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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가기버튼 강남무원 [연재]

강남무원 1화

2015.10.22 조회 2,744 추천 44


 소제목:위천무원
 
 서장
 
 괴웅흑천.
 천하십대악인으로서 초절정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그런 그를 길에서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는데, 내 사팔뜨기 눈을 보고 기분 나쁘게 웃었다.
 하여 단 십 수 만에 그의 눈에서 피눈물을 한 바가지 흘리게 했었다.
 검상진.
 천하십대고수으로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요, 일검에 이백팔십 그루의 나무를 벤 검의 달인이다.
 그런 그도 내 사팔뜨기 눈을 보자마자 피식 웃었다. 심지어 콧방귀까지 뀌었었다.
 그 일 또한 그냥 넘어갈 수 있어서 단 이십 수 만에 놈의 바지에다가 오줌을 지리게 했었다.
 칠사종검.
 일곱 형제로 구성된 무리로서, 한데 모이면 천하십대고수조차도 꽁무니를 내뺄 정도로 희대의 독보적인 합격진을 가진 절인들이다.
 한데 그들 역시 나를 보자마자 망나니로 취급하면서 조롱과 멸시의 눈동자를 역력히 드러냈었다.
 그에 평생 합격진을 펼칠 수 없도록 전원 두 다리를 분질러 놓았었다.
 
 그 후…… 난, 나를 절대 무시하지 못하도록 미리 강한 놈들만 찾아다니면서 쌍도끼를 거침없이 휘둘렀었다.
 한데 자꾸 그 일을 하다 보니 언제부턴가 고수들과의 대결 자체가 삶의 유일한 낙이 되어 버렸고, 종국에는 하루라도 고수와 싸우지 않으면 온종일 굶은 것처럼 심한 공복감까지 느껴야 했었다.
 그 때문에 고수들과 참으로 많이 싸웠었다.
 
 그렇게 십 년이 흘러 내 나이 오십이 될 즈음이었다.
 “우라질! 왜 나만 보면 다들 도망가?”
 더는 싸울 상대를 찾을 수 없었다.
 시비도, 괄시도 하는 놈들도 없었고, 도전을 받아들이는 문파 또한 없었다.
 부득불 고집을 부려 선공을 취할 요량이면 삼십육계 줄행랑 쳤고, 어떨 땐 제자 또는 식솔들을 동원하여 떼로 몰려와 괜한 인명 피해만 발생시키게 했었다.
 결국 난 매양 가진 실력을 여과 없이 받아 줄 수 있는 은거기인들을 찾아다녀야만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친 듯이 폭우가 쏟아지는 저녁 무렵이었다.
 선사산이란 곳에서 길을 잃어 이리저리 헤맨 적이 있었는데, 때마침 이 층 가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천하객잔>
 
 뜻밖에도 그 가옥은 객잔이었다.
 “어떤 미친놈이 이런 깊은 산중에 객잔을 차려 놓은 겐지… 그 면상이 참으로 궁금하군.”
 난 곧장 허름한 객잔 안으로 들어갔었다.
 “응?”
 객잔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해괴하게도 천근만근 같은 바위에 짓눌린 듯한 느낌이 왜 드는 것일까? 심지어 숨까지 턱 막혔었다.
 하지만 착각이라 생각할 만큼 그 느낌이 곧장 사라져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본 객잔엔 양파볶음밖에 없소.”
 어떻든 객잔의 주인으로 보이는 새파란 젊은 놈을 볼 수 있었는데, 빌어먹을 말투와 함께 양파볶음만 달랑 내놓고 가 버렸었다.
 실로 기본도 갖추지 않은 놈이요, 뭔가 덜떨어진 놈이었다.
 그래도 난 무공을 잘 모르는 놈들에겐 아주 관대한 편이라서 눈알만 살짝 부라렸었다.
 곰팡이 냄새가 풀풀 풍기는 객방에 자도 군말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식비와 숙박비를 합해 금전 두 냥이오.”
 이런 얼토당토않은 돈을 요구하자 그 순간만큼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끼르륵!
 특히 애원동물인 것 같은 흰색 원숭이가 대뜸 출입문 앞에 나타나 작대기를 움켜쥔 채 노려보기까지 하자, 난 결국 도끼를 번쩍 치켜들었었다.
 그리고 힘차게 휘둘렸었다.
 그에 덜떨어진 놈은 물론 원숭이와 함께 객잔 전체가 훨훨 날아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컥!”
 그런데 갑자기 내 눈앞이 번쩍거렸고, 동시에 단말마가 곧장 튀어나왔었다.
 끼르륵!
 덜컹!
 심지어 원숭이가 객잔 출입문을 여는 순간 내 몸이 객잔 밖으로 튕겨 나가 푸른 하늘까지 볼 수 있었다.
 뿐이랴?
 쿠- 웅!
 무려 십 장이나 훨훨 날아가 아름드리나무에 부딪히기까지 했었으니… 이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난 등짝과 턱 쪽에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지만, 벌떡 몸을 일으켜 객잔만 쳐다봤었다.
 때마침 젊은 놈이 털레털레 걸어 나왔었다.
 “돈이 없으면 그냥 사죄를 할 일이지, 도끼는 왜 들어?”
 쾅!
 그리고 이런 말과 함께 객잔 문을 세차게 닫아 버리는 젊은 놈이었다.
 맞았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 이 황당한 상황.
 난 너무나 경악스러워 멍하게 서 있기만 했었다.
 그러나 잠시 후, 난 환하게 웃었다.
 천하객잔주.
 비록 무공을 익힌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호리호리한 체격에 기생오라비같이 생기긴 했지만 그는 늘 찾아 헤매고 다녔던 희대의 은거기인이 틀림없었던 것이다.
 난 곧장 객잔 쪽으로 내달렸었다.
 끼리리릭!
 한데 내 도끼보다도 더 작은 흰색 원숭이가 출입문을 막으면서 막대기를 손바닥으로 툭툭 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놈!”
 난 원숭이에게 다가가자마자 가차 없이 발로 걷어찼었다.
 그러나…
 “커억!”
 또 날아간 것은 나였다. 그것도 원숭이가 휘두른 막대기 한 방으로 말이다!
 난 황당하고 또 황당하여 아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었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확실한 현실인즉, 바닥에 떨어져 있는 쌍도끼를 불끈 쥐어틀었다.
 “나 단천괴마 양충! 어찌 한낱 미물에 당할 수 있으랴! 내 오늘 네놈의 털을 모두 뽑고 말리라!”
 그리고 다시 출입문에 서 있는 원숭이를 향해 신형을 날렸었다.
 퍽!
 “컥!”
 그러나 다시 날아가 것은 나였고, 칠전팔기가 아니라 구전십기를 행해도 그 결과는 마찬가지였었다.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오히려 상상조차 하지 못한 강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그 어떤 때보다 즐거웠었다.
 그에 얼마나 원숭이 막대기에 혹사당했을까?
 족히 오십 번은 더 넘은 것 같았었다.
 그런데 아침에 떴던 해가 중천 부근에 걸칠 때였다.
 “망할! 제대로 까 놓은 게 하나도 없잖아!”
 퍽!
 끽!
 젊은 놈이 대뜸 객잔 밖으로 나오더니 이상한 말과 함께 그 엄청난 원숭이 엉덩이를 가차 없이 걷어차 버렸었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와 한다는 말이 이거였었다.
 “사팔뜨기, 들어와서 저 망할 놈의 원숭이 대신 양파나 좀 까라.”
 
 
 제1장. 영업 방침이 바뀌었다 하는도다
 
 쪼르르릉!
 한 마리 날짐승이 한 그루 나뭇가지 위에서 열심히 목청을 돋웠다.
 파다다닥!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울음소리가 뚝 그치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하늘 높이 솟구쳤다. 아무래도 놈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나타난 것 같았다.
 사락사락.
 아니나 다를까, 날짐승이 있던 근처에서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빽빽한 나무가 있는 숲 사이를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여인은 대략 열여덟 정도 되어 보였는데, 죽립과 경장 차림, 그리고 큰 등짐을 메고 있는 걸 보면 먼 길을 나선 듯했다. 특히 얼굴과 옷에 흙먼지가 잔뜩 껴 있어 이미 긴 여정을 펼친 것 같았다.
 여인은 한참이나 숲을 헤쳐 나가 탁 트인 산중턱에 도달해서야 비로소 걸음을 멈췄다.
 여인은 뭔가를 찾는 듯 오랫동안 주변 산세를 둘러보다가 하늘을 향해 미간을 좁혔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어디에 있을까……?”
 짙은 먹구름이 꾸역꾸역 몰려오고 있는 하늘은 조만간 큰 비를 떨어뜨릴 것 같았다.
 그런데 여인은 정작 날씨 때문에 미간을 좁힌 것 같진 않았다.
 “할아버지의 사리 판단이 흐려지신 게 틀림없어. 동천 노사가 이런 첩첩산중에 있을 수 있다니……. 애당초 길을 나서는 게 아니었어.”
 여인은 조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동천.
 그는 어떤 인물인가?
 대략 사백 년 전 인물로, 무려 삼백 년 동안이나 불세출의 절세고수들을 배출한 전설적인 존재였다.
 특히 적황무검, 무중선, 금적도왕, 창무귀, 철왕, 선유도자, 권패, 파천각, 쌍천절검, 용비천광 이렇게 십 인을 삼십 년마다 한 명씩 중원으로 내보내, 모두 다 천하제일고수란 고명을 떨치게 했었다.
 한마디로 천하제일고수를 만드는 장인과도 같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과연 사실일까?
 십 인의 절세고수는 각자마다 특이한 독문비기를 가지고 있었고, 신분과 성격이 천양지차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천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누가 삼백 년 이상 살 수 있을까?
 어쩌면 누가 지어낸 가상의 인물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동천의 마지막 제자라고 알려진 적황무검 뒤론 일백 년 동안 동천의 제자가 단 한 명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 세인들은 동천을 잊은 지 오래요, 이미 죽은 자라 취급했다.
 한데도,
 
 ‘초령아, 너의 고조부께서 향후 일백 년 뒤 동천 노사께서 본 문에 큰 위기가 닥치면 한 번은 꼭 도와주시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으셨다. 지금이야말로 그분의 힘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 생각하니, 네가 직접 선사산에 가서 동천 노사님을 찾아보거라. 참, 이 옥도장도 꼭 가져가거라.’
 
 조부가 이런 과거지사와 함께 ‘속(束)’이란 글자가 새겨진 옥도장을 꼭 쥐여 주면서 선사산이란 곳으로 억지로 등을 떠밀었으니… 여인은, 아니 초령은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어제의 약속조차 잘 지키지 않는 게 세상일이거늘, 일백 년 전에 약속했던 것을 과연 지켜 낼 수 있을까? 차라리 망부석을 붙들고 약조하는 게 더 나으리라.”
 열흘 동안 선사산을 샅샅이 뒤진 것만 해도 이미 조부를 위해 도리를 다했기에 결국 하산하기로 마음먹었다.
 번쩍!
 우르르- 콰가강!
 천둥 번개까지 동반한 이 망할 놈의 날씨.
 쏴아아아!
 때마침, 구멍이라도 뚫린 겐지 앞 사물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미친 듯이 폭우가 쏟아졌다.
 
 쏴아아아!
 폭우는 계속 내렸다.
 먹구름 사이로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던 태양의 여광마저 사라져 선사산엔 오직 어둠의 장막만이 광활하게 펼쳐졌다.
 초령은 한 그루 나무 아래에서 몸을 웅크리며 전신을 떨었다.
 “할아버지, 소녀 아무래도 이곳 선사산에서 객사하게 생겼어요. 흑흑흑!”
 정초에 점쟁이가 몸조심하라 경고했었는데, 그 말이 사실인가 보다.
 산하로 내려가는 오솔길에 도착한 순간 하필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나, 비를 피할 곳을 찾으려고 해도 흔한 토끼 굴조차 발견할 수 없으니 말이다.
 더욱이 아침 식사 때 봇짐에서 분명히 봤었던 피풍의가 감쪽같이 사라져 작금 얼어 죽을 판이었다.
 “아, 저것은!”
 그래도 아직은 요절할 운명은 아닌지, 어느 순간 폭우 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자신을 반기고 있었다.
 초령은 뛰었다.
 철퍼덕!
 이리저리 미끄러지고 넘어져도 생명줄과 같은 불빛만 쫓고 또 쫓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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