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검은머리 재벌 프로그래머

프롤로그

2024.05.08 조회 26,957 추천 424


 프롤로그
 
 
 
 도둑질은 나쁜가?
 
 “장수석! 거기 서! 아니, 그거 내려놓고 다시 얘기하자!”
 
 장물의 소유권이 명백히 한쪽에 있다면 그러하다.
 허나 절반 이상의 지분이 도둑에게 있는 상황이라면?
 그것은 소유권 주장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상무 진급시켜주고 조직 운영권도 준다니까! 멈추라고!”
 “좆까! 안 믿어!”
 
 그건 일종의 젠트리피케이션이었다.
 기껏 인테리어하고 장사해서 대박집을 만들었더니, 부르주아지가 임차인을 쫓아내고 본인이 같은 장사를 하는 야만적인 행태.
 개발이 완료되자마자 내게 벌어진 일은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완료 보고를 올렸을 때 개발 조직 운영권을 빼았겼다.
 책상은 화장실 옆으로 바뀌어버렸다.
 
 “죽어라 이 어려운 걸 해냈더니, 내 자리를 뺐어?”
 “아니, 주변에 좀 잘 하던가! 같이 일 못 하겠다는 사람들 뿐인데 어떻게 해!”
 
 기업의 논리 아래.
 트러블을 만드는 한 사람보다 팀을 살리는 것이 낫다는 것.
 그런 식의 경제적 판단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근데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비켜 이 새끼야!”
 “어··· 어? 회사 물건 무단 반출은 불가··· 으억!”
 
 가로막는 보안 게이트의 요원에게 달궈진 납땜 인두를 휘두르며 관문을 돌파했다.
 
 “야. 여기 한국이야! 너 그러다 잡히면 감옥 간다고!”
 “아, 됐고요! 센터장님! 학습 모델 코드가 AGI 코어 기술인 거 아시죠? 제대로 대화할 생각 있으면 하꼬 부사장 말고 부회장급 인사가 대가리 박고 사죄하라고 하십··· 으다다닷?!”
 
 씨이팔.
 뭔 놈의 민간 보안 근무자가 테이저건을 들고 있어?
 
 “움직이면 또 쏜다!”
 
 말을 끝마치지도 못하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대가리부터 땅에 떨어지며 끔찍한 고통이 온몸을 휘감았다.
 허나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파칫.
 파치치칫.
 
 이 모듈 박스가 빌어먹게 예민한 탓에 테이저건 만큼의 과전류를 견딜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데이터를 백업하며 시스템 전부를-.
 
 [초기화를 시작합니다. 10··· 9···]
 
 그렇게 놔둘 수는 없다.
 일종의 항의 시위였을 뿐, 평생의 연구물이 초기화?
 대가리가 깨지는 것보다 그게 더 싫다.
 다행히 아직은 방법이 있다.
 억지로 팔을 뻗어 긴급 정지 버튼에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 모듈의 중요성을 모르는 보안 요원의 눈에는, 내 절실한 동작이 다른 의미로 다가온 듯했다.
 
 “움직이지 말라니까!”
 
 파지지지칙!
 
 2차 세례가 퍼부어졌다.
 온몸에 전류가 내달렸다.
 뇌까지 타버리는 고통.
 젠장.
 이거 조졌네.
 
 [리부팅을 시작합니다.]
 
 절대 보기 싫었던 문구가 떴다.
 완벽하게 텄다.
 생뚱맞게 내일 뉴스 헤드라인이 걱정됐다.
 
 ‘제3국으로 국가 보호 산업 자료을 빼돌리려던 연구원 현장에서 검거?!’
 
 엄마! 누명이야!
 나 그런 놈 아닌 거 알잖아!
 동시에 시야가 하얗게 물들었다.
 
 고대하던 기절이었다.
 
 
 그리고 하얗게 물들었던 시야가 다시 돌아왔을 땐.
 
 “장세진 병장! 장세진 이자식 어딨어!”
 
 나는 23살의 어느 봄날로 되돌아가 있었다.

댓글(16)

애오라지    
어떠한 작품 인지는 읽어봐야 알겠지만 일단 좋아요 댓글 했읍니다
2024.05.28 05:09
청은이    
잘 보고 갑니다.
2024.06.01 09:12
상처자국    
초기화로 조지는 건 보고 갔어야 했는데
2024.06.04 16:34
Chemf    
경주김씨/ 1화 부터 참 불편한거 많네
2024.06.06 13:22
이드오빠    
잘보고갑니다
2024.06.13 03:25
세비허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2024.06.13 15:01
ㅠoㅠ    
족치는걸 보고 회귀했어야 했는데 ㄲㅂ
2024.06.17 10:52
Kppo11w    
요즘은 테이저건에도 회귀옵션이??
2024.06.21 17:13
[允]    
회귀가 좀 특이하네요? ㅋㅋㅋ
2024.06.21 18:18
참좋은아침    
즐감!!
2024.06.22 12:11
0 / 3000

이용약관 유료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청소년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