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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몰락. 쪽방촌에 산다.

2024.03.18 조회 7,601 추천 90


 무식했다.
 
 중학교 퇴학을 당해 배운 것도 없다.
 
 어릴 적에는 동네에서 싸움이나 하고, 친구들과 나쁜 짓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어깨 힘주고 다니며 잘난 척을 하는 전형적인 동네 무뢰배 였다.
 
 '담배 피고'
 '술 먹고'
 '힘 없는 친구를 괴롭히고'
 '욕하고 싸우며'
 
 전형적인 무식한 젊을 시절이었다.
 
 젊음이 항상 있을 줄 알았던, 하루 하루를 돌아보지 않던 그런 삶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젊음을 세월의 바람 속에 넣어 흘려보냈고, 언제나 어리고 젊을 줄 알았던 그 청춘의 시간은 야속하게도 빠르게 흘러갔다.
 
 그렇게 흘러 흘러
 
 20살이 되고, 22살이 되며, 30살이 되자 주위에 공부만 하던 친구들과 젊음을 즐기며 살던 인생의 벽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 연봉 2억”
 “나 연봉 3억”
 “이번에 회사 인수해서”
 “내 명함이야 법무법인에 들어갔는데”
 “미국 주재원으로 가잖아"
 
 30살이 넘어 만난 중학교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들은 하나같이 자기의 인생을 만들고 있었고, 공부만 하던 모범생이라고 놀렸던 친구는 떳떳한 법조인이 되어 있었으며, 그 외 좋은 회사를 다니는 친구도 많이 있었다.
 
 젊음이 끝난 것을 알게 된 남자는 동창들과의 현실적 격차가 커지는 것에 마음이 조급했다.
 
 ‘주식 투자를 해볼까?’
 ‘나도 코인 투자를 해볼까?’
 
 남자는 주워듣는 소문은 많았으나 배운 것이 없고, 배울 생각도 없었기에 편하고 쉽고 단순하게 돈을 벌고 싶었다.
 
 '나는 특별했으니까!'
 
 젊은 시절의 객기를 놓지 못하고 그렇게 열등감으로 시작된 조급함이 도박으로 남자를 이끌었고, 도박에 빠져 세월을 보내다 이제 40 대가 되었다.
 
 그동안
 
 도박에 빠진 남자는 이혼도 했고, 아이들을 볼 수도 없었으며, 종로에 창문도 없는 2평의 방이 다닥다닥 붙은 벌집촌이라 불리는 쪽방촌에서 살고 있다.
 
 “하 .. 이젠 가진 것도 없고”
 
 “아이들이 보고 싶네”
 
 “그때 장땡만 잡았어도!!”
 
 남자는 하루하루를 그렇게 지난 과거를 회상하며 발도 뻗을 수 없는 방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있었다.
 
 “어이 ~ 장 씨”
 
 문밖에서 장 씨를 불렀고 남자가 일어나 문을 열었다.
 
 “네?”
 
 “장 씨 화장실에 똥 싸고 물 뿌리라니까! 그 참!”
 
 30대로 보이는 이 청년은 쪽방촌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총각’으로 불리며 이름은 모른다.
 
 “나 아냐”
 
 “아따! 장 씨 화장실 물 안 뿌리는 거 다 알고 있는데 참 ..”
 
 쪽방촌은 수세식 화장실이 아니었고, 변기에서 물이 나오지 않았기에 다음 사람을 위해 변기 옆 물통에서 물을 뿌려 깨끗하게 해야 되지만 장 씨가 예전에 한번 물을 안 뿌린 게 걸렸기에 총각은 화장실이 더러우면 이렇게 찾아와 화풀이를 하곤 했다.
 
 “미, 미안”
 
 “장 씨 똑바로 하이소! 어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총각이 다른 방 사람들에게 경고하듯 크게 소리를 질렀다.
 
 “웅 ..”
 
 “카 ~~ 퉤!”
 
 총각은 화가 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한 명이 겨우 걸어 다니는 좁은 쪽방촌 길에 침을 뱉으며 장 씨를 한번 노려 본 후 갔다.
 
 문을 닫으며 장 씨는 서러움이 밀려왔지만 이곳을 떠나면 갈 곳이 없었기에 옆방에서 들을까 이불을 덮어쓰고
 
 “개 x 끼”
 “소 x 끼”
 “간장 x 끼”
 
 총각을 생각하며 욕을 강한 단어로 작게 속삭였다.
 
 “똑똑똑~”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이불에서 나와
 
 “누 .. 구세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똑똑똑~”
 
 답 없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장 씨가 문 앞으로 몸을 밀어 문을 열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우비를 덮어쓰고 우비 모자까지 걸친 여자가 서 있었다.
 
 “누 .. 구? 세요?”
 
 “ ... ”
 
 문 앞 여자는 비도 오지 않는 날에 덮어쓴 검은색 우비에 가려진 얼굴을 앞으로 쓱 내밀며
 
 “장 씨?”
 
 중국 연변 악센트로 말을 했다.
 
 “ .. 네”
 
 “광장시장 최 씨 알지요?”
 
 광장시장 최 씨는 예전부터 같이 도박을 하러 다니는 친구로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광장시장에서 건어물 장사를 하다 도박으로 말아 먹고, 지금도 도박에 빠져 사는 친구다.
 
 “예 .. 알죠 그 지난주에 봤어요”
 
 우비에서 내민 여자는 얼굴에 칼자국이 길에 있었으며, 눈에서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어딨는지 모르고요?”
 
 “네 ..”
 
 신발을 방 안으로 들이며 좁은 방을 쓱 보고는
 
 “냄새 .. ”
 
 앉아 있는 장 씨를 아래로 노려보며
 
 “도박하지 마요”
 
 “네?”
 
 “보니까 이제 완전 바닥 인생인데 .. 여기서 도박 하면 내가 또 잡으러 와야 되잖아"
 
 “ .. ”
 
 우비 사이에 기다란 빛이 보여 자세히 보니 우비 여자는 칼을 손에 쥐고 있었다.
 
 우비가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장 씨와 눈을 마주치며
 
 “아저씨”
 
 “네? 네 ..”
 
 “보니까 인생 막 차 타신 것 같은데 도박 하다 돈 빌리면 끝이 어찌 되는지 알아요?”
 
 “ .. 네?”
 
 “눈 간 콩팥에 심장에 뺄 수 있는 것 다 빼고 인생 쫑 나는 기라”
 
 남자는 여자의 말보다 눈빛에 주눅이 들어 슬며시 고개를 숙이며
 
 “ .. 네”
 
 “몇 살?”
 
 “40 대입니다”
 
 여자가 일어서며 말했고 문을 나가며
 
 “동대문 앞에 양 꼬치집 알아요?”
 
 “중국어 적힌 빨간 간판이요?”
 
 문밖으로 나간 여자가 말했다.
 
 “새벽에 일할 사람 구하니까 생각 있으면 저녁에 찾아가 봐요 우비가 보냈다 하고”
 
 중국 연변 악센트로 말하고는 좁은 골목을 걸어가고, 장 씨는 뒷모습을 보며
 
 “네”
 
 하고 말한 후 문을 닫았다.
 
 
 다시 이불을 덮어쓰고
 
 “어린 게 반말이야 이 c ㄴ 죽여 버릴까!!”
 
 이전보다 더 작은 목소리가 이불 밖으로 흘러나가지 못하게 숨소리마저 잡으며 작게 말했다.
 
 
 이불을 덮어쓰고 잠이 든 장 씨는 배가 고파 일어나 문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깜깜해져 있었다.
 
 ‘누구 반찬 훔쳐 먹나 ~ 룰루’
 
 공용 주방으로 가 냉장고에 있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반찬들을 꺼내 조금씩 티가 나지 않게 그릇에 담고 쪽방촌은 밥을 무료로 주었기에 밥을 한가득 퍼서 누가 볼까 빨리 먹었다.
 
 그리고
 
 설거지를 하고 공용 주방에서 방으로 걸어가는데 우비 여자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양 꼬치 집?‘
 
 일자리를 구할 때 입는 특별한 옷이 없었기에 그대로 슬리퍼를 끌고 쪽방촌 밖으로 나갔다.
 
 
 몇 시인지 모르지만 종로 도로 옆 인도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고, 쭈글쭈글한 옷에 슬리퍼를 끌며 양 꼬치 집으로 향했다.
 
 양 꼬치 집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고, 문 앞에 서서
 
 ‘들어가?’
 ‘그냥 가?’
 
 고민을 하며 서성일 때 양 꼬치 집 문이 열리고 앞치마를 한 남자가
 
 “뭐고”
 
 장 씨를 아래 위로 훑어보며 인상을 썼다.
 
 “일 자리를 구하려고 .. ”
 
 소심하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쩌시쒜이? (Zhè shì shéi)”
 
 “네?”
 
 “ .. 한국인?”
 
 “네”
 
 “한국 사람이 왜 여기서 일자리를 구해요?”
 
 “그 .. 우비 입은 여자가 소개해서 ..”
 
 장 씨는 또 뒷말을 소심하게 말했다.
 
 “힘은 써요?”
 
 “네? 네”
 
 “들어와요”
 
 앞치마 남자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장 씨도 따라 들어갔다.
 
 
 가게 내부 끝으로 쭉 ~ 걸어가니 뒷문이 있었다.
 
 양 꼬치 집 손님들이 불편할까 봐 고개를 최대한 숙이고 빨리 걸었다.
 
 앞치마 남자가 뒷문으로 나가자 따라 나갔다.
 
 “숑! (Xióng)”
 
 뒷문으로 나가 숑(곰)을 찾으니 덩치가 큰 남자가 다가왔다.
 
 “우비가 일자리 소개 했다고 왔어”
 
 뒤에 있는 장 씨를 보며 앞치마 남자가 말했다.
 
 
 곰이라 불린 남자를 손을 까닥까닥 거리며 오라는 손짓을 했다.
 
 “몇 살?”
 
 “40 대입니다”
 
 가까이서 보니 곰이라 불린 남자는 장 씨보다 어려 보였다.
 
 장 씨는 곰이라 불린 남자의 굵은 팔과 덩치가 나이를 알아도 존대를 쓰고 싶은 모습이었다.
 
 “따라와”
 
 곰이 저쪽 골목으로 걸어가자 장 씨도 따라갔다.
 
 양 꼬치 집 뒷문으로 나오면 동대문 뒤 골목이랑 연결이 되어 있었기에 그 곰을 따라 걸으니 옆으로 나이 많은 아주머니들이 야한 옷을 입고 있었고, 그 아주머니들 사이에 종종 남자들이 보였다.
 
 곰이라 불린 남자가 건물 앞에 섰고, 뒤에 장 씨가 잘 따라오는지 확인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가 지하로 내려갔다.
 
 장 씨는 어두운 건물 앞이 거림 직했지만, 멈 짓 한 후 지하로 따라 들어갔다.
 
 내려온 지하는 원단을 지하 가득 원단이 있었고, 창고같이 쌓인 원단의 양이 많았다.
 
 “이름?”
 
 “장 씨라 부르세요”
 
 “난 곰”
 
 “네?”
 
 “동대문에서 곰이라 하면 다 알아”
 
 “네”
 
 곰은 원단 한 뭉텅이를 들어 장 씨에게 주었다.
 
 “들어 바”
 
 곰이 쉽게 들어 주었던 원단을 장 씨가 받자 무게가 상당했다.
 
 “어 ~ 어 ~ ”
 
 그 모습을 보던 곰이
 
 “됐네. 시급 만 오천 원이고 50개 옮기면 하루 끝”
 
 지하에 있는 많은 양의 원단 중 하루 50개만 옮기면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네. 하루 50개요”
 
 “50개 다 옮기면 빨리 가도 무조건 일당 10만 원 50개 못 옮기면 시급 만 오천 원 알겠어?”
 
 “네 ..”
 
 그리고 곰은 지하를 올라가며
 
 “따라와”
 
 곰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는데 뒤에 따라오는 장 씨에게
 
 “하루 40개 못 옮기면 짤려”
 
 “네? 네네”
 
 곰을 따라 건물을 나와 골목을 걸어 다른 건물 앞에 섰다.
 
 
 “출근은  밤 10시에 하고 퇴근은 숫자만 맞추면 알아서 해”
 
 “네네”
 
 그리고 건물 4층으로 올라가니 원단으로 무엇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장 씨가 문 앞에서 인사를 했지만 아무도 장 씨를 신경 쓰지 않았다.
 
 곰은 4층 내부에서 제일 안으로 장 씨를 데리고 가 원단이 쌓인 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여기에 쌓아두면 되고”
 
 “네 ..”
 
 4층 내부 벽에 걸린 시계가 오후 1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가!”
 
 “네?”
 
 “지금부터 일하라고”
 
 “네”
 
 장 씨는 알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4층을 내려갔다.
 
 
 지하로 내려와 원단 하나를 들고 가볍게 지하를 올라가 4층에 두고 다시 4층 건물을 내려갈 때 장 씨는 생각했다.
 
 ‘이거 꿀인데!!’
 
 ‘겨우 이거 하고 하루 10만 원 대박이다!’
 
 ‘하루 10만 원이면 얼마나 히힛!!’
 
 즐거운 상상을 하며 시작한 원단 옮기기는 5번까지만 이었다.
 
 
 10번이 넘어가니 다리가 후들거렸고, 20번이 넘어가니 숨이 목을 때렸다.
 
 30번을 넘어가면서 땀이 엉덩이에 스며 들었고, 40번을 넘어가니 하나 옮기고 앉아서 쉬게 되었다.
 
 
 그래도 장 씨는 멈출 수 없었다.
 
 “하 .. 물이라도 들고 올걸”
 
 목이 바싹바싹 말랐지만 말 걸 상대가 없었기에 다시 움직였다.
 
 48번이 되어 4층에 올라갔는데 숨소리가 너무 컸는지 신경 안 쓰던 사람들이 장 씨가 4층에 들어설 때마다 쳐다봤다.
 
 “헉!! 헉!!”
 
 숨이 목을 때리다 못해 턱이 들리고 입이 벌어진 장 씨는 50번을 채우고 후들 후들 떨리는 다리로 비틀비틀 4층 밖으로 나가려 했다.
 
 “다라오 이샤 (Dǎrǎo yīxià)”
 
 장 씨는 중국 말을 듣고 비틀거리며 뒤로 돌아봤다.
 
 앉아 있던 여자 중 한 명이 턱으로 들어오는 입구 오른쪽 벽에 붙어 있는 물통을 가리켰다.
 
 목이 너무 말랐던 장 씨는 물통 앞으로 가 물을 몇 컵을 먹고 4층을 나오면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댓글(8)

청은이    
잘 보고 갑니다.
2024.04.02 11:19
흑전사    
중하교 중퇴면 무식하진 않은 것 같은데요. 국민학교만 제대로 다녀서 기초만 있으면 얼마든지 유식한 척 할 수 있는데요. 자기 하기 나름에 달린 것 같데요. 세상에 헛똑똑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셀 수도 없이 널렸지요.
2024.04.05 08:43
세비허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2024.04.08 16:57
no****    
흠.....
2024.04.20 12:36
별그리고나    
양아치 일진이 주인공?
2024.04.26 11:17
변태왕    
노가다판 자재나르는 일이네 군 전역후 노가다 알바할때 건물공사장 3~4층 자재 옮기는거 우습게보다가 피똥싸는 사람들 만았음 요령 익히고 적응하면 좀 쉬워짐
2024.04.28 07:59
장다리1    
새벽 밤 10시면 언제야?
2024.05.05 03:29
하늘아래구    
와~ 여기 작가님 대단하시네~ 중학 중퇴라고 완존 바보취급 하시네 . 주인공이 병신이지 왜 중퇴했다고 병신 설정을... 못배웠다고 어르신들 무시할 앙반일세...
2024.06.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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