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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황실의 망나니 스승이 되었다

경국지색

2024.05.14 조회 92,870 추천 1,775


 #001화. 경국지색
 
 
 나라가 망하기 직전이다.
 저 능선 너머로 보이는 군세가 이 성벽에 닿는 순간이 바로 천년 제국 오르테어의 최후다.
 
 제국은 남은 병력이 거의 없었다.
 정예 기사단은 하나같이 저 군세에 짓밟혀 모가지가 날아갔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일어났던 병사와 백성들은 포로가 되거나 무참히 죽어버렸다.
 하다하다 죄수들을 옥에서 꺼내 병력으로 쓸 정도라면 이 심각성이 이해될까.
 그리고 이쯤 되면 누군가는 눈치챘을 것이다.
 
 맞다.
 내가 바로 그 죄수 병사다.
 그리고 그 죄수 병사조차 이제는 죽기 직전이고.
 
 상념에 빠져있던 중 지휘관이 말했다.
 
 “암만 생각해봐도 말일세.”
 “또 무슨 헛소리를 하시려고.”
 “내가 황제가 됐다면 나라가 이렇게 망하진 않았을 걸세.”
 
 또 시작이군.
 참 듣기 싫은 말이지만, 저게 마냥 헛소리는 아니었다.
 
 금빛 봉두난발에 푸르고 탁한 눈.
 수염이 덥수룩하고 몸은 상처투성이인 게 꼭 노숙자 같지만, 이래 봬도 이 인간은 과거 제국의 태자였다.
 동시에 최정예조차 다 죽은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있는 이유인 제국 최후의 그랜드 마스터이기도 하고.
 
 “부관, 자네가 생각해도 내가 황제였다면 지금보단 상황이 낫지 않았겠나?”
 
 껄껄 웃으며 하는 말이 헛소리임은 안다.
 그렇기에 나 또한 헛소리로 답했다.
 
 “개뿔이. 여자 하나에 미쳐서 국무까지 다 내팽개친 인간이 황제였으면, 제국이 지금보다 더 빨리 망했겠지요.”
 “신랄하군.”
 “맞지 않습니까. 당신뿐만 아니지. 차기 제국의 지도자라는 인간들이 하나같이 여자 하나에 헤롱대다가 병신 됐잖습니까.”
 
 생각하니 또 화가 나는군.
 이 전쟁에서 진 이유가 그것이었다.
 
 20년 전인가. 아직 내가 귀족 영식이고, 이 인간이 태자이던 시절의 이야기다.
 태자는 웬 평민 여자 하나에 빠져 직무를 내팽개쳤다.
 황제 교육도 받지 않았고, 검술 수련도 하지 않았고, 하다못해 연회와 같은 공석도 빠졌다.
 그러면서 한다는 게 권력으로 그 여자 비위를 맞춰주는 것 하나.
 
 그 끝이 어떻게 되었겠나.
 이 인간은 자격을 상실하고 태자위를 박탈당했다.
 그것에 앙심을 품고 날뛰다가 옥에 투옥되었고, 전쟁이 돌이킬 수 없게 된 지금에서야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잔 의견에 풀려나게 된 것이다.
 
 다른 인간들도 마찬가지였다.
 북부 전선을 지키던 대공의 적자, 암흑가의 주인, 법황청의 성자와 차기 마탑주가 모두 그 여자에게 빠져 몰락했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쭉쩡이만 남은 제국, 침략에 의한 몰락.
 
 그걸 표현하자면··· 그래.
 
 “경국지색이었네요. 그 여자는.”
 
 그 여자는 나라를 흔드는 여자였다.
 황자는 내 말에 허허 웃었다.
 
 “그리 이쁜 얼굴은 아니었네. 그냥 귀엽게 생긴 것이었지.”
 “나라를 흔들긴 했잖습니까.”
 “귀여움으로 나라를 흔들었지.”
 “그 염병할 년이 어떻게 됐더라. 결국 평민 남자랑 눈맞아서 애 낳고···.”
 “···잘 살았지. 그래도 불쌍한 여인이네. 이런 인간들에게 휘말려서.”
 
 아직도 이러는군.
 그놈의 첫사랑이 뭔지, 내가 그 여자를 욕하면 이렇게 씁쓸하게 웃는다.
 그것이 죄의식 때문이지 미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지난 일을 더 말해봐야 무엇하겠나.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나는 태자에게 마지막 말을 건넸다.
 나라를 무너뜨린 최악의 황족이었으나, 그 덕분에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게 되었다.
 감옥에서 황자에게 비전 검술도 배워 경지를 올린 까닭이다.
 
 황자는 허허 웃었다.
 
 “신세 많이지긴. 미안할 뿐이네. 자네가 감옥에 간 것도 내 젊은 날의 치기 때문이지 않던가.”
 “지난 이야기를··· 됐습니다.”
 “그래도 미안허이.”
 
 별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옥에 들어온 이유.
 한창 태자가 미쳐 있던 시기에 그 여자의 뺨을 갈겨버렸고, 그게 태자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것이었다.
 분명 이 인간 때문에 인생의 반을 옥에서 살았지만 그게 원망스럽진 않았다.
 애초에 옥에 들어가며 짚었던 죄목들은 실제 내가 행했던 죄들이었으니까.
 
 “전하가 아니라면 전 여전히 철부지였겠죠. 제가 좀 망나니였습니까. 옥에서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니 그제야 생각이 트이덥니다. 내가 잘못 살았구나 하고.”
 
 나는 망나니였다.
 위대한 가문의 후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책임 없이 권리만 누리던 구제불능.
 행했던 죄를 되짚으면 서류가 모자랄 그런 인간.
 
 그런 나를 일깨워준 것은 옥에서의 시간이었고, 나를 완성시킨 것은 황자였다.
 새삼 원망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보다, 이젠 원망할 시간도 없었다.
 
 “오는군요. 야만족들.”
 “그렇군.”
 
 저 멀리, 이젠 육안으로 저들의 선두에 선 야만족의 왕이 보였다.
 이자크 라 보데타.
 위대한 혼이라나 뭐라나, 구리빛 피부의 근육질 사내는 징글징글하게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전하, 저 새끼 웃는데요.”
 “냅두시게. 황성 먹는 꿈이라도 꾸나 보지.”
 “진짜 냅둡니까?”
 “아니.”
 
 황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국이 망하는 건 용납해도, 저 새끼가 옥좌에 앉는 건 용납이 안 되네.”
 
 그의 검에 시리도록 빛나는 황금색의 검기가 맺혔다.
 언제봐도 파괴적인 기운이었다.
 
 제국 최후의, 그리고 초대 제국의 황제 이후로 처음 나온 두 번째 그랜드 마스터.
 그런 그가 내게 말했다.
 
 “시간을 돌리고 싶군.”
 “갑자기?”
 “그래, 오늘 그런 생각을 했네. 시간을 돌려서 과거로 가고 싶네. 내가 그녀에게 빠지기 전으로.”
 “또 빠지지 않겠습니까?”
 “그 생각도 했지. 그래서 말인데, 내가 고민 끝에 완벽한 답을 찾았다네.”
 “뭡니까.”
 
 황자가 히죽 웃으며 날 봤다.
 
 “자네를 과거로 보내는 걸세.”
 “···예?”
 “자네가 과거로 가 나를 패버리는 걸세. 정신 좀 차리게 해달라는 말이지.”
 
 무슨 헛소린가 싶어 쳐다보니 황자가 개구지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 주둥이가 참 자유분방하지 않던가. 옥에서였다지만 자네가 날더러 애미가 창녀냐고 물었을 땐 기함 했네. 황후마마를 욕되게 하는 인간이 살아있다는 게 참 신기했고.”
 “···먼저 저희 가문을 욕보이셨습니다.”
 “아무튼, 그 정도로 주둥이가 자유로운 인간이 필요하단 말일세. 내 주변엔 날 우러르는 것들밖에 없었어. 그러니 내가 정신을 못 차렸지. 선망에 취해있었다는 말일세.”
 
 탁, 탁!
 
 황자가 검기가 맺힌 검으로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니 자네야. 이 땅에서 나를 제일 잘 알고, 나한테 개기고도 살아있을 수 있는 자네.”
 
 어차피 헛소리라지만, 그럼에도 꽤 흥미로운 주제라 나는 답했다.
 
 “제가 왜 그래야합니까?”
 “검술 가르쳐줬잖나.”
 “가르쳐주기는. 하루가 멀다 하고 그 검술로 두드려 맞으니 눈에 익어버린 거죠.”
 “대련이었네.”
 “지랄마십쇼. 전하.”
 “덕분에 자네도 소드 마스터가 됐잖나.”
 “그럼 뭐합니까. 아직 전하는 못 패는데.”
 
 황자는 끔찍하게도 강한 인간이었다.
 그가 말한 ‘제국이 망해도 저 인간 목은 따야 한다’는 말이 그저 각오는 아닐 정도로 말이다.
 그런 인간과 또 엮이라니, 죽어도 사절이다.
 
 “안 합니다. 꺼지십쇼.”
 
 그러자 황자가 말했다.
 
 “아니, 자네는 할 걸세. 젊을 적 내 얼굴을 보면 열이 뻗쳐서라도 나한테 욕을 할 거거든.”
 “반박을 못하겠네.”
 
 우리의 대화는 그게 끝이었다.
 
 평소와 다른 점은 하나.
 우리는 이제 죽으러 가리라는 것.
 또한,
 
 “···전하?”
 
 황자의 눈이 시리도록 눈부신··· 그의 검기와 같은 황금으로 물들었다는 것이다.
 
 황자가 전선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하며 말했다.
 
 “부탁하네.”
 
 무엇을 부탁하는 것인지는 모른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것은 하나다.
 
 황자는 야만인들의 왕과 싸웠다.
 강풍이 일었고, 지진이 일었고, 하늘이 쪼개졌다.
 한낱 검수에 지나지 않는 나는, 그 속에서 어떻게든 한 놈이라도 더 데려가기 위해 발악했다.
 
 폭음과 비명, 그리고 쇠와 피.
 
 그런 것들이 내 영육을 뒤흔들어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느 순간에는 감각조차 사라졌다.
 
 ‘아.’
 
 죽는구나.
 나는 이렇게 끝이구나.
 
 그렇게 비로소 나의 최후를 직감한 후.
 그러고도 한참이 지난 후.
 
 이윽고, 다시 감각이 돌아왔을 때는 고개를 갸웃했다.
 
 “유렌 파로스. 자, 할 말이 있다면 들어주지. 어디 한번 변명해보게.”
 
 장소는 폐창고.
 눈앞에는 아직 태자이던 시절의 젊은 황자가 있었다.
 내 몸은 묶여있었고.
 
 * * *
 
 언젠가 하반신이 통째로 날아가 퇴역한 부하 놈 하나가 그런 말을 했다.
 
 -죽기 직전까지 몰리니까 인생의 가장 후회되던 순간이 꿈처럼 보였습죠.
 
 이렇게 보니 그 말이 맞는 듯하다.
 
 폐창고에 묶여있는 나. 날 보며 웃는 황자, 칼리오스 반 오르테어.
 이건 내 인생이 바닥에 꼬라박히는 날의 광경이었다.
 이날 나는 황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평민 계집의 뺨을 때렸고, 그 이유로 황자의 분노를 사 감옥에 갇히게 된다.
 
 시기를 따지자면 갇히기 직전의 시점.
 나를 찾아온 황자가 준 최후 변론 시간이었다.
 
 “남길 말은 없나? 어떤 말이든 들어줄 용의는 있네.”
 
 꿈이라고 생각하니 여유로워졌다.
 나는 황자··· 아니, 이 시점엔 태자인 그의 얼굴을 살폈다.
 이렇게 보니 참 놀라웠다.
 
 ‘이 얼굴이 그 노숙자 꼴이 된다라···.’
 
 지금 태자의 얼굴은 어떤 영애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모든 소녀의 망상을 그러모아 둔 듯한 얼굴’ 그 자체였다.
 솔직히 내 입장에서야 남색가나 환장할 법한 생김새였으나, 그럼에도 잘난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한데 세월도 야속하지.’
 
 어쩌다가 이 얼굴이 그 노숙자 꼴이 되는가.
 무상함은 잠시였다.
 
 “내 말이 들리지 않나?”
 
 태자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나로선 별 감흥이 없었다.
 
 말하라고 해봐야···.
 
 ‘···어차피 꿈인데 뭘.’
 
 지난 일을 생각해봤다.
 실제론 무슨 대답을 했더라?
 
 -고작 평민 계집 하나가 아닙니까! 전하! 저는 억울합니다! 그년이 아니라 절 두둔하셔야지요! 저는 위대한 가문의 후계자입니다! 폐하의 우군이란 말입니다아악!!!
 
 ···음, 그리 좋은 답은 아니었군.
 망나니 시절의 일은 몇 번을 생각해도 부끄러움이 치솟는다.
 
 여하튼, 꿈이라면 빨리 끝났으면 한다.
 썩 잘 살진 못했지만 그래도 나라 지키다 죽었으니 주신 품으로 갈 것 아닌가.
 거기서 맛난 과일도 먹고 술도 먹으면서 유유자적 살아가고 싶다.
 인생 절반을 감옥, 또 나머지 절반 중의 절반을 전장에서 지냈다 보니 자유와 평화가 이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다.
 
 ‘언제 끝나려나.’
 
 라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흠, 대답이 없군. 겁에 질린 겐가? 그 정도로 담이 약한 인간이 어찌 아녀자에게 폭력을 휘두른 겐가. 아니라면 자네의 힘은 약자에게 밖에 휘두르지 못하는 허접한 힘인가?”
 
 그 말에 헛웃음이 삐져나왔다.
 
 ‘내가 나보다 약한 사람한테 검을 휘둘러 봤나?’
 
 단언컨대 없다.
 당연하지, 내 검을 가장 많이 상대한 인간이 미래의 이 인간인데.
 그 외에 검을 휘둘러본 이라고 해봐야 전쟁에 미친 야만인들밖에 없다.
 
 따지고 보자면 약자에게 검을 휘두르는 건 이 인간 쪽이었다.
 전장에 이 인간만큼 검을 휘두르는 놈은 야만인의 왕 말곤 없었으니까.
 
 내가 웃기지도 않는다는 표정으로 태자를 보자, 태자가 비릿하게 웃었다.
 욱하게 만들려는 속셈임이 너무 잘 보였다.
 
 ‘어휴.’
 
 참을 수 있다.
 내가 애도 아니고 덜 큰 태자의 말에 부동심이 흔들리기야 하겠나?
 이 정도야 미래 황자의 ‘자네는 애미도 애비도 없잖나. 얼굴은 기억하나?’라는 욕의 절반의 절반도 안 된다.
 
 ···이어진 말만 아니었더라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쫄보 같은 놈이군. 담도 없고 답도 없어. 이딴 게 제국의 미래 중 하나였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네. 오늘 자네를 쳐내는 건 제국을 위한 선택이겠지.”
 
 덜컥 몸이 멎었다.
 무언가 뜨거운 것이 머릿속에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르길 깊은 빡침, 혹은 억울함.
 그놈의 ‘제국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는 단어가 날 아주 대차게 긁어버렸다.
 
 ‘저 인간이 제국의 미래를 걱정했다고? 이 시기에?’
 
 지랄 중의 개지랄이다.
 이것은 본인 입으로 직접 답을 들어서 확신한다.
 
 -그때의 나는 꼭 홀린 듯했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 그녀 말고는··· 정말 무엇도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입이 멋대로 움직인 것은.
 
 “그게 전하 입에서 나올 말입니까?”
 “?”
 “평민 계집 하나에 홀려서 국무도 내팽개치는 인간이, 제국의 미래를 논하는 게··· 이게 맞습니까?”
 
 사실, 이 정도면 불경죄로 다스릴 법도 하건만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어차피 꿈인데 뭐.’
 
 한풀이도 할 겸 그냥 저질러버리자.
 결심하니 입이 자유분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꽤 오랫동안 응어리져있던 말이었다.
 
 “전하, 정신 좀 차리십쇼. 제발 사고 회로에서 하반신을 떼란 말입니다. 아니면 제가 떼드립니까?”
 
 태자의 표정이 쩌저적 굳었다.
 아오, 속 시원해.

댓글(73)

바보개    
재밌어요
2024.05.14 20:23
간식보급사    
오....신작이군요
2024.05.14 20:26
무정호    
제목 어그로가 약함 '태자의 천재 무술교관이 되었다' 이걸로 하셈.
2024.05.14 21:35
지식채널2    
파파파 그 자물쇠 걸린 거 3일 아니였나요... 조금만 더 보고싶은데 아직 3일이 안된것같은데 일단 풀어주시면 안되나요..
2024.05.14 21:53
papapa.    
풀었습니다..ㅠㅠ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ㅠㅠ
2024.05.14 22:12
글빚기    
"papapa님 독자들 웃는데요?" "냅두시게. 내가 10연참하는 꿈이라도 꾸나보지."
2024.05.15 06:18
도다리킴    
그렇게 전작에서 무협 바이브를 넣으시던 작가님이 판타지 신작을 가져온 건에 대하여...
2024.05.22 10:33
BlackHand    
드립은 좀 빼지..
2024.05.22 15:33
웃차    
오 프롤로그 재밌는데 드립도 재밌음 달려봅니다
2024.05.23 09:14
ㅌㅌ    
2024.05.26 20:23
0 /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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