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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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공놀이

2024.10.29 조회 19,705 추천 292


 @ AI 야구천재.
 
 @ 그깟 공놀이.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한결은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야구부 감독님에게 인사를 했다.
 
 “······진짜 좀 더 도전해볼 생각은 없는 게냐?”
 “네, 이번 기회에 깔끔하게 포기하려고요.”
 “그래도 그동안 해온 게 있는데······ 그리고 넌 충분히 재능이 있어.”
 “그 재능의 한계가 딱 고등학교 야구까지만이란 게······ 아쉬운 거죠.”
 
 한결은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사실 한결이 고등학교에서 낸 성적만 보면 후순위라도 프로 지명을 받을 순 있는 수준이었다.
 팀의 에이스는 아닐지 몰라도 꾸준하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투구를 했고 여러 지표도 다 제법 괜찮은 수준은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신체 사이즈와 구속이었다.
 한결의 키는 겨우 171cm.
 당연히 투수를 하기엔 너무 작은 키였다.
 그리고 신체 사이즈가 작아서일까? 그의 최고 구속은 134km밖에 되질 않았다.
 남들은 적당히 던져도 140km를 넘었지만, 한결은 전력을 다해 던져도 135km조차 넘지 못했다.
 근데 그럼에도 한결이 고등학교까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뛰어난 제구 능력과 다양한 변화구 구사 능력 덕분이었다.
 한결은 이 능력으로 겨우겨우 버티며 선수 생활을 한 것이었는데 이젠 진짜 한계에 도달한 느낌이었다.
 
 “키가 좀 더 크고 구속이 좀 더 오르면······.”
 “에이, 감독님. 저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졸업이에요. 성장은 이미 멈춘 지 오래고요.”
 
 한결의 최고 구속은 134km.
 근데 이것도 죽을힘을 다해 던진 공의 속도이고 평소엔 120대 후반의 구속으로 공을 던졌다.
 
 “휴, 아쉬워서 그러지. 너처럼 원하는 곳에 원하는 타이밍으로 공을 던질 수 있는 놈이 얼마나 될 거 같아? 프로에 가도 그런 애들 찾기가 힘들어. 진짜 네 키가 10, 아니 5cm만 더 컸어도 모든 게 완전히 달라졌을 텐데······.”
 “에이······ 2년 동안 자라지 않던 키가 다시 자랄 리가 없잖아요.”
 
 씁쓸하게 웃으며 애써 쾌활하게 얘기하는 한결.
 감독은 그런 한결을 보며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생각해봐라. 대학을 가서 좀 더 도전을 이어갈 수도 있잖아?”
 “이런 아쉬운 미련을 몇 년이나 더 끌고 가고 싶지 않아요. 그냥 지금 끝내는 게 가장 깔끔할 것 같아요.”
 “남들은 좋은 대학을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잖아. 너라면 프로는 몰라도 대학은······.”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진짜 평생 멈추지 못할 거 같아서 그래요.”
 
 한결은 감독의 말을 끊으며 대답했다. 평소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하긴······ 너라면 뭘 해도 잘 하겠지.”
 
 감독이 알고 있는 한결은 끈기도 있고 성실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머리도 좋았다.
 그렇기에 뭘 해도 잘 할 거라고 믿는 것이었다.
 
 “제 인생에서 야구를 빼고 할 수 있는 게 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면 다시 찾아뵐게요.”
 “······알았다. 그동안 진짜 고생 많았다.”
 
 결국 감독은 한결의 어깨를 두들기며 그의 의견에 동의를 해줄 수밖에 없었다.
 감독의 목소리는 여전히 한결을 붙잡고 싶은 것처럼 느껴졌지만, 더 이상의 설득은 없었다.
 한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 감독의 마지막 한마디가 그의 등을 향해 날아왔다.
 
 “한결아, 기회는 네가 생각지 못한 순간에 찾아올 수도 있어. 그때······ 넌 준비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한결은 대답대신 다시 한 번 깊숙이 고개를 숙인 후 방에서 나왔다.
 야구부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던 한결은 자신의 인생에서 야구를 빼고 나면 뭐가 남는 지 생각해보았다.
 
 “······없네.”
 
 매일 같이 걷던 길을 가고 있음에도 뭔가 오늘만큼은 전혀 다른 길을 걷는 느낌을 받은 한결은 고개를 절래 흔들며 중얼거렸다.
 
 “젠장······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내 인생을 전부 갈아 넣었었네.”
 
 한결은 애써 야구를 그깟 공놀이라고 폄하했지만 여전히 그깟 공놀이를 미치도록 하고 싶어 하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한결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방문을 닫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천장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결국··· 여기까지인가.”
 
 평생을 함께했던 야구를 떠나보내기로 결심한 건 분명 그 자신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에선 여전히 미련이 남아 있었다.
 '그깟 공놀이'라고 치부하려 했지만, 그깟 공놀이에 인생의 전부를 걸었던 건 사실이었다.
 한결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 한구석에 쌓여 있던 야구 용품들을 바라봤다.
 수년 동안 모아온 책들, 낡은 글러브, 평소에 애지중지하던 공들. 이젠 더 이상 필요 없을 물건들이었다.
 그는 큰 상자 하나를 가져와 물건들을 하나둘씩 담기 시작했다.
 먼저 손에 잡힌 건, 찢어진 책장 사이로 여러 번 봤던 야구 교본이었다. 프로 선수들의 훈련법이나 피칭 기술이 가득한 책. 한결은 잠시 그 책을 만지작거리다가, 가슴이 먹먹해지며 한숨을 내쉬고는 상자 속에 던져 넣었다.
 그 뒤로 낡아 빠진 글러브를 집어 들었다. 고등학교 때 내내 사용했던 글러브. 이 글러브로 공을 던지며 꿈꿨던 그 많은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 기억도 이제 끝이다.
 
 “진짜······ 다 부질없다.”
 
 한결은 고개를 저으며 글러브도 던져 넣었다.
 상자를 채워가던 중, 한쪽 구석에 놓여있는 낡은 상자가 보였다.
 너무 오래돼서 잊고 있던 상자.
 한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상자를 열어 보았다. 상자 안에는 어린 시절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 사용하던 작은 공과 여러 잡동사니들이 담겨 있었다.
 추억의 물건들이라 잠깐 망설였지만, 이참에 다 버리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상자 밑바닥에서 색다른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야구카드 한 장이었다.
 
 “이게 뭐지?”
 
 한결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 카드를 집어 들었다.
 카드엔 선수 한 명이 프린트돼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마도 어릴 때 야구장에 갔다가 우연히 주운 거였던 것 같았다.
 당시엔 너무 어려서 이런 카드의 가치를 전혀 몰랐다.
 그래서 그냥 내가 모르는 선수의 야구 카드라고 생각하고 상자에 던져 놓고 잊고 지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한결의 눈에 선수의 이름과 옆에 적힌 연도가 확 들어왔다.
 
 ‘2058년?’
 
 심지어 선수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한결은 눈을 찌푸리며 카드를 가까이 들여다봤다.
 
 ‘이게 진짜 2058년도 야구 카드라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카드는 아주 오래된 듯 보였지만, 2058년이라니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한결은 다시 한 번 카드를 돌려보고 앞뒤를 살폈다. 그 순간, 가슴이 이상하게 쿵쾅거렸다. 미래의 야구카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에이 설마··· 그럴 리가 없잖아.”
 
 한결은 스스로 그 말을 믿기 어려웠다. 어린 시절엔 별생각 없이 넘겼던 카드였지만, 지금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한결은 카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았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살려보려고 들어 올리다가 손에서 미끄러져 카드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툭. 타탁.
 카드가 바닥에 떨어지자, 갑자기 카드 안쪽에서 작은 칩 같은 물체가 튀어나왔다.
 휴대폰 유심정도 되는 크기의 칩이었다.
 순간 한결은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무, 뭐야?”
 
 그는 천천히 몸을 굽히고 그 칩을 손에 집었다.
 그런데 그렇게 칩을 들여다보는 순간, 한결의 손가락에 강한 전기 충격이 순간적으로 느껴졌다.
 
 “으악!”
 
 한결은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손을 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짜릿한 전류가 그의 온몸을 휘감더니, 눈앞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의 의식은 점점 멀어졌고, 결국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댓글(17)

Woou    
기대되네요!
2024.11.10 19:21
잡식성독자    
이거 맛있나요?
2024.11.22 09:21
문슐랭스타    
이거 한번 본 내용같은데. . 혹시 리메이크 작품인가요?
2024.11.22 16:05
스트라디    
유희관 없는 세계관인가 ㅋㅋㅋ 딱 유희관 버전2인데
2024.11.22 16:14
풍뢰전사    
건필을
2024.11.22 16:44
as*****    
잘보고갑니다
2024.11.23 20:03
하행성    
나노입자가 어느날 갑자기 나를 찾아오면 ㅈㄴ좋겠다. . . . .CBALL, Cball. I'm come back!
2024.12.01 03:54
바다보셔    
김선빈 선수가 모티브인가요 고교때 165센티가 채 안되는 키로 145키로 던지는 투수면서 2루 유격 3루 다 보는 타격천재이기도 했는데 프로에선 결국 투수는 포기했지요 손이 작아서 변화구 그립 잡기가 힘들었다더군요 5센티만 더 컸으면 계속 투수했을거라고도 했는데 주인공 키가 171인거 보면 꿈을 이룬 김선빈 버전인가봐요
2024.12.02 10:27
ai*****    
휴대폰 유심칩에 놀라 경악을 하며 공포에 젖어 뒤로 물러났다면 더 충격적이었을듯. 나는 카드에서 유심칩 나오면 만지작 거리다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릴듯.
2024.12.03 02:56
Leonardo    
좋은꿈 꾸나보네
2024.12.03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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