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뒤로가기버튼 1조 부자 강대리는 오늘도 출근

1화

2024.10.01 조회 54,490 추천 607


 #001화
 
 
 
 
 
 [1달러 프로젝트.]하루에 1달러만 쓰며 한 달 동안 생활하기.
 알론 마스크가 대학생이었던 시절 도전했던 프로젝트였다.
 
 벤처 기업을 창업하고 싶었던 마스크는 혹시나 있을 사업 실패를 걱정했다.
 특히 사업 실패 후에 찾아올 가난한 삶을 자신이 버틸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시작한 실험이었다.
 만약 한 달을 버틴다면 사업에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 달을 핫도그와 오렌지만 먹으며 버텼다.
 해 보니 별거 아니었다고 했다.
 
 실험의 성공으로 가난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자신감을 얻은 그는 벤처 기업을 창업해 꿈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리고 모두가 주목하는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 엄청난 부를 거머쥐었다.
 
 알론 마스크의 [1달러 프로젝트] 기사를 읽은 태오의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의 도전 정신은 잊고 있던 태오의 꿈을 상기시켰다.
 의사, 변호사, 사업가 등 어렸을 적 꿨던 꿈이 다시 떠올렸다.
 동시에 피식하는 웃음이 태오의 얼굴에 스쳐 지나갔다.
 그런 꿈을 꾸기에는 너무 늦었다.
 태오는 현실적인 꿈을 위해 도전하고 싶었다.
 
 ‘파이어족’
 
 파이어(FIRE).
 불이 아니라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 은퇴(Retire Early)가 합쳐진 말이다.
 아끼고 투자해서 삼십억을 모아 은퇴하고 싶었다.
 월세나 받으며 여유롭게 즐기는 파이어족이 되고 싶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자신.
 주 7일을 쉼 없이 성실하게 살고 있는 자신에게 휴식과 여유를 선물하고 싶었다.
 물론 수백, 수천억의 돈을 가진 부자가 되고 싶은 꿈도 있었지만, 가진 것 없는 자신이 그런 꿈을 꾸는 건 망상이었다.
 
 알론 마스크에 자극받은 태오는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천원의 행복.’
 
 매일 천 원만 쓰며 일 년을 버티며 삼천만 원을 모은다.
 시드머니였다.
 그다음 퇴사해 전업투자자가 되어 주식 투자에 올인한다.
 태오의 계획이었다.
 
 천 원으로 일 년을 생활하는 것도, 삼천만 원을 모으는 것도 태오에겐 쉬웠다.
 알론 머스크는 고작 한 달 동안 1달러로 생활했지만 태오는 몇 년을 악착같이 살았기 때문이었다.
 하루에 1달러로 살기?
 마스크에겐 도전이었지만 태오에겐 일상이었다.
 
 태오의 가족도 한때 행복했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아버지가 음주 운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돌아가신 날까지.
 평화로운 일상의 행복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중학교 때는 어머니가 암으로 아버지를 따라가셨다.
 쥐꼬리만 한 아버지의 교통사고 보상비와 어머니가 공장을 다니며 모아둔 돈은 엄마의 병원비로 다 들어갔다.
 빚이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둘만 남은 태오와 태리.
 연락 한번 없던 고모가 어린 둘을 부양하겠다고 나섰다.
 다행이었다.
 고모가 없었다면 고아원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었지만 차라리 고아원이 나았다.
 고모는 태오와 태리에게 나오는 각종 지원금을 모조리 가로챘다.
 나라에서는 자신이 두 사람을 양육한다고 신고해 놓고 실제로는 자신의 집 근처의 반지하 단칸방에 두 사람을 방치했다.
 좁고 어두운 반지하 방에서 둘만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와서 김치만 주던 고모의 방문은 점점 뜸해졌다.
 태오 혼자 힘으로 태리를 돌보고 생활비도 벌어야 했다.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중학생의 몸으로 철없는 12살 동생을 돌보는 건 쉽지 않았다.
 
 “배고파.”
 “놀아줘.”
 “엄마······ 보고 싶어.”
 
 태오를 지치고 힘들게 만들었지만.
 
 “헤헤, 오빠 이거 먹을래?”
 
 방긋 웃으며 꼭꼭 감춰둔 작은 사탕을 내미는 태리의 작은 손을 보면 화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처음엔 어리광만 부리던 태리였지만 하루가 다르게 어른스러워졌다.
 둘은 틱틱거리기도 했지만 누구보다 사이좋게 지냈다.
 가난했지만 꿋꿋하게, 배고프지만 즐겁게 살았다.
 가난 덕분에 또래보다 훨씬 성숙했지만, 그 가난 때문에 태오와 태리는 종종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었다.
 친구를 사귀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놀림도 당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외식 한 번 하지 못하고 괜찮은 옷 한번 사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인생.
 성인이 된 그들을 기다리는 건 가난일 뿐이라 확신했다.
 
 ‘바꿔야 해!’
 
 답은 간단했다.
 공부.
 공부 잘하는 친구는 아무리 뚱뚱하고 못생겨도, 심지어 재수가 없어도 놀리거나 괴롭히지 않았다.
 이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것도 공부뿐이었다.
 태오는 결심했다.
 처음으로 공부에 매달렸다.
 괜찮은 머리 덕분에 수업만으로도 상위권이었지만 최상위권을 노렸다.
 태오는 과목별로 선생님들을 찾아가 문제집을 달라고 부탁했다.
 문제집 살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선생님, 제가 형편이 어려워 문제집 살 돈이 없어요. 문제집 좀 주세요.”
 “뭐? 하, 요 녀석 봐라······.”
 
 태오의 당돌한 부탁에 선생님들은 흔쾌히 문제집을 선물했다.
 그리고.
 
 “공부하다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 그리고 그 문제집 다 풀면 말해, 다른 거 또 줄 테니까.”
 
 대부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열심히 하라는 격려와 함께.
 가끔 비웃음과 함께 멸시의 눈빛을 보내는 되먹지 못한 선생도 있었지만.
 어쨌든 태오는 선생님들의 도움과 피나는 노력으로 전교 1등을 달성했다.
 
 어느 날이었다.
 친구를 따라 몇 번 놀러 간 피아노 학원에서 태리는 놀라운 재능을 보여줬다.
 이를 본 학원 원장이 태오를 직접 찾아왔다.
 
 “태리를 제대로 가르치고 싶어. 가르치지 않고 듣기만 했는데 완벽하게 따라 치는 수준이야. 확답하긴 어렵지만 ······천재야.”
 “······죄송해요, 저희 형편이 음악을 할 처지 못 돼요.”
 “그냥 두기엔 너무 아까운데······. ”
 “그건 그렇지만······.”
 
 태오도 태리의 재능이 사라지는 게 아까웠다.
 가난 때문에 꿈을 포기했던 자신의 경험을 태리도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빠듯한 생활비.
 학원비가 나올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태오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방법을 찾아 머리를 굴렸다.
 
 ‘그래!’
 
 묘수가 떠올랐다.
 
 “······원장님, 아시다시피 저흰 학원비를 낼 수 있는 형편이 아닙니다. 공짜로 다니게 해주세요.”
 “뭐? 태오야, 그건······.”
 “제가 매일 학원 청소를 해드릴게요. 그리고 태리나 제가 성공한다면 그때 꼭 갚겠습니다.”
 “하, 녀석······. 좋아. 1년 동안은 안 받을게. 대신 태리가 열심히 해야 해.”
 “감사합니다. 제가 매일 깨끗하게 청소하겠습니다.”
 “됐어. 청소는 내가 하면 돼. 넌, 공부나 열심히 해.”
 “네?”
 “태리는 피아노, 넌 공부. 그게 내 조건이야.”
 “감사합니다.”
 
 자신과 달리 꿈을 향해 걷기 시작한 태리.
 꿈을 향해 나아가는 동생을 보는 것만으로 태오는 즐거웠다.
 음악을 하면 돈이 많이 들 거라는 주변의 충고에 태오는 아르바이트를 늘렸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공사장을 찾았다.
 
 시험이 끝난 주말.
 공사장에 일하러 갔을 때였다.
 한량처럼 생긴 남자가 공사장을 방문했다.
 건물주였다.
 그는 태오를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너 고등학생이야?”
 “······네.”
 
 태오의 나이를 확인하는 그는 바로 반장님을 불렀다.
 
 “아니 머리 피도 안 마른 고등학생을 일꾼으로 데려오면 어떡해요? 일도 못 하는 친구 데려와서 공사 기간 늘리고 일당 며칠 더 챙기려는 겁니까? 내가 이래서 꼭 현장을 확인한다니까!!”
 “아, 아닙니다. 사장님. 이 친구 고등학생이지만 일 잘합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됐어요. 당장 내보내요.”
 
 태오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자칫 일당을 날릴 위기였다.
 
 “사장님, 저 일 잘해요.”
 “야, 그만 가. 이럴 시간에 공부를 해. 학생은 공부하는 게 돈 버는 거야.”
 
 건물주의 말이 태오의 기분을 상하게 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딱 봐도 부모 잘 만난 금수저 한량.
 저 사람이 가난의 의미를 알 수 있을까······.
 상념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었다.
 자칫하면 일당을 날릴 수 있다.
 태오는 빠르게 머리를 굴린 다음 건물주를 향해 제안했다.
 
 “저기 있는 자재들 제가 혼자 옮길게요. 그럼 됐죠?”
 
 태오는 자기 키보다 더 높이 쌓여있는 모래와 시멘트 포대를 가리켰다.
 건물주는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야, 저걸 너 혼자?”
 “네. 그리고 저 ‘야’ 아니에요. 강태오예요.”
 “하······. 좋아, 대신에 중간에 포기하면 오늘 일당 없는 거야.”
 “네. 성공하면 일당은 두 배로 주세요. 누가 봐도 두 명, 아니 세 명 몫이잖아요.”
 “그래. 좋다.”
 “나중에 딴소리하지 마세요.”
 
 태오는 무거운 자재를 옮기기 시작했다.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지만 태오는 포기하지 않았다.
 기어이 혼자 모든 자재를 옮겼고 청소까지 마무리했다.
 태오는 건물주에게가 말했다.
 
 “다 마쳤어요, 사장님.”
 “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확인해 보세요.”
 
 그는 모래와 시멘트 포대가 옮겨진 걸 두 눈으로 확인했다.
 
 “야, 너······ 진짜 너 혼자 한 거 맞아?”
 “네.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 이름은 강태오입니다.”
 
 건물주의 두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태오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담히 받아낸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재밌는 녀석이네. 강태오? 생긴 거랑 다르게 책임감은 있고······.”
 
 그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태오를 빤히 쳐다보았다.
 
 “더 하실 말 없으면 가볼게요. 다음에 일이 있으면 불러주세요.”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서 있기도 힘들 만큼 피곤했기 때문이었다.
 어깨에 40킬로짜리 시멘트 포대를 지고 있는 기분이었다.
 
 “자, 여기. 돈 받아 가야지.”
 
 너무 피곤해서 돈 받는 것도 잊었다.
 
 “감사합니다.”
 “가는 길에 약국가서 파스랑 진통제 사 먹어. 그러면 내일 좀 나을 거야. 그래도 내일 일어나긴 힘들겠지만. ”
 
 자기밖에 모르는 금수저인 줄 알았는데······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여기에 카페 차릴 건데 너 일할 생각 없냐?”
 “커피는 잘 모르는데요.”
 “그건 배우면 되고 중요한 건 책임감과 일에 대한 태도야. 너 보니까 책임감도 있고 또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내 마음에 들었어. 그리고 마스크도 좋고······. 관심 없어?”
 “······.”
 “점장급이니까 월급도 많을 거야. 관심 있으면 연락해.”
 
 그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함을 건넸다.
 이름과 연락처만 있었다.
 
 ‘조기동. 010-XXXX-XXXX’
 
 명함을 잠깐 응시한 태오는 물었다.
 
 “월급이 얼만데요?”
 “하는 거 봐야겠지만······, 최소한 최저시급에서 50퍼센트 더 쳐줄게.”
 “······주휴수당은요?”
 “당연히 따로 챙겨주지. 나는 법은 무조건 지켜. 생각해 보고 관심 있으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장님!”
 
 놓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카페는 일이 편한 직종이었고 월급도 많이 준다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최저시급 받은 아르바이트보다 훨씬 더 나았다.
 맡겨주면 잘할 자신 있었다.
 커피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일은 배우면 되고 모르면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
 두렵지 않았다.
 
 건물 공사 기간 중 태오는 조기동 사장님의 지시대로 커피를 배우며 카페 오픈을 준비했다.
 책임감을 가지고 철저히 준비한 끝에 카페는 순조롭게 문을 열었다.
 손님이 밀려들었다.
 독특한 인테리어와 맛있는 음료.
 잘생긴 얼굴을 가진 태오 덕분에.
 
 카페는 잘 되었지만, 조기동 사장님은 가게에 관심이 없었다.
 카페를 연 이유도 그의 취미 때문이었지 돈 벌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우연히 알게 된 그의 진짜 직업은 전업투자자였다.
 그냥 전업투자자가 아니라 주식, 선물, 옵션으로는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초고수였다.
 재산도 수백억을 가지고 있는 거물이었다.
 
 태오는 그가 부러웠다.
 그의 돈도, 돈에 나오는 여유도, 모든 게 부러웠다.
 그처럼 부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다짜고짜 부탁했다.
 
 “사장님! 저, 주식 좀 가르쳐 주세요. 저도 사장님처럼 되고 싶어요. ”
 “아무나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야.”
 
 쉽게 가르쳐 주진 않겠지.
 고수는 자신의 비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하지만 태오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집요하게 부탁할 작정이었다.
 오늘 부탁하고.
 내일 부탁하고.
 매일 매일 조를 작정이었다.
 
 “열심히 할게요. 꼭 가르쳐 주세요.”
 “······그래.”
 
 ‘어라?’
 
 그의 입에서 너무 쉽게 허락이 떨어졌다.

댓글(35)

as*****    
잘보고갑니다
2024.10.03 15:26
fr*****    
뭔가 재미있을듯 ᆢ 기대해봅니다
2024.10.07 15:21
청은이    
잘 보고 갑니다.
2024.10.11 14:32
Kaidro    
머스크 때랑 물가상승이 다른데 이게 맞나 싶네
2024.10.12 17:46
k2**************    
잘 보고 갑니다
2024.10.14 16:54
co****    
잘보겠습니다^^
2024.10.15 13:00
나본좌    
주식 상위 1%이내는 소설을 쓰지 않고, 그 이하는 왜 1%가 되는 지를 모르니 주식 소설이 대부분 산으로 간다
2024.10.15 14:25
세비허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2024.10.15 17:30
1등사수    
잘 보고 갑니다
2024.10.16 09:19
플라네스    
잘 보고 갑니다.
2024.10.2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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