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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초월급 염동력자의 회귀

귀환?

2024.05.08 조회 60,457 추천 831


 #001. 귀환?
 
 
 
 
 
 “너에게는 그 어떤 인간도 가지지 못한 초월적 재능이 있다.”
 “재능이요? 그럴 리가 없는데···”
 “아니다. 너는 자각하지 못하겠지만 난 느낄 수 있다. 너의 그 정신 속에 깃든 무시무시한 잠재력을.”
 
 ‘흠··· 보통 사기꾼들이 그렇게 말하던데.’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 진영의 눈빛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허어···. 믿지 못하는 기색이구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연한 금발의 노인은 대뜸 손가락으로 책을 가리켰다.
 
 “손을 대지 말고 저 책을 공중으로 띄워 보거라.”
 “···예? 저는 염동력 같은 거 할 줄 모르는데요.”
 “책을 띄울 수 있다고 깊게 생각해라. 그리고 네 생각을 그대로 ‘사이오닉 에너지’로 치환해라.”
 
 얼핏 광기가 느껴지는 노인의 말이었지만, 진영은 일단 해 보기로 했다.
 ‘레나드’라 불리는 낯선 이세계로 전이되어 죽을 뻔한 그를 살려준 은인이기도 했고, 어차피 더 잃을 것도 없었으니까.
 두 눈을 부릅뜨고 책을 한참 노려보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연신 되뇌었다.
 
 ‘띄워져라. 띄워져라. 띄워져라···’
 
 하지만 공중 부양은커녕 미동도 하지 않는 책.
 
 “안 되는데요.”
 
 그래도 진영은 실망하거나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럴 만도 했다.
 원래 살던 세계, 지구에서도 그는 재능이 없는 헌터였으니까.
 
 ‘그럼 그렇지.’
 
 각성 이후로 5년 동안이나 최하급에서 성장하지 못하는 둔재.
 9급 헌터 채진영의 본모습이었다.
 무시무시한 잠재력이 있다는 말에 혹시나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이미 바닥을 뚫은 자존감은 쉽사리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
 
 “허어. 그토록 거대한 정신세계를 가지고도 그걸 활용할 줄 모르다니. 아주 썩어빠졌어. 안 되겠다. 네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겠구나.”
 “특단의··· 조치요?”
 
 설마 잠재력을 일깨워 주는 것인가?
 진영의 머릿속에 다시금 희망이 싹텄지만.
 이어지는 노인의 말에 동공이 흔들렸다.
 
 “일단 좀 맞자꾸나.”
 
 ***
 
 그로부터 15년 뒤.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지만, 진영은 결국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지금의 그에게는 누구도 갖지 못한 힘이 있었다.
 
 콰과과광!
 
 은빛 비늘의 드래곤 성체가 머리부터 땅속에 처박혀 들어갔다.
 꼬리만 지상 위로 빼꼼 튀어나와 부르르 떨었다.
 손 한 번 대지 않고 드래곤을 통째로 땅에 처박은 것.
 
 “대화만 하러 왔다니까 왜 자꾸 덤비는 거야?”
 
 진영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러자 허공에서 분노가 깃든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행패를 부리는 것이냐.”
 “여기? 드래곤 레어 아닌가?”
 
 진영이 텅 빈 거대한 굴을 한 차례 둘러보며 말했다.
 본래 진영의 맞은편에는 거대한 드래곤이 있었다.
 신비로운 은빛의 비늘이 전신을 뒤덮고 그 체고만 족히 오십 미터는 될 법한.
 스승에게 듣기로 ‘라도니스’라는 이름을 가진 성체 드래곤이었다.
 시공간 마법에 조예가 깊다는 실버 드래곤의 협조를 받으려면 일단 이 녀석과 대화를 해야 했다.
 
 ‘확실히 튼튼하긴 한가 보네.’
 
 녀석이 다짜고짜 덤벼드는 통에 자신도 모르게 땅속에 처박아 버렸지만.
 동굴 가득 울려 퍼지는 목소리를 들어보니 쌩쌩한 듯했다.
 
 “요즘 대륙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는 건방진 인간이 바로 너로군. 인간들의 나라 몇 개를 굴복시켰다고 해서 최강자라도 된 것 같나?”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얘기 좀 하자니까?”
 “말이 통하는 놈이 아니군.”
 
 콰드드드드!
 
 땅속에 처박혔던 드래곤의 머리가 커다란 암석 조각들과 함께 솟구쳤다.
 그를 가만히 지켜보던 진영은 고개를 끝까지 젖힌 채, 드래곤의 머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진정 좀 됐냐? 이제 건설적인 대화를 좀 해볼까 하는데···”
 “인간, 맹약을 어기고 금역에 들어온 걸 후회하게 해주마.”
 “미치겠네.”
 
 촤락-
 
 대답 대신 거대한 날개 한 쌍이 펼쳐졌다.
 
 “어어? 날지 마. 날개 분질러버린다?”
 
 드래곤이 비행을 한다는 건 강력한 마법을 준비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
 모든 마법의 원류라는 이명을 가진 만큼, 신비롭고도 까다로운 마법을 구사할 수 있다.
 웬만한 것들은 염동력으로 다 조작이 가능하지만, 드래곤의 고유 마법에는 안 먹힐 수도 있었다.
 그러니 위험의 싹은 미리 제거하는 수밖에.
 진영이 양손을 앞으로 뻗은 채, 허공을 쥐는 시늉을 했다.
 
 퍼득-
 
 드래곤이 날갯짓하는 그 순간.
 진영이 양손을 비틀었다.
 
 빠드득!
 
 뼈 부러지는 소리가 레어 안에 크게 울려 퍼졌다.
 그때까지도 드래곤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지하지 못했다.
 한 쌍의 날개뼈가 한순간 부러지며, 시든 꽃처럼 바닥을 향해 축 늘어졌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린 드래곤의 동공이 커졌다.
 
 “그러게 왜 말을 안 들어. 또 내 말 무시하면, 다음은 모가지야. 아니, 심장이 약점이던가?”
 
 진영의 말에 드래곤은 난생처음 공포라는 감정을 느꼈다.
 
 
 ***
 
 
 진영이 이제는 노인에게 맞지 않게 된 지 15년이 흘렀다.
 레나드에서 도합 30년의 세월을 보내며 그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인간들이 다스리는 나라의 왕들은 전부 진영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은인은 도와주고, 배신자는 죽였다.
 그렇게 염동력 하나로 대륙을 제패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진영에게도 아직 끝내지 못한 과업이 하나 남아 있었다.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고?”
 
 병상에 누운 노인이 물었다.
 진영을 구해주고, 20년이나 가르침을 주었던 스승.
 200년을 넘게 살았다는 그도 이제 인간으로서의 한계에 다다르고 말았다.
 
 “예. 제가 살던 세계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결연한 진영의 눈빛에 스승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렇구나. 하지만 그건 쉽지 않을 게다. 차원을 이동하는 마법은 아무나 부리지 못하니.”
 “드래곤도 족쳐 봤는데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죽기 전까지는 계속 찾아봐야죠.”
 “이제 좀 사람 구실을 하는구나.”
 
 스승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진영도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의 스승은 그렇게 만족스럽게 웃는 얼굴로 세상을 떴다.
 눈을 감은 채로 고개 숙여 애도를 표하는 진영.
 그는 스승이 미리 남겨 두었던 유언에 따라, 간단하게 장례를 치러 주었다.
 만들어 두었던 관에 시신을 안치하고, 땅속에 묻기까지 끝낸 직후.
 
 “누가 들어와도 된다고 허락했지?”
 
 스승의 묘 앞에 선 진영이 나지막이 말했다.
 
 “결례를 범할 생각은 없었어요. 용서해 주세요.”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은 여자였다.
 그것도 아주 익숙한.
 
 “내게 복수하러 왔나? 네 아까운 목숨만 버리는 짓이다.”
 “아바마마를 시해하고, 황궁을 무너뜨린 것에 대한 원한은 없어요. 오히려 속여서 죄송할 따름이에요.”
 “······.”
 
 여자의 말에 진영이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붉은 장발에 푸른 눈. 새하얀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미녀.
 신드라 제국의 황녀, 리엔느 프렌 솔트레이아.
 이제는 제국의 여제가 된 사람이며, 진영이 무려 5년 동안 사랑했던 여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를 마주하고도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미 그녀와의 관계를 정리한 지도 1년이 넘었으니까.
 좋지 않은 감정만 남긴 채.
 감정이 메마르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이번엔 무슨 일로 날 찾아왔지? 또 차원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날 속이고 이용해 먹으려고 왔나?”
 “아뇨. 여제로서의 제 모든 걸 걸고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거짓이라면 저를 죽여도 좋아요. 다만··· 마지막으로 절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널 도와줄 거 같나?”
 
 진영은 여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사실 차원마법을 가지고 진영을 속인 건 리엔느가 아니었다.
 그녀의 아버지, 즉 황제가 벌인 일.
 황녀 리엔느는 황제의 장기 말로 이용당했을 뿐이었다.
 처음엔 의심하지 않았다.
 황실은 실제로 차원마법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시연까지 해 보였다.
 진영은 마침내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서 황제의 온갖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
 하지만 그들의 차원마법은 겨우 몇백 킬로미터 사이를 오가는 수준에서 더 발전하지 못했다.
 심지어 황제와 그 간신들은 진영이 언젠가 커다란 위협이 될 거라 생각하고 암살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진영은 관련자들을 전부 몰살시켰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배신자에게는 관용을 베풀지 않게 된 것이.
 리엔느는 잘못이 없었지만, 진영은 그녀와 더 이상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둘은 헤어졌다.
 
 “마왕군에 의해 사흘 만에 두 왕국이 멸망했다는 소식, 들으셨을 거예요. 곧 신드라 차례가 될 테고요.”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진영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마왕군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오늘 처음 들었다.
 제국 변방의 숲속에 살다 보니, 소식이 빨리 전해지지 않는 건 당연했다.
 
 털썩.
 
 돌연 땅바닥에 두 무릎을 꿇은 리엔느.
 내내 냉랭한 표정을 짓던 진영이 처음으로 살짝 놀랐다.
 황녀로서, 그리고 현재 여제로서 단 한 번도 무릎을 꿇은 적이 없는 그녀였다.
 
 “저희와 함께 싸워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왕군을 막을 수 있는 건 오직 진영 님뿐이니까요.”
 
 진영이 알기로, 마계를 포함한 이계로 이어지는 차원문은 몇백 년간 막혀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놈들일지 조금 궁금해지긴 했다.
 
 “···됐으니까 이만 가라.”
 
 진영이 손을 휘휘 내젓자, 리엔느가 애원하는 눈빛으로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그딴 건 나 혼자서도 충분해. 너흰 걸리적거리지 말고 차원마법이나 더 연구해라. 황실과의 그 얼토당토않은 계약, 난 지켜지길 원하니까.”
 “이 은혜는···”
 “날 지구로 돌려보낼 차원마법. 그거면 돼.”
 
 ***
 
 검은색 풀 플레이트 메일을 착용한 군인들이 새까만 말을 타고서 나타났다.
 언덕 위에 선 진영이 진군해 오는 수만 명의 마왕군을 내려다보았다.
 아무리 숫자가 많다지만 어떻게 그리 빨리 왕국을 무너뜨릴 수 있었는지 궁금했는데.
 진격하는 광경을 보고 나니 납득되었다.
 속도가 말을 타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마치 비행기를 타고 오는 듯한 진격 속도.
 놈들이 내뿜는 마기는 일대의 동식물을 전부 부패시키고, 건물을 부식시켰다.
 병사 하나하나가 최상급의 흑마법을 다루는 수준.
 어디서 저런 괴물들이 한둘도 아니고 수만이 튀어나왔는지 궁금해졌다.
 
 ‘놈들이 만약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거라면, 정보를 얻을 필요가 있다.’
 
 진영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마왕군이 근처에 다다랐다.
 놈들이 내뿜는 마기가 진영에게도 닿았지만.
 
 츠즛- 츠즈즈즛-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사이오닉 에너지가 마기를 가볍게 튕겨내었다.
 놈들은 의외로 바로 진영을 공격하지 않고, 거리를 두고서 정지했다.
 그리고 최선봉에서 군대를 이끄는 장군이 홀로 진영에게 다가왔다.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머리 전체를 덮는 투구를 쓰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점이라면 보통 병사들보다 덩치가 1.5배는 크다는 것.
 진영에 비하면 서너 배는 컸다.
 놈에게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이질적이었다.
 마치 사방에서 들려오는 듯한 느낌.
 
 「네가 채진영인가?」
 “넌 뭔데.”
 
 진영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장군을 보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하등종족 따위가 건방지군. 그냥 죽어라.」
 
 장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앞줄의 병사들이 말을 타고 달려들었다.
 시커먼 마기로 이루어진 커다란 랜스를 집어던지려던 순간.
 
 푸콱!
 
 무언가에 짓눌린 듯, 병사들과 그들이 탄 말이 밟은 알루미늄 캔처럼 찌그러졌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장군과 나머지 병사들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극에 달한 염동력으로 수십의 병사를 아무렇지 않게 압축시켜버린 진영이 말했다.
 
 “너흰 어디서 왔나? 이 세계 사람이 아닌 거 같은데.”
 「듣던 대로 신기한 힘을 다루는군. 하지만 무한정은 아닐 터.」
 “아니지. 다시 묻겠다. 어떻게 왔지?”
 「전군, 돌격.」
 “하아······.”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자, 진영이 이마를 짚으며 탄식했다.
 
 쿠구구구구-
 
 장군 뒤에 있던 수만의 마왕군이 일제히 진영을 향해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진영의 기류가 심상치 않아졌다.
 
 츠츠츠츠츳-
 
 정신에 내재된 강력한 힘.
 염동력의 원천.
 사이오닉 에너지가 몸에서 뿜어져 나와, 붉고 푸른 띠 형상을 이루었다.
 붉고 푸른 띠는 서로 교차하며 진영의 몸을 마구 휘감기 시작했다.
 사이오닉 에너지를 이만큼 분출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최근 10년간, 즉 레나드에서 호적수가 사라진 뒤로는 없었으니까.
 드래곤을 상대할 때도 이 정도의 힘은 필요치 않았었다.
 진영이 양팔을 활짝 펼친 채 들어 올리자.
 
 쩌저저저적- 쿠구구궁!
 
 순식간에 대지가 반으로 갈라지더니, 일대의 지면이 위로 솟구쳤다.
 무려 수만 명의 병사가 밟고 있는 땅을 통째로 움직인 것.
 그 위에서 달리던 마왕군은 당연히 넘어지고 뒤엉키며 아수라장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짝!
 
 진영이 펼친 양손으로 박수를 치는 순간.
 
 꽈아아아앙!
 
 갈라져 솟아오른 두 지면이 그대로 진영의 손바닥처럼 맞부딪쳤다.
 그 안에 있던 수만의 마왕군이 그대로 압축되었다.
 
 「이게 무슨···」
 
 홀로 살아남은 마왕군의 장군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장군도 물론 진영을 공격하고자 했다.
 다만 염동력에 의해 온몸을 속박당하여 움직이지 못했을 뿐.
 진영이 놈을 살려둔 이유는 하나였다.
 
 “대답해라. 어떻게 이 세계로 넘어왔지?”
 
 뿌득- 빠각-
 
 진영은 염동력으로 장군의 양팔을 부러뜨리고, 차례로 양다리도 부러뜨렸다.
 하지만 놈은 고통스러워하지도, 대답을 하지도 않았다.
 
 빠드드드득-
 
 손끝에서부터 관절 하나하나를 다 부러뜨리고 뼈마디를 뽑아냈지만.
 놈은 아무런 소리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놈에게 고통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때.
 
 푸콰콱!
 
 돌연 장군의 몸뚱어리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더니, 순식간에 터져 버렸다.
 그럼에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기괴한 광경.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태양이 지고 깜깜한 밤이 찾아왔다.
 아니, 이건 밤이 아니었다.
 진영조차 모르는 사이, 검은색의 거대한 장막이 온 하늘을 뒤덮었다.
 그리고.
 
 번뜩!
 
 태양보다 거대한 붉은색의 두 눈동자가 검은 하늘에 나타났다.
 
 “······!”
 
 붉은색 두 눈과 마주치자, 진영은 순간 자신의 눈을 뽑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누군가 망치로 두뇌를 직접 강타한 듯한 충격.
 
 『■■■···』
 
 그저 목소리일 뿐인데도, 마치 코앞에서 천둥 벼락이 몰아치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파괴력.
 사이오닉 에너지를 몸에 둘러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진영의 이목구비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너··· 정체가 뭐냐?”
 
 정점의 위치에 오른 인간이었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저 거대한 존재는 지금까지 만난 적들과는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강하다.
 진짜 ‘신’이 있다면 바로 저 존재가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
 
 파차차차창!
 
 진영의 몸을 둘러싼 투명한 에너지 장막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산화했다.
 레나드 대륙의 그 누구도 뚫지 못한 장막이었는데.
 한낱 목소리조차 버티지 못했다.
 한없이 무력해질 만한데도, 진영은 그저 피 섞인 침을 퉤- 뱉어내며 말했다.
 
 “네가 원흉인가.”
 『■■■···』
 “아까부터 뭐라 지껄이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덤벼.”
 
 진영은 마왕으로 추정되는 존재의 목소리를 듣는 것, 아니 그저 마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그는 일생일대의 일격을 준비했다.
 
 쿠구구구구구!
 
 그의 몸에서 붉은 띠와 푸른 띠가 빛보다 빠르게 회전하며, 커다란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사이오닉 에너지가 최대 출력으로 분출되자, 주변의 대지가 버티지 못하고 갈려 나갔다.
 
 『■■■···』
 
 곧이어 검은 장막에서 거대한 검은색 손길이 뻗어 나왔다.
 태산처럼 거대한 그 손이 진영을 덮치기 직전.
 
 콰츠츠츠츠-
 
 진영이 자리한 공간 자체가 엄청난 에너지에 의해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영향권은 무려 반경 5km에 달할 정도.
 거대한 마왕의 손마저 집어삼킬 수 있었다.
 
 콰과과과과-
 
 이건 극한의 에너지로 발현된 염동력이 시공간 자체를 비틀어버린 것.
 그것은 마치 거대한 블랙홀 같은 형상이었다.
 마왕의 거대한 손마저도 비틀린 시공간에 휘말려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슈콰콰콰콰-
 
 거대한 블랙홀이 일대의 모든 것을 흡수하더니.
 
 츠팟!
 
 일순간 점이 되어 사라졌다.
 마왕의 손과 진영까지도.

댓글(42)

헤이즐럿    
차라리 마신이라고 하지.. 마왕이 존재 격 같은걸로 찍어 누르나..
2024.05.15 16:02
노잼휴먼    
헤이즐럿이나 헤이즐넛이나
2024.05.18 19:48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4.05.19 12:15
라이프베슬    
귀의하나이다...귀의하나이다....아? 이집이 아닌가?
2024.05.20 21:15
문퍄고인물    
벨런스 참 짜증난다
2024.05.21 08:22
대역    
손 짤렸누
2024.05.21 15:10
열파참    
다른 인간들은 당연히 저걸 보고 정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이 없을테고 다들 적의 우두머리가 마왕이라고 하니 아 마왕이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좀 많이 쌘데...? 이렇게 된듯
2024.05.22 16:31
진느의구름    
1화 굿
2024.05.22 22:36
JohandArc    
이고깽이군…
2024.05.23 00:52
노잼이면움    
20년전에 나왔으면 대단한 소설이었을텐데 시대를 잘못 타고났군
2024.05.24 10:32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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