할.”
 아무리 봐도 밸런스 조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마력회로공학자의 강한 힘은 가진 바 마력에 상관없이 고위급 마력회로를 그려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릴 수 있는 회로를 제한해 버리고, 육체 능력과 마력을 제거해 버렸다.
 “후.”
 흥분을 진정시켰다.
 이럴 때 흥분한다고 해서 도움이 되진 않는다.
 오히려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
 “그래도 새겨진 회로의 1%면 2, 3등급 괴수까지는 상대할 수 있다. 그, 그리고 레벨을 올리면 100% 이상도 가능하다는 거 아닐까?”
 갑자기 하니가 보고 싶었지만, 대답이 있을 리 없다.
 애써 침착하게 자기 위안을 해 본다.
 “······젠장할!”
 아니다. 침착해야 한다.
 10년이라는 세월을 이계에서 구르며 잘 버텨왔다.
 당연히 차원게이트를 급하게 넘어오면서 이상이 생길 거라고 예상했다.
 죽을 것도 예상을 했지만 죽지 않았다. 오히려 손해가 이 정도라는 것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후······, 괜찮아. 어차피 1, 2단계 이상은 이 세상이 받아들이지 못해.”
 천천히 생각했다.
 많은 돈과 강한 무력을 얻는 건, 편안한 노후와 보장된 안전을 위해서 당연히 얻어야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마력회로를 이용해야 했다.
 게다가 제국의 수도를 폭파시켜버리고 왔으니, 언젠가는 이곳으로 넘어올 수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이미 기술력은 있다. 그걸 얼마나 빠르게 복구하느냐가 문제지.’

댓글(3)

국해의원    
? 뭥뮈. 비축해 놨다가 3일에 걸쳐 다 업로드함? 한자리수 구매는 뭐고? 댓글 없음은 또 뭐고? 이걸 한시간 정주행 준거임? 으쯔라고? 마루타하라고?
2024.03.23 07:51
국해의원    
몇편 읽어보니 이건 읽으라고 올린 글이 아닌 듯...
2024.03.23 08:15
어쩌다또    
일단 첫편은 괜찮은데?
2024.06.30 09:22
0 / 3000

이용약관 유료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청소년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