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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 위저드 1권-1

2015.10.30 조회 3,259 추천 33


 제1장. 오픈 게임 매직월드를 노려라
 
 ‘2월이 왜 한겨울보다 더 추운 거야!’
 친구들은 모두들 졸업식이라 사진 찍고 웃고 떠들며 즐거워하는데, 민혁은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졸업장만 받고 얼른 밖으로 나왔다.
 한 달 전만 해도 서울에 있는 K대에 합격해 새내기로 대학 생활을 즐길 꿈만 꾸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민혁. 이런 민혁이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사고였다.
 한 달 전.
 부모님 두 분이서 물건을 떼러 차를 몰고 지방에 가신 동안 가게를 보던 민혁은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게 되었다.
 띠리리. 띠리리.
 “여보세요?”
 “거기가 이우섭, 전은지 씨 댁입니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굵은 목소리. 아버지, 어머니 이름을 한꺼번에 부르는 것부터 낌새가 이상했다.
 “네? 누구신가요?”
 “OO 경찰서입니다. 흠, 이우섭, 전은지 씨와 관계가 어떻게 되시죠?”
 ‘경찰서?’
 느낌이 이상했다.
 “아들입니다.”
 “…….”
 상대방은 아들이라는 말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민혁은 전화기에 대고 상대방을 찾았다.
 “네에……. 오늘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타고 가시던 트럭이 가드레일을 박았는데, 두 분은 즉사하셨구요…….”
 ‘즉사?’
 즉사라는 말에 눈앞이 캄캄했다. 그 뒤로 상대방이 뭐라고 말했는지 민혁은 기억이 없었다. 사고 처리 후에 부모님의 시신은 화장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민혁은 그저 친척 어르신이 하자는 대로 따라야 했다.
 최근에 경기가 안 좋아 계속 임대료가 밀려왔던 가게는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건물주가 다음 달로 정리해 달라는 소리를 해 왔다. 월세로 살던 집도 계약 기간이 끝났다고 당장 집을 빼라는 통보를 들어야 했다. 은행에서는 대출금을 갚으라며 집이며 가게의 보증금을 모두 가져가 버렸다.
 그뿐만 아니었다. 돈 받을 게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소식도 빨리 아는지 민혁이 집에 찾아와 돈부터 찾았다. 친척 어르신의 도움으로 빚잔치를 했다. 팔 수 있는 것들은 다 팔아 빚쟁이들 손에 쥐여 줬다.
 모두 정리하고서 민혁이의 손에 남겨진 건 팔 수도 없는 옷가지들과 그릇, 냄비들뿐이었다. 시험 봐서 합격한 서울의 K대는 등록금을 내지 못해 불합격 처리가 돼 버렸다.
 “에휴, 어쩌니? 이건 우리가 모았다.”
 친척 어르신 중에 한 분이 민혁이에게 100만 원을 쥐여 주셨다. 이게 민혁이에게 남겨진 전 재산이었다.
 ‘세상에 혼자라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난 완전히 혼자다.’
 민혁이에게 대한민국이 꼭 먼 외국 땅처럼 느껴졌다. 그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생소한 언어를 쓰는 그런 외국 말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걸로 정신없이 1월이 지나가고, 2월이 찾아왔다. 집을 비워 줘야 하는 시간이 이젠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집도 비워야 하는데, 100만 원? 휴,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젠 내가 나를 책임져야 한다.’
 아무도 없는 빈방에 앉아 한숨을 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민혁이니? 담임 선생님이다. 너 졸업식엔 꼭 와야 해. 알았지?”
 부모님 장사부터 화장까지 옆에서 많이 도와주신 담임 선생님 말씀이라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네. 갈게요.”
 전화를 끊고 텅 빈 벽 한편에 걸려 있는 교복을 쳐다보았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신 나고 즐거울 줄 알았는데……. 첫 번째 등록금은 부모님 도움을 받겠지만, 다음부터는 내 힘으로 돈 벌어서 대학 다니며 열심히 살려고 했는데…….’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또 찡하게 아려 왔다.
 ‘동우 그 자식은 신 나겠지?’
 민혁은 자기랑 같은 대학에 붙은 같은 반 동우를 떠올렸다.
 ‘나쁜 자식! 내가 자기 대신에 죄까지 뒤집어썼는데, 부모님 돌아가신 거 알면서 전화 한 통을 안 하다니! 내가 그런 자식을 우정이랍시고 지켜 준 게 후회된다.’
 민혁은 저절로 이를 꽉 물며 분노했다.
 1년 전에 동우는 공유 폴더를 제공하는 사이트에 자기 주민번호와 민혁이의 주민번호로 아이디를 2개 만들어 불법 카페에서 활동했었다. 그 때, 동우는 민혁이의 주민번호로 된 아이디로 자료를 올리다 걸렸는데 저작권법 위반으로 민혁이가 벌금을 100만 원이나 맞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 동우는 평생 형님으로 모실 테니까 제발 자기 부모님이 모르게 해 달라고 싹싹 빌었다. 민혁은 우정을 지킨다는 생각에 살림도 어려운데 벌금까지 부모님께 지우게 하고서 죄를 모두 뒤집어썼다. 지금 동우가 그를 대하는 태도를 미리 알았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슬픈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든 교정을 나오는 민혁은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앞으론 나 혼자다! 결코 약하게 살지 않겠어! 동우, 이 자식!’
 민혁은 먹이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눈동자를 굴렸다. 앞뒤 좌우로 눈을 굴리던 그는 드디어 먹잇감을 찾아냈다. 혼자 서울로 올라가 하숙한다고 무척 신이 나서 헤벌쭉 웃고 있는 동우가 시야에 들어왔다.
 ‘짜식, 신 났군.’
 즉시 달려가 막 웃으며 친구들과 떠드는 동우의 뒤통수를 힘껏 갈겼다.
 “아얏! 누구야! 어? 민혁이구나.”
 동우는 뒤통수를 맞고 즉시 화를 내며 고개를 돌렸는데, 자신을 때린 것이 민혁인 것을 알자 뭐라고 말도 못 하고 아픈 머리만 쓰다듬었다.
 “그래, 나 민혁이다. 짜식! 붙어서 좋아?”
 “어? 조, 좋지. 부모님 일은 안됐다.”
 동우의 말에 다시금 눈물이 핑 돌았지만 꾹 참았다.
 “이제라도 말해 줘서 고맙다.”
 “…….”
 민혁의 말에 동우는 미안한지 가만히 있었다.
 “너 서울 언제 가?”
 “다음 주에 올라갈 거야. 입학식이 얼마 안 남았어.”
 “혼자 간다며?”
 “어, 하숙방 잡았어.”
 “내가 서울에서 알바 좀 하려고 그러거든? 몇 달만 신세 지자.”
 민혁은 동우가 자신에게 진 빚을 갚게 할 작정이었다.
 “뭐? 안 돼!”
 동우는 예상대로 즉시 거절했다.
 ‘치사한 자식!’
 민혁은 화가 나서 큰소리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어쭈, 안 돼? 작년에 내가 너 대신에 경찰서까지 갔다 오고, 벌금이 100만 원이나 나와서 돌아가신 아버지한테 피 터지게 얻어터지면서도 우정을 지킨다고 내가 다 뒤집어썼는데, 안 돼? 지금이라도 니가 내 주민번호 이용해서 아이디 만들어서 불법 자료 퍼트린 장본인이라고 밝힐까? 응? 입학식 대신에 경찰서 가 볼래?”
 “야야, 아이, 참 나. 왜 그래?”
 동우는 금세 얼굴 표정이 바뀌며 민혁이 팔에 매달렸다.
 “뭘 왜 그래? 손 놔! 나 경찰서 갈 거다. 좋은 말 할 때 놔라.”
 인상 쓰며 동우를 째려봤다.
 “좋아! 같이 있어. 그럼 되잖아.”
 동우가 애걸하듯 쳐다보기에 힘을 좀 빼며 다시 노려보았다.
 “근데,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서울 생활이 만만치가 않아. 내가 정한 하숙방은 잠만 자는 거야. 너 먹는 건 어떻게 할 거야? 난 용돈 받아 생활해야 해서 니 밥값은 책임 못 져.”
 동우는 혹시라도 민혁이가 도와 달라고 할까 봐 미리 발을 빼려고 했다.
 “누가 그 걱정해 달래? 알바할 거야.”
 “흐음, 얼마나 있을 건데?”
 “자리 잡을 때까지. 한 6개월쯤?”
 “머? 아깐 몇 달이라더니…… 6개월? 그렇게 오래?”
 “이 자식이! 벌금만 100만 원이었다. 알지?”
 민혁은 눈을 부릅뜨며 화를 냈다.
 “휴우, 알았어. 진짜 6개월만 있을 거야?”
 동우는 한숨을 내쉬며 눈치를 보았다.
 ‘치사한 자식! 앞으로 절대로 너 같은 놈들에게 이용당하지 않겠어!’
 분노가 치밀어 눈에서 불통이 튈 지경이었다.
 “각서라도 쓸까?”
 “그래 주면 고맙지……. 하하, 아니야. 휴, 각서는 그만두고 너 6개월 지나면 꼭 나가야 한다. 알았지? 부모님은 나 혼자 가는 줄로 아신단 말이야.”
 “걱정 마! 붙잡아도 안 있어.”
 민혁은 자신 있게 소리쳤다.
 그가 믿고 있는 것은 바로 3월부터 오픈하는 가상현실 게임 ‘매직월드’였다. 1년 전에 오픈했던 ‘매직앤드래곤’ 가상현실 게임의 경우엔 오픈 초기에 1골드에 10만 원까지도 시세가 치솟았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1골드에 만 원까지 내려갔고, 현재는 1골드에 천 원 정도에 머물고 있었다.
 매직앤드래곤을 서비스한 ‘네로소프트’보다 ‘NT소프트사’는 훨씬 유명하고, 지금까지 인지도 있는 게임을 많이 출시했다. 게다가 이번에 서비스되는 매직월드는 5년간 NT소프트가 사력을 다해 만든 게임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오픈 서비스가 시작되는 3월에 사이버 머니의 시세는 1골드에 10만 원을 넘을 게 불을 보듯 뻔했다.
 ‘신규 게임은 오픈하자마자 현금 시세가 하늘을 찌른다. 이만한 알바가 세상에 어딨겠어. 난 앞으로 다크 게이머가 되어서 죽어라 게임해 돈을 왕창 모을 테다.’
 더군다나 매직월드는 오픈을 기념해 한 달간 무료로 서비스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접속할 수 있는 캡슐!
 NT소프트사는 서울 강남에 커다란 빌딩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신규 게임 오픈을 기념해서 1층에 20대의 홍보용 캡슐을 설치하고, 한 달 동안 매일 아침 6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선착순으로 입장하는 순서에 따라 무료로 체험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기사가 나왔다.
 민혁은 이걸 노리기로 작정하고 있었다.
 ‘서울에 가서 무료 캡슐로 3월 1일부터 달리는 거다!’
 눈을 부릅뜨며 서울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2월 8일. 민혁은 동우와 같이 서울로 올라가고 있었다.
 남아 있던 살림살이에서 가방 한개 정도만 남기고 모두 버려 버렸다. 민혁은 이를 악다물고 결심했다.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지 않겠어. 성공할 테다. 반드시!’
 동우가 하숙방을 잡은 곳은 K대가 있는 곳과 가까운 자양동.
 첫날 도착해서 짐을 풀고 동우랑 같이 K대 캠퍼스를 구경했다. 고등학교만 다니다 서울에 와서 대학이란 곳에 오니 입구부터 엄청 컸다.
 “와, 땅이 엄청 크다. 그치?”
 “그래, 지도 봐 봐. 학교 둘레로 버스 정류장이 20개는 되는 거 같다.”
 동우는 자랑스럽게 학교 입구에 만들어진 지도를 가리켰다. 산에 등산 가면 있는 지도 판처럼 학교 입구에도 이런 게 세워져 있었다.
 “크크, 이제부터 여기가 내 학교다. 음하하!”
 동우는 신 나서 웃어 댔다.
 ‘나도 시험에 붙었는데 등록금이 없어서 못 다닌다. 으으으…….’
 민혁은 가슴속에서 불이 일어났지만 참아야 했다.
 “가자, 안에 구경해 보자.”
 동우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괜히 소심한 생각에 학교에 붙은 동우를 앞장세워야 안심이 되었다.
 안으로 들어오자 학교 크기가 확실하게 체감되었는데 좌우로 큰 건물들이 몇 개씩이나 세워져 있고, 전면에 커다란 호수도 눈에 들어왔다.
 동우는 자신이 합격되면서 받은 팸플릿을 가지고 건물을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아! 이게 이거구나, 아! 저게 이거구나 하면서 좋아라 했다.
 “쳇.”
 민혁은 동우가 아니꼬워 얼굴을 돌리며 무시했지만, 가슴속에 서러움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학교가 무지하게 커서 두 사람은 2시간은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식사는 학교 식당에서 했는데 가격이 싸서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꼭 돈 벌어서 여길 다닐 테다. 꼭…….’
 학교 구경을 마치고 나오며 민혁은 가슴속으로 다짐했다.
 “민혁아, 넌 내일부터 뭐 할래? 일자리 알아봤어?”
 “응.”
 “뭔데?”
 “노가다.”
 민혁은 게임이 오픈하는 3월 1일까지 단순하고 돈 많이 주는 노가다를 하기로 했다.
 “힘들잖아.”
 “대신에 단기간에 돈 제일 많이 벌어.”
 “그래…….”
 동우는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학교 구경으로 서울 첫날을 보낸 후에, 다음 날에는 새벽같이 노가다를 뛰기 위해 직업 소개소에 갔다. 여기에서 아침 7시까지 어느 공사판으로 가라는 지시를 받고 이동했다. 공사판에 도착해서 민혁이가 처음 맡은 일은 잡부. 특별난 기술이 없어서 이것저것 시키는 대로 일해야 했다.
 첫날 일을 끝냈는데 온몸이 먼지로 뒤집어쓴 상태였다. 이 상태로는 집에 갈 수가 없어서 근처 사우나에 가서 샤워를 했다. 탕 속에 들어가니 하루 종일 쌓였던 피로가 찾아와 온몸이 바스라지는 느낌이었다.
 ‘휴, 이걸 내일도 해야 하나? 내일은 잘 버틸 수 있을까?’
 처음 해 보는 노가다. 정말 힘들었다.
 ‘해야 한다. 서울에서 버티려면! 하루에 7만 원. 이게 어디야. 열흘이면 70만 원이다.’
 동우의 하숙방으로 돌아가며 저녁 식사를 위해 라면을 2개 사 가지고 갔다. 앞으로 당분간 민혁이의 주식은 라면이었다.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직업 소개소에 갔고, 28일까지 총 20일 동안 노가다를 뛰어 113만 6천 원을 모았다. 20일에 7만 원이면 140만 원이지만, 20만 원은 교통비와 일 끝나고 사우나비 그리고 아침, 저녁에 먹는 라면 4개씩 식비가 6만 4천 원이 들어갔다.
 ‘휴, 내일은 새벽같이 일어나서 강남역에 가야겠다. 드디어 내일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민혁은 내일 시작되는 매직월드를 떠올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3월 1일 새벽 4시.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알람 소리에 잠을 깨 급하게 세수를 하고 옷가지를 주워 입고서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아침에 먹는 라면도 못 먹었다.
 매직월드가 정식으로 오픈하는 시간은 아침 9시.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캡슐은 불과 20대라서 선착순으로 들어가기 위해 민혁은 새벽같이 버스를 타고 강남역으로 이동했다.
 도착한 시간은 5시.
 그런데! 회사 앞에 웬 시커먼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다가가서 보니 NT소프트 회사 앞에서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밤새 줄을 선 인간들이었다. 인원도 무려 200명은 넘었다.
 ‘뜨악! 이게 뭔 일이야. 질리게 하는 놈들. 밤을 새워 가며 줄을 서다니…….’
 무료로 캡슐을 이용하려던 꿈은 날아가 버렸다.
 ‘에이씨! 어쩌지?’
 50명이나 되는 놈들이 밤을 새워 가며 기다렸는데 쉽사리 자리를 내줄 것 같지 않았다. 이때 떠오른 것이 있었다. 동우 하숙방 옆에 있는 캡슐 게임방에 걸려 있던 현수막!
 거기에는 ‘신장개업! 매직월드 오픈 기념! 캡슐 이용료 1시간에 2천 원!’. 이렇게 쓰여 있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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