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탑스타 여배우와 하룻밤을 보냈다

사고.

2024.05.27 조회 87,850 추천 1,127


 어렸을 때부터 성격이 모났단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부정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내심 인정하고 말았다.
 
 내 성격이, 화가 좀 많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말이 직선적으로 나갈 때가 있었다.
 직선보단, 곡선이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를 유지하는 데 좋다는 걸 알면서도 쉬이 실천하지 못했다.
 
 '타고난 천성, 그런 거지.'
 
 그런데 세상에 안 되는 건 없었다.
 직선적인 내 성격은 군대 입대 후 거짓말처럼 교정됐다.
 
 '선임들이 까라는 데 뭐, 어쩌겠어?'
 
 그렇게 원하지 않던 사회화를 마치고 제대를 한 나는 고민했다.
 
 '뭘 해 먹고 살까.'
 
 공부를 못해 대학교를 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땅한 자격증이 있냐면 그것도 아니다.
 돌이켜 본 내 십 대와 이십 초반은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
 그리고 그 대가가 지금, 찾아왔다.
 
 '좆됐네.'
 
 그래.
 말 그대로 좆됐다.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 인생이 막 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동네 형한테 전화가 왔다.
 
 ["로드 구하는 데 한 번 해봐라 찬아."]
 
 굴지의 엔터 기업 "백학"의 팀장으로 있는 마석두.
 내가 알고 있는 지인 중 제일 출세한 사람이다.
 
 그 석두 형이 나한테 로드매니저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연예인 매니저 말이다.
 
 ["일 자체는 크게 어려울 거 없어. 운전 열심히 하고 담당 연예인 비위 좀 맞추고 사생활 지켜주면 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흘러가는 인생을 넘어 막 나가기 시작한 인생.
 그럴듯한 기업에 취업을 시켜주겠냐는 석두형의 제안은 말 그대로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었다.
 
 나는 그 동아줄을 붙잡았다.
 
 "개 같이 일할게요 형."
 
 아직도 기억난다.
 많은 기대를 안고 백학에 처음 출근하던 내 모습이 말이다.
 
 무려 엔터 업계의 공룡, 백학의 로드 매니저 아닌가?
 
 피 끓는 청춘으로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늘 그렇듯 차가웠다.
 
 대우가 좋아졌다지만 로드 매니저는 결국 로드매니저일 뿐이다.
 
 위에서 까라면 까고.
 담당 연예인이 구르라면 구르고.
 드라마 pd,감독이 재주를 부리라면 부리고.
 
 직접 눈으로 본 연예계는 상상 이상으로 차가웠고, 정글이었으며 약자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냉혹했다.
 
 그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는 직선인 내 성격을 둥글게 바꿀 수밖에 없었다.
 
 성격이 모나서 싸움닭이라 불렸던 놈이 이제는 양념 반 후라이드반 치킨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내가 어색하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있나.
 
 "먹고 살려면 버텨야지."
 
 로드매니저긴 해도 4대 보험도 들어가 있고 월급도 따박따박 나왔다.
 남들 노력할 때 흘러가는 인생을 살았던 내게 이 정도면 사치스러운 직장이다.
 
 어찌저찌 버텨 로드 3년 차가 되고 나름 회사에서 인정받는 놈이 됐을 때였다.
 쌍년을 만났다.
 
 "반가워요 권찬 씨."
 
 이하은.
 23살에 탑 여배우 반열에 오른 충무로의 떠오르는 샛별.
 아니, 그냥 탑스타 여배우다.
 
 하지만 내겐 쌍년일 뿐이다.
 그것도 제대로 맛이 간 미친년.
 
 "로드라는 사람이 이것도 못 해요?"
 "그러니 권찬 씨, 인생이 그렇죠."
 "로드 입사한 것도 마 팀장 덕분이라면서요?"
 "대체 사람이 왜 그래요? 인생 왜 그렇게 살아요?"
 
 사람 성질을 긁었다.
 그런데 그냥 긁는 것도 아니고 자존심을 넘어 영혼을 긁었다.
 직선에서 둥글게 변해버린 내 성격도 이하은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 미친년은 내 인내심을 시험하기라도 하는 듯, 매일 같이 갈구고 또 갈궜다.
 
 "그러니 권찬 씨 인생이 그 모양 그 꼬라지죠."
 
 마음속으로 수백 번 사표를 썼다, 지웠다.
 발목을 붙잡는 현실적인 문제들만 아니었다면···. 진작 회사에서 퇴사했을 것이다.
 
 그래.
 내 발목을 잡는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었다면.
 
 '지금 퇴사하면 다른 엔터사로 이직할 수 있을까?'
 
 당장 내야 할 월세,공과금,세금 뭐 기타등등···.그 돈들은 다 어떡하고?
 
 늘 그렇듯, 결국 돈이 문제다.
 백학엔터에서 주는 단돈 250만원 때문에 나는 퇴사를 결심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복권방에 들러 복권을 사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당첨은 꿈도 꾸지 않았다.
 복권에 당첨될 확률이 오백만분의 일이라는 데, 그 확률을 뚫고 당첨될 리는 없으니까.
 
 '이건···. 그래.'
 
 희망을 사는 거다.
 
 지옥 같은 회사 생활.
 어느 날 함께 일하게 된 미친년.
 자존심, 인격이 모두 구겨져 버린 내 처참한 인생.
 
 그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복권이라는 희망을 사는 거다.
 그런데 그 희망이 현실이 됐다.
 
 "14억?"
 
 복권에 당첨됐다.
 그러니까 오백만분의 일의 확률을 뚫었단 소리다.
 
 "실화야?"
 
 믿기지 않았지만 현실이다.
 오늘 새로 판 농협 계좌에 14억이란 돈이 찍혀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결심했다.
 
 "씨발, 퇴사한다."
 
 수백 번 지웠다 썼다 한 사표를 들고 회사로 향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톱스타 이하은과 잠자리를 가졌다.

댓글(54)

황령산    
직선과 곡선이 구분이 안되나요
2024.06.02 17:14
紫夜之客    
1화 만에 여배우와 잠자리를 잡으러 갔다고요?
2024.06.03 07:08
do*****    
로또 가즈아
2024.06.03 09:11
덕귀    
곡선 X >>>직선
2024.06.03 15:41
musado0105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2024.06.05 19:39
다주리    
복덕방메서 복권을 사다니. 세상이 변한 건가 ? 복권방의 오타인가?
2024.06.06 13:14
우기형님    
담배 이야기 너무 많아서 하차요 아무리 애연가라도 적당히 해주세요
2024.06.08 06:36
의영    
부동산에서 로또파는걸 본거같기도하고 정확히는 복권방도하고 부동산도하고
2024.06.08 08:17
하늘짱    
로또 확률은 814만분의 1인데, 500만은 어디서 나온건가요? 혹시 현실과 소설속 세계는 다르다는 암시인가요?
2024.06.08 09:30
discussion    
2화까지 밖에 안 봤는데도 작가님 어휘력의 한계가 보입니다 책을 더 많이 보시는게.. 자신이 자주 쓰는 어휘나 단어가 자주 나오는게 당연하다지만 그 표현이 대중적이지 않아 어색합니다
2024.06.09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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