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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스 1권-1

2015.10.16 조회 1,095 추천 22


 #1. 로프트의 돌
 
 꽤나 어두워 촛불 하나 달랑 켜 놓은 것 같은 동굴 안에는 갈색 머리에 남미인과 흡사한 얼굴의 남자가 손에 돌을 올려놓고는 뭔가 골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이아몬드처럼 빛을 발하는 날카로운 각은 없지만 그 돌은 분명 환한 빛을 뿜어냈다. 영롱하면서도 신비한 기운이 실내를 가득 채웠다.
 “오호…… 역시…….”
 그 남자의 이름은 진천이었다. 그는 손안에 쏙 들어올 정도의 하얀 돌을 보며 말했다. 둥글고 납작하게 생긴 돌은 겉보기와는 달리 아주 부드러웠다. 처음 만졌을 때는 단순히 돌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랑말랑했다. 누르면 푹 들어가는 점토를 만지는 느낌이라면 조금 과장한 걸까?
 진천은 하얀 돌을 눈에 가까이 가져다 댔다. 가죽으로 만든 재킷의 품 안에서 크기가 작은 보석 감정용 현미경을 꺼내 자세히 살폈는데 하얀 돌의 표면에는 인공적으로 생겼다고 볼 수 없는 수많은 기하학적인 무늬들이 새겨져 있었다.
 삼각형과 원의 대칭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알 수 없는 배열로 된 괴상한 도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크지 않는 하얀 돌을 완전히 뒤덮었다. 자연적으로는 이런 문양이 나올 수 없다. 누군가 목적을 가지고 기록한 게 틀림이 없을 것이다.
 “혹시 모르니…….”
 진천은 품 안에서 눈앞의 하얀 돌과 유사한 돌을 꺼내 들었다. 그가 이곳에 온 것은 벌써 두 번째였다. 처음 왔을 때는 도저히 로프트의 돌을 저 제단에서 빼낼 방법이 없었다.
 너무도 단단하게 박혀 있어 탄소강으로 만들어져 손으로 사용하는 도구로는 도저히 어찌해 볼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 시도로 로프트의 돌을 이미 봤기 때문에 정교한 모조품을 만들 수 있었고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진천은 재빠르게 로프트의 돌을 품 안 깊숙이 넣고는 오른쪽 주머니에 가짜 로프트의 돌을 넣어 두었다.
 안주머니를 두 번 탁탁 친 진천은 빙긋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사방이 바위로 된 동굴의 홀에 서 있었다. 거의 20여 미터 위로 사람 두 명이 동시에 빠져나갈 정도의 구멍이 있었지만 벽이 매끈한 편인 데다가 호리병처럼 안으로 경사가 져서 도무지 올라가기 힘든 구조였다.
 동굴 홀의 한가운데에는 하얀 돌이 놓였던 높이 일 미터 정도의 제단이 있었다. 하얀 돌보다는 어두운 편이었지만 횃불밖에 없는 동굴 안에서 희미하게 하얀 빛을 낼 정도만큼은 밝았다.
 바로 그때, 무슨 소리가 들렸다. 진천이 들어왔던 통로 밖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소리였다. 자세히 들어보니 영국식 억양의 영어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어 그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어디야? 저기 안에 있어?”
 “저기 없으면 어디 있겠어?”
 “왜 그렇게 투덜거려? 조심해! 그 녀석은 정말 신출귀몰하다니까!”
 “걱정 마. 우리는 열 명이니까. 혼자서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어? 천천히 몰기만 하면 된다고. 절대 달아날 수 없으니까.”
 가만히 듣기만 하고 있던 진천은 고개를 흔들며 혼잣말을 했다.
 “이런, 들켜 버렸군. 이를 어쩐담?”
 말과는 달리 얼굴에는 전혀 긴장한 기색은커녕 미소가 걸려 있었다. 진천은 위를 한번 슬쩍 쳐다보았다. 확실히 사람이 날개가 달리지 않은 이상 나가기 힘든 곳임에는 틀림없었다.
 ‘위로는 힘들 것 같은데…….’
 진천은 바위로 된 벽으로 다가가 그 표면을 만져 보았다. 역시 매끄러워 제대로 잡을 수도 없었다. 턱을 손에 괴고 고민하던 그는 이윽고 결정을 내렸다. 다른 곳으로 나갈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들어온 길로 나가야 했다.
 진천은 등에 멘 가방 끈을 조정해서 가방이 덜렁거리지 않도록 만들었다. 손가락이 드러나는 가죽장갑을 꽉 당겨서 죈 후, 등산화처럼 생긴 신발 역시 끈을 죄어 헐겁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 후, 그는 뒷주머니에서 작은 지갑을 꺼내 양쪽으로 폈다. 거기에는 오래되어 빛바랜 사진이 하나 들어가 있었는데 마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소풍 가서 찍은 듯 줄을 선 사진이었다. 사진 속의 아이들은 아주 어려서 귀여웠지만 머리 스타일은 영 아니었다.
 “녀석들…….”
 진천에게 이 사진은 부적과 마찬가지였다. 있으면 든든하고 뭔가 일이 잘될 것 같은 느낌. 사진 속 친한 친구 두 녀석을 바라본 그는 피식 웃었다. 자신에게 한 장밖에 남지 않은 그때의 사진 속에 두 녀석은 정면의 사진기가 아닌, 다른 곳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사진을 본 진천이 뒷주머니에 지갑을 잘 넣은 뒤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휴…… 이 옷도…… 찢어지면 안 되는데…….”
 진천은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고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입고 있던 조끼 왼쪽 가슴 아래에서 섬광탄 하나를 꺼내 들었다. 진천은 씨익 웃은 후에 섬광탄의 안전핀을 뽑고는 동굴 출구 밖으로 던졌다.
 “하나…… 둘…… 셋…….”
 콰콰광!
 소리와 함께 엄청난 빛, 연기가 뿜어져 나오자 진천은 눈을 감은 채 밖으로 뛰어나왔다.
 해발 350미터가 넘는 높이에 놓인 돌로 된 다리 위에서 진천은 눈을 감고 섬광탄 영향 때문에 혼란에 빠진 무장한 헌터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얼핏 봐서는 그리 빠르게 느껴지지 않는 동작이었지만 실제 움직임은 말할 수 없이 신속했다.
 진천이 있던 동굴은 아래 부분의 지름이 40미터가량 되고 높이가 350여 미터나 되는 거대한 돌기둥의 최상부였다. 그런 돌기둥 수십 개가 바다 위에 신비롭게 세워져 있었는데 더 신기한 것은 수십 개의 돌기둥 사이로 자연적으로 통로가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제일 높은 통로가 바로 해발 357미터에 있는 것으로 바로 진천이 하얀 돌을 가지고 나온 동굴과 연결된 다리였다.
 엄청나게 높은 곳이라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까마득한 아래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던 진천은 대담하게도 눈을 감은 상태 그대로 총을 들고 있는 트레저 헌터들 사이로 재빨리 들어가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가까이 있던 털보에다 상체에 아무것도 입고 입지 않던 중년의 헌터에게로 다가간 진천은 총을 잡은 상대 손의 관절을 비틀어 총을 놓게 만들고는 돌려차기 한 방으로 통로에서 떨어뜨렸다.
 “아…… 아아악!”
 진천은 떨어지는 사람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계속 움직이며 확실하게 헌터들을 무장해제 시킨 후에 통로 밖으로 내던졌다. 팔을 꺾기도 하고 어깨의 관절을 빼버리기도 하면서 처리하였다. 그때, 뒤에서 거슬리면서도 음산한 소리가 들렸다.
 “스피드, 이제 포기하시지?”
 진천은 천천히 뒤로 돌았다. 붉은 곱슬머리에 낡은 군복을 입고 있는 30대 후반의 남자가 마이크로 우지를 진천 자신에게 겨누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지는 이스라엘 육군의 기본무장 SMG(Sub Machine Gun)이었다. 우지는 10인치가 되지 않아 휴대가 간편하고 험한 환경에서도 고장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튼튼했다.
 그 뒤로 20대로 보이는 세 명의 비슷한 군복을 입고 있는 헌터가 역시 우지로 조준을 하고 있는 것도 보였다. 진천은 두 손바닥이 보이도록 위로 들어 올렸다.
 “스피드,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 했겠지?”
 “이런 날? 어떤 날?”
 손을 어깨 위로 들고 있었지만 진천의 목소리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장난기가 있는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장난을 치다니…… 하하하…… 역시 헌터 중에서 최고라는 스피드답군. 한데 지금은 그럴 입장이 아닐 텐데…….”
 붉은 머리의 남자는 그런 스피드를 보고는 잠깐 말을 하지 못하다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럴까?”
 “하하…… 헌터 중 실력이 아니라 배짱으로는 스피드, 자네가 최고라고 인정하지.”
 “그런데, 당신 도대체 누구지?”
 진천의 목소리는 짓궂어 고의가 짙었다.
 난데없는 진천의 한마디.
 “뭐……?”
 붉은 머리의 남자가 취한 이제까지의 포커페이스는 진천의 단 한마디에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상대가 자신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말한 것을 단번에 바보짓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붉은 머리의 남자는 차갑게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자네…… 그 총 버리시지.”
 “총? 아, 이거…… 이거 버리면 큰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여전히 장난기 어린 목소리.
 “좋은 말 할 때, 버려!”
 “후회 안 해? 무서울지도 모를 텐데?”
 진천은 여전히 장난스러웠다.
 “버려!”
 “좋아. 후회하지 마!”
 진천은 자신이 아끼는, 조금은 낡았지만 은색 금속 부분에 짙은 갈색의 손잡이로 직접 색을 입힌 권총 데저트 이글을 끼워 놓은 허리춤에서 천천히 들어 올렸다.
 “이것을 말하시나?”
 놀리는 듯한 진천의 말에 붉은 머리의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 그렇게 화내면 안 되지. 그렇게 화내면 안 그래도 빨간 머리카락이 더 빨갛게 보이잖아? 하하…….”
 빨간 머리의 남자는 손을 들어 뒤에 있던 부하들을 시켜 스피드를 무장해제 시키라며 명령했다. 20대 남자 둘은 진천 앞에 서 있었고 한 명이 다가와 데저트 이글을 빼앗아 바닥에 던졌다. 진천은 그런 행동에도 여전히 웃음을 보이며 여유로웠다.
 “로프트의 돌도 찾아!”
 빨간 머리의 사내가 신경질적으로 말하자 무장해제 시켰던 청년이 진천에게로 다가왔다. 진천이 허공 위에 떠 있는 돌로 된 다리의 끝자락에 서 있었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온 청년은 조심스러웠다.
 그런 모습에 웃음을 흘린 진천은 주머니에서 하얀 돌, 가짜 로프트의 돌을 꺼내 들었다. 붉은 머리의 남자는 품에 손을 넣는 모습을 순간 놓쳐서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거 말인가?”
 “로프트의 돌!”
 붉은 남자는 그 하얀 돌을 보자마자 소리쳤다.
 “스피드, 이리 던져. 순순히 주면 목숨만은 살려 주지.”
 로프트의 돌을 바라보던 붉은 머리의 남자. 그는 탐욕에 번들거리는 눈으로 진천을 노려보며 음산하게 말했다. 진천은 붉은 머리의 남자에게 로프트의 돌을 줘 봤자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그럼 받아.”
 진천은 하얀 돌, 로프트의 돌을 붉은 머리의 사내에게 던지면서 오른발을 무릎 높이까지 들었다. 붉은 머리의 사내는 날아오는 로프트의 돌에 신경을 집중해서인지 진천의 동작을 보지도 못했다. 만약 알았더라고 해도 어쩔 수 없으리라.
 쩌엉…….
 우두둑…… 쩌어억.
 붉은 머리의 사내가 하얀 돌을 받기 전에 진천이 들어 올린 발로 세게 진각을 밟았다. 강력한 진각 소리가 대기를 울리며 들렸고 곧 두껍지 않던 돌로 된 다리에 금이 감과 동시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해발 350미터가 넘는 높이의 다리가 무너지니 당연히 그 위에 있던 사람들은 갈라진 돌과 함께 아래로 떨어졌다. 붉은 머리의 사내는 집착해서인지 마지막에 그 하얀 돌을 잡음과 동시에 고함을 지르며 떨어졌다.
 “이…… 이…… 이런…… 아아악!”
 진천은 공중에서 몸을 움직여서 떨어지고 있는 자신이 아끼는 데저트 이글을 다시 허리에 꽂고는 떨어지는 붉은 머리의 사내 근처로 다가갔다.
 붉은 머리의 사내는 떨어지면서 총을 놓쳐 버렸기에 다가오는 진천을 보았음에도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공중에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기에 더욱 그랬다.
 “크윽…….”
 붉은 머리의 사내에게로 다가간 진천은 가볍게 단경인 촌경으로 명치 부근에 충격을 주었다. 갑작스런 충격에 손에 있던 로프트의 돌을 놓아 버리자 진천은 기다렸다는 듯 냉큼 주웠다. 모조품이지만 넘겨줄 이유는 없었다.
 “아…… 아니…… 스피드…… 네 녀석이…….”
 붉은 머리의 사내의 몸을 발로 차는 반동으로 떨어진 진천은 미리 준비했던 미니 낙하산의 레버를 당겼다. 충격이 몸을 강타하면서 진천의 몸은 순식간에 위로 떠올랐다.
 “휴…… 그런대로 성공이군. 그나저나 저 돌다리 괜히 부순 건 아닌지 모르겠군?”
 아래로 떨어져 물보라를 만들어 내는 돌덩어리들을 바라보던 진천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고는 방향조절 레버를 이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시원한 바람을 타고 내려가는 기분은 끝장이었다. 진천은 이제까지 쓰고 있던 특수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면을 벗었다. 곧 그는 가면의 한쪽 부분에 나와 있는 투명색의 미세한 끈을 세게 당기고는 공중에 던졌다. 가면은 너풀거리며 날아가다가 곧 불이 붙어 공중에서 완전히 타서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이 기분에 내가 이런 일을 하는 거지. 하하.”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단말기로 위치를 찾았던 진천은 수면이 가까워 오자 품속에서 고성능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진천이 버튼을 누르자마자 수면 아래에서 뭔가 떠올랐다. 고속보트였다.
 진천은 레버를 조절해서 사뿐히 수면 아래에서 떠오른 고속보트에 내려앉았다. 클럽을 젖혀 낙하산을 벗은 진천은 낙하산을 뭉쳐서 한쪽 구석으로 몰아넣은 뒤, 고속 보트 엔진에 시동을 건 뒤에 빠른 속도로 바다를 헤치며 사라졌다.
 “……아직 30분 정도의 여유가 있군.”
 한참을 보트를 타고 가던 진천은 시계를 보고는 중얼거렸다. 원하는 곳까지 온 그는 보트를 정지시켰다. 그는 품 안에서 염색약을 꺼내 갈색 머리를 까만색으로 염색하기 시작했다.
 특수 염색약인지 오래지 않아 마치 원래 검은색 머리인 것처럼 보였다. 갈색 머리의 남미인이 아니라 검은 머리의 동양인 진천이 된 것이다. 시간은 남은 그는 품 안에서 하얀 돌, 로프트의 돌을 꺼냈다.
 “아무리 봐도 이 돌에 그런 비밀이 숨겨져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걸…….”
 하얀 돌, 로프트의 돌에는 여러 가지 전설이 얽혀 있었다. 어떤 곳은 로프트의 돌을 가지면 전혀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었고 다른 곳에서는 로프트의 돌에 있는 수수께끼를 풀면 강력한 힘을 얻는다는 둥 별로 신빙성이 없는 것들이었다.
 진천은 트레저 헌터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스피드라는 이름으로 유명했다. 일이 일이니 만큼 서로의 본명이나 진짜 얼굴은 잘 보여 주지 않고 보통 가명과 조금 불편하지만 특수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면을 쓰고는 했다.
 이번에 의뢰받은 일은 하얀 돌, 로프트의 돌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단순히 해발 400미터도 되지 않는 곳에 있는 하얀 돌을 가져오는 것이라면 어렵지 않겠지만 신기하게도 로프트의 돌 부근에서는 전자기기가 오동작을 일으켰다. 그로 인해 헬기와 같은 것으로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하얀 돌이 있는 곳 주위에는 이상한 바람이 불어 쉽게 접근하기 힘들었다. 갈 수 있는 방법은 제일 아래에서 여러 기둥 안에 만들어졌다고밖에 볼 수 없는 통로를 통해서 차례차례로 올라오는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위험한 것들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그 하얀 돌, 로프트의 돌을 원하는 사람이 트레저 헌터에게 의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진천이 하얀 돌을 가지고 오는 순간 들이닥친 붉은 머리의 사내와 그 일당은 분명히 의뢰인들이 보낸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하얀 돌의 출처나 누가 얻은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도록 만들 생각이었거나 의뢰비가 아까워서일 것이다. 하긴 진천의 경우 의뢰비만 해도 200만 달러니.
 진천은 착수금으로 받은 100만 달러 외에 받지 못한 100만 달러가 아까웠지만 손안에 있는 로프트의 돌을 보고는 그 100만 달러에 대한 미련을 접었다.
 이제 그 의뢰인과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 아니, 한 번은 만나야겠지. 자신을 죽이려 한 자를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복수라기보다는…… 프로로서의 자존심이었다.
 또한 이 로프트의 돌을 자신이 갖기로 결심한 진천이었다.
 “나중에 임자 만나면 제값에 팔 수 있겠지?”
 하얀 돌을 품 안에 고이 넣자 진천의 귀에 뭔가 소리가 들렸다.
 “이제 오는구먼. 시간 하나는 정확하게 지키는군. 역시 군대는 달라.”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멀리서 군용 헬기가 날아왔다. 헬기는 보트 위 상공에 멈췄고 곧 사다리가 내려왔다.
 진천은 보트의 조종하는 곳으로 가서 프로그램을 작동시키고는 사다리를 타고 성큼성큼 위로 올라갔다. 그가 올라가자 보트는 아무도 조종하지 않는데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진천이 헬기로 올라서자 안에는 군복을 멋있게 입은 사람이 진천을 반겼다.
 “미스터 진,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곧바로 가는 겁니까?”
 “네, 헬기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네…….”
 “그런데 왜 이런 곳에서 만나자고 했는지…….”
 “비밀입니다. 하하하…….”
 군인의 물음에 진천은 크게 웃으며 헬기의 간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헬기는 한번 선회하더니 곧 북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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