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터미널 근처의 카페에서 만난 소더비 사의 직원들은 40대 남자와 20대로 보이는 여자였다.
내가 그림을 꺼내자 그들은 돋보기로 그림을 자세히 살폈다.
한참 동안 그림을 들여다보더니 사진을 찍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은 후 어디론가 전송했다.
“그림이 훼손되기는 했지만 조금만 손질하면 어느 정도는 복원이 될 것 같군요. 그림을 복원하는데 약간의 경비가 소요되는데 부담하시겠습니까?”
“복원비용이 많이 들어갑니까?”
“틀을 새로 만들고 곰팡이 부분만 제거하는 거니까 그리 많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 비용도 경매대금에서 차감하기 때문에 당장 부담도 없고요. 좋은 가격에 팔기 위한 작업이니까 동의해 주셨으면 합니다.”
“예. 그렇게 하죠.”
값을 더 받아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복원비용을 당장 내는 것도 아니라잖은가.
잠시 후 누군가와 통화를 하더니 오케이 사인이 났다며 서류를 꺼내들었다.
영문으로 작성된 서류에는 불법으로 취득한 게 발각될 경우 법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확인서였다.
아마 원주인이 분실한 것일 수도 있고 강제로 탈취하거나 훔쳤을 수도 있기에 이런 서류를 요구하는 것 같았다.
확인서에 이어 경매에 출품하겠다는 계약서에 은행계좌를 적고 사인을 하자 뒷장을 뜯더니 내게 줬다.
요즘은 좀처럼 찾기 어려운 카본카피 형태의 서류였던 것이다.
앞장의 공백에 자필로 써넣으면 똑 같은 서류인 뒷장에 묻어나는 먹지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서류를 사진으로 찍어 내 핸드폰으로 전송하는 친절을 베풀었다.
이렇게 꼼꼼하게 일처리를 할 정도로 그림이 대단한가 싶어서 가슴이 콩닥거렸다.
다락방의 그림과 동굴의 금화를 보여주고 평가를 받으려던 생각이 쏙 들어가고 말았다.
그랬다가는 정말 나를 의심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무슨 수로 19세기 화가들의 그림을 갖고 있는지를 설명하려면 답변이 궁할 수밖에 없기에.
물론 출품작품에 대한 비밀을 지켜준다고는 하지만, 힘 있고 재력이 있는 수집가가 출품작을 추적하려고 들면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으므로.
일단 이 그림이 경매되는 걸 보고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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