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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635,256,739 헌터의 유산을 얻었다.

2024.05.08 조회 44,767 추천 649


 원래 인생은 보통 성공과 실패. 이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그중에서 이성진은 안타깝게도 전자가 아닌 후자에 가깝다.
 
 “형씨! 천천히 좀 해!”
 “넵! 알겠습니다!”
 
 그와 같은 청소부의 말에 이성진은 크게 대답하며 마물의 시체를 치웠다.
 
 “후우. 이건 매번 힘드네.”
 
 눈앞에 고블린 시체를 청소하며 눈살을 찌푸리는 이성진.
 거의 몇 년간 이 일을 해왔지만, 그럼에도 시체 썩은 내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물론 그래도 맨 처음에 비하면 엄청나게 양반인 편이지만.
 그리하여 썩은 내를 참으며 시체를 치우자, 이제야 청소를 완벽히 끝냈다.
 
 “후우. 끝인가.”
 
 이성진은 흡족한 미소를 흘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음 순간, 아까 그와 같이 청소를 하던 박민제가 다가오더니 캔 커피를 건넨다.
 
 “고생했다. 이것 좀 마셔라.”
 “아! 감사합니다!”
 
 그가 건네는 커피를 받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커피를 입안에 넣었다.
 
 “하아.”
 
 커피 하나 마셨다고 온몸의 피로감이 사라지는 듯한 기분.
 고작 이런걸로 행복해하다니.
 바뀐 세상과는 다르게 현재 자신의 모습에 어처구니없어하고 있자.
 
 “보면 볼 수록 이 탑은 대단하구만.”
 
 옆에 있던 박민제가 뒤에 있는 거대한 탑을 보며 감탄한다.
 이성진 또한 고개를 돌렸다.
 하늘을 뚫을 기세로 높이 솟아오른 거대한 탑.
 
 '도대체 이 탑은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 거지?'
 
 20년 전.
 지구에 갑작스럽게 등장해 버린 탑으로 인해 인류의 문화가 완전히 바뀌었다.
 마력과 신성. 그리고 시스템.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능력들이 현실에서 갑자기 등장했다.
 
 '맨 처음에는 난리도 아니었지.'
 
 도시 한복판에 탑이 등장했으니 어찌 난리가 나지 않을 수 있을까.
 거기다가 사람들이 각성까지 하니 맨 처음에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걸까.
 단 2년 만에 각성한 사람들이 사회에 잘 녹아들었다.
 
 '뭐, 정부에서 헌터 협회라는 걸 만들어서 그런 거겠지.'
 
 사실 초인이든 뭐든 간에 결국 다들 원하는 것은 돈과 권력이다.
 그렇기에, 정부와 대형 기업들이 나서서 협회와 길드가 세워졌다.
 그 결과 이제는 초인. 정확히는 탑을 오르는 헌터들이 사회에 녹아들게 되었다.
 물론 그들하고 다르게 자신은 탑에서 가끔씩 나오는 마물의 시체를 치운다는 게 현실이지만.
 
 '하아. 그래도 이게 어디냐.'
 
 겉으로 보기에는 돈을 못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니다.
 탑 주변에서 마물의 시체를 치운다는 것은 잘못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뜻.
 맨 처음 일하고 몇 년간 꽤나 목숨이 위험한 적이 어디 한 둘이던가.
 다만, 어째서인지 최근에는 한국 협회에서 탑 주변을 제대로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예전보다 목숨이 위험한 일이 꽤나 줄어든 상태다.
 
 '뭐, 이러나저러나 결국 위험한 일이라는 건 맞지만.'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서 결국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 수입이 상당히 짭짤하다.
 이 일 덕분에 불치병에 걸린 어머니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동생도 있는데 아버지 혼자서 전부 부담을 줄 수는 없지.'
 
 그리 생각하고 있자, 옆에 있던 박민제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내, 그가 등허리에 손을 갖다 대더니 입을 연다.
 
 “끄응. 다시 슬슬 움직이자고. 보니까 다른 곳은 아직 안 끝났다고 하더라.”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 순간.
 
 -위이이잉! 위이이이잉!!
 
 갑자기 핸드폰에서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핸드폰을 확인했다.
 
 [긴급 재난 문자!]
 현재 탑에서 몇 마리의 마물이 빠져나왔습니다. 인근 거주자들은 가급적 빠르게 대피소로 이동하시기를 바랍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조용히 탑 쪽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저 알림이 사실인지 검은색 늑대로 이루어진 마물이 침을 질질 흘린 채 달려오고 있었다.
 
 “하필 탑 근처에 있을 때 이러냐!”
 “인정합니다!”
 
 한 두 번 겪은 상황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꽤나 위험한 상황임에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최대한 빨리 허겁지겁 대피소를 향해 도망갔다.
 
 -크르르르릉!!
 
 아니, 쟤는 왜 우리한테 쫓아오는 건데?!
 마치 먹잇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계속해서 쫓아오는 검은 늑대.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갈라지죠.”
 “그래. 그러자구나.”
 
 그 말을 끝으로 갈림길에서 박민제 빠르게 갈라졌다.
 마물이 자신을 쫓아올 확률은 50%.
 제발 이쪽으로 오질 말기를 기도했지만, 역시 세상일은 원래 마음대로 안 되는 걸까.
 
 -크르르릉!!
 
 마치 녀석은 처음부터 이쪽을 노렸다는 듯이 고민도 하지 않고 쫓아온다.
 이쯤 되면 전생의 내가 저 녀석에게 원수라도 진 게 아닐까 싶다.
 
 '최소한 조금이라도 고민하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허겁지겁 달렸다.
 허나, 저 녀석은 헌터들과 상대하는 괴물이다.
 그에 반해 자신은 마물의 시체나 치우는 일반인 수준.
 당연하게도 속도부터 시작해서 체력까지 모든 게 저 마물이 앞선다.
 잠시 후.
 
 “허억. 허억.”
 -케릉.
 
 어느샌가 녀석이 이성진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제기랄.”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자신이 여기서 죽으면 엄마의 병원비와 빚을 아버지가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그가 이를 악물며 주위에 있는 각목을 주웠다.
 이내, 어떻게든 발버둥 치려는 그때.
 
 -후웅.
 
 갑자기 눈앞에 노란 머리칼을 가진 여인의 뒷모습이 시야에 비쳤다.
 그와 동시에.
 
 -서걱!
 
 자신을 쫓아오던 늑대 마물의 목이 깔끔하게 잘렸다.
 원래라면 지금 상황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죽을뻔한 상황에서 다행히 살아났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눈앞에 여인의 등장에 그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하는지 나쁘다고 해야 하는지.'
 
 보는 사람이 넋을 놓을 정도로 아름다운 뒷태.
 그와 어울리는 뚜렷한 이목구비.
 눈앞에 여인은 한국 정점의 길드 중 하나인 유성 길드의 수장. 정윤주였다.
 그리고·····.
 
 “마스터, 다른 곳들은 전부 협회에서 해결했다고 합니다.”
 
 찰나, 어느 한 남자가 순식간에 정윤주 옆에 나타나더니 고개를 꾸벅 숙인다.
 정윤주는 그 말을 듣고 무감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희는 이만 탑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가 이쪽을 향해 시선을 옮긴다.
 이내, 그녀와 아주 잠깐이지만 눈이 마주쳤다.
 
 -휙!
 
 그녀가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옮긴다.
 그리고는, 아까 나타나던 남자와 같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이성진은 얕은 숨을 토해냈다.
 
 “하아.”
 
 세간에서 연예인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여성 헌터.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그녀의 팬카페가 있을 정도다.
 허나, 그런 팬들보다 그녀에 대해 누구보다 더 안다고 자부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여전하네.”
 
 일반인 시절 그녀의 전 연인이었기 때문이다.
 
 ***
 
 이성진은 눈앞에 마물의 시체를 보며 깊은숨을 토해냈다.
 
 “이왕 죽일 거면 시체도 좀 가져가 주지 하아.”
 
 사실 구해준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허나, 보통은 협회가 아닌 길드의 헌터가 마물을 잡으면 뒤처리는 그쪽이지 하지 않던가.
 한데, 자연스레 이쪽에 놓아두고 간 상황이다.
 
 '뭐, 서로 만나기 껄끄러워서 그런 건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그는 조용히 시체를 훑어보았다.
 
 '이 녀석을 혼자서 옮기기는 솔직히 빡세고.'
 
 차라리 이곳에서 청소하는 게 더 좋아 보인다.
 빠르게 생각을 마친 이성진은 협회에서 보급받은 신성 청소 도구를 꺼냈다.
 시체가 된 마물을 향해 겨누었다.
 이내, 방아쇠를 꾸욱 누르자.
 
 -치익! 치익!
 
 총구에서 신성이 나오더니 마물이 자연스레 사라져간다.
 보통 마물의 시체를 두 가지로 사용한다.
 지금처럼 이렇게 신성으로 정화를 시키거나 혹은 안에 있는 마석과 시체를 이용해 다양한 아이템을 만든다.
 
 '원래 헌터라면 돈을 벌기 위해 후자를 택하는 법이지'
 
 하지만, 일개 말단 청소부 담당인 그는 청소 도구를 통해 시체를 정화시킬 뿐이다.
 냉정하게 일반인 수준으로는 시체조차 제대로 해부를 못 하니까.
 
 -치이익·····.
 “으응?”
 
 그 순간, 갑자기 청소기에서 나와야 할 신성이 나오지 않는다.
 뭣 때문인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아.”
 
 그러자, 안에 있는 신성 배터리가 어느새 전부 닳아 있었다.
 생각해 보면 탑에서 마물이 나오기 전부터 계속 청소했다.
 그러니, 배터리가 없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아이씨. 배터리 가져오려면 사무소에 가야 하는데.”
 
 그리고 그 사무소가 문제는 탑 근처에 있다는 점.
 결론은 이 시체를 탑까지 가지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진짜 운 한번 더럽게 없네.”
 
 탑 근처에 청소하는데 마물이 폭주를 하질 않나.
 그리고 도망갔더니 마물 한 마리가 자신에게만 쫓아오지를 않나.
 수많은 헌터 중 하필 전 여자 친구가 구해주질 않나.
 마지막으로 청소기에 있는 배터리마저 없는 것까지 새삼 참 완벽하다.
 이쯤 되면 세상이 자신을 억까하려고 이러는 게 아닐까 라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에휴. 얼른 들고 가기나 해야지.'
 
 속으로 쭝얼거리면서 이성진은 시체에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그 순간.
 
 “어?”
 
 녀석의 몸속에서 무언가 번쩍이는 게 시야에 비쳤다.
 그것을 본 이성진은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그리고는, 천천히 허리를 숙여 시체에서 꺼냈다.
 
 “반지?”
 
 그저 평범한 은으로 보이는 반지.
 도대체 이게 왜 마물의 몸속에 있는 걸까.
 그가 의문을 품기를 잠시.
 
 [헌터 이성진 님에게 귀속 되었습니다!]
 
 시야에 생각지도 못한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뜬금없는 시스템 메시지에 저도 모르게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아직 여기서 끝이 아닌 걸까.
 
 [축하드립니다! 이성진 님께서 헌터로 각성하였습니다!]
 
 이제까지 일반인으로 살던 자신이 헌터로 각성하게 되었다.
 그 순간, 전능감에 가까운 힘이 샘솟는다.
 
 '뭐야? 뭔데 힘이 이렇게 넘쳐?!'
 
 세상이 변해서 일반인들 또한 비록 좁쌀만큼 마력을 가지긴 했다.
 그렇기에, 헌터로 각성한다 한들 큰 변화가 없을 줄 알았는데 설마 이렇게 단번에 힘이 넘칠 줄은 몰랐다.
 
 '헌터가 이런 기분이구나.'
 
 확실히 놀랍기는 하지만, 헌터로 각성했다 한들 큰 기대는 안 된다.
 헌터로 각성한 사람이 전부 탑을 오를까?
 아니다. 재능과 성격이 안 맞아 그냥 일반인처럼 지내는 사람도 꽤나 많다.
 따라서, 갑자기 각성했다 한들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헌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도대체 이 반지가 뭐길래 갑자기 내가 각성하게 된 거지?'
 
 의문을 품으면서 그가 검지에 끼워진 반지를 응시했다.
 그러자,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시스템 메시지가 또다시 눈앞에 나타났다.
 
 [레벨 1,635,256,739 헌터의 유산.]
 ▶ 어느 한 헌터가 남긴 유산입니다. 이 반지 안에 아공간이 존재하며 이 반지의 주인은 아공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안에 다양한 아이템들이 존재합니다.
 
 뭐지? 버그인가?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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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에서 3화 30분씩 나머지 4,5화는 오늘 한 시간 간격으로 올리겠습니다!

댓글(52)

사이다온리    
오타 전자과
2024.05.09 17:08
sd****    
긴급상황이라 파밍 못한걸 홀랑 먹네 귀속템에 대해 모르는 것도 아닐텐데 왜 저러지? 사실상 유실물, 표류물 횡령범죄 아닌가?
2024.05.10 13:56
as*****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2024.05.11 18:47
열파참    
저정도 레벨이면 숨만쉬어도 행성파괴 정도는 우습게 할거같은데...
2024.05.12 05:16
혼돈군주    
빛 ㅡㅡ> 빚
2024.05.12 10:01
혼돈군주    
박민제? 박제민?
2024.05.12 10:02
다위    
또 아픈어머니에 동생있나 ㅎㅎ
2024.05.12 11:27
극악한선물    
긴박한데 그러자꾸나......
2024.05.13 02:34
jh***    
뭐가 맨날 불치병 가족에 빚에 헤어진 능력자 전 여친... 온갖 클리셰는 다 갖다붙였네. 가요.
2024.05.13 07:01
ch*********    
그놈의 여동생 부모님 불치병 진짜;; 그만좀 하세요!!!!!!!!!!!!!!!!
2024.05.1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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