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앗! 손가락이 꿈틀거려요!”
하녀 아로엘이 놀라 외쳤다.
“무슨 허튼 소리냐? 죽은 이가 움직인다고?”
“둘째 공자님은 죽지 않았어요. 살아계세요!”
귀족 가문의 차남으로 태어났지만 불과 9세의 나이에 병으로 쓰러져 숨이 끊어진 비운의 소년.
그의 죽음은 단 몇 시간 전의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차가운 시신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맙소사, 정말 손이 움직이고 있어요.”
갑자기 소년의 몸에 격렬한 경련이 일었다.
뻣뻣하게 굳어진 팔다리가 천천히 펴지더니,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난 듯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는 눈을 번쩍 떴다.
“······!”
소년은 천천히, 그러나 거침없이 일어나 앉았다.
방 안의 모든 이가 숨을 멈춘 채 소년을 바라보았다.
공포와 경악, 그리고 희망이 뒤섞인 눈빛으로.
나는 그렇게 깨어났다.
지구에서의 짧은 생을 끝내고, 이 낯선 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크루시 가문의 차남 에디스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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