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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시장통 맛침명의 재벌처가 씹어먹다

시장통 맛침명의-1

2024.03.22 조회 52,429 추천 855


 “강이루.”
 
 엄마가 이루 손을 잡았다. 매케한 공기에 소독약 냄새 진동하는 6인 병실의 구석이었다. 끝내 간암을 극복하지 못한 엄마.
 이루의 대학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3박4일 동안 치성의 기도를 올린 게 치명타가 되었다. 이루는 당연히 말렸지만 엄마의 마음은 신당을 차지한 몸주의 것이었다.
 신딸.
 이루가 막을 수 없었다.
 
 “합격할 거야.”
 엄마의 눈은 이루를 겨눈 채 흔들리지 않았다.
 “합격 안 해도 돼. 그러니까 얼른 일어나.”
 이루의 답이었다. 세상에 엄마를 팔아 합격하고 싶은 아들은 없는 법이었다.
 
 “우리 이루와 함께 하는 건 여기까지.”
 “엄마...”
 “그동안 엄마 때문에 창피했지?”
 엄마 눈동자가 안으로 깊어졌다.
 한려해상 수려한 남해에서 태어난 이루 엄마는 무속인, 즉 무당이었다. 그것도 별로 용하지 않은 무당. 그렇기에 늘 시끄럽고 복잡한 환경이었다. 때로는 굿을 하느라 그랬고 또 때로는 공수 적중률 30%를 넘기 바쁜 까닭에 효험이 없다며 따지는 사람들 때문에 그랬다.
 
 무엇보다 성가신 건 엄마의 직업을 묻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굿해요-점봐요-무당-무속인]
 
 이루의 대답은 여러 가지였지만 누구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젠 괜찮아.”
 이루의 대답이었다. 타인의 반응에서 면역된지 오래였다.
 ‘고마워.“
 “그러니까 합격 굿 같은 거 하지 말랬잖아?”
 “아들.”
 “왜?”
 “엄마가 왜 계속 무당으로 산 줄 알아?”
 “......”
 이루 말문이 막혔다. 이제 보니 한 번도 그걸 물어보지 못했다.
 
 “우리 아들 운명에 고속도로를 내주려고.”
 “엄마...”
 “그 사명을 다한 거니까 슬퍼할 거 없어. 엄마는 마침내 몸주와 100% 접신을 이루면서 신인(神人)일체를 이루었거든.”
 “......”
 “합격할 거야.”
 “하지만...”
 이루가 말끝을 흐렸다.
 
 엄마 말에 의하면 이루 역시 신을 받들 운명이었다. 그래서 신열이 잦았다. 현대의학으로는 차마 넘보지도 못하는 증세였다.
 
 “무당은 나 하나로 족해.”
 엄마의 신념이었다. 신굿으로 그걸 막아내고 있었다. 엄마는 이루가 한의사가 되기를 원했다. 이루를 가장 빛나게 할 직업이라고 했다. 가능성은 충분했다. 아빠는 무명 화가로 살다 죽었다. 요절한 아빠를 닮아 손 감각이 탁월했고 중학교부터 고1까지 전교 1등 아니면 2등을 먹었다.
 
 쉽지는 않았다.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신열이 문제였다. 고2의 기말고사에 치명타를 맞았다. 병원에 실려가느라 기말고사를 통째로 망쳤다. 최종 관문인 수능은 잘 봤지만 내신이 꽝이었다. 한의대 합격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아니, 합격할 거야. 몸주께서 그렇게 예지했고 너를 빛나게 할 전생 접선까지 미리 점지해 주셨거든.”
 “엄마...”
 이루 목소리가 내려갔다. 이 순간에 이런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영빨 없다고 소문난 엄마의 한계 같았다. 보려면 미래를 봐야지 웬 전생?
 
 “네 길을 열어줄 전생자와 접신을 했어. 때가 되면 너를 인도할 테니 그때까지만 고생해.”
 “엄마.”
 “엄마 지금 진심이거든.”
 “......”
 “이거...”
 엄마가 종이 한 장을 꺼내놓았다. 제약회사 리스트였다. 이루가 보던 거였다. 한의대에 실패하면 약사가 되어 제약회사에 갈 생각이었다. 그걸 엄마가 본 모양이었다.
 
 “이건 왜?”
 “어디가 마음에 들어?”
 “그야 솔루팜?”
 이루가 답했다. 솔루팜은 대한민국 부동의 최고이자 세계적 반열의 바이오 신약업체. 작년도 매출 20조에 빛나는 글로벌 제약사였다.
 
 엄마 눈빛에 신기가 실리기 시작했다.
 신의 말을 전하는 공수. 그걸 내릴 때의 그 모습이다. 다른 때는 헐렁해보이던 공수. 이 순간만은 이루 시선을 쪽 빨아당길 정도로 강력하면서도 신성했다.
 
 “그 회사도 결국 네 것이 될 거야.”
 
 “엄마, 그 회사는 들어가기도 쉽지 않은...”
 이루의 토가 끝나기도 전에 엄마의 뒷말이 이어졌다.
 
 “상관없어.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무당으로 남긴 마지막 남긴 공수, 즉 신점이자 엄마로서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이 글은 현대판타지 소설입니다. 오직 '소설'로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작가의 말

신작 시작하게 되었어요. 재래 시장통에 있지만 맛집은 아니고 ‘맛침집’입니다. 침 제대로 맞으면 인생 맛나게 살 수 있거든요.

그럼 잘 부탁드리며 긴 여정 시작해봅니다. 다음 편으로 가주세요~~~

댓글(41)

윈나우    
새 연재 소설 응원합니다!!
2024.03.22 11:17
주니서기    
건필하세요 ~
2024.03.24 10:39
as*****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2024.03.24 13:48
go****    
찾았다 건필건필하세요^^
2024.03.24 14:30
포대화상    
사랑합니다 정신병원에서 중도퇴원하고 한의원으로 달려왔습니다 힘내시고 달려봅시다
2024.03.25 14:52
호저    
맛침명의^^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2024.03.26 22:33
푸른평원    
잘 보고 갑니다.
2024.03.29 06:18
혼신.열정    
무당을 무시하는가? 그럼 소림이나 화산은? 이라고 쓰고 싶었으나.... 이만 튀겠습니다아.....훗
2024.03.31 21:29
tower    
정독하겠습니다
2024.04.01 18:56
no****    
양의보단 한의가 더 끌리는 이유......가프가 쓰면 당연....
2024.04.05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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