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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왕

2024.11.12 조회 9,180 추천 106


 쏴아아...
 
 음산한 바람이 산기슭을 휘감았다.
 
 짙은 구름이 달빛을 가린 밤하늘 아래에는, 앙상한 나뭇가지들만이 허공을 향해 뻗어있었다.
 
 "크윽..."
 
 그곳에서, 진룡은 비틀거리며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듯했다. 가슴에 난 상처에서는 시퍼런 독기를 띤 피가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수십 년간 온갖 독을 받아들인 그의 피는 이제 그 자체가 맹독이었다. 그의 피가 땅에 떨어질 때마다 돌부리 위의 이끼가 부글부글 녹아내렸다.
 
 '이제... 정말로 끝인가...!'
 
 진룡은 쓰게 웃었다. 독왕(毒王)이라 불리던 자신이 이렇게 허망하게 생을 마감하게 될 줄이야. 평생을 독과 함께 살아온 자신이, 결국은 칼날에 쓰러지게 될 줄이야.
 
 독왕 진룡은 무림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꼽히던 자였다. 그의 독은 천하무적이었고, 그가 만든 독에 당한 자는 단 한 명도 살아남은 적이 없었다. 그의 이름만 들어도 무림의 고수들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시체만이 남았다.
 
 하지만 그런 그도 이제는 한 마리의 들개처럼 외롭게 죽어가고 있었다.
 
 털썩!
 
 결국, 그의 다리가 힘을 잃었다. 차가운 바위 위에 쓰러진 진룡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마치 그의 인생처럼 어두웠다. 간간이 비치는 달빛마저 구름에 가려 희미했다. 마치 그의 희미해져가는 의식처럼.
 
 '우습도다...!'
 
 돌연 그의 입가에 쓴웃음이 맺혔다. 생각해보니, 그는 자신의 삶이 너무나도 우스웠다. 평생을 독과 함께 살아왔지만, 가장 독한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배신이라는 것을 그는 왜 지금껏 모르고 있었을까.
 
 고아로 태어난 그를 무림맹이 데려간 것은 다섯 살 때였다. 하지만 그들은 그를 구원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들의 실험체로 쓸 어린 생명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날부터 시작된 생지옥 같은 나날들...!
 
 매일같이 그의 입에 들어간 것은 독이었다. 뱀독, 봉독, 독초, 독액...!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서 그는 매일같이 신음했다.
 
 그렇게 실험실의 바닥을 뒹굴며 피를 토하기를 수천 번. 그러나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아무리 죽고 싶어도, 그는 끝까지 살아남고자 했다. 살아남는 자만이 가치가 있다는 무림맹의 냉혹한 논리 앞에서, 어린 진룡의 눈물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스무 해가 흘렀다.
 
 그는 마침내 독의 제왕이 되었다. 이제 그의 몸은 그 자체가 독이었고, 그의 숨결마저 독이었다. 그의 혈관을 흐르는 것은 피가 아닌 독이었고, 그의 땀조차 맹독이었다. 평범한 독사의 독조차 그에게는 맹물과 다름없었다.
 
 무림맹은 그런 그를 철저하게 이용하기 시작했다. 더러운 일, 드러내선 안 될 일들을 그에게 맡겼다. 무림맹의 정적들은 하나둘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고, 그들의 시신에서는 언제나 알 수 없는 독이 검출되었다. 모두가 무림맹이 아닌, 독왕을 두려워하고 혐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그의 쓸모도 끝이 났다. 무림맹은 어느 순간부터 그를 위험인물로 판단하기 시작했다.
 
 "크헉... 켁!"
 
 또다시 독기 어린 피를 토해냈다.
 
 그의 피가 바위에 떨어지자 바위 표면이 지글지글 녹아내렸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그의 독은 위력을 잃지 않았다.
 
 '무림맹주...! 무림맹으로부터 그 지옥같은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만큼은 믿고 있었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순간, 진룡은 분노가 치밀었다. 자신에게 치명상을 입힌 것도 다름 아닌 무림맹주였기 때문이었다.
 
 "다음 생이 있다면 꼭...!"
 
 진룡의 입에서 마지막 말이 새어나왔다.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원한이 서려 있었다.
 
 "네놈을 반드시...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버리고 말겠다...!"
 
 그 말을 끝으로, 결국 독왕 진룡의 숨이 멎고 말았다.
 
 독의 제왕은 그렇게,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쓸쓸한 산기슭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 것은 차가운 달빛뿐이었다.
 
 후두두둑-!
 
 이내 하늘에서는 차가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그의 창백한 얼굴을 적셨다. 그리고 그 자리에 피어난 한 송이 꽃은, 독왕의 마지막 숨결을 받아 시퍼렇게 물들었다.

댓글(8)

학교    
잘 볼게요..
2024.11.28 16:56
세비허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2024.12.05 20:48
전재환    
또 만렙보스로 시작하네 노잼스 질림스 그만해스
2024.12.09 15:20
PaLcon    
납치해서 생체실험에 살수로 써먹었는데 믿음이라는게 있다는게 놀랍네. 세뇌?
2024.12.12 12:57
차돌초롱    
잘 보겠습니다..
2024.12.13 16:32
꼬냑인러브    
선발대 이 글은 와룡강스타일의 성적환타지로 변모하는 ~~
2024.12.19 21:13
불타오르네    
시작부터 궁금한데 그럼 그동안 사천당문은 뭐햇데
2024.12.24 07:38
도수부    
건필입니다
2025.01.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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