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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호위검천

1, 이제 내가 죽을 차례다.

2024.04.21 조회 14,697 추천 228


 호위검천(護衛劍天).
 
 1, 이제 내가 죽을 차례다.
 
 
 “자네가 호위로 뭘 할 수 있지?”
 악비(岳飛)는 맞은편에 앉은 두 사람을 바라봤다.
 한 명은 호위 대상의 아버지였고, 다른 한 명은 사부였다.
 “제 앞에 계신 두 분도 죽일 수 있습니다.”
 사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하나 호위 대상의 아버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자네, 내가 누군지 아는가?”
 “무림맹주시죠.”
 맹주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가 외동딸을 아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호위의 면접을 봤음에도 만족할 수 없었다. 지금껏 면접을 봤던 이들의 대답은 대동소이했다.
 목숨을 바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
 그는 악비의 사부를 바라봤다.
 “자네를 꼭 빼닮았군.”
 사부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래서 나도 자네 호위를 하고 있잖은가.”
 맹주는 근엄한 표정을 지운 채 마른 세수를 했다.
 “후아! 수호검문의 일원들은 하나 같이 제정신이 아니라더니. 과장이 아니었군.”
 사부가 말을 받았다.
 “본인이 지키겠다고 맹세한 걸 지킨다. 간단하잖아?”
 하나 맹주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걸 지키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건 왜 빼먹나? 가끔 보면 마교의 고수가 내 호위인 건 아닌지 헷갈린다니까.”
 악비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신념, 집착, 집념, 욕망, 분노 등으로 포장해도 근본은 그저 지키겠다는 순수한 마음입니다. 검문에서는 그것을 위천이라 부르죠.”
 위천(衛天).
 지키고자 하는 걸 하늘처럼 대한다.
 수호검문의 시작이자, 끝이다.
 맹주 역시 자신의 호위로 인해 몇 번이나 목숨을 구했고, 위기를 돌파했다. 그래서 저들이 위천을 어찌 대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확인하겠네. 혹시 내 딸을 아는가?”
 “해월령이죠.”
 “그래, 아주 예뻐. 무림맹 내에서도 손꼽힐 정도야. 하지만 기사멸조의 패악을 감수할 정도는 아니잖아. 까탈스럽고, 제멋대로여서 싫어하는 사람도 많아. 혹여 내 딸은 핑계일뿐 입신양명에 욕심이 있는가?”
 “그랬다면 맹도로 입문했겠죠.”
 “하면 혹시 해월령에게 사적인 감정을 품었나?”
 악비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한 번 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한 번 보고 위천으로 삼겠다고?”
 맹주는 이쯤 되면 면접이 아니라 언젠가 찾아올 사윗감을 상대로 준비했던 질문을 변형해서 건넸다.
 “좋아! 만약 자네가 해월령을 살리겠다고 나를 죽였어. 그렇다면 딸아이가 자네를 곱게 보겠는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악비는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신경 쓸 일이 아닙니다.”
 맹주는 결국 두 손 들고 포기했다.
 “허허, 내가 졌네. 호위를 구하는게 아니라 보검을 사주는 느낌이야.”
 사부는 이 광경이 재밌는지 폭소를 터트렸다.
 “내가 자네를 택한 것도 이름 모를 주루에서 나눈 술 한 잔이 이유였네. 세상의 논리나 법례, 협도나 예의는 우리의 고려 사항이 아니라네.”
 그는 맹주의 어깨를 툭 치며 말을 보탰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가는 거야.”
 맹주는 사부를 가리키며 보고서를 덮었다.
 “자네가 아니라 이 친구를 믿겠네. 월령을 부탁하네.”
 악비는 임명패를 받으며 손을 모았다.
 “세상 그 어떤 오명과 악의가 제 목을 치고, 원한과 저주가 마음을 찢어도···.
 악비의 눈동자가 기이하게 번뜩였다.
 “해월령은 살 겁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맹주가 죽었다.
 사부도 죽었다.
 
 이제 내가 죽을 차례였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다시 인사드립니다.(__)

댓글(14)

단군한배검    
건필하세요^0^
2024.04.29 23:50
김태현    
감사합니다.(__)
2024.04.30 12:16
학교    
잘 보겠습니다.
2024.05.03 10:02
스칼렛2024    
잘 먹겠습니다. 우리는 이를 위 채웠다고 합니다
2024.05.10 07:11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4.05.10 19:16
별랑(別狼)    
좋은 작품이 될 거 같습니다.
2024.05.12 02:39
째구    
또 돌아왔구나 김태식이!
2024.05.12 14:43
다령    
마지막은 슬픈말이네요.
2024.05.15 22:30
세비허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2024.05.19 11:40
나이프    
건필하세요
2024.06.10 06:23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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