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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조선인 1장

2024.03.18 조회 23,374 추천 283


 1장.
 
 
 
 
 난 잠시 틈이 난 김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오늘은 날이 흐려 ‘화성’의 저녁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화성은 경기도 화성이 아니다.
 행성 화성이다!
 지구와 5천 6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태양계의 그 화성.
 
 그때, 뒤에서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조센징, 또 농땡이 피우는 거냐?”
 
 속으로 욕을 하며 돌아섰다.
 콧수염을 기른, 신 일본제국 감독관이 날 쏘아보며 서 있었다.
 쳇, 또 나카가와 저놈이네.
 
 화성에 근무하는 ‘신 일본제국’ 감독관치고 좋은 놈은 없었다.
 하지만 이 콧수염은 그중에서도 악질이다.
 특히 식민지 한국 출신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 놈이지.
 
 “시, 시정하겠습니다, 나카가와 감독관님.”
 
 놈이 좋아하는 제국 식 경례를 해 보이고 작업을 재개했다.
 
 “다음에 또 걸리면 그땐 국물도 없을 줄 알아!”
 
 엄포를 놓은 콧수염은 더 괴롭히지 않고 돌아갔다.
 놈이 오늘따라 기분 좋아서는 아니다.
 그보단 이 현장에 내가 없으면 안 되기 때문이지.
 
 난 3년 전, 신 일본제국 화성 섹터에 1급 엔지니어로 취업했다.
 그리고 지금은 신 일본제국이 담당하는 화성 테라포밍 현장에서 갑자기 고장 난 테라포밍 모듈 장비를 수리하고 있었다.
 원래 여기엔 1급 엔지니어가 나 말고 일본인 둘이 더 있었다.
 하지만 하나는 병가, 다른 하난 지구에 긴급 출장 가고 없었다.
 즉, 내가 없으면 이 테라포밍 장비를 쓰지 못하는 상황이다.
 
 화성 테라포밍 장비로 유명한 ‘프레이야’의 모듈 하나를 분해해 고장 난 부분을 찾아 수리하고 다시 원상태로 조립했다.
 하도 많이 고쳐 봐서 프레이야라면 눈 감고도 분해할 수 있지.
 
 도중에 버그가 생긴 운영 프로그램을 손보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다행히 점호 전에는 마칠 수 있었다.
 1급 엔지니어는 전자, 전기에 컴퓨터 공학까지 마스터해야 딸 수 있는 자격증이라, 프로그램 개발과 수정도 가능하다.
 
 작업을 마친 김에 현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테라포밍 작업은 기계와 인공지능 로봇이 진행한다.
 하지만 비싼 기계와 로봇으로 하기에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일들, 그러니까 간단한 노역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었다.
 근데 신 일본제국은 거기에 들어가는 인건비마저 아끼려고 식민지 한국에서 독립운동하다가 잡힌 정치범을 활용했다.
 
 이 현장에도 정치범 4, 50명이 끌려와 노역하고 있었다.
 정치범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15살 소녀도 있고 여든에 가까운 할아버지도 있었다.
 방금 말한 그 할아버지가 무거운 물건을 옮기다가 넘어졌다.
 
 곧 감시하던 콧수염이 득달같이 달려가 끝에 스파크가 튀는 전기 스틱으로 쓰러진 할아버지 등을 미친 듯이 후려쳤다.
 감전당한 할아버지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저 미친 사디스트 새끼!
 하지만 독이 오른 콧수염은 구타를 멈추지 않았다.
 
 “이 더러운 조센징놈이 천황 폐하께서 입히고 먹이고 재워 주시기까지 하는데 감히 황국 신민이 낸 세금으로 산 장비를 나르다가 떨어트려! 죽어! 이 밥버러지 같은 영감탱이야!”
 
 정치범 몇 명이 말리려고 용감하게 다가갔다.
 하지만 다른 감독관들이 전기 스틱을 거칠게 휘두르며 위협을 가하는 통에, 도와주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저 전기 스틱은 글레이프니르라고 하는 지독한 고문 도구였다.
 보통은 줄여서 글레이라고 부른다.
 
 “이든 군.”
 
 뒤에서 나직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았다.
 눈이 작아 항상 웃는 상인 야마시타 수석 감독관이 서 있었다.
 
 이자는 또 언제 왔대?
 옆으로 온 야마시타가 내 어깨에 팔을 걸치며 친한 척했다.
 
 “동포들이 맞는다고 해서 마음 아파하지 말게.”
 “제가 왜 조선 놈들을 동정합니까. 절대 아닙니다.”
 “하긴 국화청년단에서 쌓은 뛰어난 공적 덕에 이 자리까지 온 자네라면 그럴 리 없겠지. 근데 나카가와가 오늘따라 더 흥분한 거 같군. 죄수가 죽기 전에 내가 가서 말려야겠어.”
 
 곧 야마시타가 걸어가 콧수염의 팔을 붙잡았다.
 
 “그만하게, 나카가와 감독관.”
 “하지만 이 늙은이가······.”
 “죄수의 나이가 많긴 하지만, 아직까진 훌륭한 노동력 아닌가? 이런 식의 손실이 늘어나면 섹터 운영에 차질이 빚어져.”
 “쳇, 수석 감독관님은 조센징을 너무 끼고돌아 문젭니다.”
 “저들을 감화해 황국 신민으로 만드는 일 역시 우리 임무일세.”
 “흥, 그딴 똥 같은 임무는 사양하고 싶네요.”
 
 코웃음을 친 나카가와 감독관이 떠난 후.
 다른 정치범들이 신음하는 노인을 부축해 데려갔다.
 
 소동이 가라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렌이 울렸다.
 저녁 점호 시간이었다.
 
 아, 당연히 화성도 밤과 낮이 있다.
 다만, 자전 주기가 지구보다 24분 더 길뿐.
 점호 시간에 동포와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려는데 어느새 다가온 야마시타가 팔을 잡았다.
 
 “자네도 점호에 참여하게.”
 “오늘 저녁엔 궁니르 운영 시스템을 정비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고작 몇 분이야. 참여하게.”
 “수석 감독관님 지시라면 그렇게 해야죠. 알겠습니다.”
 
 야마시타가 내 어깨에 팔을 걸치며 웃었다.
 
 “내 말을 고깝게 듣지 말게.”
 “아닙니다.”
 “자네는 저들의 롤 모델이 되어야 하네.”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야마시타가 자기 멋에 취해 계속 떠들었다.
 
 “어엿한 황국 신민이 되어 천황 폐하의 제국 발전에 이바지하는 자네를 보고 있노라면 저들도 마음이 바뀌어 독립이란 불가능한 꿈을 그만 꾸고 이제 정의의 편에 서지 않겠나?”
 “훌륭하신 생각입니다.”
 
 난 결국, 야마시타와 점호가 이루어지는 연단으로 가야 했다.
 연단 위에는 콧수염을 포함한 일본인 감독관들이 서 있었다.
 반대로 연단 아래에는 식민지 한국 출신 정치범들이 서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내가 섹터 수석 감독관인 야마시타와 연단 위에 도착하자 날 보는 동포들의 눈에 증오심이 이글거렸다.
 그들에게 난 국화청년단 출신 악질 부역자였으니까.
 아마 눈빛으로 누군갈 죽일 수 있다면······.
 난 이미 수천, 수만 조각으로 찢겨 죽었을 테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려 할 때.
 옆에 있는 야마시타가 섬뜩한 경고를 발했다.
 
 “정면을 똑바로 보게.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예?”
 “천황 폐하의 은덕으로 황국 신민이 되지 않았으면 자네도 여기서 기약 없는 노역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었겠지.”
 “수석 감독관님 말씀이 맞습니다. 천황 폐하 만세!”
 
 난 시키는 대로 동포들의 증오 섞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들처럼 되지 않은 거에 감사해선 아니다.
 그보단······, 나 역시 형태는 다르지만, 저들과 같아서다.
 
 난 사실, 받아 주는 데가 없어 망명 정부조차 꾸리지 못한 대한민국 독립협회가 신 일본제국에 침투시킨 비밀 요원이었다.
 한 마디로 스파이인 거지.
 
 그리고 얼마 전, 마침내 고대하던 기회가 찾아왔다.
 공교롭게도 일본인 엔지니어 둘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면서 신 일본제국의 핵심 자산인 ‘궁니르’에 접근할 기회를 얻었다.
 아마 10년 가까이, 신 일본제국과 천황을 상대로 보여 준 갸륵한 충성심이 저들의 경계심을 어느 정도 누그러트린 거겠지.
 
 처음 잠입할 때부터 내 목표는 궁니르였다.
 강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면서 세계는 기술과 자본에서 월등히 앞선 미국과 선진국이 모여 있는 유럽, 두 축으로 나뉘어 경쟁에 들어갔는데 놀랍게도 유럽이 이겼다.
 아무도 예상 못 한 결과였지.
 당연히 한국도 그랬고.
 아무튼 궁니르는 유럽, 그중에서도 독일 극우 연구소가 주도해 개발한 초인공지능으로 핵융합 엔진, 상온 초전도체와 같은 인류의 숙원을 해결한 기적과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독일은 궁니르 개발에 초기부터 참여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웨덴과 궁니르를 관리하는 비프로스트란 회사를 차렸다.
 그리고 비프로스트는 궁니르의 기능을 제한한 버전, 즉, 성능이 가장 떨어지는 알파부터 차례대로 베타, 감마, 델타 버전을 만들고 이해관계와 정치적인 역학 관계를 따져 판매했다.
 물론, 완전한 버전인 오메가는 절대 판매 금지였지만.
 
 아무튼 그 바람에 일찍부터 비프로스트로 말을 갈아탄 일본은 판매 버전 중에 가장 성능이 좋은 궁니르 델타를 받았다.
 반대로 끝까지 미국이 개발하던 초인공지능의 끈을 놓지 못하던 한국은 성능이 떨어지는 궁니르 베타를 받게 되었고.
 당연하게 한일, 두 나라의 인공지능 격차는 단숨에 벌어졌다.
 
 그러다가 궁니르 소유권 문제를 놓고 촉발한 3차 세계 대전에서 일본은 아시아를 침략해 신 일본제국으로 재탄생했고 한국은 또다시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만큼 궁니르는 국가 사활이 달린 문제였다.
 
 난 정비한단 핑계로 화성 섹터를 운영하는 궁니르 델타 버전의 방화벽을 무력화해 핵심 코드를 은밀히 복사해 오고 있었다.
 어제 99.9퍼센트까지 완성했으니 오늘쯤 끝날 테지.
 ······끝나면 나도 이제 동포들 앞에 얼굴을 당당히 들 수 있을까?
 
 아무튼 고통스러운 점호가 끝났을 때.
 야마시타가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이거 어쩌지?”
 “제게 시키실 일이라도?”
 “이 섹터에 테라포밍과 자원 채굴 파트가 있는 건 알고 있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근데 자원 채굴 현장에 이상한 광석이 나타나서 빨리 분석해야 하는데 우리가 가진 분석 장비론 쉽지 않은 모양이야.”
 
 이상한 광석?
 화성을 이만큼이나 개발했는데도 아직도 그런 것이 있었나?
 
 “장비의 분석 프로그램을 수정해 달라는 말씀인가요?”
 “바로 알아듣네. 역시 천재는 달라, 하하.”
 “뭐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하하.”
 
 우린 다목적 틸트로터 헬기를 타고 자원 채굴 현장으로 떠났다.
 
 현장은 크다는 말론 설명이 힘들 만큼 거대했다.
 수천 킬로미터 반경에 깊이는 10킬로미터였으니까.
 분지 내부에서는 빌딩보다 큰 채굴 기계 수십 대가 로봇의 도움을 받아 채굴한 광석을 지상으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우린 엘리베이터를 타고 현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현장 구석에서 문제의 광석을 발견했다.
 
 은백색 수정처럼 생긴 광석은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확실히 뭔가 특이한 광석이긴 하네.
 먼저 와 있던 콧수염은 나를 보기 무섭게 성질을 부렸다.
 
 “저 조센징은 왜 데려왔습니까?”
 “말조심하게. 이든 군은 이제 조센징이 아니라, 황국 신민이야.”
 “아무튼 저놈은 왜 데려왔습니까?”
 “분석 장비 프로그램을 조정하려고 데려왔지.”
 “그 정도는 우리 직원들이 직접 해도 ······.”
 “수석 감독관인 내가 결정한 일일세.”
 
 지위로 콧수염을 찍어 누른 야마시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어서 시작하게.”
 “예.”
 
 난 분석 장비로 걸어가 프로그램을 수정했다.
 이 분석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광석을 분석하도록 짜여 있었다.
 그래서 은백색 광석을 조사하려면 코드에 수정이 필요했다.
 
 한창 코드를 수정하고 있는데.
 아까부터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팍팍 쓰며 돌아다니던 콧수염이 갑자기 글레이로 은백색 광석을 후려쳤다.
 
 근데 그 순간.
 돌연 광석에서 스파크가 튀어나와 콧수염을 강타했다.
 도와줄 겨를조차 없었다.
 
 “으아아악!”
 
 콧수염은 스파크에 닿기 무섭게 순식간에 불타 재로 변했다.
 그가 걸친 최첨단 우주복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은백색 광석은 누가 스위치를 누른 거처럼 사방에 뱀을 닮은 굵은 스파크를 발산해 근처에 있는 모든 것을 불태워 갔다.
 콧수염에 이어 다른 감독관들도 차례차례 불타올랐다.
 
 “안, 안 돼!”
 
 비명을 지른 야마시타는 부하들을 버리고 가장 먼저 달아났다.
 난 얼른 그런 야마시타의 뒤를 쫓아 달렸다.
 
 그 순간에도 스파크는 주변을 계속 초토화했다.
 난 앞만 보고 미친 듯이 달렸다.
 미션 컴플리트를 앞두고 이렇게 죽을 순 없다고!
 
 야마시타를 쫓아 쉘터 앞에 가까스로 도착했을 때.
 그 무시무시한 스파크가 벌써 밀어닥치고 있었다.
 현장 쉘터 안으로 대피한 야마시타가 그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벌벌 떨다가 갑자기 개폐 버튼을 눌러 입구를 닫았다.
 
 “잠, 잠깐만요!”
 
 난 급히 빠르게 닫히는 입구로 몸을 날렸다.
 다행히 입구에는 사고 예방을 위해 만든 동작 감지 센서가 있었고 그 덕에 닫히던 입구가 덜컹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그 모습을 보고 화가 난 야마시타가 갑자기 발로 날 걷어찼다.
 
 “너 때문에 내가 죽게 생겼잖아!”
 
 난 그가 내지른 다리를 엉겁결에 붙잡았다.
 
 “진정해요. 아직 시간이 충분히 있습니······.”
 
 그 순간, 야마시타가 날 벌레 보듯 쏘아보았다.
 
 “조센징 놈이 감히 황국 신민을 건드리는 불경을 저지르다니!”
 
 야마시타의 돌변한 모습에 충격받진 않았다.
 어차피 이런 놈인 줄 진작 알았으니까.
 대신, 냉철하게 현재 상황을 판단하려 애썼다.
 그래, 지금은 그 수밖에 없겠어.
 
 결정을 내리기 무섭게 야마시타를 놓고 물러섰다.
 안전하다고 판단한 쉘터 시스템이 바로 입구를 닫았다.
 야마시타에게 살려 달라 애걸하는 짓 따윈 하지 않았다.
 한다고 살려 줄 놈도 아니었고.
 대신, 바로 돌아서서 무작정 오른쪽으로 달렸다.
 
 내 기억에 따르면 그곳엔······.
 비프로스트가 운영하는 행성 간 수송선이 있었지!
 
 신 일본제국이 얼마 전에 주문한 각종 장비와 보급품을 가져다 주기 위해 비프로스트가 오늘 오후에 보낸 수송선이었다.
 근데 마침 늦은 저녁이라, 선내에는 직원이 없었다.
 
 곧 수송선, ‘스키드블라드니르’의 거대한 동체가 보였다.
 보통은 줄여서 ‘블라드’라고 불렀다.
 
 사방에서 덮쳐 오는 스파크를 피해 블라드로 질주했다.
 뭐 피했다기보다는 운 좋게 맞지 않은 쪽에 더 가까웠지만.
 
 아무튼 천우신조로 블라드에 무사히 도착했다.
 난 바로 개폐 버튼을 주먹으로 쾅 쳤다.
 
 “긴급 상황이다! 빨리 열어!”
 
 하지만 블라드를 관리하는 궁니르가 탑승을 거부했다.
 
 -경고, 경고! 즉시 물러나십시오! 비프로스트 직원이 아니면 스키드블라드니르 ETM-113 호에 탑승할 자격이 없습니다.
 “지금은 긴급 피난 상황이야!”
 -긴급 피난 상황은 인정하지만, 정식 직원이 아니면 탑승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탑승해야겠다면 먼저 비프로스트 본사에 연락해 탑승에 필요한 적법한 절차를 밟아 주십시오.
 
 어차피 이럴 거라 예상해 동요하진 않았다.
 난 우주복에 달린 신분 증명용 카드를 꺼내 껍데기를 벗겼다.
 그리고 안에 든 저장 장치를 문에 달린 잭에 꽂았다.
 
 저장 장치에는 복사한 궁니르 델타 코드로 만든 비프로스트 해킹 툴이 있었는데 원래는 탈출용으로 만들어 둔 거였다.
 물론, 아직 99.9퍼센트라 될 거라 장담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차피 다른 방도는 없으니까.
 
 -······탑승을 승인받았습니다.
 “빨리 열어!”
 
 곧 블라드 출입구가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난 지체할 틈이 없어 그 안으로 몸을 날렸다.
 
 “일단 이 빌어먹을 곳에서 빨리 도망치자!”
 -바로 이륙하겠습니다.
 
 위이이잉!
 차세대 핵융합 엔진을 전력으로 가동한 블라드가 엄청난 속도로 이륙해 은색 스파크가 바글거리는 현장 위로 비상했다.
 그제야 여유가 약간 생겨 아래쪽 현장을 확인했다.
 
 마침 은색 스파크가 야마시타가 피한 쉘터를 덮쳐 가고 있었다.
 은색 스파크는 그새 위력이 더 세져 있었다.
 스파크에 닿기 무섭게 쉘터가 그대로 폭발했다.
 콰아앙!
 ······야마시타 새끼는 확실히 뒈졌겠구나.
 
 은색 스파크, 아니 이젠 은색 해일처럼 보이는 충격파가 쉘터 외에도 채굴 기계와 로봇 등 현장에 있는 모든 것을 낱낱이 파괴하며 거대한 분지 전체를 은빛 거울처럼 만들었다.
 우와, 굉장하네!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놀라 창문에 바짝 붙었을 때.
 광석이 돌연 은색 스파크를 엄청난 속도로 회수했다.
 어라?
 왜 굳이 뱉은 걸 다시 빨아들이는 거지?
 
 광석은 급기야 이륙한 블라드마저 엄청난 힘으로 끌어당겼다.
 설마 배터리에 있는 전기 에너지를 노리나?
 
 “배터리 에너지를 빨리 방전시켜!”
 -방전 시작했습니다. 완료까지 10, 9, 8, 7, 6······.
 
 그 사이에도 은백색 광석은 엄청난 흡인력으로 블라드를 끌어당겨 이제 광석과의 거리는 고작 수백 미터에 불과했다.
 제발, 제발!
 
 -5, 4, 3, 2, 1······.
 
 마지막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는 순간.
 은백색 광석이 투명해지며 주변 공간과 분리되었다.
 마치 공간 일부가 무언가에 뜯겨 나간 거 같았다.
 저, 저건 또 무슨 미친 현상이야?
 
 -방전 99.9퍼센트에서 더는 진행이 불가능합니다.
 
 그 순간, 블라드가 속절없이 공간 균열로 끌려 들어갔다.

댓글(34)

무중생유12    
22세기에 일제 식민지라니 ... 엄청 욕 잡수시겠군
2024.03.21 19:44
do***    
지금 나라 꼴아지 보면 22세기 제2국치 확정.
2024.03.29 16:59
치킨생맥    
뭐.. 혐일을 위한 캐릭터가 그렇긴 하겠지만 저 급한 상황에 조센징이니 황국시민이니 할 정신과 시간이면 그냥 발로 차서 내쫒거나 들여보내고 빨리 문닫거나 했겠네요. 자기 목숨보다 더 중요한게 혐한 행위인 캐릭터의 슬픈 운명...?
2024.04.01 22:25
호랭이짱    
화성에 있는 작업장의 반경이 수천킬로미터나 될 수 있나요. 화성 적도 직경이 6,700킬로미터 정도로 나오는데, 이런 설정이라면 화성을 통으로 깍아내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
2024.04.02 17:38
청은이    
잘 보고 갑니다.
2024.04.03 20:31
n2************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배하는건 거의 불가능 할거 같은데.
2024.04.04 03:24
8walker    
요 일년간 돌아가는 꼬라지보면 식민지배 충분히 가능함.
2024.04.13 13:14
화곡2동    
무뇌 반일 애국주의자의 뇌내망상은 천년 후에도 계속 된다 ㅋㅋ
2024.04.18 14:05
양마루    
건필
2024.04.19 14:02
하얀손㈜    
잘 보고 갑니다. ~
2024.04.23 22:07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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