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 한 번 봐주세요!”
“야! 거기 못 튀어나오게 제대로 막아!”
경호원들과 팬들의 아우성이 뒤섞이는 방송국 정문 앞,
연예인도 아닌 내가 리무진에서 내렸을 뿐인데 난리가 났다.
난 그저 씩 웃은 정도의 표정을 유지하며 건물 쪽으로 걸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해 촬영에 응했을 뿐이었다.
"꺄아악!"
다들 지금 나만 보고 있다.
곁눈질로 보니,
척 봐도 서투른 화장 아래에 웬만한 모델 뺨칠 외모의 여자애가 나를 향해 열광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대학 신입생이나 2학년 정도 나이나 됐을까?
’인생 달다...‘
어떻게 보는 눈만 없으면 연락처를 따로 주고받는 건데 아쉽다.
사실 이런 인기에 익숙해진 지도 얼마 안 됐다.
나는 눈 떠보니 초월자’였던‘ 존재니까.
이제는 이렇게 돈 때문에, 몇 번 웃어주러 방송국 근처로 나설 때도,
편의점에 가는 길, 집 앞을 잠깐 나와도,
스포츠카를 타고 강남 근처를 시끄럽게 돌며 여자를 갈아 치울 때도,
“꺄아!!! 청운 오빠, 사랑해요!!”
모두가 나를 그저 나라는 이유만으로 사랑해줬다.
앞서 말했듯,
내가 그들의 전부, 단 하나뿐인 세상을 구한 ‘초월자’이기 때문이다.
우우웅-
찌직- 찌지지직-
그래서 지금도 다들 나만 보고 있다.
누가 봐도 위험해 보이는, 푸르게 일렁이는 블랙홀 같은 것이 가로수 위에 떠 있는 데도.
“어? 어어!”
“저거 뭐··· 뭐야! 설마 차원 간섭?”
“이미 다 끝난 게 아니었나? 누가 101에 신고해!”
눈치 빠른 몇몇 기자들과 팬들이 소리를 지르며 뒷걸음질쳤다.
크르르르-!
그리고는 지면까지 통째로 흔드는 듯한 짐승의 울음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나부터가 고막이 찢어질 듯해 귀를 막고 찡그린 표정을 지었다.
주위를 살펴 보니,
겁에 질렸던 사람들은 오히려 그새 안정을 되찾은 상태였다.
“마침 여긴 초월자 님이 있다고! 어쩔래!”
“살았다, 살았어! 뒤로 피해!”
“거기 꼬맹이! 2년 만에 초월자의 전투를 보게 생겼는데, 가리지 말고 비켜!”
공포에 질린 탄식과 비명이 별안간 환호와 조롱, 찰칵거리는 카메라 소리로 바뀌었다.
나라는 존재가 가진 힘이었다.
후우-
나는 침착하게 똑바로 서서 깊은숨을 내쉬었다.
찌지직- 쿠웅-
한 꺼풀은 가려진 다른 세상에서 나는 듯하던 소음은,
시공간을 찢고 나와 도로 위를 힘차게 내디딘 경차 크기의 발과 함께 현실적인 굉음이 되었다.
“저거 그... D급인데 이름이...”
“알 게 뭐람. 청운 오빠한테는 한주먹 거리지. 보여줘요, 오빠!!!”
“야, 이 븅신 개쫄아서 엄마한테 전화하나 봄!”
“그 와중에 101에 전화하냐? 빙신아. 여기 초월자가 있는데. 쯧쯧”
쿠우우웅-
끼기기긱-
이전 것보다도 더 큰 비대칭적인 두 번째 발을 꺼낸 파충류 형태의 마수가 전신을 드러냈다.
이쪽을 쳐다보며 다가오는 놈의 움직임이 잠에서 깨듯 조금씩 속도가 붙었다.
새삼 나만 쳐다보고 있는 주위 사람들의 눈빛이 따갑게 느껴졌다.
나는 집중했다.
마수와의 거리는 30m,
‘초월자의 힘이여.’
20m,
‘아무리 초월자여도 저걸 맨손으로?’
“초월자! 꿀밤 때리기로 잡으면 10만원 미션!”
뒤에서 들려오는 응원은 무시했다.
10m,
그새 적응한 건지 편하게 달리기 시작한 마수가 조금씩 가속했다. 나는 나의 몸에서 느껴지는 힘과 달려오는 파충류 마수의 기운을 가늠해보았다.
그러고는 결정을 내렸다.
“초월자 개새꺄!”
-우어어어!
마수 놈이 내 목소리에 반응해 고개를 돌렸다. 벌레처럼 양쪽으로 벌어진 눈 중 하나가 이쪽을 응시하는 듯하여 더 마음이 급해졌다.
“남의 몸에 빙의했으면 AS까지 다 해주고 가!!! 내 힘 돌려줘!!!”
“......?”
태어날 때부터 병원이 떠나가라 울었다던, 장군의 목청을 타고난 나였다.
날 향하던 마수의 시선에 더불어 웅성거리던 군중의 갸웃하는 눈빛까지 내 쪽을 향하며 찰나 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나는 내 주먹을 다시 한 번 불끈 쥐며 온몸에 힘을 불어넣었다.
‘역시 아무것도 변한 게 없군.’
기지로 만들어낸 짧은 틈을 내가 놓칠 리가, 나는 판단을 끝낸 그 즉시 움직였다.
타다닥-
쾌속하게 등을 돌려 진심 달리기 모드에 돌입.
살기 가득한 눈빛을 빼면 어딘가 얼빠진 표정이 된 마수와 관중들까지도 하나둘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친, 저 새끼 뭐야? 안 싸우고 왜 도망가! 잡아!!!”
“초월자를 어떻게 잡아! 뛰어!!!”
비명소리에 왠지 모를 고함과 욕설까지 섞인 난리통에 귀가 따가웠지만 내 머릿속을 헤집지는 못했다. 내 다리는 멈추지 않고 쿵쾅거리는 심장과 발맞춰 전력으로 뛸 뿐이었다.
“내 인생도 끝인가.”
짧지만 달디 달았는데,
참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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