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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창이 보인다.

2024.04.11 조회 11,432 추천 155


 카톡.
 
 [‘하선우’님이 채팅에 초대되었습니다]
 
 - 창수 : 뭐야, 왜 단체로 초대하고 지랄이야.
 - 현웅 : 나 폰 바꿔서 방 폭발 됨.
 - 창수 : 왜 여친한테 바람핀거 걸림?ㅋㅋ
 - 현웅 : 지랄. 개소리 할거면 나간다.
 
 간만에 울리는 카톡.
 나의 불알친구들이었다.
 거의 2년 만인가?
 
 - 현웅 : 우리 모임 이번 주인거 알고 있지?
 - 시운 : 벌써? 아 씹. 이번 주에 새로 산 요트 타고 나갈라그랬는데.
 - 영후 : ㅋㅋㅋㅋ너 요트 샀냐? 할 시간은 있고?
 - 시운 : 만들어봐야지. 갈 때 겁나 귀찮은데 막상 나가면 힐링 된다니까.
 - 창수 : 빙신들, 그냥 포르쉐나 끌고 다니세요. 꼴값은ㅋㅋㅋ
 - 시운 : 닥치세요, 너 같은 돈만 많은 백수가 낭만을 아냐?
 - 창수 : 왜 몰라? 어제도 클럽에서 이천 넘게 썼다. 이게 낭만이야.
 
 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요트를 샀다니, 클럽에서 이천을 썼다니 모두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
 
 그들과 나는 20년 지기 친구들이었다.
 같은 동네에서 같은 학교 나오고, 같은 밥을 먹고 자란 아이들인데.
 어느덧 서른 둘.
 이 아이들 인생은 나와 꽤 많이 달라져 있었다.
 
 현웅이는 SKY 대학을 나온 엘리트. 지금은 대형 로펌의 변호사였다.
 영후는 반반한 얼굴로 여자들 별풍을 받아먹는 인터넷 BJ. 그 수입이 연간 십억이 넘는다고 했다.
 시운이는 대부업과 알 수 없는 밤의 세계에서 어둠의 돈을 만지는 CEO였고.
 창수는 그냥... 부모 잘 만난 금수저였다.
 
 - 현웅 : 야 다들 입 닥치고. 모임 절대 늦지 말아라. 이번에 실라호텔 스카이라운지 예약해놨어.
 - 영후 : 아 나 지난주에 거기 갔었는데.
 - 시운 : ㅋㅋㅋㅋ난 좀 기대됨. 거기 자리 없다던데 어케 예약 함?
 - 창수 : 형님 빽좀 썼지.
 - 시운 : 오올~
 - 현웅 : 회비 인당 100이야. 시운이 너 지난번처럼 카드로 주면 안 된다. 현금 보내.
 - 시운 : ㅋㅋㅋㅋ알았다.
 
 박탈감만 드는 이야기.
 
 “왜 갑자기 초대해서 이 지랄을...”
 
 나는 폰을 덮으려고 했다.
 
 - 창수 : 현웅이 저 새끼 선우 없으니까 회비 점점 올리네.
 
 응?
 
 - 시운 : 왜 난 좋은데. 솔직히 우리한테 회비가 부담은 아니잖아. 선우한테나 부담이지.
 - 창수 : 뭐, 그렇긴 하지. 매번 하선우 때문에 삼겹살에 소주 먹었던 것도 지겨웠어. 차라리 잘 됐다.
 - 영후 : 어차피 2년 동아 연락도 안 된 새낀데 이제 와서 뭘 찾아. 장례식 때나 보겠지.
 
 멈칫.
 
 - 현웅 : 야이 병신들아, 이 방에 선우 있어!
 
 순식간에 고요해진 분위기.
 몇 초간의 정적.
 
 - 시운 : ㅋㅋㅋ농담이지.
 - 영후 : 알고 있었다.
 - 창수 : 선우 이 새끼 잘 지내냐? 2년 동안 왜 잠수탐?
 
 하... 씨발.
 
 놈들을 향해 뭐라고 쓰려다 손을 거두었다.
 
 사실 다 맞는 말이니까.
 
 요트니, 포르쉐니.
 그딴 카톡을 받았을 때 나는 다섯 평 남짓한 원룸에서 배를 긁던 와중이었다.
 옆에는 방금 먹다 남은 라면 한 젓가락이 남아 있었고, 코카 콜라는 비싸니까 마트에서 산 815 콜라를 한 모금 들이키려는 찰나였다.
 
 “씨발 새끼들. 아주 능지처참을 해라. 능지처참을.”
 
 나도 알고 있었다.
 이대로 살면 안 된다는 것을.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라, 같은 초중고를 나온 친구들이 각자의 길에서 승승장구를 하는 동안.
 오직 내 인생만 제자리에서 멈춰있었으니까.
 
 이상하게 나는 운이 없었다.
 
 그래도 초, 중, 고등학교 다니는 동안 반에서 5등 밖을 벗어나 본적도 없고, 하라는 공부 착실히 하며 학원까지 빼먹지 않고 다닌 모범생 중에 모범생이었다.
 
 당연히 SKY는 아니더라도 웬만한 인서울 대학을 거쳐 즐겁고 낭만 있는 캠퍼스 생활을 한 뒤 평범하게 취업하는 그림을 그렸었다.
 
 하지만 나에게 첫 번째 시련이 찾아왔다.
 
 고3 수능 날, 급체했다.
 제대로 체해 버렸다.
 당일 아침에 먹은 김밥이 문제였을까.
 아님 나를 짓누르던 크나큰 중압감 때문이었을까.
 
 토하고, 오한에 발열에.
 당연히 나는 준비 한만큼 수능을 볼 수도 없었다.
 그저 OMR 카드에 제대로 답을 기입한 것만으로도 기적이었으니까.
 
 뭐, 재수까지는 이해 한다.
 요즘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 하지 않는가.
 
 “선우야, 괜찮아. 그런 시련은 언제든 있는 거야. 너무 낙심하지 마렴.”
 
 엄마는 괜찮다며 토하는 내 등을 두드렸다.
 
 나는 다짐했다.
 수능 날, 다시는 아무것도 먹지 않겠다고.
 
 일 년을 준비해 맞이한 두 번째 수능.
 이번엔 실수였다.
 
 수능 전 날, 마지막 한 문제까지 더 풀겠다며 밤을 샌 게 화근이었다.
 
 수능 시험을 보러 가는 버스 안.
 나는 졸아버렸다.
 그것도 종점까지.
 
 하, 씨발.
 죽도록 공부한 2년의 모든 것이 날아가 버렸다.
 
 그러다 날아온 것이 입영 통지서.
 그곳에서도 운이 없었다.
 
 군대에서 축구를 하다 다리를 다쳤다.
 아킬레스건 부상.
 의가사 제대.
 남들은 군대 빨리 나왔다며 좋겠다고 했지만 천상 몸쓰며 하는 일은 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사회에 나오니 스물 다섯.
 대학을 가기엔 늦었다.
 
 그렇게 도전한 것이 공무원 시험.
 그때는 공무원 열풍이었으니까.
 안정적인 직장에 퇴직 후 연금까지 나오는 공무원 생활이 꽤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렇게 노량진에서 오년.
 나는 단 한 번도 합격 근처에 가지 못한 채 이곳, 이 자리, 이 좁은 고시원에서 오년을 살아내고 있었다.
 오년동안 합격 못한 이유는 다양했다.
 때로는 아팠고, 때로는 실수였다.
 작년에는 단 1점 차이로 탈락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실력이 부족했다.
 
 여기서도 실패였다.
 
 그렇게 시험을 포기하고 2년이 흘렀다.
 
 “진짜 그냥 죽을까?”
 
 몇 번이나 되뇌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 용기도 없었다.
 지금도 나를 응원하는 부모님을 떠올리면 죽어서까지 그들의 심장에 못을 박고 싶지는 않았다.
 
 부모님.
 아, 나의 부모님.
 
 나만큼이나 우리 부모님도 많이 지쳤다.
 
 평범한 회사원인 아버지는 이제 곧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었고, 회사에서 나가라는 압박과 눈치를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버텼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나 때문이라는 것을 나 역시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어머니도 마냥 쉬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
 해본적도 없는 보험 일을 배우겠다며 이곳저곳 사람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다녔다.
 원래 지병이 있는데도 말이다.
 
 “일을 왜 해, 일을. 몸도 안 좋은데 ”
 
 부모님이 나 때문에 고생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라렸다.
 괜히 안 좋은 말만 나왔다.
 마음은 그게 아닌데.
 그저 걱정될 뿐인데.
 왜 좋은 말이 나오지 않는건지.
 말을 할 때마다 뒤돌아 자책했다.
 
 “오빠, 오빠 공부 그만하고 밖에 나가서 일이라도 하던가, 아님 조용히 밥만 먹고 가던가. 그런 말 할 거면 집에 오지도 마!”
 
 다섯 살 차이 여동생 수아에게도 제대로 된 오빠 취급 받아본지가 언제였던지 기억인 나질 않는다.
 
 버러지 인생.
 가족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실패자의 삶.
 
 왜 이렇게 안 풀리는 걸까.
 친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사회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남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는데 왜 나만.
 왜 나만 제자리를 빙빙 맴도는 걸까.
 퇴보하는 것 같았다.
 
 서른이 된 순간.
 나는 포기했다.
 모든 것을.
 
 집에도 내려가지 않았다.
 연락도 받지 않았고.
 모든 연락을 차단했다.
 
 그렇게 2년.
 자연스럽게 모든 것과 멀어졌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그리고 사회와.
 
 그러니 마음이 편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삶.
 누구의 기대에도 부응하지 않는 삶.
 그런...
 외로운 삶.
 
 띠리리링!
 
 알람이 울렸다.
 어느새 밤 열시.
 나가야 할 시간이다.
 빨래 건조대 위에 널부러져 있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꺼내 입었다.
 
 하루 여덟 시간.
 나도 이 사회의 일원이 되는 시간.
 고시원에서 오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으로.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오셨어요?”
 
 편의점에는 그녀가 나를 반겼다.
 어깨까지 오는 밝은 브라운색의 머리, 하얀 피부에 환한 미소.
 
 오설연.
 
 힐끔 명찰로 확인한 그녀의 이름.
 나이는 모른다.
 나와 비슷한 또래라는 정도.
 
 그녀는 예뻤다.
 성실했고 착했다.
 남을 배려할 줄 알았고, 짬이 나면 책을 볼 정도로 지성도 갖추었다.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를 찰랑이며 일하는 모습이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물론 딱 거기까지.
 두근거리기만 하는걸로.
 
 그럴 때마다 되뇌였다.
 정신 차려라 하선우.
 넘볼 걸 넘봐야지.
 수염도 제대로 깍지 않은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비주얼이라고.
 몇번을 되뇌였다.
 
 “일찍 와주셨네요.”
 “아, 네.”
 
 그녀는 고맙다고 인사했다.
 
 “죄송한데 제가 오늘 급한 약속이 생겨서. 조금만 일찍 퇴근해도 될까요?”
 
 그녀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톡을 보낸다.
 궁금했다.
 이 시간에 약속이라니.
 남자친구와의 약속일까?
 당연히 남자친구겠지?
 
 아, 미친.
 내가 왜 신경을 쓰는 건가.
 
 “시재는 정리해놨고 동전도 다 채워놨어요, 오늘 밤에는 비가 많이 온다고 하니까 우산도 꺼내놨어요.”
 
 야간 알바인 내가 해도 될 일인데.
 그녀는 꼭 나를 배려해줬다.
 
 “아, 감사해요.”
 “감사는요, 선우씨가 밤에 고생하실 텐데요. 제가 더 감사하죠.”
 
 그녀는 고맙다며 생긋 웃었다.
 
 선우씨.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준게 얼마만인가.
 아니 그보다.
 내 이름을 알고 있었나?
 괜히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럼 먼저 갈게요.”
 “네, 조심히 가세요.”
 “아 맞다, 선우씨.”
 
 그녀가 나가려다 다시 내게 다가왔다.
 생긋 웃는 미소와 함께.
 
 “무슨 할 말이라도...”
 “저어기.”
 “네?”
 
 그녀의 손끝이 내 머리 위를 가리킨다.
 
 “CCTV 고장 났어요.”
 “예?”
 “이유는 모르겠는데 고장나서 안 나오더라구요. 사장님께 말씀 드렸는데 어쩔 수 없다고 내일 아침에 사람 부른다고 하시네요.”
 “아... 네.”
 “그럼 갈게요. 힘내요.”
 
 그녀는 손 인사를 하고 다시 문밖을 나섰다.
 
 심장소리가 귓둥을 둥둥 울린다.
 
 왜.
 왜 두근 거렸지.
 그녀가 다시 왔을 때 나는 대체 무슨 기대를 했던 것일까.
 쓴웃음을 지었다.
 
 “일이나 하자.”
 
 최선을 다하자.
 야간 편의점 알바로 고시원비는 충당할 수 있었으니까.
 목에 밥풀이라도 묻히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
 
 쏴아아아-
 
 곧 설연의 말대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딸랑!
 
 오늘의 첫 손님 등장.
 
 응?
 
 머리를 길게 땋아 내리고 하얀 한복을 입은 도인.
 방금 지리산에서 내려왔다고 해도 믿을 법한 차림의 남자.
 나이는 40대 중후반?
 그의 손에는 빈 소주병이 쥐어져 있었다.
 
 싸늘하다.
 사람을 차림새나 외모로 판단하는 건 아니라지만.
 편의점 알바 몇 달 하면 느끼게 된다.
 빌런들.
 수많은 빌런들을 감지하는 능력.
 그것은 곧 현실이 된다.
 
 남자는 빤히 내 얼굴을 보더니 픽- 하고 웃는다.
 
 뭐지?
 
 그리고는 쇼케이스로 가서 푸른색 병을 꺼내 든다.
 
 “나 이거 소주 하나만 사줘.”
 “예?”
 “내가 돈을 안 가져와서 그래. 한 병만 사줘.”
 
 남자는 또 픽- 웃었다.
 
 하, 역시.
 내 촉이 맞았다.
 
 “사줄 거야?”
 
 그는 내게 물었다.
 
 평소였다면 매몰차게 거절했겠지만.
 
 왜일까.
 
 그와 실갱이를 펼치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아님 설연과 나눈 대화 몇 마디가 내 사고 체계를 고장낸 것일까.
 아님 그의 처지에서 나와 같은 비슷함을 느꼈던 것일까.
 
 나도 빌런일지 모른다는 생각.
 우리 가족에게? 혹은 이 사회의 빌런.
 
 “이번만이에요.”
 “오 정말?”
 
 남자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뭐야, 왜 물어 본거야.
 
 “갚을게.”
 “괜찮아요.”
 삑.
 소주병을 꺼내 바코드에 댔다.
 
 “아니, 그거 말고 빨간거. 빨간 뚜껑.”
 “어휴.”
 
 그는 소주를 받아 컵라면 먹는 곳에 의자를 하나 깔고는.
 드르륵.
 소주 뚜껑을 돌린다.
 곧 소주를 병째로 나발 불기 시작했다.
 
 콸콸콸.
 무슨 삼다수 마시듯 쏟아 붓는다.
 
 “아저씨, 여기 술 마시면 안 돼요.”
 “그럼 바깥에서 먹으라고 이 비에?”
 
 밖에는 비가 땅을 부술 듯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빨리 먹고 갈게.”
 “후.”
 
 그래.
 이것까지도 인정.
 다행히 오늘은 CCTV도 고장 났으니까.
 빨리 내보내면 그만이다.
 
 “자네 이름이 하선우야?”
 “예?”
 “하선우, 이름 좋네.”
 
 그가 내 명찰을 응시한다.
 
 “타고난 관상이 좋아.”
 
 뭐야, 송강호야?
 
 “내가 사주랑 관상도 보거든.”
 
 역시나.
 그래, 지리산 도사.
 꽤 잘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백 년만 전에 태어났으면 황제까지 할 관상인데 말이야. 하필 왜 지금 태어나서 쯧쯧.”
 
 황제라니.
 그래도 소주 두 병은 못 사준다.
 
 “나 봐봐. 나도 십년만 늦게 태어났으면 빌게이츠가 되는 건데.”
 
 빌게이츠는 아무나 되나.
 남자는 주절주절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내가 이래 뵈도 IT기업 사장이었어.”
 
 말도 안 되는 소리.
 머리를 허리까지 길게 땋은 도인의 입에서 IT기업이라니.
 만취가 분명하다.
 
 “못 믿어?”
 
 그가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사과폰이었다.
 
 뭐야, 소주 한 병 살돈 없으면서 사과폰을 써?
 심지어 프로네?
 
 “카시오 톡 알지, 카시오 톡?”
 “알죠.”
 
 카시오톡을 왜 모르겠는가.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쓰는 메신저 어플.
 초록색 귀여운 꼬마 공룡이 그려진 캐릭터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이제는 시가총액만 수 조에 달하는 진정한 공룡 회사가 되어 버린 곳.
 
 “내가 거기 최초 창업자였어.”
 
 남자는 당당히 말했다.
 
 이건 또 무슨 전개야.
 관상가에서 CEO라니.
 
 “못 믿어?”
 “믿어요.”
 
 이럴 땐 그저 고개를 끄덕여 주는게 덜 귀찮다.
 
 “못 믿는 눈치네?”
 
 눈치는 빠르다.
 그가 넝마 같은 가방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까만색 패치.
 용도를 알 수 없는 조그맣고 동그란 패치였다.
 왜 귀밑에 붙이는 멀미약 같은 생김새.
 
 “이게 내가 새로 개발한 프로그램이야.”
 “이게... 뭔데요?”
 “세계가 뒤집혀질 발명품. 이것만 상용화되면 빌게이츠든 일론 머스크든 내 손바닥 안에서 놀릴 수 있어. 물론 아직 임상실험중이긴 하지만.”
 
 남자는 허풍이 심해졌다.
 
 “해볼래?”
 “예?”
 “어떻게 하는 건데요.”
 
 솔직히 호기심이 동하긴 했다.
 검고 동그란 칩 위에 촘촘한 회로들이 빽빽이 박혀있었으니까.
 넝마 가방에서 나온 아이템이라기에는 어색하다.
 
 “팔 줘.”
 “예?”
 “아, 팔 달라고.”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가 내 팔을 휙 돌려서-
 
 탁!
 
 “앗, 따가!”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내 팔꿈치에 쏙하고 박혔다.
 
 “뭐하시는거에요!”
 “궁금하다며, 내가 개발한 신제품!”
 “아 무슨...”
 
 나는 팔꿈치를 확인했다.
 헌데 팔꿈치에는 아무 흔적도 남아있질 않았다.
 
 “이미 몸속으로 들어간 거야. 꺼내려 해도 꺼낼 수 없어.”
 “예?”
 “소주값이라고 생각해.”
 
 그러더니 반쯤 남은 소주병을 원샷을 불었다.
 
 “크! 죽인다. 나중에 다시 올게. 그때 어떤지 알려줘.”
 “아니 그게 무슨 말씀...”
 “간다.”
 
 그는 왔을 때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억수로 내리는 빗속으로.
 손에는 편의점 마크가 박힌 비닐 우산을 들고.
 
 “이게 뭔지는 알려주고 가셔야죠! 아, 우산은 왜 들고 가요!”
 
 그때.
 끼익.
 편의점 앞에 빨강색 포르쉐 한 대가 섰다.
 우산을 펼치며 내리는 남자.
 조수석에는 모델 같은 외모의 여자가 타 있었다.
 
 젠장, 하필 이 타이밍에 손님이.
 
 형광 반바지에 반팔티.
 팔에 용문신을 한 떡대 좋은 남자.
 익숙한 얼굴이다.
 요 앞에 오피스텔에 사는 20대 초반의 남자.
 저기 강남에 건물이 몇 채 있다고 했나.
 스포츠카를 색깔별로 모은다고 했나.
 
 그는 흔히 말하는 코인 벼락부자.
 별명이 뭐랬더라.
 ‘와뇨띠’라고 했나?
 온라인에는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만 수만이라고도 했다.
 
 “어서 오세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를 맞았다.
 
 하, 젠장.
 이거 뭐 잘못되는거 아니야?
 파상풍 걸리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왼쪽 팔꿈치에는 아직 아릿한 통증이 남아있었다.
 
 “말보로 레드 한 갑.”
 
 그는 내 눈도 쳐다보지 않고 반말로 카드를 내밀었다.
 
 그 순간.
 
 짜릿.
 
 팔꿈치에 느껴지는 저릿한 통증.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내 팔꿈치부터 스멀스멀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홀로그램처럼 떠오른 이미지.
 눈앞에 초록색 공룡이 윙크를 한다.
 
 잠깐만 이거.
 카시오톡 메인 화면 아닌가?
 
 [‘하선우’님께 프로그램이 동기화 됩니다.]
 
 “뭐... 뭐야!?”
 
 초록 공룡 머리 위로 파란 글자들이 떠오른다.
 퍼센트 게이지.
 
 [...33% 동기화 완료.]
 [...57% 동기화 완료.]
 
 숫자는 계속 차오르고 있었다.
 
 이게 대체 뭔가.
 아까 그 도인이 마약이라도 내 몸에 심은 것인가.
 
 찰싹!
 아니다.
 뺨은 멀쩡한데.
 
 후욱!
 손을 갖다대보았지만 홀로그램처럼 손바닥 사이로 사라질 뿐.
 글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뭐야. 왜 이래?”
 
 앞에 있는 남자가 놀란 듯 한걸음 물러선다.
 
 [100% 동기화 완료.]
 [‘하선우’님의 카시오톡 메인 화면을 설정합니다.]
 
 눈앞에 드리운 익숙한 초록색 UI.
 카시오톡 대화창이었다.
 
 “아, 아저씨 뭐해요, 담배 달라고.”
 
 남자가 독촉한다.
 주먹으로 쿵쿵 계산대를 쳐가면서.
 내게 눈을 부라리면서.
 
 그의 눈을 마주한 순간.
 눈앞에 화면이 전환된다.
 
 [ID '와뇨띠‘님 채팅창을 오픈합니다.]
 
 눈앞에 익숙한 이미지가 생성된다.
 
 이건...
 
 와뇨띠.
 그의 카톡 대화창이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연군입니다.

신작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건강하시고 아프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연군 드림

댓글(5)

나이프    
건필하세요
2024.04.15 12:08
제임스뛴다    
시작이 좋은데요! 조용히 따라가 보겠습니다.
2024.04.20 00:17
지나가던알    
보통 주식은 금액이 클수록 카톡보단 텔레그램으로 많이 합니다.
2024.05.01 05:58
세비허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2024.05.06 14:29
hi****    
카카오톡이 아니라 카시오톡이네요 밑에분 별것도 아닌것 같고 시비걸지 마세요 강퇴
2024.05.27 23:25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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