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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반전에 반전/알파벳 AI 연구소

2024.04.23 조회 56,109 추천 646


 001 반전에 반전/알파벳 AI 연구소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 고려 중>
 
 친일 의원들과 일본으로 온 강민준 의원.
 
 발전소 인근 마을에 도착한 그는 가져온 큰 유리병에 오염수를 가득 담았다.
 
 그 모습을 본 일본 의원이 머리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 물은 왜 담는 거요?”
 “한국 의원들이 직접 마시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국민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아, 그런 생각까지 하셨습니까? 역시 강 의원은 우리 정부의 뜻을 정확히 알고 계시는군요.”
 
 강민준을 친일파라 생각한 그가 옆의 미국 의원에게 미소를 보낸 후 말을 이었다.
 
 “그런데 한 병 가지고 되겠습니까? 두 병 더 담으시지요. 많은 사람이 마시는 걸 보여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긴 하겠군요. 그럼.”
 
 총 세 병을 가득 채운 강민준이 씩 웃자 일본 의원도 환하게 웃었다.
 
 2011년에도 지진으로 인해 같은 일이 있었는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진도 9.6의 강진과 쓰나미가 있었다.
 그 결과로 똑같은 일이 발생해 버린 일본.
 
 역대 최고였던 1960년 칠레 볼리비아 강진(규모 9.5)을 넘겨 버린 터라, 후쿠시마 원전에 다시 문제가 생겨 버린 것이다.
 
 두 번이나 같은 일이 발생했으나 일본은 여전히 오염수 유출을 극구 부인했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 했던가?
 
 일본이 부정하면 할수록 한국 국민은 오염수 문제를 사실로 받아들였다.
 
 “우리 셋이 사진이나 찍을까요?”
 
 미국 의원의 말에 일본 의원이 손뼉을 탁 치며 반겼다.
 
 “그거 좋겠습니다. 자, 우리가 강 의원 양옆에 섭시다.”
 
 1주일 후, 용산 정부 청사.
 
 마주한 테이블 위에는 물컵과 태블릿만 하나씩 있었다.
 회의 대부분은 정면에 있는 대형 화면을 이용하기로 했기에.
 
 8월의 무더운 날씨에도 실내는 시원했다.
 
 하지만 장소가 한국이고 양국에서 깊은 관심을 보이는 사안이라 아무리 일본 의원이라도 긴장이 되어 손에 땀이 났다.
 
 대표로 온 일본 의원과 이를 돕기 위해 온 미국 상원의원은 물을 여러 번 마셨다.
 
 일본에 가장 호의적인 인물들로 구성된 한국 의원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목을 축이고 화면을 주시했다.
 
 생방송으로 나가는 것이기도 해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
 
 “자, 그러면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영상부터 보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말에 모두 정면의 화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보시다시피 강 의원이 직접 오셔서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밝혀 주셨습니다. 미국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요.
 
 화면에는 강민준이 물을 떠서 유리병에 담는 모습이 나왔다. 그 뒤에서 일본 의원이 말을 하고 있었고.
 이 외에 원전 근처의 포도 농장 주인과 인터뷰하는 장면도 나왔다.
 
 영상이 끝나자 강민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갔다.
 이어 일본과 미국 의원들을 보며 씩 웃었다.
 
 두 사람은 강민준을 같은 편이라 여겼기에 슬며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가 직접 가서 확인해 본 결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흘러나온 물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럼요. 강 의원께서 직접 확인까지 하셨으니 믿으셔도 됩니다.”
 
 일본 의원이 자신감 가득한 얼굴로 맞장구를 치자 거듭 물었다.
 
 “의원님은 일본 정부를 대신해서 오신 분이니 총리께서도 같은 생각이시겠군요?”
 “물론입니다. 총리께서는 양국이 여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도 같은 생각입니다.”
 
 어차피 한국은 일본과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자존심만큼은 버릴 수 없지.’
 
 강민준은 강수를 두기로 했다.
 
 “조금 전 두 분이 마신 그 물은....”
 “...?”
 “영상에 나왔던 그 물입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두 분께 드린 건데 맛이 어떻습니까?”
 
 “당신이...?”
 
 크윽.
 
 그는 한국 의원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의원님들이 마신 것도 같은 물입니다.”
 
 설마설마하며 가슴 졸이고 있던 4명의 친일 의원.
 그 설마가 사실이 되자 그들도 헛구역을 해 대기 시작했다.
 
 용산에서 보고 있던 한국 대통령은 복잡한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역시. 당 대표가 아끼는 이유가 있었군. 우리 여당에는 왜 저런 인물이 없는지 원.”
 
 1년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대통령은 강민준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기가 쉽지 않을 거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이처럼 시원하게 미국과 일본을 한 방 먹여, 과거 미중일도 쉽게 무시 못하는 미래가 펼쳐지면 좋겠으나, 현실은 그때보다 처참했다.
 
 인구 3,100만 명.
 
 정부가 수십 년간 출산장려정책을 폈음에도 출산율은 세계 꼴찌를 기록했다.
 아이들은 없고 노인만 많은 현실.
 
 군사력 세계 14위.
 경제력 세계 32위.
 
 미국의 중간급 주보다 못한 처지가 되면서 수십 년 전 세계 5위의 군사 강국, 10대 경제 대국이었던 영광을 모두 잃어버렸다.
 
 지금은 일본의 속국으로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처지로 전락해 버리면서, 강대국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
 
 백악관에서 모임을 가진 미국과 일본 의원은 TV 보며 이를 갈았다.
 
 “크흠. 야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더니 대선에서도 여전하군요. 당선이 거의 확실하겠어요.”
 “우리도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미국통에다가 경제 쪽으로는 도가 텄고, 3선까지 한 인물이니 말입니다.”
 
 스탠퍼드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500대 부호까지 올랐던 강민준.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는 돌연 사업을 모두 청산하고 한국으로 복귀, 정계에 입문했다.
 
 “무엇보다 저번 그 사건 때문에....”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이건 일본 의원뿐만 아니라 미국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그 회의가 끝나고 다음 날, 강민준은 TV에 나와 두 사람을 조롱하다시피 말했다.
 
 -어제 그 물은 편의점에서 산 물입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동시에 일본과 미국은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되면서 지금까지 오염수 방출 문제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미국이 오염수 방류에 찬성한 이유는?
 방류로 인한 손해를 덮고도 남을 정도의 경제적, 군사적 이익을 일본이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렇고. 강 후보 몸이 참 좋습니다. 40대 중반에 저런 몸을 가지기가 쉽지 않은데.”
 “고등학교 때 격투기를 시작한 후로 매일 두 시간씩 꾸준히 운동한다고 들었습니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인물이군요. 지독하게.”
 
 거의 30년간을 쉬지 않고 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이후로 두 사람은 선거 운동 영상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러다 미국 의원이 결심한 듯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렇게 지독한 자가 대통령이 되면 문제가 더 커질 거요.”
 “총리께서도 같은 생각이십니다.”
 “그래서 말인데, 강 후보를 평택에 있는 ‘알파벳 연구소’로 초청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거긴 왜...?”
 “이유는 묻지 마시고 일본은 초청만 해주세요.”
 
 그가 잘 깎인 사과를 포크 옆면으로 꾹 누르자 반으로 잘렸다.
 
 이를 본 일본 의원이 잘린 사과를 씹어 넘겼다.
 개불이 물을 뿜어내는 것처럼 입가에 과즙을 뚝뚝 흘리면서.
 
 “허허, 초청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뒤는 우리가 알아서 하지요.”
 
 *
 
 평택 알파벳 AI 나노봇 연구소.
 
 반백에 금테 안경을 낀 백인 소장.
 그가 CT 촬영기를 닮은 대형 컴퓨터 옆을 툭툭 치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게 세계 최초로 만든 AI 나노봇입니다. 여기에 국방부 예산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갔지요.”
 “이 기계에 어떤 기술이 들어간 겁니까?”
 
 강민준 후보의 선대 위원장이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묻자, 소장은 한 명만 누울 수 있는 장치로 이동하며 말했다.
 
 “한 사람이 가진 기억과 의식을 모두 AI로 이전해 다른 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의식은 에너지고 에너지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라는 양자역학 이론을 통해 만들어 낸 기술이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인간의 뇌와 AI 나노봇이 하나가 되는 거지요.”
 “그런 기술이 정말 있단 말입니까?”
 “믿기 힘드시겠지만 사실입니다.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수집 외에도 짧은 시간에 뇌 능력을 극대화하는 기능까지도 포함되어 있죠.”
 “오, 대단하군요.”
 “군사용으로 개발 중인데 벌써 몇십 번이나 실험해봤고,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성공’이라 말하지 않고 ‘유의미한 결과’를 말한 소장의 표정이 살짝 변했지만,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앞서 11번의 실험이 실패했다는 말은 숨겼다.
 
 “선대 위원장께서 한번 경험해 보시겠습니까?”
 
 궁금증이 일긴 했지만, 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서다.
 
 그러나 이어진 말에 마음이 동했다.
 
 “5분이면 됩니다. 5분 후에는 전혀 새로운 세상을 느끼실 겁니다.”
 
 5분이면 뭐.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도 많으니.
 
 강민준 의원에게 시선을 돌리며 양해의 눈빛을 보내자 머리를 끄덕인다.
 
 “그럼 제가 한번 경험해 보겠습니다.”
 “여기에 그냥 누워 계시기만 하면 됩니다.”
 
 다소 긴장된 얼굴로 기계에 눕는 위원장.
 
 그렇게 5분가량이 지났다.
 
 깨어난 그는 소장의 말대로 정말 새로운 경험을 했다.
 
 “허어! 무슨 이런 기계가... 한 번만 더 해 볼 수 있습니까?”
 “그건 좀....”
 
 위원장이 빈말할 인물이 아니란 걸 잘 알기에 강민준은 무척이나 궁금했다.
 
 ‘대체 무슨 경험을 했길래 저래?’
 
 그의 표정을 읽은 소장이 강민준에게 넌지시 물었다.
 
 “후보님께서도 한 번 경험해 보시지요.”
 “흐음. 그럼 저도 잠깐.”
 “똑같이 누우시면 됩니다.”
 
 강민준도 편안히 누워 눈을 감았다.
 
 동시에 순간적으로 소장의 표정이 바뀌며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소장이 컴퓨터 화면의 붉은색 버튼을 터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삐익- 삐익-
 
 갑자기 경고음이 들렸다.
 
 이건 전혀 예상치 못했는지 당혹한 얼굴로 급히 연구원들을 부르는 소장.
 하지만 그들이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콰쾅! 콰콰쾅! 쾅!
 
 컴퓨터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함께 있던 모든 사람은 물론, 그 큰 연구소가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마치 미사일에 폭격을 당한 것처럼.
 
 *
 
 “으으음.”
 
 힘겹게 눈을 뜬 강민준은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3월 30일 오후 2시, 정신장애자인 존 힝클리가 레이건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후로, 백악관은 경호 시스템을 재정비할 것이라....
 
 -다음 뉴스입니다. 전두함 사우스 코리아 대통령이 감사를 표하며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그는 백악관의 초청으로 방문해 주한미군 철수 백지화 등 14개 항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돌아갔었는데요....
 
 누운 채로 10분간 들은 뉴스 내용에 의아함을 느낀 강민준은 천천히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디지?’
 
 TV에서는 여전히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내용도 실내 물건들도 이상했다.
 
 ‘TV가 왜 저래?’
 
 매일 본 익숙한 디자인이 아니다.
 가구같이 생긴 사각 나무통에 감싸 있는 컬러TV. 박물관에나 있어야 할 모양이었다.
 
 ‘내가 왜 여기에...?’
 
 그는 머리를 갸웃하며 방문을 열려다가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걸음을 우뚝 멈췄다.
 
 [딥러닝 AI 나노봇 아레스가 활성화됩니다]

댓글(197)

증오하는자    
??: I am your Father! 과연 나노로봇이 뇌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고 후유증이 있을지를 떠나서 아주 유머가 있는 녀석입니다 ㅋㅋㅋ 이정도로 극한이 가고 아무리 수습해도 문제가 있을것 같은걸 떠나서 전씨... 음... 기대되네요. 과거사 청산 가즈아!
2024.04.23 19:04
코알라    
엄지 척! 선물함^^*
2024.04.23 20:51
산속다람쥐    
돌연 사업을 모두 정산(청산)하고?
2024.04.23 19:19
코알라    
엄지 척! 선물함^^*
2024.04.23 20:49
산속다람쥐    
개불이 (+바닷물을/물을?) 뿜어내는것처럼
2024.04.23 19:21
코알라    
엄지 척! 선물함^^*
2024.04.25 16:43
카이로이    
잘보고갑니다
2024.04.23 19:24
코알라    
엄지 척! 선물함^^*
2024.04.25 16:40
산속다람쥐    
유머까지 갖춘 A.I 라... ㅎ 뭐 심심하진 않겟네요 일상에서 마이크로 소프트부터 먹고 철도와 석유를 주무르면 되는건가요? ㅎㅎ 잘보고갑니다
2024.04.23 19:26
코알라    
엄지 척! 선물함^^*
2024.04.2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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