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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K3에서 발롱도르까지

프롤로그.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2024.03.06 조회 10,817 추천 105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강팀장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나는 그 손을 외면하고 그대로 돌아섰다.
 생각하면 쫀쫀한 행동이긴 하다.
 그래도 쫓겨나는 마당에 대인배처럼 행동할 마음도 없었다.
 그렇게 춘천 야드버드 사무실을 나왔다.
 이제 나는 프로 3부리그에서도 방출되었다.
 아니, 춘천 야드버드가 4부로 강등되었기 때문에 4부리그에서 방출된 것이다.
 
 나에게 접촉하는 팀도 없었다.
 내가 당한 발목 부상이 심하다는건 리그의 전 팀이 아는 상황이다.
 강등전때 상대의 수비수의 태클에 발목이 접질리는 순간이 방송을 타고 인터넷에 다 퍼졌다.
 그 장면은 누가 봐도 선수 생명이 끝난 걸로 보였다.
 상대 수비수가 경기후 라커룸까지 들어와 나에게 사과했지만 그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란 건 나도 안다.
 내가 재수가 없었고 감독의 평소 지론대로라면 평소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놈들이 부상을 당한다니까 내 잘못일수도 있겠다.
 
 한때 프로 1부리그에서도 뛴 적이 있던 내가 왜 이렇게까지 추락했을까?
 K4 리그 팀에서도 아무도 내게 접촉이 없다.
 기거하는 원룸에 들어와서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냈다.
 혼자서 소주잔을 들고 입에 털어 넣었다.
 안주로 생수를 소주잔에 따라 마셨다.
 
 3주전 강등전 때 부상이후로 하지도 못하는 술을 입에 대었다.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았다.
 비록 상무 시절이었지만 1부에도 속해 있었고 전역 후 2부팀에서 한때 에이스 취급도 받았었다.
 그때 발목이 한번 접질린 후로 계속 그 발목이 문제였다.
 경기에 출장 못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팀은 2부 상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팀이 다음 시즌에 1부로 승격하는 걸 목표로 리빌딩을 하면서 나는 방출명단에 올랐다.
 
 부상이 알려진 나는 2부의 어느 팀도 접촉하지 않았다.
 3부 춘천 야드버드에서 제안이 왔을 때 감지덕지하며 계약했다.
 비록 3부지만 절치부심해서 다시 2부리그로 올라가리라 마음을 다졌다.
 그러나 부상한 부위가 계속 재발하면서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고 출전을 해서도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팀은 강등권까지 순위가 떨어졌고 결국엔 4부팀과 승강전을 벌이는 지경까지 왔다.
 팀이 4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절박함에 한 명의 퇴장과 2명의 부상자가 나오는 거친 경기가 되었다. 벤치에서 웜업하던 나는 후반 35분 부상 선수와 교체되어 들어갔는데 들어가자 마자 좌측에서 공을 받아 상대진영으로 돌진하면서 내 공을 받아주러 뛰어 들어오는 우리 편을 살피는데 상대 수비수가 태클로 나를 저지하였다.
 
 상대의 태클은 정당하였으나 내가 넘어지면서 디딤발을 잘못 딛는 바람에 발목이 접질리고 말았다.
 허망했다.
 교체 3분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억지로 뛰어 보려 했으나 서 있을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나는 필드 밖으로 실려 나오고 퇴장 한명이 있는데다 교체카드를 다 쓴 우리 팀은 9명이서 경기를 하다가 막판 두 골을 먹으면서 0대2로 지고 말았다.
 결국 춘천 야드버드는 4부로 강등되었고 나는 이렇게 방출되고 말았다.
 
 소주를 한 잔 털어 넣었다.
 신은 내게 축구를 할 재능은 주었는데 주실려면 훌륭한 재능을 주시던지 애매모호하게 재능을 주셨다.
 거기다 유리 발목은 또 뭔가?
 왜 중 고등학교때는 날아다니다가 나이가 들수록 쇠퇴하는 재능을 주셨는가?
 괜히 신을 원망하면서 또 술을 털어 넣으려 하는 데 병이 비었다.
 내가 소주를 한 병이나 마셨단 말인가?
 난 원래 술을 못한다.
 
 못하는 술을 소주 한병이나 마셨어도 내 정신은 여전히 말짱하고 여전히 비관스럽다.
 에이, 오늘 같은 날 도저히 맨정신으로 버틸 수가 없었다.
 웃옷을 대충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과 핫바 1개를 사가지고 나오는데 빨간 고무공이 통통 굴러 오더니 차도로 굴러갔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린 여자 아이가 공만 보며 차도로 뛰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으로 트럭이 달려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 아이에게 점프했다.
 트럭이 급정거를 했다.
 내가 아이를 감싸고 몸을 웅크렸다.
 트럭이 내 등을 사정없이 들이 받았다.
 하늘로 뜬 것 같았다.
 땅에 떨어질 때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 아이를 꼭 안고 웅크렸다.
 
 
 * * *
 
 “최강훈! 빨리 준비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뭐야? 나는 아이를 안고 트럭에 받혀서···
 아니다. 여기는 3부 승강플레이오프가 벌어지는 춘천 공설 운동장이다.
 내 손을 봤다.
 아이는 없다.
 전광판 시계를 봤다.
 후반 35분.
 얼떨떨한 얼굴로 피치로 걸어나갔다.

댓글(6)

쓰고또쓰고    
작가님! 유료작이 있으시던데 왜 작가연재가 아닌가요?
2024.03.08 11:17
하기동    
유료가 두편 이상이어야 된다나봐요
2024.03.08 13:29
쓰고또쓰고    
앗 그렇군요! https://help.munpia.com/boApply/page/1/beSrl/1120053 여기 작가 연재 승급란에 보니까 유료가 1질이어도 차기작을 문피아 독점으로 하면 작가연재 승급이 가능할 수도 있는 모양입니다! 혹시 도움이 될까 하여 댓글 남겨봅니다! 불필요하시다면 댓글 지우셔도 괜찮습니다! 건필!
2024.03.08 16:11
하기동    
감사합니다!!
2024.03.08 17:27
애들은가라    
건투를 !
2024.04.14 18:08
분리배    
최신화까지 봤는데 걍 좆쓰레기 소설, 소설이라 말하기도 민망할정도 유입잇으면 거르길 요망
2024.05.23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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