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돌아온 삼촌이 마왕이라는데요?

1화

2024.05.08 조회 47,682 추천 755


  “이것도 슬슬 물리네······.”
 
  끝이 보이지 않는 테이블 위로 상다리가 부러지지 않을까 온갖 고급 식재료들만을 엄선하여 차려진 만한전석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표정이 심드렁했다.
 
  “분부만 내리소서. 마왕이시여. 천계와 중간계, 마계를 모두 뒤져서라도 왕께서 바라시는 요리를 준비해 올리겠나이다.”
 
  천계와 중간계가 들었다면 그 자리에서 게거품을 물고 기겁할만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마계 대공, 카를로스.
 
  남자의 투정 한 번에 수만 마족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명령을 기다렸다.
 
  처음에는 이 광경에 감탄하며 즐거워한 적도 있지만 꽃가마도 한두 번이지. 만날 이런 광경을 보다보면 이것도 감흥이 떨어지는 법이다.
 
  “오랜만에 형이 해 준 김치찌개를 먹고 싶은데······.”
 
  “혀, 형님이요? 마왕님에게 형님 분이 계셨습니까?”
 
  “있지. 나이 터울이 좀 많이 나는 형. 부모님이 어릴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사실상 형이 아버지처럼 나를 키웠거든. 심지어 라면조차 못 끓이는 형이 이상하게 김치찌개만큼은 잘 끓였단 말이지.”
 
  “그럼 그 형님 분께서 끓여주셨다는 김치찌개라는 음식을 준비할 수 있도록 셰프에게 전달해 놓겠습니다.”
 
  “아니. 됐어. 어차피 그건 우리 형밖에 못 하는 음식이라. 그건 그렇고 게이트는 어떻게 됐어?”
 
  게이트라는 말에 카를로스는 고개를 깊이 조아리며 대답했다.
 
  “분부하신대로 마왕님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차원 게이트를 완성하긴 하였으나 부디 재고해주시면 안 되겠나이까? 마왕님이 계셔야 비로소 이 마계가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나이다!”
 
  “그렇습니다! 마왕님이 안 계시면 당장 저 가증스런 천족놈들부터 찾아와 날뛸 것이 뻔한데 어찌 돌아가려 하십니까? 제발 재고하여 주십시오!”
 
  “돌아가지 마소서. 마왕님!”
 
  “이 녀석들······.”
 
  혹시라도 자신이 돌아갈까봐 눈물을 흘리며 간곡히 만류하는 신하들의 모습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너희들이 그렇게까지 간청한다면 하는 수······.”
 
  “하지만 저희들의 욕심때문에 마왕님이 하나뿐인 혈육을 외면하실 수도 없는 노릇! 소신들은 심장을 쥐어짜는 심정으로 마왕님을 보내드리겠나이다!”
 
  “그렇습니다! 마계는 저희들이 어떻게든 이끌어나갈 터이니 마왕께서는 심려치 말고 혈육을 돌보소서.”
 
  “큰일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시겠다는 마왕님의 의지를 저희같은 미물들이 어찌 막겠나이까? 저희는 염려치 마옵소서. 마계는 마왕님을 대신하여 저희가 지키겠나이다.”
 
  “······.”
 
  결국 마왕성에서 가장 높은 탑 위에 완성된 차원 게이트 앞에 선 남자.
 
  고개를 돌리자 마왕성 인근으로 지평선 너머까지 빼곡히 들어찬 마족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왕성을 향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무릎을 굽히고 고개를 조아린 다양한 모습의 마족들.
 
  천만 마왕군은 물론이고 마계에 살아가는 평범한 마족들까지 전부 이 자리에 모인 것이었다.
 
  우우웅······!
 
  마력까지 충전되어 이내 활성화된 게이트를 보고 남자는 지난 날을 떠올렸다.
 
  국가대표 유도 상비군으로 평소처럼 새벽 런닝을 하던 어느 날.
 
  매일같이 런닝 코스로 달리는 굴다리 밑 터널을 그날도 어김없이 달려나갔는데 막상 터널을 빠져나온 곳은 생전 처음보는 다른 세상이었다.
 
  놀랍게도 남자를 소환한 존재는 다름아닌 마계의 마왕이었다.
 
  천년 간 이어진 천마대전의 짙은 패색 속에서 그는 죽기 직전, 자신의 모든 마력과 영혼을 다해서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고 한다.
 
  마계 역사상 최악, 최흉, 최강의 마왕 젤리엘 게헤나 케브라디스. 그 영혼을 가진 환생자만이 이 불리한 전황을 뒤집고 마계를 승리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이 남자, 최강윤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천마대전의 전장 한복판에 떨어진 강윤은 그야말로 살기 위해서 강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 수도 없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이기고, 싸우고, 패배하고, 싸우고 이기고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그의 영혼속에 잠들어 있던 마왕의 영혼도 각성했다.
 
  과연 마계 역사상 최강의 마왕이라.
 
  젤리엘의 영혼을 완벽하게 각성한 강윤은 그날로 파상공세를 이어갔고 천계를 단 3년 만에 점령해버리는 기적을 행사했다.
 
  그렇게 마계는 평화를 되찾고 강윤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원 게이트를 건설하기 시작한지 어언 5년.
 
  드디어 집으로 돌아갈 준비가 끝난 것이다.
 
  “이렇게 떠나려니 섭섭하네. 역시 그냥 가지 말······.”
 
  “뒤를 돌아보지 마소서! 마왕의 길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길! 잔정 때문에 한 번 정한 길을 굽히신다는 건 마왕님의 성격에 어울리는 않는 행사이시옵니다!”
 
  “가족분들께서도 마왕님의 귀환을 애타게 바라고 계실 것이옵니다. 부디 혈육의 정을 귀하게 여기소서!”
 
  “마왕님이 매 순간 그립겠지만! 소신들은 버텨낼 수 있사옵니다! 그러니 마왕께서도 저희를 걱정하지 마시고 그 뜻을 세우소서!”
 
  “녀석들······.”
 
  자신이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재회하길 바라는 신하들의 마음에 강윤은 따뜻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제 한 발짝만 내디면 그렇게도 염원하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면 형한테 김치찌개부터 끓여달라고 해야지.
 
  “그럼 나 간다. 나 없는 동안 잘 지내고.”
 
  “살펴가소서!”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소서!”
 
  그렇게 강윤이 게이트 너머로 완전히 사라지고 얼마나 지났을까?
 
  “······갔지?”
 
  “간 거 같은데?”
 
  “확실한 거지?”
 
  “확실해! 갔어! 그 개새끼가 드디어 떠났다고!!”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펑펑~!
 
  마계의 하늘 위를 수놓는 축포와 마족들의 희열에 찬 사람들의 환호 소리.
 
  눈물을 흘리며 서로 얼싸안는 마족들이 있는가 하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기쁨의 오열을 참지 못 하는 마족들도 있었다.
 
  그러한 마족 중에는 심지어 마계 서열 2위의 마계 대공, 카를로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흐어어엉···! 갔어! 드디어 그 개자식이 갔다고···! 흐어엉!!”
 
  “고생많았습니다!! 참으로 고생이 많았습니다. 카를로스 대공!”
 
  “그, 그 자식이 막 내 생일 선물이라고 우리집 화장실에 크라켄을 풀어놓고, 자기 밤에 잠 안 와서 심심하다고 불러서 패고, 얼굴이 잘생겨서 마음에 안 든다고 또 패고, 숨 쉰다고 패고, 그냥 패고······.”
 
  눈물콧물을 질질 짜며 그간의 서러움을 토로하는 마계 대공의 모습에 다른 귀족들이 그를 다독이며 위로했다.
 
  “알지, 알지! 우리가 왜 카를로스 대공의 고초를 모르겠소?! 대공의 능력이면 충분히 마왕의 보위에 오르고도 남으련만 상대가 무려 그 최흉의 마왕이었으니······. 대공이 아니었다면 그 마왕의 패악질을 누가 다 감당할 수 있었겠소?!”
 
  “대공이라니요? 벨리엘 경. 이제는 엄연한 마왕의 보위에 오르실 분께 그 무슨 실례되는 언사이십니까?”
 
  “아하! 그렇지요. 이제는 카를로스 대공이 아니라 카를로스 마왕님이셨지요. 하하하···!”
 
  “하하하하하!”
 
  그렇게 귀족들이 그간의 서러움을 바람에 씻어 날리며 함께 웃고 즐기던 그때.
 
  불쑥.
 
  “아참, 게이트는 안 닫고 놔둘거니까 참고하고. 혹시라도 천계 놈들이 또 정신 못 차리고 침공하면 내가 빨리 돌아와야 되잖아. 알았지?”
 
  게이트 밖으로 고개만 내밀어서 할 말을 전한 강윤의 머리가 다시 게이트 안쪽으로 쏙 들어갔다.
 
  그 모습에 귀족들은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그 모습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직 안 가셨던 겁니까?”
 
  “설마 우리 얘기를 들은 건 아니겠지요?”
 
  “에이~ 아닐 겁니다. 게이트의 내부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있어서 보통의 방법이나 능력으로는 들을 수 없다는 걸 잘 아시잖습니까? 다들.”
 
  “보통의 방법이나 능력이라고 하셨습니까, 벨리알 공?”
 
  “아······.”
 
  벨리알은 자신의 착각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상대는 자신들의 상식과 지식이 통하지 않는 측정불가의 마왕이라는 걸······.
 
  그때였다.
 
  게이트 안쪽에서 목소리가 울려퍼진 것은······.
 
  “아참, 마왕 취임 축하한다. 카를로스. 내 후임이 너라면 나도 믿고 맡길 수 있지. 이건 마왕 취임 선물이다. 어디 열심히 한 번 해 봐. 나도 응원할 테니까.”
 
  “아······.”
 
  그 순간, 머리 위에서 느껴지기 시작한 뜨거운 열기에 마족들의 시선이 전부 하늘 위로 향했다.
 
  짙은 먹구름 위로 점점 붉어지기 시작하는 하늘과 뜨거운 열기.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마침내 구름을 뚫고 떨어지는 강윤의 선물을 확인한 마족들이 눈을 부릅떴고, 카를로스는 비명과 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마계 귀족들과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최강윤 이 개새끼야!!”
 
  그렇게 새로 취임한 마왕의 첫 번째 공식 일정은 한반도 크기의 운석 디펜스가 되었다.
 

댓글(32)

엘로힘    
어제 쪽지받고 검색을 해봤는데 오늘에서야 보이네요...ㅎㅎㅎㅎ
2024.05.08 11:13
피곤한오리    
오타발견: 미로소
2024.05.12 14:48
as*****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2024.05.12 17:28
곰탱이니트    
아닠ㅋㅋㅋㅋ 마왕영혼 아니랄까봐 성격 드럽네ㅋㅋㅋㅋ
2024.05.12 17:47
이드레이브    
운석디팬슼ㅋㅋㅋㅋㅋㅋ미 틴 ㅋㅋㅋ
2024.05.13 12:22
물물방울    
운석도 비싼데, 인심좋게 주고 가는군요. 그리고 연재시작을 축하합니다. 시작은 미미해도 끝은 창대하리라.
2024.05.13 13:54
동현님    
운석디펜스ㅋㅋㅋㅋ
2024.05.14 01:33
까칠구름    
뒷끝 장난 아니네 ㅋㅋㅋㅋ
2024.05.14 20:58
나라연2    
원래 영혼이 마왕영혼
2024.05.15 10:29
sa******    
착한데? 이별선물로 메테오스트라이크라니...
2024.05.1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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