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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이돌이 작곡을 잘함 - 1화.

2024.05.13 조회 36,865 추천 480


 1화.
 
 
 
 
 +++++++
 
 
 
 
 어렸을 때.
 
 ‘넌 장점이 뭐니?’라는 어른들의 질문에, 내 대답은 항상 그랬다.
 
 “밤을 잘 샙니다.”
 “......”
 “......”
 
 그럴 때마다 그들은 당황하거나 허허 웃었다.
 
 몇몇은 그러면 몸 다 상한다고 조언을 하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건 확실히 장점이 맞다고 중얼거렸다.
 
 딱히 그들의 반응을 신경 쓰진 않았다.
 내 노력은 누군가를 위한 게 아니었으니까.
 
 욕심이 있었다.
 한 번 사는 인생, 할 거 다 해보자는.
 
 그래서 그거 한번 해보겠다고 어떻게든 이를 악물었던 거다.
 
 나태한 건 욕을 먹지만,
 성실한 건 욕을 먹지 않으니까.
 
 그런 생각으로 서울에 올라갔고.
 어머니의 동생인 경화 이모네에서 숙박을 했다.
 
 아직 사춘기를 벗어나지 않은 또래의 사촌들. 불규칙한 생활.
 이모의 가족들은 최대한 편하게 해주려고 하지만, 그런 노력조차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는 내 상황...
 
 그 속에서 학업과 병행해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소속사까지 1시간, 학교까지 1시간, 집까지 1시간. 비효율적인 시간을 틈틈이 아껴가며.
 
 힘들었지만.
 한번 해보고 싶었다.
 죽을 만큼 노력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아이돌.
 
 그런데...
 
 “하하.”
 
 세상 모든 게 노력으로 다 되진 않더라.
 
 
 
 
 ###
 
 
 
 
 짹짹!
 째짹! 짹!
 
 해가 뜬지 한참인 시각.
 열려있는 창문 밖에서 들리는 시골 풍경의 새소리.
 
 “흐아...”
 “일어나, 인마. 언제까지 자게.”
 
 덜컹!
 화악! 하고 코를 파고드는 익숙한 거름 냄새에 해롱대며 눈을 뜨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강해선.
 같은 부모님을 두고 있는 여자 형제. 이른바, 누나.
 
 “어우, 냄새. 창문 닫는다? 어제 또 늦게 잤냐?”
 “아니.”
 “아니라고 해놓고 또 늦게 잤겠지. 몇 시에 잤는데?”
 “진짜 일찍 잤는데. 저녁 10시.”
 “지금 아침 11시인데?”
 “응.”
 “미친놈이네 이거.”
 
 12시간을 넘게 잤다고?
 누나가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니가?”
 “......”
 “암튼. 그래. 오래 잤네 이제 그만 일어나.”
 “하~암. 왜 깨웠어?”
 “엄마가 오늘 점심에 일 좀 나와달래.”
 
 어쩐지.
 평소엔 서로 집에 있어도 아무런 터치를 안 하는 게 우리 남매다.
 
 그런 누나가 창문까지 열면서 깨운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 같더라니.
 
 “누나는.”
 “나도 내일 갈 거야. 오늘은 약속 있어서.”
 “아. 토요일이 사람 더 많은데.”
 “어쩔.”
 “아니 이봐요.”
 “나 간다~.”
 
 툴툴대는 내 말을 무시하며, 본인 임무를 다했다는 듯이 누나가 쌩 집을 나갔다.
 
 ...웬일로 풀메이크업을 했나 했다.
 
 홀로 남은 나도 대충 씻고 준비해서 엄마가 운영하는 도넛 카페로 향했다.
 
 쨍-.
 덥지도, 춥지도 않은 햇살. 볼을 스치는 선선한 바람.
 
 “날씨 한번 더럽게 좋네.”
 
 시골길을 걷다, 손 그늘을 한 채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그날도 그랬었다.
 하교한 후 연습실에서 몇 시간을 뒹굴다가, 피곤에 쩔은 몸으로 회사에 불려 나간 날.
 
 
 그러니까, 데뷔조에서 탈락했다고 연락받은 날.
 
 
 
 
 ###
 
 
 
 
 “회사 차원에선 그렇게 최종 결정이 났어.”
 “......”
 “고생했고... 후, 그래, 고생했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
 
 무언가 말을 꺼내고 싶은데.
 입이 도저히 떨어지지 않았다.
 
 소식을 전하는 매니저, 종훈이 형도 더 할 말이 없는지 씁쓸한 표정으로 어깨를 두드렸다.
 
 “...왜요?”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이 순간이 실감나지 않았다.
 그냥 고개를 꾸벅거리고 나가려다가, 걸음을 멈춰서고 물었다.
 
 “나도 자세한 건 잘 몰라. 팀 만드는데 회의를 몇 번이나 하고, 몇 명이서 결정하는지 너도 잘 알잖아. 그냥...”
 
 ──회사에서 그리는 아이돌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것이 결론이었다.
 
 외모가 문제인지, 춤이 문제인지, 노래가 문제였던 건지.
 아니면 그 모든 걸 뭉뚱그려, 사람들이 말하는 스타성이란 게 부족해서인지...
 
 이미 방생한 물고기에 신경 쓸 사람 없듯이.
 그에게 남겨진 피드백은 아무것도 없었다.
 
 “네가 원한다면 방법은 있어.”
 
 종훈이 헛기침과 함께 말했다.
 
 회사에서 연습생으로 계속 남아 있을 수는 있다.
 다음 그룹을 기다리면서.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디 4대 대형 기획사마냥, 여러 레이블을 거느리고 각자 다른 컨셉과 글로벌 타겟으로 그룹을 프로듀싱하는 것도 아니고.
 
 그가 있는 NexT 엔터테인먼트는 영세한 중소 기획사였다.
 
 그런 회사가 방금 보이그룹을 데뷔시키고, 또 다음을 런칭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아무것도 기약할 수 없다.
 
 그러니까.
 
 “미안하다.”
 “......”
 
 여러 가지 방법을 제기했지만, 수렴하는 결론은 하나인 셈이다.
 계약 해지.
 
 “형이 뭐가 미안해요.”
 
 울컥.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하면서도.
 가슴속에서 뭔가가 올라왔다.
 
 화를 내거나 울고 싶었다.
 아니면 시원하게 소리라도 치던가.
 
 하지만, 알고 있다.
 여기서 그래봤자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말마따나, 눈앞의 매니저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해찬아.”
 “......”
 “하아, 그냥 한바탕 시원하게 울지 그러냐.”
 
 본인이 더 답답하다는 듯 머리를 거칠게 긁적이는 종훈.
 그를 향해 해찬이 처연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갈게요, 형.”
 “애들은 보고 가야지. 같이 연습한 시간이 있는데.”
 “됐어요. 제가 나간 자리에 곧 새로운 멤버 들어오잖아요. 이별을 슬퍼하는 것보다, 새 친구 받아들이는 데 신경 쓰게 둬요.”
 
 데뷔 멤버 수가 바뀌진 않을 것이다.
 
 이미 데뷔 이후 활동 방향성과 핵심 컨셉도 다 정해졌을 텐데.
 여기서 인원수를 바꾸는 건 처음부터 갈아엎는다는 소리.
 
 그럴 리가 없으니...
 
 ‘내가 나가고, 더 어울리는 새 멤버가 들어오겠지.’
 
 그렇다면 자신의 할 일은 조용히 빠져주는 거다.
 
 “하, 진짜.”
 
 종훈이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해찬을 바라봤다.
 
 눈앞의 이 앳된 녀석은 담담하게 말하고 있지만, 그의 눈엔 보였다.
 
 양 어금니를 얼마나 세게 악물었는지 파르르 떨리는 양 볼.
 이미 붉게 충혈된 눈.
 누가 봐도 툭 치면 부서질 것 같은데 참고 있는 모습.
 
 ‘...대체.’
 
 어떻게 이런 멤버를 퇴출시킬 수 있을까.
 
 종훈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회사의 높은 자리에 있었다면 절대 내쫓지 않을 것이다.
 
 똑똑하고, 성실하고.
 지금 기존 멤버를 보지 않겠다는 것도, 삐진다거나 감정적으로 욱해서 그러는게 아니었다.
 
 ‘만나지 않는 게 멤버들에게도 좋은 거라는 걸 아는 거겠지.’
 
 외모는 또 어떤가.
 
 슬픔과 분노, 그것을 꾹 눌러 참는 지금 모습조차 한 장의 화보나 다름없었다.
 
 회사에서도 지금 이 모습을 본다면 생각을 다시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종훈이 보기에 해찬은 반드시, 100퍼센트 아이돌을 해야 할 사람이었다.
 
 ‘아무리 노래와 춤이 조금 부족하다곤 하지만.’
 
 더 시간을 준다면.
 더 기회가 있다면.
 
 “──잠깐만.”
 
 그래서일까.
 종훈은 작별하고 나가는 해찬의 마지막 소매를 붙잡았다.
 
 “해찬아, 내가 할 말은 아닌 거 잘 알지만...”
 “?”
 “넌 꼭 아이돌 해야 한다.”
 “...풉.”
 
 너무나도 진지한 그의 표정에 해찬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지금 데뷔조에서 최종 탈락한 사람한테.”
 “진짜야. 나 확실한 사람이다. 헛된 희망이라고 생각되는 애들한테는, 걔들이 상처받든 말든 시간 낭비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얘기하는 사람이라고. 근데 넌 아니야.”
 “이 형, 지금 놀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자 여기.”
 
 종훈이 명함을 한 장 꺼내, 해찬의 손에 강제로 쥐여줬다.
 
 “혹시나 내가 필요한 일 있으면 연락하고. 별 도움은 안되겠지만.”
 “......”
 “보험이라고 생각해, 미래의 스타에게 들어두는 보험.”
 “...”
 
 해찬이 손에 쥐어진 명함을 지긋이 쳐다봤다.
 
 Next 엔터테인먼트.
 김종훈.
 
 “뭐... 고마워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명함을 챙겨 넣었다.
 그리고는 종훈을 마주 봤다.
 간절하면서도, 강렬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그를.
 
 해찬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 연락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
 
 
 
 
 “스읍~ 하아!”
 
 코로 숨을 크게 들이쉰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서 떠올랐던 것들이 씻겨 내려갔다.
 서울의 매캐한 매연 냄새라고 해야 할까.
 치열하게 경쟁하고, 결과를 이뤄내지 못했을 때의 패배감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거름 냄새.”
 
 있지도 않는 황소의 워낭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고향에 내려온 지 몇 개월.
 서울에서 생활과 크게 바뀐 건 없었다.
 
 평일엔 학교에 가고, 공부하고.
 주말엔 알바하고, 쉰다.
 
 연습생 생활을 관둔 것뿐인데, 살얼음판 위를 걷다가 갑자기 슬로우 라이프를 즐기게 된 것 같았다.
 
 “그냥 나태해진 건가.”
 
 해찬이 머리를 긁적였다.
 
 뭐.
 딱히 나쁘진 않았다.
 
 .
 .
 .
 
 알바하러 가는 길.
 
 버스를 타고 나가면 10분도 안 걸릴 거리지만, 시골이 언제 원하는 시간에 버스를 탈 수 있던가.
 
 그럴 바에 산책도 할 겸 걸어 나가는 걸 선택한 해찬이었다.
 
 걷다 보니 논밭과 산, 나무들이 줄어들고 포장된 도로가 나오기 시작한다.
 안 보이던 사람들도 하나둘 눈에 띄고. 상쾌하게 걸음을 옮기는데,
 
 부아아앙!!!
 
 “오토바이?”
 
 멀리서 커다란 엔진소리가 들렸다.
 해찬이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 내려오고 나서 처음 들어보네.’
 
 시골이라도 오토바이가 있다는 게 이상한 건 아니다.
 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타는 스쿠터면 몰라도, 이런 폭주족 같은 소리는 들을 일이 없었다.
 
 부아아아앙!!
 
 아까보다 더 가까워진 소리.
 
 “있을 순 있는데, 매너 좀 지키지.”
 
 해찬이 눈살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조용한 동네인데.
 아니, 조용한 동네가 아니라도 저 정도 소음은 민폐다.
 소리가 멀리서부터 다가오고 있었다.
 방향은 해찬이 걸어온 곳 뒤편에서부터.
 
 해찬이 얼굴이나 한번 보자, 하며 뒤돌아본 순간.
 
 “어?”
 
 그는 얼음처럼 굳었다.
 
 멀리서 오토바이가 보였다.
 그런데...
 운전석에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끼이이익!
 타이어가 바닥에 끌리며 귀를 찢는 소리.
 
 오토바이가 방향을 꺾어가며 돌진해 오고 있었다.
 
 “뭐, 뭐야?”
 
 해찬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아니,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건 본능이었다.
 
 ...AI? 자동 운행인가?
 오토바이도 그런 게 있어?
 
 하지만 그런 것보다.
 
 ‘뭔가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것 같은...’
 
 그가 슬쩍 뒤를 돌아봤다.
 
 부아아아앙!
 
 주인 없는 오토바이는 더욱 빨라진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래.
 해찬을 향해!
 
 ‘...진짜다!’
 
 영문을 알 수 없으나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피하기엔 속도의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덜컹!
 
 “시, 실례합니다!”
 
 그는 생각을 멈추고 일단 근처에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만약 오토바이가 자신을 쫓아오는 거라면 건물 안이 그나마 안전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무슨 건물인지는 확인할 새도 없었다.
 
 ‘엔틱...샵?’
 
 허억, 헉.
 숨을 몰아쉬며 둘러봤다.
 
 고적한 가게의 카운터에는 주인이 자리를 비운 듯 텅 비어있었고, 벽걸이 선반 위로 장난감 같은 물건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이런 곳이 있었나?’
 
 해찬이 묘한 위화감에 소름이 돋아오른 팔을 쓸어내리는데.
 
 끼이이익!!!
 와장창!
 
 “어?”
 
 건물 안에 들어오며 안심했던 해찬을 비웃듯.
 오토바이가 엔틱샵의 벽을 박살 내며 들이닥쳤다.
 
 퍼억!
 동시에 커다란 충격이 해찬의 몸을 덮쳤다.
 
 몸이 붕 뜨는 것 같은 하강감. 그러면서 뒤로 몇 바퀴는 구르는 것 같은 충격.
 
 꿈인가 싶었지만 고통이 생생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가, 온몸에 통증이 닥쳐왔다.
 
 쿠당탕!
 몸이 벽에 쓸리고. 가게 안이 난장판으로 뒤덮인다.
 
 해찬의 머릿속이 푹 꺼지듯 암전됐다.

작가의 말

새로운 작품으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댓글(35)

경주김씨    
보험이라고 생각해 미래의 스타에게 들어두는 보험 이게 뭔 말인지 앞에 대화랑 연결해서 보면 문맥상 보면 매니저가 스타란 소린데 보험 둘어 두는거야 미래의 스타에게 들어두는 보험
2024.05.22 00:41
2살꼬마    
뭔 저능아 같은 댓글이냐...... 회사와의 인연을 전부 끊을려는 주인공에게 자신과의 연락은 유지하자는 의미로 준거잔아. 거절할려고 하니 널위해 준게 아니라 미래에 스타가 될 주인공에서 보험 삼아 매니저로써 주는 거니 거절하지 말라고. 초딩임?
2024.05.22 15:49
요미™    
이 바이크 어디 회사꺼냐? 난 절대 안살란다. 정보좀!?.
2024.05.23 16:58
진호(珍昊)    
스카이제 패이트리어트 오토바이임. ㅎㅎ
2024.05.25 13:42
풍뢰전사    
건필하세요
2024.05.27 06:43
넙띠    
난독증은 치료 가능한 질병입니다.
2024.05.27 07:13
경주김씨    
2살. 꼬마가. 맞네 매니저가 명함 내밀면서 보험이라고 생각해 미래의 스타에게 들어두는 보험 보험들어 두는거야 미래의 스타에게 들어두는 보험 어떤게 더 자연스럽냐?
2024.05.27 09:44
종소세    
뜬금없이 무인 바이크에 갑자기 사고?
2024.05.28 01:39
n5***********    
피하기엔 늦었다면서 건물에 들어갈 시간은 됨? 뭔 상황인지 모르겠네
2024.05.28 15:12
나이프    
건필하세요
2024.05.2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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