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체인저블: 나와 나의 72시간

((PART 1)) 지지 않는 권력

2024.05.08 조회 938 추천 5


 #2007년
 
  ‘허... 내가 다시 고딩이라니... 하루사이에 이게 무슨 일인지! 이놈은 어쩌자고 날 이리로... 뭘 어떻게 하라고... 3일... 3일? 진짜 적응하다가 시간 다 가는 거 아니야?’
 
  늦은 밤, 민수는 잠을 자려고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민수는 불과 몇 시간 전, 2023년 9월 27일 수요일 밤에서 2007년 9월 27일 목요일 밤으로 시간을 거슬러왔다.
  중요한 사건을 앞두고 있는 그에게 좋은 기회인 건 맞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아 몰라! 어쩔 거야. 일단 자자.”
 
 
 
 #2023년
 
  민수가 2007년으로 가기 몇 시간 전인 그 날의 오후 3시.
 
 
  “강대호 의원님 당대표 당선 축하드립니다!”
 
  “의원님!!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아드님 강정원 씨의 문제를 안고도 당대표가 되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막 우리나라당 전당대회를 마친 회의장 앞에 기자들이 모여 있다.
 
  일찌감치 유력 대선주자로 우뚝 섰던 강대호는 당대표가 이미 유력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아들의 학교폭력 이슈로 인한 혼돈의 시간 속에서, 어쩌면 대선으로 가는 본격적인 첫 관문이 될 이 당대표 선거의 결과는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모두의 관심사였다.
 
  대선주자로서 강대호의 지지율은 1년이 넘도록 1위를 지키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최근 이 한 달로 인해 이젠 굳건하다는 표현이 어렵게 되었다.
 
  당대표 선거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압도적으로 앞서 있던 그의 지지율은 그 문제 이후 2위와의 격차가 많이 줄어 전당대회 일주일을 앞두고는 접전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교폭력 이슈는 그가 아니었더라도 근래 들어 사회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었다.
  그렇게 그가 당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아들 강정원의 논란과 맞물려 한 달 내내 전국에 생중계되다시피 하고 있었다.
 
 
 
  “강대호, 당대표 관문 통과. 그동안 이미지 관리로 인한 선방인가?”
 
  “역시 거물은 거물이네... 한 변호사님! 그러고 보니 강정원이랑 같은 학교 아닌가?”
 
  “아... 네.”
 
  “아 진짜? 어땠어! 말 좀 해봐아. 잘 알 거 아니야?”
 
 
  로펌 휴게실에 모여 뉴스를 지켜보던 몇몇 직원들이 민수에게 물었다.
 
 
  “어우 민감한 문제라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나도 궁금한데에?”
 
  “맞아요. 저도 궁금해요.”
 
 
  역시나 국민적 관심이 크긴 크다. 사실 강대호를 위협할만한 대선주자가 부재한 탓도 있다.
 
  그러한 유력 대선주자의 아들에 대한 이슈는 그 사실만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고 거기에다 그 아들의 직업은 배우였으니, 오죽했을까...
  그의 아들과 같은 학교 좀 나왔다고 이제 입사 3주차에 접어든 민수는 입사 이래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었다.
 
 
  “아. 맞다. 한 변 아직 사건 맡은 것도 없다면서 뭐하기에 퇴근이 그렇게 늦어요? 소문 다 났어. 퇴근 제일 늦다고. ㅎㅎ”
 
  “맞아. 대표님께 일단 한 달만 다른 사건 못 맡는다고 시간을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면서요?”
 
  “...ㅎㅎㅎ”
 
  민수는 대답 없이 그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그게 왜 궁금해요? 그럴 수 있지이. 난 다른 게 더 궁금한데. 강정원이랑 같은 학교면 남신재랑도 같은 학교겠네요? 그죠오. 나 남신재 진짜 좋아하는데 친하실까요?”
 
  “요즘 신재랑 연락은 안 되지만... 그래도 내가 알기론 좋은 놈입니다. 여기까지! 제가 요즘 할 게 많아서요. ㅎ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민수는 일어나 인사를 하고 서둘러 휴게실을 나갔다.
 
 
  “오. 좋은 놈이래. 역시 나는 보는 눈이 있는 건가?”
 
 
 
  민수는 그렇게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가서는, 시간이 흘러 퇴근시간이 훌쩍 넘은 저녁 8시 반이 되기까지 나오지 않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꽤 일찍부터 서둘러 퇴근을 한 상황이고, 민수 사무실만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민수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봤던 자료를 파고 또 파고 있지만 볼수록 부족한 것투성이라 영 못마땅하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어머. 한 변, 아직도 있었어요? 퇴근이 제일 늦다더니 진짜네. 부탁도 부탁이지만 일부러 천천히 적응하라고 여유 준건데 뭘 하는데 그렇게 열심이야? 빡세게 하지 말라니까.”
 
  “아, 이 대표님. 하핫... 제가 욕심이 좀 많아서요. 파악해야 할 것도 많긴 한데, 관심 있는 사건이 있어서... 공부할 겸...ㅎ”
 
  민수는 멋쩍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아이고, 쉬엄쉬엄해요. 한 검사님 아시면 내가 빡세게 시키는 줄 알겠네.”
 
  “대표님은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아, 난 놓고 간 게 있어서 다시 왔지. 보니까 아직 불이 켜져 있길래. 그나저나 밥도 안 먹고 있었던 거?”
 
  “어우, 그러니까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저도 퇴근해야겠네요. 민 대표님은 먼저 가셨어요?”
 
  “아 남편은 밑에서 기다리고 있어. 간만에 외식하고 집에 가다가 같이 돌아왔지 뭐. 그래요. 조심히 가고, 조만간 환영회 알죠? 더는 못 미뤄!”
 
  “...ㅎㅎㅎ 넵, 알겠습니다.”
 
 
  지이잉 지이잉-
 
 
  “어, 전화 받아요. 나 먼저 갈게.”
 
  “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지이잉-
 
 
  “어.”
 
  「이보게 민수! 퇴근은 대체 언제 하시는가?」
 
  “안 그래도 지금 하려고 한단다.”
 
  「그럴 줄 알고 나... 자네 회사 근처에 막 도착을 했다네.」
 
  “하여간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힌 녀석.”
 
  「바로 옆에 치킨 집으로 오시오. 내 시켜놓고 있을 테니.」
 
 
  황현. 민수와 꽤 오래 전부터 막역한 친구사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유치원 다닐 때부터 소울메이트 타령을 하면서 현이가 민수를 그렇게 따라 다녔는데, 현이는 신기할 만큼 기가 막힌 타이밍에 민수에게 도움을 주곤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껏 민수에게 가족을 제외하고 현이 만큼 신뢰할만한 사람은 주변에 없다.
 
 
 
  “쑤쑤! 여기!”
 
  “오늘은 무슨 일이야?”
 
  “뭘무슨일이야보아하니무슨일은자네에게있는거아닌가그리고뭐우리가무슨일이있어야만보는사이는아니지회사는다닐만하고?”
 
  “야, 숨 좀 쉬고 말해라. 회사는 뭐, 검찰보다 마음이 편해서 좋아. 다들 잘해주시고. 진작 변호사 할 걸 그랬나? ㅎ”
 
  “근데, 참 신기해. 검사로 앞날도 창창한 녀석이 갑자기 변호사라니.”
 
  “그게 말이지... 참...”
 
  민수는 복잡한 표정으로 애써 웃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다음 소식입니다. 한 달 전 유력한 대권주자인 강대호 국회의원의 아들, 배우 강정원 씨의 학교폭력 의혹에 관한 소식을 알려드렸었죠. 한 동창생의 제보에서 시작된 이번 의혹에 인기가수 남신재 씨까지 증언을 보태며 일이 커지는 모양새였는데요. 강정원 씨는 이를 적극 부인하며 남신재 씨를 포함한 제보자들을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며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는 소식입니다.]
 
 
  “아, 신재. 잘 나가서 보기 좋았는데 어쩌다 또 저 놈이랑 엮였더라.”
 
  “저게 아무래도 결정적 이유겠다.”
 
  “응? 뭐가?”
 
 
  신재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특별히 친하게 지낸 건 아니지만 반장이었던 민수는 두루두루 잘 지내는 편이었고, 정원이 신재를 괴롭힐 때에도 신재를 은근히 많이 도와줬다.
 
  민수의 아버지는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검사이기도 했고 여러모로 그런 민수를 정원이 조차 어쩔 수는 없었다.
 
 
  어릴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란 신재는 잘생긴 외모에 노래까지 잘했던 터라 보육원 봉사를 다니던 JH미디어 신인개발팀장인 우석민의 눈에 들어 일찍이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었고, 지금에 이르렀다.
 
  정말 열심히 악착같이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도 하며 버텼던 아이였는데, 정원은 그런 신재를 참 성실히도 괴롭혔었다.
 
  신재가 전학가기 하루 전까지도 괴롭힘은 여전했고, ‘너에게 무슨 잘못을 했느냐’는 신재의 마지막 물음에 정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냥, 별것도 아닌 게 열심히 사는 게 아니꼽다... 뭐, 그런 거지. 너...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ㅋㅋㅋ”
 
  그렇게 실소를 머금으며 말하고는 신재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간 것이 이들의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갑자기 왜 저 사건 때문에 검사를 관둬? 그리고 너, 나 모르게 신재랑 연락이라도 했던 거야?”
 
  “아니, 신재가 그때 가을쯤인가? 회사랑 가까운 곳으로 전학 간 다음부터는 끊어졌지...”
 
  “그러면 어쩌자고 대책 없이 나온 거야?”
 
  “나도 모르겠다아아. 고소가 진행될 분위기에서 검찰 쪽에서는 이미 정원이한테 유리하게 판을 짜고 있더라고.”
 
  “아... 그놈 하나 살리자고 그렇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뒷배 알만하다... 하긴...”
 
  “어쨌든 그 결과! 폭력의 증거가 부족하다나? 더는 있기 싫더라... 봐, 지금도 당당히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니 웃기지 않냐?”
 
  “그러게. 허위라... 그 모습을 본 게 몇 명인데...”
 
 
  검사를 그만둔다는 것에 아쉬움이 왜 없었겠는가. 검사는 어릴 때부터 민수에게 선망의 직업이었다. 검사가 되고 싶어서 중학교 다닐 때부터는 취미가 법 관련 서적 읽기일 만큼 법과 친하게 지냈던 그다.
 
  그렇게 대학교 2학년 때 수석으로 사법시험을 패스한 후에 군법무관까지 제대로 코스를 밟은 민수는 법조계 안에서는 제법 소문난 인재 중 인재였다.
 
 
  민수 아버지는 꽤나 정의로운 검사로 유명했는데, 민수도 그런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했고, 존경해왔다.
  ‘그런’ 아버지조차 민수에게 이번 사건만큼은 너만 다칠 거라며 신경도 쓰지 말라고 했다.
  그럴 수 없었던 민수는 결국 검사를 그만두고 로펌 ‘정의’로의 입사를 선택했다.
 
  그런데 막상 나오니 막막하다.
  그만두자마자 신재가 소속된 JH미디어에 연락했더니 정원이의 고소 소식 이후에는 아예 집에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는다고 하고, 연락도 안 된다고 하니...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증거의 부족이었다.
 
 
  “증거가 부족해? 나는 차고 넘칠 줄 알았는데.”
 
  “그게 맞는데... 그쪽에서 한 달 사이에 무슨 일을 하고 다녔는지 쓸 만한 증거들을 다 무용지물로 만들어 놨더라고...”
 
  “그럼 우리가 증거를 더 모아볼까? 만들어도 되고.”
 
  “뭔 소리야. 설마 음료수 마시고 취한 거야? 여기서 무슨 수로?”
 
  “다 먹었지? 계산하고 주차장으로 와. 잘 먹었어. ㅋ”
 
 
  현이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어나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잽싸게 밖으로 나갔다.
 
 
  “아잇! 야!”
 
 
  계산을 마치고 나온 민수는 씩씩거리며 현이를 찾았다.
 
 
  “이보게 친구! 여길세!”
 
 
  주차장 한 구석에 있는 현이의 차를 발견한 민수는 곧장 그쪽으로 향했다.
 
 
  “헤이 쑤쑤! 야! 타!”
 
  “너는 진짜!”
 
 
  민수는 급하게 차 문을 열고 현이의 차에 탔는데, 그 순간 펼쳐지는 광활한 풍경에 말을 잃었다. 마치 신비로운 동양화 속에 들어 와 있는 것만 같았다.
 
 
  “어우 이거 뭐야.”
 
  “짜잔! 앞으로의 3일은 오늘 계산한 치킨 값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댓글(3)

하무린    
작가님 잘보고가요
2024.05.23 08:34
기른장    
드라마... 짜증나서 안봤는데... 시간 이동 삽질 이동 삽질의 반복.. 소재를 거기서 따온 것 같은데...
2024.08.15 08:35
삼일삼    
일단 관심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시는 게 뭔진 모르겠지만 이 소재 자체는 나와 나의 시간을 3일간 바꾼다는 것으로 시간이동에 나름 제약을 걸어놔서 무한 이동은 되지 않습니다 시간이동 소재에 한계라는 것이 있으니 비슷하게 느껴지실 수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3년전부터 기획했다가 사정상 늦어진 거랍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4.08.15 10:57
0 / 3000

이용약관 유료이용약관 개인정보처리방침 청소년보호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