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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한 내집 위에 탑이 생겨버렸다 1화

2024.05.08 조회 61,020 추천 1,025


 
 
 “이게 뭐야······.”
 
 수년을 뼈빠지게 일해 모은 돈으로 장만한 우리집.
 그 집이 있던 자리에 갑자기 나타난 어마어마한 크기의 탑을 본 나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
 
 3년 전, 세계 각국에 거대한 탑이 나타났다.
 탑은 마지막 층을 공략한 나라에는 보상을, 공략하지 못한 나라에는 멸망을 안겨주었다.
 10층 탑을 공략한 다음에는 30층 탑이, 그다음에는 50층 탑이 나타났다.
 
 그리고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오늘은-
 그 50층 탑의 공략 기한이 끝나는 날이었다.
 
 오늘까지 탑을 클리어하지 못하는 나라에, 새해는 없었다.
 
 -끝까지 탑 공략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던 도미니카 공화국이 결국 공략 포기 선언을······. 도미니카 공화국의 국민들은 분노에 차 폭동을······.
 -이탈리아의 남은 국민들이 서둘러 국경을 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이탈리아의 마지막 희망인 세르지오 플레이어는 아직도 탑 속에 있는 것으로······.
 
 나는 이어폰을 낀 채 숨죽이고 스마트폰 속에서 흘러나오는 긴급뉴스들을 본다.
 온통 탑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후우······.”
 
 문득,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한숨을 쉰다.
 나처럼 번호표를 뽑아놓고 기다리는 중인 모양인데, 힐끗 보니 그 사람도 탑에 관한 뉴스를 보는 중이었다.
 표정이 좋지 않다.
 
 주민센터에서 대기 중인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다.
 모두 희망이라고는 없는 표정들.
 심지어 업무를 보는 공무원들까지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게, 남의 일 같지 않았으니까.
 
 -한편, 어제 사망한 우리나라의 톱 플레이어인 임다연 씨에 대한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는데요······.
 
 다행히 우리나라는 얼마 전에 50층 탑을 공략했다.
 그러나, 50층 탑을 공략한 한국의 각성자이자 톱플레이어인 임다연이 어제 죽었다.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플레이어였던 국민영웅 임다연이 사라진 이상, 다음 탑이 나타났을 때 우리나라 플레이어가 그 탑을 클리어할 가능성은 25% 미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임다연 플레이어가 왜 죽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암살한 거 아냐? 이탈리아 애들도 암살당했다는 소문이 있잖아.
 └걔들이 왜? 이민으로 모셔가거나 납치했으면 납치했지, 죽여서 뭔 득이 된다고?
 └원래 남 잘되는 건 못 보는 놈들이잖아;
 └뇌피셜로 아주 소설을 써라 ㅋㅋㅋ
 └혹시 친일파냐?
 └?
 └아니면 홍위병? 진핑이 개새끼 해봐, 이 개새끼야.
 └니엄마다 ^^
 
 정부에서 침묵을 유지하는 바람에 인터넷에서는 분노에 찬 갑론을박이 오갔고, 현실에서도 임다연의 사망으로 인한 우울한 분위기는 사라질 기색이 없었다.
 나도 암울한 우리나라의 미래에 한숨이 나오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미소가 입술을 비집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김도현 님. 전입신고 다 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싱글벙글한 얼굴로 주민센터를 나왔다.
 그러고는 크게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소리 없이 환호했다.
 
 ‘만세!!’
 
 드디어······ 드디어!
 전입신고를 마치고, 온전한 내 집을 마련한 것이다!
 
 ***
 
 치익!
 
 야심한 밤.
 얼마 없는 이삿짐을 정리한 나는 창가에 서서 맥주 캔을 들어 올렸다.
 
 “다들 영면하십시오.”
 
 오늘 결국 이탈리아와 도미니카 공화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뉴스로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폭풍과 지진, 해일, 낙뢰 등 온갖 자연재해가 한꺼번에 두 나라를 덮쳤다고 한다.
 
 마치 논갈이를 한 것처럼 국토 전체가 뒤집어졌다고.
 
 그 위에 남아 있던 사람들과 사람의 손으로 일군 모든 것이 사라졌다는데.
 끔찍한 일이었다.
 
 나는 맥주캔을 들어올림으로써 그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잠시 묵념.
 
 맥주캔을 든 채 짧은 묵념을 마치고, 고생 끝에 첫 보금자리를 마련한 나 자신에게 맥주를 투하했다.
 
 “크으······.”
 
 술맛이 달고도 쓰다.
 죽은 사람들에게는 참 미안하게도, 지금은 상당히 기분이 좋은 편이었다.
 
 거의 살면서 제일 기쁜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솔직히, 다른 나라가 멸망한 것이 안타깝기는 하나, 나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저 멀리 지구 반대편 어딘가의 일이고.
 우리나라가 멸망한다 해도 그 또한 몇 년 후의 일일 것이다.
 뭐, 그때까진 우리나라 정부가 어떻게든 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살 사람은 살아야지.”
 
 씁쓸한 한 모금을 더하며, 집요하게 들러붙는 죄책감을 털어버리려 애썼다.
 
 사실 나는 그런 국가적 차원의 일을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나와 내 가족 건사하기도 힘든데 나라 걱정까지 할 겨를이 어디 있으랴.
 
 나는 흙수저였다.
 얼마나 흙수저냐면, 평생 내 공간이란 것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엄마가 입주 가사도우미, 일명 식모로 일하시는 덕에 나도 남의 집에 얹혀살거나.
 혹은 반지하 월셋집에서 곰팡이를 베개 삼아, 웃풍을 이불 삼아 살아온 것이 내 지난 삶.
 
 집 없는 자의 한이란, 겪어본 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인집 아들내미가 우리의 가난을 모욕해 싸워도 집주인에게 뺨따귀를 맞는 것은 나였고.
 그 일을 빌미로 쫓겨나 엄동설한에 반지하 단칸방에서 제대로 돌지도 않는 보일러 때문에 엄마, 누나와 셋이 꼭 껴안고 추운 날을 버텨오기도 했다.
 
 집 없는 것에 한이 안 맺힐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정말이지 악착같이 일해 돈을 모았다.
 너만은 꼭 공부해서 성공하라는 엄마와 누나의 애원으로 들어가다시피 한 대학교에서도 장학금을 받아내기 위해 악착같이 공부했고.
 동시에 알바도 두 탕씩 뛰며 돈을 차곡차곡 모았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알바를 세 탕으로 늘려 돈을 모았다.
 취직 대신 알바를 택한 이유는, 당장은 이게 더 돈이 많이 모이기 때문이었다.
 
 ‘취직은 30대가 넘어서 해도 돼. 지금은 내집마련이 우선이다.’
 
 내 가장 우선적인 목표는 엄마와 누나, 내가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나는 엄마와 누나가 한 고생을 안다.
 아빠가 도박빚을 남기고 죽은 이후에도, 나 하나만은 어떻게든 부족함 없이 키워보려고 엄마는 자신의 인생을 바쳤고.
 누나는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두 사람에게 제대로 쉴 수 있는 집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해냈다.
 
 대출을 과하게 땡기긴 했으나, 불과 스물일곱에 번듯한 집을 장만하는 쾌거를 이루어낸 것이다.
 
 “그동안의 나, 수고했다! 이제는 좀 편하게 살게 해줄게!”
 
 나는 창문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며 웃어주었다.
 이제는 대출만 갚으면 되니, 전처럼 알바를 세 탕씩 뛸 필요는 없을 것이다.
 
 김밥 옆구리 터진 것보다 더 게을러터진 내가 그동안 이리도 열심히 살아왔으니.
 이제는 여기에 엄마랑 누나를 설득해서 모셔온 다음에, 내실 좋은 기업에 취직해서 남은 생은 이제 좀 편안하게······.
 
 쿠쿵!
 
 “으응?”
 
 그때, 나는 이상한 진동을 감지했다.
 그 순간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수상한 목소리.
 
 [경고 : 이곳은 현재 탑의 영역이 되었습니다. 시간 내로 탑을 빠져나가지 않을 시, 목숨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남은 시간 : 59분 59초]
 
 “······어?”
 
 신기하게도 눈앞에 홀로그램처럼 떠오른 텍스트가 보인다.
 방금 들은 소리와 같은 내용의.
 
 순간 머릿속으로 이런 현상이 어떨 때 일어나는지 떠오르고 말았다.
 
 “서, 설마······!”
 
 나는 서둘러 창밖을 확인했다.
 어두운 밤임에도 방금 전까지 가로등 불빛이나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간간이 보였는데, 지금의 창밖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아니, 아닐 거야.”
 
 서둘러 외투를 갖춰 입고 집 밖으로 나갔다.
 
 “뭐야? 이게 무슨 소리야?!”
 “통장부터 챙겨! 옷가지는 대충 버려두고 귀중품부터 챙기라고!”
 
 집집마다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자정이 지난 시각임에도 빌라 전체가 소란스럽다.
 머릿속에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으니, 자던 사람들도 다 일어났을 것이다.
 
 나는 서둘러 빌라 밖으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끝없이 솟아오른 거대한 검은 벽.
 그 벽은 완만하게 휘어지며 우리 동네를 커다랗게 둘러싸고 있었다.
 마치 성벽처럼.
 
 나는 터덜터덜 걸어가 벽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벽은 모 소설 속 4와 3/4 승강장처럼 자연스럽게 나를 통과시켜 주었다.
 
 벽을 빠져나온 순간, 머릿속에 반복적으로 울리던 경고음이 조용해졌다.
 뒤를 돌아보니, 검은 벽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시야를 막고 있었다.
 
 “이게 뭐야······.”
 
 털썩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비로소 눈앞의 벽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있었다.
 
 탑이었다.
 
 나라를 멸망시킨다는, 그 망할 탑.
 탑은 가로등 빛이 닿지 않는 검은 하늘 속으로 끝모르고 솟아 있었다.
 
 저놈의 탑이 우리 집 창가를 가리는 바람에 창밖에 아무것도 안 보였던 것.
 
 망연자실 앉아 있다가 문득 스치는 생각에 정신이 들었다.
 
 “······아니, 잠깐.”
 
 탑의 벽이 우리 집 창문을 가리고 있었다고?
 
 그 사실을 깨달은 내 눈이 자연스럽게 옆으로 향했다.
 탑에 갇힌 우리 동과는 다르게 우리 빌라 옆동은 탑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아주 멀쩡하게.
 
 “······.”
 
 나도 모르게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씨발, 옆동 살걸······.”
 
 ***
 
 탑 밖으로 서둘러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지나쳐, 다시 벽을 통과해 우리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경고 : 이곳은 현재 탑의 영역이 되었습니다. 시간 내로 탑을 빠져나가지 않을 시, 목숨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남은 시간 : 38분 24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으니 어떻게 할지 조금 더 고민해 볼 생각이었다.
 일단 거실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이 시국에 집 사서 기뻐했다고 천벌을 내린 건가······?”
 
 미신은 믿지 않는 편이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런 생각까지 든다.
 하기야 탑이 나타나서 세상을 갈아엎는 판국이니 뭐가 불가능할까?
 
 “아아아악!”
 
 나는 바닥에 드러누워 이미 까치집이 된 머리를 다시 한번 쥐어뜯었다.
 
 “대출이 아직 1억 4천이나 남아있다고!! 으아아아!!”
 
 현실을 인지하니 절망이 다가들었다.
 
 은행 대출과, 엄마랑 누나가 생활비 하라고 보태준 돈, 그리고 내가 피땀 흘려 모은 돈!!
 
 모든 게 들어간 집이었다!
 
 그야말로 영혼까지 끌어모은 목숨과도 같은 집이 이렇게 탑 안에 갇혀버린다고?
 
 나는 하늘을 향해 주먹질을 했다.
 
 “내가 그렇게 잘못했냐? 어? 뼈빠지게 일해서 산 집인데, 그것 좀 좋아했다고······. 흑, 흑······.”
 
 주먹질을 하다 주책없게도 눈물이 흘러나온다.
 
 “크헝헝~ 커헝~!”
 
 한동안 목놓아 울었다.
 
 “패행~~!”
 
 울고 나니 그래도 좀 진정이 된다.
 
 드러누운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후······. 이 참에 그냥 해외로 가버려?”
 
 어차피 한국도 망할 거라지 않은가?
 그럴 거면 그냥 미리 해외로 이민 신청을 해놓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나라가 멸망하며 각국의 이민 심사가 엄청 빡빡해진 상태라 이민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나 누나는 어찌어찌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엄마까지 모시고 가려면 불가능할 거야.’
 
 자연스럽게 이민 생각을 날려버렸다.
 
 ‘그럼 여기서 탑이 클리어될 때까지 기다려?’
 
 만약 몇 년 후 탑이 무사히 클리어된다 하더라도 1층 구역 전체가 폐허가 될 것이다.
 이제 막 전입신고를 마친 이 집은 사라지고 없을 거라는 절망적인 이야기.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간다는 쪽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자.
 
 일단 나는 탑 생성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국가가 마련해주는 임시 거처에 머물게 된다.
 
 임시 거처는 바로 탑 근처에 위치한 폐교.
 
 출산률이 0.5명 이하로 떨어지면서 무수히 많은 초등학교들이 문을 닫았고, 비어있는 폐교가 많아 국가에서는 비상시 대피소로 이런 폐교들을 많이 활용했다.
 탑의 등장으로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한 정부는 이 이상의 지원을 해주지 못한다고 했다.
 
 아무리 수리를 했다지만, 이런 폐교에서 계속 살 수 있을 리가 없다.
 곧 월셋방을 얻어 나가야겠지.
 
 그럼 또 월세에, 살지도 못하는 이 집의 대출금 이자까지 얹어져 수십 년을 지옥같이 일해야 할 것이다.
 
 하루도 살지 못한 이 집을 구입한 대가로!!
 
 ‘미친······ 차라리 죽자.’
 
 그래도 이전에는 내집마련이라는 꿈과 희망을 원동력으로 그 중노동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동력조차 없다.
 제대로 쉴 공간도 없이 또다시 노예처럼 일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해져서 아무 생각이 안 든다.
 
 이게 소위 말하는 번아웃인가?
 
 “그래도, 두 사람을 생각하면 여길 떠나야지. 후······.”
 
 엄마랑 누나를 생각하며 억지로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그러다가 또.
 
 “아니 근데······ 아무리 그래도 내 집을 어떻게 버려······. 아냐, 엄마와 누나를 생각하자. ······하지만 이아무리 그래도······.”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갈팡질팡,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가슴이 답답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결단을 내리기 위해 마지막으로 천천히 집을 둘러보았다.
 
 ‘소중한 내 집······.’
 
 방은 3개. 거실은 작지만 소파에 누워 TV를 볼 공간은 충분했다.
 내 방은 로망을 실현한 게임방으로 꾸몄다.
 커다란 모니터와 편한 의자, 그 옆에는 작은 스낵코너와 시원한 음료수가 든 냉장고까지.
 보기만 해도 행복한 공간이었다.
 
 이렇게 한 바퀴 둘러보고 나니, 결심이 섰다.
 
 나는 안방 침대에 대자로 벌러덩 누워 눈을 질끈 감았다.
 
 “아 몰라! 배째라 그래! 이렇게 좋은 집을 두고 어딜 가냐 내가! 몰라, 몰라!”
 
 엄마랑 누나한테 연락이라도 할까 싶어 폰을 만지작거리다 내려놓았다.
 탑 속이라 그런지 신호가 안 잡힌다.
 그렇다고 탑 밖으로 나가자니 결심이 흐트러질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그렇게 누워 있자니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경고! 경고! 이곳은 현재 탑의 영역이 되었습니다. 시간 내로 탑을 빠져나가지 않을 시, 목숨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남은 시간 : 50초]
 
 어느새 남은 시간은 50초가 되었다.
 지금이라도 뛰쳐나가면 바로 근처에 탈출구가 있어서 탑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유혹이 불쑥 치밀었지만 냉장고에서 탄산수를 꺼내 마시며 함께 삼켜버렸다.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그냥 있자.
 
 [남은 시간 : 10초]
 [카운트다운 10]
 
 경고음이 귀를 찢을 듯이 울리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문득 또 화가 치밀어 빈 탄산수 병을 식탁에 탕! 놓으며 소리쳤다.
 
 “하아, 근데 생각하니까 억울하네. 탑 이 개새끼야! 한 블록만 옆에 나타나지, 진짜 나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
 
 죽을 순간이 되니 갑자기 또다시 분노가 철철 솟아오른다.
 
 [6초]
 
 “니가 내 고생을 알아? 어? 한국에서 내집마련 하려면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온 힘을 다해 억울함을 토해낸다.
 죽기 전에 후련해지기라도 하고 싶었다.
 
 [4초]
 
 “이 개애자식아!! 니가 영끌이라고 들어는 봤어? 엉?!!”
 
 [2초]
 
 “내가 씨발! 이 집에 내 영혼을 끌어모았단 말이다!! 영혼을!! 아아아아악!”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처절한 포효를 마지막으로 카운트다운이 종료되었다.
 
 [0초.]
 
 그리고 세상이 새까맣게 꺼져버렸다.
 
 
 [탑이 폐쇄됩니다.]
 [플레이어가 아닌 자의 출입이 불가능해집니다.]
 
 [100층 탑 전층 클리어 기한은 2년입니다.]
 [클리어 실패 시 해당 국가는 지구상에서 삭제됩니다.]
 [100층 탑부터 이전 탑들과는 다른 특별한 규칙이 추가되었습니다.]
 [플레이어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여기까지는 대충 예상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메시지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탑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플레이어로 각성합니다.]
 
 [각성명 : 영혼을 끌어모은 집주인]

댓글(55)

g2**************    
잘보고갑니다 작가님
2024.05.09 21:31
n1*************    
백층을 이년안에 클리어는 너무 빡신거 아님?
2024.05.22 01:48
야한69리키    
ㅂㅅ 인가. 세상이 망하는대 집을 왜 사?
2024.05.22 06:54
1세    
나라가 망하는데..정부에서 침묵?? 이게맞나? 나라가 망하면 그것보다 우선순위라는게있는건가?
2024.05.22 11:14
칼라모기    
영끌ㅋㅋ
2024.05.24 16:55
幼稚미학    
슬프다 영끌의 결과가 이거라니
2024.05.24 19:19
아르잔    
앞으로 탑 속이 어떻게 내용전개가 될지 모르겠지만 2년에 100층이면 후반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가정하에 중반 50층까지는 거의 1~3일에 한층씩은 쳐내야할거같은데 말이죠.. 평균 일주일에 한층씩 공략해도 700일이고 남은시간은 30일 남네요 탑이 세계형이 아니라 단순 공간에서 몹 몇마리씩 잡는게 아닌이상 탐헙 모험 부상치유 미션 현실생활내용 이런게 들어가려면 빠듯할듯한데 궁금하네요 어찌 글이 전개될지
2024.05.25 21:16
염장사과    
ㅆㅂ 탑이 잘못했네
2024.05.26 22:38
하늘아래구    
여기도 탑..
2024.05.26 23:49
부르지마라    
공장에 취직해서 딸배 뛰는 게 돈을 더 벌건데요
2024.05.27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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