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강철, 피, 그리고 죽음. 내 삶을 몇 단어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나는 원래 제국 북부 하이덴에서 양치기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이 시대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부모를 모르는 수많은 고아 중 하나였다.
언제부터 양치기 일을 했는지 모르지만, 세상과 거의 단절된 채 10년간 하이덴 들판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양들에게 풀을 먹이며 살았다.
계절 따라 들판에 색색의 꽃이 피듯, 밤이 되면 검은 하늘에 별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여름이면 선선한 바람이 불고, 겨울엔 세상 가득 눈이 내렸다.
나는 욕심도 없고, 무료함이란 것도 몰랐고, 행복하지도 않고, 불행하지도 않았다.
밤이 되면 별이 빛나고, 들판에는 꽃이 피고, 겨울이 오면 눈이 내리듯, 오로지 나는 그저 양치기 일을 하며 살아갈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매일 똑같은 일만 반복되는 곳에서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 영주님이 말을 타고 하이덴 들판을 지나간 것이었다.
나는 무릎을 꿇었고, 그는 마치 태양을 헤일로처럼 등지고 웃으며 저 높은 곳에서 말했다.
“양치기여, 나이가 어떻게 되는가?”
“태어난 날을 모르니 알 수 없습니다. 양치기 일은 10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적어도 15살은 지났겠군? 장가를 가야 하지 않겠는가?”
“아는 여자가 없습니다.”
“촌장이 주선해 줄 것이다. 행복하게 살아라. 별과 같은 이여.”
영주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말을 타고 들판을 가로지르더니 구름이 흩어지듯 홀연히 사라지고 말았다.
얼마 후, 정말 나는 촌장의 주선으로 마을의 젊은 과부와 혼인하게 되었다.
부인이 생기고부터 나는 양치기가 아니라 마을에서 방앗간지기가 되었고, 영주님의 말씀대로 인생 처음으로 행복이란 걸 알게 되었다.
다시 몇 년의 세월이 흐르고, 어느 날 마을에 붉은색 깃발을 든 기병이 찾아왔다.
그가 말하길, 동방 원정지에 갈 장정을 뽑는다고 했다. 마을에서 건장한 남자들 중 제비뽑기하여 내가 뽑혔다.
나는 부인에게 반드시 돌아오겠노라고, 그전까지 급료를 보내줄 터이니 생활은 걱정 말라고 했다.
나는 기병을 따라 여기저기 떠돌았다. 들리는 마을마다 두어 명씩 합류하는 사람들과 함께 다시 하염없이 동쪽으로 걸었다.
하루, 이틀, 사흘, 한 달이 넘도록 강물에 떠내려가는 가을 낙엽처럼 동쪽으로 향했다.
동방 원정지는 숲으로 둘러싸인 강철과 시체의 나라 같았다. 처음 도착했을 때만 해도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나는 그곳에서 10년이나 있게 되었다.
누군가 나에게 칼 쓰는 법을 어디서 배웠냐고 묻는다면, 나는 전쟁이라고 답하겠다.
찌르고, 베고, 토막 치고. 야만인들의 적의와, 내 자신도 몰랐던 나의 용기와, 동료들의 희생과, 화살이 뺨을 스쳐 지나가는 운으로 단련됐다고 말하고 싶다.
“토마스는 어딨어?”
“죽었어.”
“젠장, 팔케는?”
“오늘 아침에.”
“......”
어쩌다 한 번 좋은 날을 보내고, 대부분의 나날을 힘겹게 보냈다. 불편한 잠자리, 곰팡이 핀 빵, 병에 걸려 죽고, 상처가 덧나 죽고, 괴물에게 잡아먹히고, 야만인들에게 끌려가 살가죽이 벗겨져 내걸리고.
밤이 되어 악몽을 꾸거나 불안에 떠는 병사들은 아기와 다름없었다. 그들에겐 가혹한 선임병이나 엄한 지휘관이 아니라 어머니가 필요해 보였다.
그러다 어느덧, 처음 도착한 날에 알게 된 사람들이 모두 죽고 나 혼자 남았다는 걸 깨달았다.
전투가 벌어지면 7할이 죽거나 심하게 다치는 최전선에서, 나는 수십 번이 넘게 살아남은 것이었다. 왜 안 죽을까. 죽을 때가 된 거 같은데.
동료들은 농담 삼아, 때론 진지하게 나를 ‘운 좋은’ 리키라 불렀다. 내가 옆에 있어 주면 자기도 살 거 같다면서. 그러나 정 붙인 동료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내 첫 번째 지휘관은 어느 백작가의 차남이었다. 굉장히 용맹한 젊은이로, 유쾌한 성격에 전투가 벌어지면 병사들을 이끌고 말을 타고 돌격하기 일쑤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끔찍한 전쟁에서 그의 뒤를 따라 돌격할 때면 속이 시원하고 재밌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용맹한 젊은이는 네 번째 전투에서 낙마하여 죽어버렸다.
두 번째 지휘관은 적들에겐 겁을 먹고, 아군에겐 잔인한 사람이었다.
주둔지를 지킬 땐 나가서 싸워야 할 때도 있는데, 그는 무조건 안에서 지키기만을 바랐다.
이러면 안 된다고 용기 내어 말하면 매질을 당했다. 나는 동료가 심한 매질로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걸 보고, 입을 다물었다. 나는 겁쟁이였던 것이다.
우리는 포위를 당했고, 며칠을 굶다가 길들인 트롤을 앞세운 야만인들의 대공세에 주둔지를 잃고 말았다.
나름 죽기를 각오하고 끝까지 싸웠으나, 무능한 지휘관이 트롤의 손에 들려서 산 채로 팔이 뽑히고 머리를 뜯어 먹히는 걸 보고서야 나는 도망쳤다.
전투에서 패배하여 도망치면 갈 곳이 마땅찮았다. 굶어 죽기 싫으면 재집결지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거기까지 가는 일도 만만찮았다.
야만인 추격자들을 죽이고 재집결지에 이르렀을 땐 나 혼자였다. 다들 고향으로 도망친 게 아니라, 죽은 것이었다. 굶거나, 괴물에게 잡아먹히거나, 추격자들에게 붙잡히거나 해서.
재집결지에서 나는 아델로른 왕가의 네 번째 왕자, 칼데베르트가 이끄는 부대에 배속되었다.
칼데베르트는 겉으로 봐선 샌님처럼 생긴 인상이었다. 아름다운 금발, 사슬갑옷을 감당하기 버거워 보이는 다소 여린 몸.
그런 그가 사령관으로부터 주둔지를 탈환할 것을 명받았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게 그곳 지리나 형세, 야만인들의 특징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었다.
그런데 나와 비슷한 나이대라 그런지, 이상하게 칼데베르트와는 얘기가 잘 통했다. 하늘과 땅처럼 먼 신분 차이를 뛰어넘어 금방 친해질 정도로.
그는 내 고향에 관한 얘기를 듣는 걸 좋아했으며, 지루하고 평화로운 양치기 일에 대해서도 차분히 다 들었다.
“리키, 너는 시인의 자질이 있구나. 네 얘기를 듣고 있다 보면 이 살벌한 곳에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북부의 사람들은 다들 거친 줄로만 알았는데.”
“글쎄요, 저는 글도 모릅니다.”
“최초의 노래가 어찌 글로 지어졌겠는가.”
말하는 것도 참 고상하지. 귀족들이 쓰는 언어는 때론 외국어처럼 들릴 때가 있었다.
준비가 갖춰지자 칼데베르트는 부대를 이끌고 전방 주둔지 탈환에 나섰다. 나도 거기에 참전했다.
칼데베르트는 최고의 지휘관이었다. 작전을 세울 땐 주도면밀하고 치밀했으며, 실제 전투에선 용감하기까지 했다.
포위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한 결단으로 적진 깊숙이 들어가 적의 후방을 쳐서 적들을 멀리 후퇴시킨 다음, 각개격파하며 전과를 올렸다.
하지만 야만인들도 거의 10년 만에 가까스로 되찾은 주둔지만큼은 뺏길 수 없어, 최후의 결사항전을 벌였다.
칼데베르트도 나름 승부를 건 작전이었기에 물러선다면 반대로 위험해져서 물러설 수 없었다.
양측이 사력을 다해 싸우니 그야말로 처절한 전투가 벌어졌다. 채 잘리지 않아 덜렁거리는 팔다리, 산처럼 쌓인 시체들, 다량의 핏물, 고통에 찬 절규, 죽기 직전 목 놓아 부르는 어머니.
그 속에서 칼데베르트도 한 몸 불살라 열심히 싸웠다. 그러다 그는 죽을 위기에 처했고, 나는 그를 살리기 위해 전력을 다해 싸웠다.
그런데 내가 넘어진 그의 뒷덜미를 붙잡고 일으켜 세울 때, 천둥 같은 외침이 들렸다.
“강철사신 리키! 결투다! 너와 내가 여기서 전쟁을 끝낸다!”
갑자기 나타나 결투를 신청한 이는 야만인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전사로 유명한 베스프림이란 자였다. 제국군 사이에선 ‘고기절단기’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키와 덩치가 보통 사람 두 배는 되고, 머리와 얼굴을 포함해 전신을 철갑으로 둘렀으며, 제국인들의 귀를 잘라 수십 개를 엮어 목걸이처럼 걸고 있는 자였다. 허리의 벨트에는 살점이 다 떨어지지 않은 해골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큰 도끼는 넓적한 날붙이를 무식하게 단단히 묶어 자루에 고정한 것이었는데, 그 육중한 무게로 한 번에 사람을 토막 내기로 유명했다.
리키나 베스프림이나 전장에 떠도는 소문으로만 서로를 접했을 뿐, 직접 만나기는 지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신임 지휘관인 칼데베르트가 아니라 리키를 대장으로 지목한 것이었다.
사생결단의 전장 한복판에서, 주위에 있던 병사들이 물러나 공간을 마련했다. 적과 아군 모두 싸우는 것도 잠시 잊고 둘의 대결을 지켜보았다.
베스프림의 도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리키의 검도 보통 검보다는 큰 대검이었다.
땅바닥은 늪처럼 질척였고, 철과 피 냄새가 진하게 나는 장소였다.
운명을 건 승부? 그런 걸 생각하진 않았다. 나는 그저 칼끝이 이끄는 대로 내 모든 것을 투신했을 뿐이었다.
긴 듯, 짧은 듯한 대치 이후 결투는 한순간에 끝났다.
나는 베스프림의 무지막지한 도끼질을 정확하게 받아넘기고, 측면으로 이동하며 검을 세게 내려쳤다. 그때 칼날을 타고 성스러운 황금색 불꽃이 일었다.
베스프림은 옆으로 넘어지며 팔을 들어 막았다. 커다란 금속음과 함께, 그의 팔이 절단되었다. 피가 철철 흘렀다. 그렇게 승부는 끝났다.
결투도 결투지만 구경하던 사람들은 리키의 검에서 일어난 황금색 불꽃을 보고 할 말을 잃으며 경악했다. 저게 뭐지? 신이 내린 전사다.
하지만 그때 나는 그런 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투구 너머로 보이는 베스프림의 푸른색 눈을 보았다. 두려움에 떠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을 보자, 가슴속의 불꽃이 빠르게 식어버림과 동시에 칼날의 불꽃도 사그라졌다.
아군이고 적군이고 모두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다들 리키의 처형만이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는 반대였다. 조금 전 칼날의 불꽃보다도 어떤 면에선 더 충격적이었다.
나는 금방이라도 그의 목을 쳐버릴 것처럼 머리 위로 들었던 검을 천천히 내리며 말했다.
“가라. 전쟁은 잊고 고향으로 돌아가 평화롭게 살아라.”
왜 그랬을까. 그건 나도 모른다. 단지, 그 두려움 섞인 눈빛에서 나 자신을 비춰 본 게 아니었을까. 이 사람도 고향을 떠나기 전까지는 순진한 남자이지 않았을까. 단지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구경하던 제국 병사들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때 그 순간, 그 장소에서는 리키가 절대적인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전투는 그렇게 끝나 버렸다. 기가 꺾인 야만인들은 스스로 물러났으며, 제국군도 그들을 추격하지 않았다. 마치 일시적인 휴전을 하는 것처럼.
지난 10년간, 서로를 극도로 증오하며 싸우던 양측인데.
다만 주둔지를 탈환함과 동시에 나의 전쟁도 끝났다. 나는 칼데베르트에게 제대를 신청했고, 고향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칼데베르트는 많은 말이 떠오르는 표정이었으나, 모두 접어두고 그저 내 신청을 받아들였다.
팔다리 멀쩡하게 제대한 사람은 내가 최초였다. 동방 원정지에선 죽는 것 말고는 정상적으로 제대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갔다. 하이덴 들판으로. 양을 치는 곳으로. 이제 양치기는 아닌가. 방앗간이나 지키겠지. 나쁘지 않다.
그러나 고향에 돌아왔을 때 부인은 새 가정을 꾸린 상태였다. 새로운 남편과 자식들도 있었다.
싸늘한 눈길과 함께 부인이 내게 했던 말은 결코 잊을 수 없다. 네가 나한테 해준 게 뭔데? 아는 척하지 마.
이게 무슨 말이지? 내 급료는? 내가 뭐 하러 그 지옥 같은 곳에서 10년을 굴렀는데?
10년을 버티기 위해 원동력으로 삼았던 것은 너무나 얄팍한 것이었다. 진실이 드러나자 그 얄팍함이 종잇장처럼 쉽게 찢어졌다.
나는 배신감에 치를 떨며 칼을 뽑았고, 순식간에 일가족을 몰살해 버렸다. 자제력을 발휘할 틈도 없이, 10년간 전장에서 단련된 검은 나 자신조차도 앞질러 행동에 옮겼다.
그런데 알고 보니 마을 촌장이 중간에서 내 급료를 가로채고 있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놈도 일가족과 함께 다 죽여버렸다.
촌장을 죽이는 과정에서 제비뽑기마저 조작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면 나에게 선택권이란 게 있는가? 나는 온 마을 사람들을 다 죽였다.
전쟁터에서 하던 것처럼, 부모 앞에서 자식부터 고통스럽게 죽인 뒤에 나머지는 창고나 헛간에 가두어 불태워 죽였다. 배운 게 이런 것뿐이라, 모든 과정이 놀랍도록 능숙했다.
그렇게 나는 왕국을 넘어 제국에서 수배되었다. 이제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 다 죽어버려라.
많은 이가 날 죽이러 찾아왔다. 현상금 사냥꾼, 모험가, 깡패, 도적, 강도, 떠돌이 칼잡이, 이름난 기사들.
소수의 정예가 올 때도 있고, 한꺼번에 여러 사람이 올 때도 있었다.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도 끝끝내 살아남아 나는 그들을 모두 죽였다. 셀 수도 없이. 그러면서 전투 능력은 끝도 없이 발전했다.
나는 수배자도 아니고, 도망자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오히려 내가 찾아가서 다 죽였으니까.
혼자서 성에 쳐들어가 영주를 죽이거나, 유명한 검술 길드, 모험가 길드도 박살 냈다.
황금색으로 불타는 검을 들고 시체의 산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봤다.
그러자 사람들은 나를 마왕이라 불렀다. 악마 중의 악마, 살인자 중의 살인자, 리키. 황제마저 두려움에 떨었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을 보내니 웃기게도 나를 추종하는 세력이 생겨났다. 인간이 저렇게까지 강한 것은 신의 선택을 받았음이 틀림없다고.
하지만 몸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불에 달군 칼로 지진 상처가 헤아릴 수도 없고, 손가락 몇 개는 제대로 펴지거나 굽혀지지 않았다. 정신도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수명이 다하고 있었다.
양치기 10년, 전쟁터에서 10년, 희대의 살인마로 10년. 나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 조용히 죽음을 맞이하기로 했다.
목적 없이 걷다 보니 어느덧 하이덴 들판이었다. 먹구름 사이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이 여러 자루의 창처럼 대지에 꽂혀 있는 것 같았다.
저 멀리 하얀 양들이 솜털처럼 흩어져 풀을 뜯고 있었고, 나이 어린 목동은 예전의 나처럼 들판에 앉아 그저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다시, 누군가 말을 타고 다가왔다. 그는 예전처럼 해를 등지고 있어 새카만 그림자 때문에 얼굴이 안 보였다.
이번에는 그에게 무릎 꿇지 않았다. 나는 그저 칼을 땅에 꽂고 퍼질러 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거짓말쟁이.”
“뭐가 말인가?”
“행복이란 건 없잖아.”
“불행도 없다. 둘 다 신기루 같은 것이다. 그러니 네가 선택하기 나름이지. 너를 저주하고 화형시킨 건 너 자신이다.”
“......모르겠어. 지쳤어, 이젠.”
“그럼 쉬도록 해라. 하지만 휴식 뒤에는 다시 과업이 기다리고 있다. 이것은 나도 어찌할 도리가 없구나.”
나는 눈이 스르르 감겼다. 죽는 건가? 아니면 그저 자는 건가? 의식이 희미해져 가는 가운데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지? 신인가, 악마인가.”
의식의 끝자락에서 남자의 대답이 들렸다.
“네가 별을 보았듯, 나도 너를 보았다.”
그 말을 끝으로, 내 첫 삶이 끝난 것 같다.
불과 강철, 피, 그리고 죽음. 내 삶을 몇 단어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프롤로그 – 추억이 될 수 없는 기억.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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