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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프롤로그

2015.07.27 조회 30,336 추천 442


 2015년.
 하늘에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것은 세계 전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목격되었다.
 지구 전역에 홀로그램처럼 나타난 거대한 얼굴은 이틀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마치 지구를 관찰하는 것처럼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당연히 지구는 벌컥 뒤집혔다.
 나사(NASA)에서는 이 정체 모를 현상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내놓지 못했다.
 지구의 과학 수준으로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기괴한 현상을 속 시원하게 파헤칠 수 없었다.
 지구인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혼란에 빠져들었다.
 낮이든 밤이든 위를 쳐다보면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대신 거대한 여인의 얼굴이 먼저 보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여인의 눈동자는 꼭 하늘을 바라보는 이를 주시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백 명이 동시에 하늘을 바라봐도 똑같았다.
 백 명 모두 여인이 자신을 주시하는 게 맞다고 주장을 해댔다.
 처음 이틀 동안에는 지구를 관찰하던 여인이 사흘째 되던 날부터 흐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아름다운 여인인 만큼 미소 역시 아름다웠다.
 하지만 섬뜩했다.
 내가 어디를 가든, 어느 곳에 있든 위만 쳐다보면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여인이 주시하고 있으니 소름이 돋는 게 당연했다.
 그렇게 공포와 기이함으로 가득 찬 일주일이 흘렀다.
 그동안 지구의 방위를 책임지는 여러 기관이 여인의 얼굴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했다.
 하지만 나사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결국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인류는 최첨단 기술로도 구현 불가능한 여인의 얼굴을 보며 외계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고 혹시 모를 외부 세력의 침입을 막고자 방어에 전념하였다. 여인의 얼굴이 나타난 지 8일째가 되었다.
 “호호호호호호!”
 한국을 기준으로 동이 틀 무렵에 여인의 웃음소리가 세상을 뒤덮었다.
 그리고 세웠던 가정 중 최악의 상황대로 외계의 생명체들이 지구에 들이닥쳤다.
 그것은 여인의 얼굴이 하늘에 나타났던 것만큼이나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외계 종족들이 지구의 대기권을 뚫고 들어온 뒤, 여인의 얼굴은 비로소 사라졌다.
 외계 종족들은 아무런 경고도 없이 지구를 불바다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침략을 미리부터 준비하고 더욱 방어에 만연을 가했더라면 초반에 그렇게까지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인들에겐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완벽하게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지구인들은 명백한 적의를 가진 외계 존재들과 오합지졸의 상태로 맞서 싸웠다.
 한데 그마나 다행이었던 건, 기습이라 할 만큼 빠르게 쳐들어온 외계 존재치고 그다지 강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지구인들이 가지고 있는 최첨단 무기와 생화학 무기들로 천여 마리의 외계 존재들은 깨끗하게 말살되었다.
 그들을 말살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년.
 그리고 사망한 지구인은 총 4만여 명 정도였다.
 만약 앞서 말한 대로 외계 존재의 침략을 미연에 알고 방지했더라면 그렇게 많은 사상자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외계 존재들을 정리하는 데도 반년 이상 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겠지.
 어찌 되었든 그것은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일어난 외계인과의 전쟁이었다.
 SF영화의 스토리처럼 결국 지구인들은 승리했다.
 하지만 지구인들은 알고 있었다.
 이것은 영화가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영화에서처럼 한 번의 커다란 위기를 넘기면 영원한 해피엔딩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지구인들은 이제 외계인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 나가며 또 벌어질지 모를 2차 전쟁에 대비했다.
 그리고 우려했던 일은 정확히 반년 뒤 다시 벌어졌다.
 또다시 외계 존재들이 지구를 침략한 것이다.
 이번에는 처음에 침략했던 외계 존재보다 훨씬 강한 녀석들이었다. 1차 외계 전쟁 때 쳐들어온 무리보다 수는 적었지만 질적으로 다른 놈들이었던 것이다.
 하나 지구인들도 그저 놀고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모든 무기를 전보다 업그레이드시켰고, 방어 시스템을 더욱 강화시켰다.
 그렇게 2차 외계 전쟁이 발발했다.
 한데 이번에 쳐들어온 외계인들은 어지간한 화기류에는 큰 대미지를 입지 않았다. 그나마 생화학 무기에는 괴로워하는 반응을 보였으나 그뿐이었다.
 그것만으로 녀석들을 완벽하게 제압하긴 힘들었다.
 전쟁을 시작한 지 2달이 지나도록 지구를 침략한 수백 마리의 외계 존재 중 숨을 끊어놓은 건 겨우 수십 마리에 지나지 않았다.
 외계 존재는 마치 지구가 제 세상이라도 되는 양,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짓밟았다.
 지구는 암흑 그 자체였다.
 이대로 저 빌어먹을 외계 존재들에게 말살을 당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지구촌 전역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짙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서광이 비추어졌다.
 외계인의 1차 침공 이후 때부터 지구방위연맹 어스 뱅가드(Earth Vanguard)는 그들의 시체를 줄곧 연구해 왔다. 그러던 중 이번에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외계 존재의 심장은 사람과 달리 어떠한 에너지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것은 부정형의 붉은 덩어리로 미약한 빛을 발했는데, 지금껏 지구에서 사용해 오던 어떤 에너지보다도 강력한 것이었다.
 또한 외계 존재의 가죽은 신축성이 어마어마한 반면 쉽게 찢어지지도, 잘리지도 않았다.
 뼈는 어지간해서 부러지거나 깨지지 않을 만큼 높은 강도와 경도를 자랑했다.
 어스 뱅가드는 전 지구의 군사 무기 전문가들과 석학들을 한데 모아 외계 존재의 심장과 뼈, 피부를 이용해 새로운 무기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지구 역사상 무기라는 분야의 패러다임이 변화되는 시점이었다.
 어스 뱅가드는 외계 존재의 심장을 마나 하트라 불렀다.
 마나 하트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서 그들의 뼈와 가죽을 재료로 삼아 만들어낸 무기들은 인류의 구세주가 되었다.
 외계 존재들은 동료의 시체로 탄생한 무기에 속절없이 무너져 나갔다.
 그리고 그 시체들은 또다시 새로운 무기의 재료로 쓰이게 되었다.
 지구인들은 이제 방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군사력을 높이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미 두 번이나 외계의 침략을 받았다.
 세 번, 네 번 쳐들어오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지구인들의 예상은 불행하게도 모두 들어맞았다.
 외계 존재들은 계속해서 쳐들어왔고 그때마다 더욱 강한 녀석들이 나타났다.
 특히 다섯 번째 침략을 받았을 때는 외계 존재의 시체로 만든 무기들도 도통 통하지가 않았다.
 이대로 죽는 건가 싶었을 때 또 한 번 기적이 일어났다.
 마나 하트를 사람에게 주입해 이능력을 발휘하는 이능력자들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물론 모든 이가 마나 하트를 주입한다고 이능력자가 되는 건 아니었다.
 이 실험에 자원한 이 중 구십 퍼센트는 죽어나갔고, 살아남은 십 퍼센트만이 이능력을 갖게 되었다.
 이능력은 그 종류가 가지각색이었다.
 신체를 강화시키거나 변화시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염력이나 투시 같은 초능력을 다루는 이도 있었다.
 혹은 원소의 능력을 자기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마법사 같은 존재들도 나타났다.
 이능력자들의 대거 등장으로 인해 이후로 몇 번의 침략을 더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마나 하트로 힘을 얻은 이능력자들은 가뭄에 콩 나듯이 하는데 계속해서 침략하는 외계 종족은 늘 전에 상대했던 녀석들보다 배 이상 강했다.
 그렇게 총 열 번의 침략을 받았을 때, 지구의 인류 중 10분의 9가 죽어나갔다.
 지구 역시 예전의 푸르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음번에 또다시 외계 존재가 침략을 해오면 분명히 지구는 멸망할 것이라는 게 살아남은 모든 이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래서 전 인류는 미국이라는 땅덩어리에 모여 한 가지 연구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타임머신을 만드는 것이었다.
 살아남은 모든 이가 타임머신을 유일한 희망으로 여기고 합심하여 작업에 착수했다.
 배움이 있는 이들은 자신이 착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타임머신 개발을 도왔다.
 배운 게 없는 이들은 짐을 나르거나, 요리를 해서 연구원들의 영양 보충을 돕거나, 청소를 하거나 하는 잡다한 일을 맡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타임머신 개발 시설 ‘레트로(Retro)’에서 맡은 임무는 주요 연구 기관의 보안이었다.
 쉽게 말해서 1급 경비원이었다.
 그나마 나는 어느 정도 싸움을 할 줄 알았고 화기류도 제법 다뤘다.
 해서 1급 경비원이라는 요직을 맡은 것이다.
 월급 같은 건 없었다.
 이 안에서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기본적으로 지급되었다.
 상대적으로 오락 시설 같은 것은 적었지만, 인류가 멸망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 앞에 맘 편히 오락이나 즐기고 있을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나는 하루 12시간 근무, 12시간 휴식을 취하는 식으로 돌아가며 근무를 섰다.
 휴식을 취하는 동안엔 무조건 술을 마셨다.
 그렇지 않으면 업무에서 오는 정신적 압박을 견디기 힘들었다.
 내가 지키고 있는 주요 연구 기관 안에는 방사능 물질과 레트로의 모든 기능를 총괄하는 슈퍼컴퓨터 ‘마더(Mother)’의 두뇌가 있었다.
 그리고 타임머신의 개발도 그 안에서 이루어졌다.
 타임머신의 개발은 전 인류가 힘을 합친 만큼 빠르게 진행되었고, 이제 막바지 테스트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기막힌 타이밍에 외계 종족은 또다시 지구를 침략했다.
 접시처럼 생긴 커다란 비행물체가 미국의 하늘을 가득 뒤덮었다.
 그 안에서 거미처럼 생긴 8층 건물 높이의 외계 종족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
 이능력자들이 한데 모여 사력을 다해 그들과 전쟁을 벌였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레트로도 무사하진 못했다.
 이미 여기는 폐허나 다름없는 꼴이 되어버렸다.
 언제 어떻게 습격을 받아 이렇게 된 건지도 알 수 없었다.
 경비를 서던 와중 쾅! 하는 굉음과 함께 큰 폭발이 일었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거대한 철근에 허리가 깔린 상태였다.
 내 앞에서는 세 명의 이능력자가 다른 외계 종족보다 덩치가 다섯 배는 더 큰 녀석과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난 그 이능력자들이 누군지 익히 알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고 일컬어진 세 명의 이능력자, 이른바 미라클 엠페러(Miracle Emperor)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무기를 안 쓰고 주먹 하나로 맞서 싸우는 흑인의 이름은 댄젤 존스(Danzel Jones).
 그의 능력은 주먹에 오러를 실어 날리는 오러 피스트(Aura Fist)였다.
 그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보랏빛의 오러가 쏘아져 나가 외계 종족을 가격했다.
 댄젤은 현재 가장 강력한 오러를 구사하는 자다.
 아무도 댄젤만큼 오러를 강력하게 연마하지 못했다.
 그의 오러는 무엇으로도 막아낼 수 없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외계 종족들조차 댄젤의 오러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댄젤은 단순히 오러를 주먹에만 싣는 것이 아니라 100미터 내에 있는 적에게 날려 보낼 수 있었기에 그를 상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댄젤의 옆엔 한국 여인 ‘유지연’이 있었다.
 유지연은 뇌전의 능력을 다루는 이능력자였다.
 그녀의 오른손엔 마나 하트가 박힌 지팡이 ‘인드라’가 들려 있었다.
 인드라는 그녀의 마법 효과를 증폭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아티팩트였다.
 외계인의 뼈와 마나 하트를 조합해서 지구인이 만든 무기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남아메리카 출신의 ‘시저(Caesar)’가 그들을 서포트하고 있었다.
 시저의 능력은 테이밍(Taming)이었다.
 세상에 그가 길들이지 못하는 동물은 없었다.
 심지어 그는 외계 종족 까지도 테이밍할 수 있었다.
 한데 외계 종족들은 그에게 테이밍당하는 순간, 정신이 완전히 지배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다.
 때문에 그는 ‘사신’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시저가 미라클 엠페러 3인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불사조라 불리는 피닉스를 테이밍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전설 속의 새라고만 전해졌던 피닉스는 실제로 지구에 존재했고, 시저가 이를 찾아내 길들여 버린 것이다.
 미라클 엠페러 세 사람은 모두 외계 종족의 피부로 만든 갑주를 걸치고 있었다.
 난 그들이 제발 저 빌어먹을 외계 종족을 짓밟아주길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댄젤은 원투 잽을 무시무시한 속도로 연사했다.
 그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붉은 오러가 화살처럼 날아가 외계 종족에게 격돌했다.
 오러 애로우(Aura Arrow)였다.
 콰콰콰콰콰쾅!
 엄청난 굉음이 고막을 아리게 만들었다.
 “흐아아압!”
 댄젤의 기합과 함께 그의 주먹에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거대한 오러가 맺혔다.
 오러는 점점 크게 불어나 바윗덩이만 해졌다.
 ‘저건 설마!’
 나는 어쩌면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댄젤이 지금 사용하려는 건 그의 가장 강력한 기술인 오러 플라즈마(Aura Plasma)다!
 댄젤의 두 주먹에 맺힌 큰 오러 덩어리가 갑자기 수축하더니 환한 빛을 뿜어냈다.
 “하아아아압!”
 댄젤이 외계 종족의 광선 공격을 피하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유지연은 외계 종족에게 뇌전을 계속 뿌리며 댄젤을 엄호했다.
 세상이 번쩍이며 하얀 암흑으로 물들 때마다 대지가 울리고 가죽 북 찢어지는 소리가 연달아 고막을 두들겼다.
 피닉스는 쉴 새 없이 용암을 쏟아냈다.
 닿는 것들은 그 즉시 녹여 버리는 초고열의 용암은 붉다기보다는 하얬다.
 외계 종족의 전신을 용암과 벼락이 무섭게 휘감았다.
 꽈르르르릉!
 쿠르르르릉!
 대지와 하늘은 떨어지는 번개와 쏟아지는 용암에 몸살을 앓았다.
 외계 종족은 한 걸음을 제대로 떼지 못한 채 가만히 서 있었고, 그들이 발 디딘 땅은 계속해서 충격을 받아 깊이 파여 나갔다.
 이제는 운석이 떨어진 듯 거대한 홈이 생겼다.
 그 안에 푹 빠진 외계 종족의 전신을 밖에서 흘러들어 온 용암이 잠식했다.
 부글부글 끓는 용암은 다시 주변의 흙과 바위를 녹이며 점점 더 넓고 깊은 용암 호수를 만들어 나갔다.
 그럴수록 외계 종족의 몸은 계속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때, 유지연의 최강의 기술이 작렬했다.
 “뇌섬(雷殲) 최종식, 벽력멸(霹靂滅)!”
 유지연이 들고 있던 인드라에서 푸른빛의 마나가 요동쳤다.
 이어 하얀 섬광이 사위를 물들였고,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충격이 천지를 떨어 울렸다.
 쾅! 쾅! 쾅! 쾅! 쾅! 쾅! 쾅!
 같은 자리에서 수십 갈래의 번개 다발이 십수 번 떨어졌다.
 저걸 맞고도 살아남는다면 인간은 절망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한데 거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 댄젤의 오러 플라즈마가 남아 있었다.
 외계 종족이 용암에 완전히 잠기기 전, 댄젤은 훌쩍 뛰어올라 녀석의 정수리에 오러 플라즈마를 꽂아 넣었다.
 콰아앙!
 댄젤이 주먹을 때려 박음과 동시에 충격파에 휩싸여 뒤로 날아갔다.
 용암 호수를 벗어나 지면 위에 무사히 안착한 댄젤의 뒤로 유지연과 시저가 다가와 섰다.
 오러 플라즈마는 외계 종족의 정수리에서 더욱 환한 빛을 내뿜다가 한순간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앙!
 그 파괴력이 얼마나 매서운지 소닉붐이 일어 주변에 있던 레트로의 잔해들을 모두 날려 버렸다.
 분명히 죽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미라클 엠페러 셋이 총력을 다한 공격이었다.
 끓은 용암 호수 속에서 그 엄청난 기술과 마법에 당하고도 숨이 붙어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그어어어어어어어.
 공허 속에서 울려 퍼지듯 섬뜩한 신음이 들려옴과 동시에.
 스팟!
 한 줄기 검은빛이 일어 하늘로 치솟았다.
 아니, 그것은 검은빛 같은 게 아니었다.
 용암 호수에서 빠르게 튀어나온 외계 종족의 잔상이었다.
 콰아앙!
 외계 종족은 몸에서 용암을 뚝뚝 떨어뜨리며 미라클 엠페러들의 앞에 섰다.
 놀랍게도 놈은 대미지를 입기는커녕 피부에 작은 상처 하나 생기지가 않았다.
 절망적이었다.
 키르르르르르르륵!
 외계 종족이 기음을 흘리며 몸을 바르르 떨어댔다.
 놈은 명백하게 미라클 엠페러들을 비웃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외계 종족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그 안에서 보랏빛의 광선이 쏘아졌다.
 그것은 미라클 엠페러들과 피닉스, 그리고 철근에 깔려 있던 나와 내가 지켜야 했던 주요 연구 기관마저 집어 삼켰다.
 보랏빛 광선에 닿은 것들이 한순간 모래알처럼 흩어졌다.
 마치 모든 것이 분자 단위로 분해되어 버리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동시에 주요 연구 기관이 터지며 기분 나쁜 파동이 내 전신을 휘감았다.
 
 -위험… 니다. 방사능 물질이 외부… 유출……. 슈퍼컴퓨터 두뇌… 파괴……. 타임머신… 알 수 없는 외부적… 요인… 강제 작동…… 제어 불능… 제어 불능…….
 
 내 옆에 반파된 스피커에서 무뚝뚝한 여인의 음성이 치지직거리는 잡음과 뒤섞여 들려왔다.
 그것은 슈퍼컴퓨터 마더의 음성이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큰 굉음이 울렸다.
 땅은 지진이 난 듯 흔들렸고 화염의 회오리가 몰아쳤다.
 내 기억은 거기에서 끊겼다.
 신기하게도 고통은 없었다.
 하지만 이게 내 마지막이며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는 건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인류는… 종말을 맞았다.

댓글(24)

하무린    
흔적 남기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2015.07.28 09:31
포스아인    
즐감하고갑니다
2015.08.03 10:25
리치샤이어    
잘보고가요
2015.08.06 08:32
크라카차차    
과거로 간다해도 멸망은 예견된일...대비를 한다해도 외계인은 계속 쳐들어올테니...
2015.08.10 08:00
musado0105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2015.08.10 12:32
박람강기    
외계종자가 타임머신을 돌려준 상황?
2015.08.11 09:09
물물방울    
건필
2015.08.18 22:36
레인Rain    
건필요!
2015.08.20 19:56
gjffjejddd    
지구를 불바다로 만들고 1년동안이나 외꼐종족이 있엇는데 외계종족은 바다한가운데다가 불바다를 만들고 사막지역에다 불바다를만들고 해서 4만명뿐이 안죽었나보네요.
2015.08.21 21:05
자요    
잘 보고 갑니다.
2015.08.23 00:42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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