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화. 프롤로그
강한성은 10년 차 은둔형 외톨이다.
방에 틀어박히게 된 계기는 열일곱 살 무렵, 트럭에 치일뻔한 아이를 구하다가 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기 때문.
한성은 좌절했고, 삶을 비관하며 방에 틀어박혔다. 이후 성인이 된 뒤부터는 집 근처의 원룸에서 홀로 생활을 시작했다.
수년간 절망의 구렁텅이에 있던 한성.
그러던 중 한성은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재능을 자각했다. 바로 그림을 그리는 것. 정확히는 웹툰을 그리는 것이었다.
정식 작가로 데뷔한 이후 한성은 창작 활동을 통해 경제 활동을 했고, 그로 인해 잃어버렸던 자신감과 삶의 의욕을 되찾았다.
“후우우.”
굳게 닫힌 현관문을 눈앞에 둔 채.
한성은 심호흡을 거듭했다.
지난 10년간, 택배나 배달 음식 따위를 받기 위해서만 열고 닫혔던 문. 한성은 문손잡이를 잡았다가 놓길 몇 번이나 반복했다.
이유는 하나뿐. 오랜 은둔 생활을 청산하고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다.
“···좋아.”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비로소 결심이 선 한성은 힘차게 문손잡이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그대로 문을 밀고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소, 속보입니다!
다급한 목소리가 그의 발을 붙잡았다.
TV 화면 속의 아나운서. 그녀는 핏기가 가신 얼굴로 떨리는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현재 세계 전역에서 괴현상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괴물로 변해 다른 사람들을 습격하는 게 확인됐습니다!
괴물이라고?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보도. 한성은 자리에 멈춘 채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세한 상황은 현장에 있는···. 아악!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난입해 소식을 전하던 아나운서의 얼굴을 물어뜯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며 피가 튀는 광경을 끝으로 뉴스는 종료됐고, 이 광경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한성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야?”
몰래카메라? 아니면 영화 홍보?
그럴 리가 없다. 방금까지만 해도 분명 뉴스가 보도되는 채널이었으니.
한성은 밖으로 나가려던 걸 잠시 멈추고는 휠체어를 돌려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은둔형 외톨이였던 그가 유일하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인터넷에 접속해 방금 뉴스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피 칠갑이 된 지하철역.
무언가를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
멀쩡하던 인간이 돌연 괴물로 변하는 동영상 등등. 방금 뉴스 보도로 접한 정보가 현실로 변해 재생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눈에 띄는 댓글을 발견했다.
-이거 완전 좀비 사태 아님?
좀비. 현 상황에 딱 어울리는 의견이다.
아까 속보를 보도하던 아나운서를 습격한 것도 좀비와 비슷한 외관이었으니.
이를 멍하니 바라보던 그때.
“으아악! 저, 저리 가!”
“아아아악!”
복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거친 발소리와 비명.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에 한성은 복도 풍경을 확인할 수 있는 화면을 바라봤다.
“헉!”
곧이어 소스라치게 놀랐다.
평온하던 오피스텔의 복도가 온통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기에. 게다가 다수의 사람이 모여 쓰러진 이를 뜯어먹고 있기까지.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머릿속이 혼란하게 물들던 무렵, 현 상황만큼이나 혼란스러운 현상이 일어났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선택받았습니다.]
눈앞에 나타난 반투명한 메신저.
그 너머에 존재하는 누군가가 한성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발송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때.
다시금 메시지가 수신됐다.
[개체 정보 분석을 완료.]
[새로운 자격이 주어집니다.]
[지금 바로 확인하십시오.]
[명령어: 스테이터스]
“스테이터스?”
저도 모르게 그리 중얼거린 순간.
한성의 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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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강한성
[레벨]: 1
[직업]: 원격 지원 마법사
[마력]: 100/100
[등급]: 1계층
─────
마치 게임처럼 한성에 대한 정보가 요약된 메시지. 이름을 제외하고는 온통 낯선 정보의 향연에 한성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이게 뭐야?”
10년 차 은둔형 외톨이, 강한성.
그는 이제 막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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