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고귀한 헌터로 착각당했다

각성 (1)

2024.02.20 조회 120,256 추천 1,567


 001화
 
 
 [지상의 악마를 막을 영웅은 그대밖에 없다]
 [데빌로드III]
 
 인터넷 창 한 켠에 떠 있는 광고 문구가 보였다.
 어두운 악마의 실루엣과 함께 악마의 눈동자가 붉게 타오르는 일러스트가 인상적이었다.
 
 “아. 이거 드디어 오픈이구나.”
 
 강이안은 광고를 보고 그제서야 데빌로드3의 오픈일이 오늘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데빌로드2를 너무나 재밌게 해서 그 다음 시리즈인 3탄이 오픈한다기에 사전 예약을 했었다.
 
 다만 최근에는 취업준비를 하며 자소서다 시험 준비 한다 하며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으그그극. 안 그래도 머리아팠는데···.”
 
 취업 사이트를 끄며 강이안이 기지개를 폈다.
 취업 준비는 결승선이 보이지 않는 마라톤 같았다.
 성공할 때까지는 묵묵히 준비만 하는데, 그게 잘 하고 있는건지 아닌지도 헷갈려서 사람을 참 힘들게 만들었다.
 
 특히나 강이안은 대형 헌터 길드의 사무직 공채를 노리고 있었는데, 임금이 워낙 세서 경쟁률이 말도 안되게 높았다.
 
 공채 시즌마다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신지 벌써 2년째.
 올해는 꼭 붙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그를 사로잡고 있었다.
 
 “이거나 하면서 정신 환기좀 해야겠다.”
 
 그의 손이 자연스럽게 마우스를 움직여 홈페이지에서 게임을 다운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딱히 취미랄게 없어서 힘들었는데, 머리를 좀 환기시킬만한게 생겼다.
 
 용량이 꽤 커 설치까지 시간이 어느 정도 걸렸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
 
 -이번거 베타테스트 해봤는데 진짜 밸런스있게 잘 만들었음.
 -선공개 플레이 영상만 조금 찾아봤는데도 진짜 재밌어보임.
 -오픈 베타때 아예 모든 유저가 참여할 수 있게 풀어줘서 잠깐 해봤는데, 느낌 괜찮았네요.
 
 “오···재밌나본데?”
 
 대충 커뮤니티에 떠도는 반응들을 보니 강이안도 기대가 되었다.
 
 데빌로드는 싱글 플레이 위주의 핵앤슬래쉬 게임이었다.
 강이안은 게임을 그리 잘 하는 편도 아니었고 게임에 쏟아부을 시간과 돈도 없었다.
 
 남들과 경쟁하는 온라인 RPG나 기타 다른 장르를 하는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랬다가는 스트레스만 더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싱글 패키지 게임은 다르다.
 남과의 경쟁이 아니라 본인이 강해지는 매력이 있었다.
 게다가 핵앤슬래쉬라는 장르 특성상, 시원시원하게 적들을 쓸어버리는 점이 재미있었다.
 
 사냥하고 퀘스트를 깨면서 아이템을 맞춰 강해지면, 현질을 하지 않아도 압도적으로 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좋아. 딱 기다려라.”
 
 강이안이 기대감에 손을 비볐다.
 게임이 설치되는 동안 커뮤니티 반응들을 조금 더 알아보고 직업에 대한 정보도 찾아봤다.
 
 [광폭전사]
 [네피림의 눈]
 [네크로맨서]
 [어쌔신]
 [발할라의 기사]
 
 데빌로드3에서 공개된 직업은 이렇게 총 다섯가지였는데, 각각의 매력을 다 잘 살렸다는 베타테스터들의 호평이 있었다.
 
 각각의 이름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컨셉만 놓고 보면 전사, 마법사, 암살자, 성기사 같은 느낌이었다.
 
 미리 플레이 해 본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누구는 광폭전사가 재밌다고 하고 누구는 네크로맨서가 더 낫다고 하고···
 최종적으로 가장 센 직업이 뭔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어떤 스킬 트리와 아이템을 맞추느냐에 따라 최종 데미지 같은게 완전히 달라지기에, 그건 나중에 까봐야 했다.
 
 그러나 조금 더 찾아보니 강이안이 해야할 직업은 명확했다.
 
 “발할라의 기사로 가야겠네.”
 
 뭐가 젤 좋은 직업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지만, 가장 쉽고 좋은 직업에 대한 의견은 거의 일치했다.
 
 -발할라의 기사는 플레이도 쉽고 직업 자체가 좀 사기적으로 나왔음. 초반부터 쉽고 세네.
 -다른 직업처럼 아슬아슬하게 플레이하는 맛은 떨어지는 대신에 스트레스 풀기 딱 좋은듯.
 -겜 첨하는 뉴비용으로 만든 직업이네.
 
 처음 접하는 게임인데 난이도가 너무 높아 죽기만 하면 뭐가 재밌겠는가.
 게임을 잘 하지 못하는 뉴비들을 위해 게임사에서 만든 직업이 ‘발할라의 기사’였다.
 조작법도 쉬웠고 공격력 방어력 둘 다 밸런스 있게 좋았다.
 이 직업으로 게임에 입문하고, 그 후에 조금 더 어려운 다른 직업들을 더 재밌게 플레이하라고 만들어둔 것이었다.
 
 “어디. 얼마나 좋은건데?”
 
 강이안은 베타 테스터들의 게임 플레이 영상을 찾아서 틀어봤다.
 
 영상 속 카메라가 새하얀 갑주를 두른 기사가 악마 대군을 앞에 두고 서있는 모습을 비췄다.
 
 <발할라가 너희들을 심판하리라!>
 
 버프로 추정되는 빛이 연신 기사에게서 터져나오고, 그 후 양 손에 쥔 창을 찔렀다.
 
 -콰아아앙!
 
 창을 한 번 찌르자 수 십여마리의 몬스터들이 가루로 변해버렸다.
 
 그 후 기사는 훌쩍 뛰더니 악마들 한가운데로 떨어졌다.
 그 직후 창을 휘두르는데, 마치 양 떼에 뛰어든 사자같았다.
 폭풍처럼 움직이며 악마들을 도륙해나갔다.
 적들의 숫자가 상당했는데도 다 처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와아···.”
 
 강이안이 절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거다. 다른건 볼 것도 없겠다.”
 
 보통 이런 직업의 단점은 빠르게 질린다는 점이었지만, 스트레스를 날리겠다는 강이안의 목적에 딱 부합하는 직업이기도 했다.
 
 물론 나중에는 또 모를 일이다.
 
 데빌로드2 때도 비슷한 직업이 있었는데, 그걸 만렙까지 키우고 나니 더 힘든게 하고 싶어져서 다른 직업들도 기어코 만렙까지 다 키우게 되었었지 않던가.
 
 [게임 설치가 완료되었습니다]
 
 게임이 설치되었고 바로 플레이를 눌러 실행했다.
 어두운 화면이 나타났고, 지옥에서 올라오는 악마 군주와 휘하 악마들의 영상이 재생되었다.
 
 상당히 자본을 들여 만든 트레일러 영상이었다.
 
 영상이 끝나고 직업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여러 직업의 캐릭터들이 각자의 시그니처 무기를 들고 서있었다.
 이미 결정을 내렸기에 강이안은 고민도 하지 않고 가장 오른쪽의 ‘발할라의 기사’를 선택했다.
 
 전신 갑주를 두르고 대검을 들고 있는 기사가 한걸음 앞으로 나오며 직업 선택이 완료되었다.
 
 [캐릭터 이름을 설정해 주십시오]
 
 이름은 자신의 이름 그대로 썼고 외형은 스킵했다.
 어차피 싱글 게임이라서 무슨 이름을 쓰던간에 상관 없었다.
 나중에 기록 경쟁 같은것도 할 수 있긴 하지만 강이안과는 연관 없는 얘기였다.
 
 곧 인게임 화면으로 넘어갔고, 튜토리얼이 시작됐다.
 
 튜토리얼 속 강이안의 캐릭터는 작은 몽둥이 하나 들고 있었다.
 
 [튜토리얼 목표]
 [발할라의 기사가 되기를 원하는 당신. 시험에 통과해 기사 임명을 받으십시오]
 
 “여기도 시험이냐.”
 
 강이안은 절로 연관되는 취업 생각에 쓰게 웃었다.
 그러나 대기업 인적성 시험과 달리 이건 아주 쉽고 재밌다는게 다르다.
 
 반쯤 조작법을 설명해주는 용도로 만든 튜토리얼이라 순식간에 진행이 됐다.
 
 졸개 형태의 악마 몬스터 몇 마리 잡았고.
 
 [악의 혼을 +10 획득하셨습니다]
 
 기사의 도움을 바라는 NPC를 도와주었다.
 
 [고귀함을 +10 획득하셨습니다.]
 
 그 후에 퀘스트 NPC를 찾아갔다.
 육중한 갑옷을 입은 NPC 발할라의 기사는 강이안을 보며 정해진 멘트를 건넸다.
 
 [훌륭하다. 항상 발할라의 기사다운 그 정의심과 성품을 잊지말고 연마하라.]
 
 -띠링!
 [퀘스트 보상으로 ‘발할라 초급 기사 세트’가 주어집니다.]
 [퀘스트 보상을 수령하려면 악의 혼 10개가 필요합니다.]
 [수령하시겠습니까?]
 [Y/N]
 
 ‘몬스터를 잡아서 악의 혼을 얻고, 그걸로 퀘스트 아이템을 얻는 방식이군.’
 
 커뮤니티에서 미리 정보를 찾아볼 때 한 번 봤었다.
 데빌로드3의 퀘스트 시스템은 단순히 시키는걸 완수했다고 다가 아니다.
 
 퀘스트 보상을 수령하려면 몬스터를 사냥해서 얻은 ‘악의 혼’이라는 걸 제공해야 했다.
 
 유저가 계속 사냥을 하게끔 게임사에서 집어넣은 시스템이었다.
 
 강이안이 Y를 누르려는 순간이었다.
 
 -띠링! 띠링!
 -우우웅!
 
 “아 깜짝이야!”
 
 책상 위에 올려둔 스마트폰에서 거센 진동이 느껴졌다.
 보통 무음모드로 해놓기에 깜짝 놀라서 쳐다봤다.
 
 [긴급재난문자]
 [경기도 성남시 상공 1500m 부근에서 서든 게이트(sudden gate) 현상 발생]
 
 “서든 게이트?”
 
 강이안은 저도 모르게 위를 쳐다봤다.
 당연히 빌라의 천장만 보였다.
 서든 게이트 현상은 자연 재해처럼 갑자기 게이트가 생성되는 것을 뜻했다.
 위치는 세계 곳곳 어디든지 랜덤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보통은 대기하고 있는 헌터들이 파견되어 게이트를 닫는 식으로 처리되었다.
 
 다만 그 때까지는 휘말리지 않도록 게이트 발생 구역에 있는 사람들은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상공 1500미터 정도면···별 문제 없겠지.”
 
 거리도 멀었고, 안전하게 집 안에 있는데 무슨 문제가 발생할리가 없었다.
 
 -우르릉
 -콰과과광
 
 바깥에서 번개 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부터 비바람이 불며 날씨가 안좋았는데 이젠 번개까지 친다.
 
 강이안은 다시 게임으로 관심을 돌렸다.
 
 재난 문자나 바깥의 날씨 같은건 그와 큰 상관이 없었다.
 
 -콰르르릉!
 
 그리고 그 때, 번개가 정확히 강이안이 사는 빌라에 직격했다.
 보통 아파트에는 피뢰침이 설치되어 낙뢰가 떨어지더라도 별 피해는 없다.
 여긴 빌라였지만 고지대에 있어서 피뢰침 설비가 잘 되어있었다.
 
 하지만 이건 보통의 번개와 달랐다.
 강이안은 몰랐지만, 저 높은 상공에서 만들어진 번개가 서든 게이트를 통과하며 그 성질이 변화한 것이다.
 
 번개가 정확히 건물을 때리며 모니터에서 순간적으로 밝은 빛이 번쩍였다.
 
 “큭···!”
 
 하얗게 시야를 가득 채워오는 모니터에 강이안이 순간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방 전체를 순간적으로 다 뒤덮은 빛이었다.
 
 잠시 후, 모니터는 멀쩡히 다시 게임 화면을 송출하고 있었다.
 
 “이거 괜찮은거 맞겠지? 어디 안에 고장나거나 한거 아닌가?”
 
 불안한 기분이 들어 모니터와 컴퓨터 본체를 조심스레 살폈다.
 비싸게 맞춘 물건들이라 걱정이 됐다.
 
 그리고 곧, 강이안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
 
 장비에 문제가 생겨서는 아니었다.
 정확히는 그의 눈에 문제가 생겼다.
 
 [직업과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이름 : 강이안]
 [직업 : 발할라의 기사]
 [스킬 : 발할라와의 소통]
 
 “어···?”
 
 게임 속에서 보여야할 메시지들이 눈 앞에 둥실 떠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강이안은 제 눈을 의심했다.
 오랜만에 하는 게임이다보니 잠시 헛것이 보이나?
 
 그러나 곧 생각이 달라졌다.
 눈 앞에 보이는 직업과 스킬을 획득했다는 메시지.
 이게 뭔지는 미디어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하도 떠들어서 알고 있었다.
 
 “가, 가, 가···각성!!!!?”
 
 각성자의 증거였다.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말도안돼! 내가 각성이라니! 나도 각성이라니!!”
 
 흥분해서 절로 샤우팅이 터져나왔다.
 비가 많이 오고 번개가 치는 날씨가 아니었다면 옆집에서 시끄럽다며 벽을 두드렸을만큼 시끄러운 소리였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딴건 아무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각성. 헌터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아닌가.
 선택받은 극소수의 인간만이 헌터가 되며, 그들은 게이트를 오가며 부와 명예를 얻었다.
 
 강이안의 머릿속에서 떵떵거리며 사는 자신의 미래가 스쳐 지나갔다.
 짜릿한 쾌감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근데···잠깐만.’
 
 짧은 흥분의 시간이 흘러가자 의문이 들었다.
 
 ‘직업이랑 스킬이 왜저래?’
 
 각성을 했다고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헌터가 되는건 아니다.
 
 사실 각성자의 대부분은 F급이나 D급 헌터가 될 뿐이다.
 그 위로 올라가 성공하는 자들은 좋은 직업, 좋은 스킬을 가진 자여야만 했다.
 
 그렇기에 직업과 스킬은 중요했는데, 뭔가 익숙했다.
 발할라의 기사?
 그건 지금 눈 앞에 있는 게임 속 직업 아닌가?
 
 강이안의 시선이 자연스레 모니터로 향했다.
 거기에는 조금 전까지 보다 말았던 문구가 떠있었다.
 
 [퀘스트 보상으로 ‘발할라 초급 기사 세트’가 주어집니다.]
 [퀘스트 보상을 수령하려면 악의 혼 10개가 필요합니다.]
 [수령하시겠습니까?]
 [Y/N]
 
 그건 게이머의 본능이었다.
 저런 메시지가 있는데 어떻게 안 누를 수 있겠는가.
 저도 모르게 손이 움직여서 마우스가 Y를 클릭했다.
 
 -띠링
 [발할라의 초급 기사 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모니터 속 캐릭터의 인벤토리로 새 장비들이 생겼다.
 
 그리고.
 
 “···이게 다 뭐냐.”
 
 강이안의 눈 앞에도 장비들이 허공에서 뚝 떨어졌다.

작가의 말

오랜만에 신작이네요.

잘부탁드립니다!

댓글(83)

단군한배검    
건필하세요^0^
2024.03.01 14:56
골드충전중    
읽기 전인데 너무 아쉽네 12편 이라니....
2024.03.01 18:58
골드충전중    
글포터님 꺼니 우선 킵은할게요
2024.03.01 18:59
옅은이    
12쪽 파견되 오타요!
2024.03.02 02:00
글포터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2024.03.21 20:36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4.03.09 21:43
pa*****    
1 자신이 빼야할것 같습니다 탈락의 고비 고배
2024.03.10 16:52
글포터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2024.03.21 20:36
글포터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2024.03.21 20:36
eo*******    
발할라!!
2024.03.11 15:16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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