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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문의 책

2015.11.04 조회 15,625 추천 332


 
 
 1. 의문의 책
 
 
 
 
 
 
 
 
 
 
 어느 날, 세계 곳곳에서 던전보석이 생겨났다.
 던전보석 안에는 던전이 존재했다.
 갖가지 험난한 지형과 흉폭한 몬스터가 가득한 던전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던전에 도전했다.
 던전 안에서 얻을 수 있는 마나석과 아티팩트, 각종 채집품의 가치가 무척 높았기에.
 물론 평범한 수단으론 던전을 공략할 수 없었다.
 일반적인 무기는 던전 안에서 날이 무뎌지고, 화약이 터지지 않았기에 던전 안의 채집품으로 만든 무기나 각성을 한 마법사의 마법이 필요했다. 아니면 마나석으로 충전한 아티팩트를 사용하던가 해야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었다.
 던전의 난이도는 던전보석의 종류에 따라 달라졌다.
 루비 던전이 가장 난이도가 낮았으며 그다음으로 에메랄드, 사파이어, 토파즈, 다이아몬드 순으로 난이도가 올라갔다.
 던전 안의 물품이 엄청난 가치를 지니게 되면서 돈이 있는 이들은 막대한 돈을 들여 던전보석을 사들였고, 전리품을 얻어다줄 헌터나 마법사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
 
 에메랄드 던전을 탐험하던 강진이 인상을 찌뿌렸다.
 “제길, 이러다 전멸하게 생겼어.”
 탐험가 헌터 10명과 3써클 마법사 1명, 1써클 마법사 1명, 채집가 1명으로 파티를 이루어 들어왔었다. 그러나 지금 남아 있는 건 강진을 포함한 탐험가 헌터 2명과 3써클 마법사 1명뿐이었다.
 또 다른 탐험가 헌터인 김세호가 와이번의 뼈로 만든 검을 쥐며 말했다.
 “이게 전부 의뢰인만 믿고 나대던 초짜 마법사 때문이라고.”
 이번 의뢰인은 재벌가 사람으로 이번 던전 공략에 50억을 들였다. 던전 공략 구성원을 에메랄드 던전 클리어 경험자들로만 모았으며 비싼 포션까지 마련해 주었다.
 단 한 가지만 빼면 정말 완벽한 의뢰였다. 의뢰인이 탐험대에 자신의 조카를 꼭 넣어야 한다며 고집을 부린 탓에 초짜 마법사 1명을 데리고 들어와야 했다. 나이 20대 중반에 우연히 각성을 한 마법사였는데 루비 던전 한 번 클리어한 게 전부인 사람이었다. 초짜 마법사는 의뢰인의 친척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했다.
 결국엔 피해서 가야만 하는 드레이크의 둥지를 건드렸다가 드레이크와 싸우게 되었고,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강진은 바위 너머로 드레이크의 동향을 살폈다.
 “지금은 안 보여. 둥지로 돌아간 것 같아.”
 3써클 마법사 차진욱이 상처 입은 팔에 포션을 부으며 얼굴을 구겼다.
 “내 몫의 포션은 전부 다 썼어. 마나 거의 바닥났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김세호와 차진욱이 동시에 강진을 보았다.
 살아남은 세 명 중에서 강진이 가장 던전클리어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강진은 던전나침반을 들어 방향을 가늠했다.
 “어차피 클리어는 불가능해졌어. 처음 위치로 돌아가서 들어왔던 입구로 나가야 해.”
 “돌아가려면 열 받은 드레이크 둥지 옆을 다시 지나가야 하는데 가능할까?”
 “드레이크는 열을 감지해서 상대를 인식하는 타입이잖아. 그러니까 체온을 낮추고 지나간다면 우리를 못 알아볼 수도 있어.”
 모 아니면 도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망설일 여유는 없었다. 지금 있는 던전은 황야 타입의 던전이었기에 밤이 되면 늑대 타입의 몬스터가 돌아다닌다. 밤까지 기다렸다가 늑대밥이 될 바엔 조금이라도 기력이 남아 있을 때 탈출을 시도하는 게 나았다.
 강진을 제외한 두 사람도 그걸 알기에 작전을 따르기로 했다.
 “하는 수 없지. 달리 방법도 없는 것 같고.”
 “내 마법으로 체온을 낮춘 다음에 지나가는 수밖에 없겠네.”
 다행히도 차진욱이 냉기마법을 쓸 줄 알아서 다행이었다.
 차진욱에게 남은 마나가 거의 없었기에 드레이크 둥지를 지날 때만 냉기 마법을 써야 했다. 그래서 강진 무리는 물웅덩이에 몸을 담그고 진흙을 피부에 발라두었다.
 던전 안에 석양이 물들 무렵, 찬바람이 불면서 젖은 몸에 한기가 들었다.
 강진 무리는 바위산을 넘어 넓은 절벽 앞에 도달했다. 5미터가량의 절벽 틈을 넘어가기 위해선 절벽 사이에 다리처럼 놓여져 있는 바위를 건너야 했다. 바위 옆에는 드레이크의 둥지가 있었다. 낮에 알을 건드린 탓에 둥지 안의 드레이크는 경계심을 잔뜩 품은 채 눈을 휘번뜩이는 중이었다.
 강진은 낮은 자세로 조심스럽게 바위다리로 걸어갔다.
 “아직 눈치채지 못하고 있어. 내가 신호주면 바로 냉기마법을 걸어.”
 뒤에서 차진욱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의 유도 하에 세 사람은 드레이크 둥지 옆까지 도달했다. 다른 곳을 보고 있던 드레이크가 고개를 돌리려 할 때 강진이 신호를 주었다.
 ‘지금 써!’
 차진욱이 냉기마법으로 세 사람의 몸을 둘렀다.
 안 그래도 식은 몸이 얼어붙은 듯 차가워졌다. 손발에 감각이 없어지고 숨이 가팔라졌지만 계속 걸어야 했다.
 이윽고 드레이크의 시선이 세 사람에게로 향했다.
 5미터 거구에서 쏘아져 내리는 눈빛에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드레이크는 지그시 세 사람을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그를 본 강진이 바위다리 위로 올라갔다.
 ‘좋았어. 성공했어. 이제 다리를 넘어가기만 하면 돼.’
 다리를 넘어가면 던전공략 첫날에 만들어 두었던 베이스캠프가 있었다. 거기서 언 몸을 녹이고 한숨 돌릴 생각이었다. 베이스캠프에서 던전입구까지는 이미 몬스터를 다 정리해 두었으니 사실상 바위다리가 마지막 관문이나 마찬가지였다.
 강진 무리가 바위다리에 막 올라섰을 때.
 뒤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후웅! 후웅!
 ‘설마…….’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강진이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선 드레이크가 날아오르는 중이었다. 드레이크는 강진 무리를 똑바로 쳐다보며 크게 포효하였다.
 “쿠워어어!”
 작전은 실패였다.
 드레이크는 강진 무리를 알아보고도 완벽하게 궁지에 몰아넣고자 모른 척했던 것이었다. 강진 무리가 오도 가도 못하는 바위다리에 올라설 때까지 말이다.
 강진은 젖은 웃옷을 벗어던지며 외쳤다.
 “뛰어!”
 위험을 감지하고 곧바로 뛰기 시작했다곤 하나 상대는 하늘을 나는 드레이크였다. 일부러 체온을 낮춘 탓에 감각이 없어진 몸으로 뛰어 봤자 속도에선 이길 수 없었다.
 “쿠워!”
 “사, 살려 줘!”
 드레이크의 날카로운 발톱이 맨 뒤에 있던 차진욱의 몸을 훑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피투성이가 된 차진욱의 시신이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강진은 이를 악물고 뛰었다. 뛰지 않으면 그때야말로 사망확정이기에 뛰어야만 했다. 사력을 다해 뛴 덕분인지 몸의 체온이 올라가면서 근육이 풀려 갔다. 강진의 달리는 속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허억허억, 최소한 바위다리만이라도…….”
 바위다리만이라도 건너려고 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강진을 잡아당겼다.
 강진의 바로 뒤에서 뛰고 있던 김세호였다.
 강진은 김세호의 손에 잡혀 넘어지고 말았고, 그 틈을 타서 김세호가 앞서 달려 나갔다.
 “이 미친 자식이!”
 “닥쳐! 전부 네 작전이 실패했기 때문이야. 그러니 네가 미끼가 되라고!”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마지막에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셈이었다.
 목구멍까지 욕지거리가 올라왔지만 지금은 살아남는 게 먼저였다.
 다시 달리기 위해 일어서는데 강진의 뒤에 있던 드레이크가 입을 벌렸다. 드레이크의 특기이자 5써클급 마법인 파이어 브레스를 쓰려는 것이었다. 드레이크의 입이 향하는 곳은 바위다리 건너편이었다.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길에 불을 붙여 도주로를 차단하려는 셈이었다.
 화르륵
 파이어 브레스가 길게 뿜어져 나오면서 바위다리 너머에 불의 벽이 생겨났다.
 탈출만 생각하며 무작정 뛰던 김세호는 불길에 휩싸여 바둥거렸다.
 “으아악! 뜨거워! 살려 줘! 죽고 싶지 않아!”
 만약 강진이 앞서 달리고 있었다면 불길에 휩싸인 건 강진이 되었으리라.
 드레이크가 고등 마법몬스터라는 건 알고 있지만 이토록 지능적일 줄이야.
 이로서 남은 생존자는 강진뿐이었다. 앞은 불의 벽이 가로막고 있으며 뒤는 드레이크가 서 있었다.
 ‘생각해 내야 해. 뭔가 방법이 없을까?’
 두리번거리던 차에 바위다리 아래로 절벽 틈에 있는 작은 동굴이 보였다. 동굴 입구에 사람 하나가 착지할 만한 공간이 있어 잘만 하면 닿을 것 같기도 했다.
 거리는 10미터쯤 될까.
 제법 멀지만 강진은 이판사판으로 바위다리에서 뛰어내렸다.
 “으아아!”
 원래 강진이 서 있던 자리로 드레이크의 발톱이 훑고 지나갔다.
 그 사이 바위다리 아래로 뛰어내린 강진은 동굴 입구 앞에 뭉툭 튀어나온 공간에 떨어졌다. 넘어지면서 등이 부딪친 탓에 온몸이 부서질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무사히 착지에 성공한 강진은 드레이크가 자신을 보기 전에 얼른 동굴 안으로 굴러들어갔다.
 어둡고 메마른 동굴 속에서 강진은 벽에 등을 기대었다.
 “하아하아, 더 이상은 움직이지도 못한다고. 그러니까 발견하지 마라.”
 강진의 바람대로 더 이상 드레이크는 쫓아오지 않았다. 강진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여겼는지 날개를 펄럭이며 둥지로 돌아갔다.
 그제야 강진은 숨을 길게 내뿜었다.
 “후우, 살았다.”
 빠르게 뛰던 심장이 진정되면서 약간이나마 안정을 되찾았다. 동굴 통로는 제법 넓었으며 안쪽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다. 동굴 입구로 들어온 바람이 통로 안쪽까지 불어가는 걸로 보아 반대편에 출구가 있는 게 확실했다.
 강진은 남은 포션을 입에 털어 넣었다. 몸 안이 따뜻해지면서 통증이 가라앉았고, 조금이나마 기운이 생겨났다.
 “여기서 잠들었다간 얼어 죽을 거야. 최소한 베이스캠프에는 가야 해.”
 바깥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기온은 15도까지 떨어졌다. 웃옷이 없어 자고 가는 건 무리였다. 베이스캠프에 예비물품을 놔두고 왔으니 거기까지만 가면 편히 잘 수 있었다.
 강진은 뒷주머니에 있는 작은 손전등으로 통로를 비추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고요함 속에서 발걸음 소리만 울리던 가운데 집 하나 크기의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넓은 공간 중앙에는 깨끗한 연못이 있어 목을 축이기엔 충분했다.
 “이런 곳에 연못이 다 있네.”
 안 그래도 목이 말랐기에 강진은 물에 얼굴을 가져다대었다.
 그런데 물속에서 무언가가 빛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강진이 물속에 손을 넣어 빛나는 물건을 꺼냈다.
 물속에서 나온 물건은 작은 책이었다. 물속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젖은 부분 없이 멀쩡했다.
 “이게 뭐지?”
 의문을 표한 순간.
 책이 펼쳐지며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댓글(8)

시기질투    
첫글 첫댓 돌아오셨네요 ㅠㅠ 갑작이 사라져서 한동안 작가이름가지고 하루에한번 검색했더니 뙇! 감사합니다 완결까지 ㄱㄱ
2015.11.04 19:23
뇌정도    
재시작이군요? ^^
2015.11.05 22:12
조카    
ㅋㅋㅋ 리메???
2015.11.05 22:19
혼무제    
던전을 산다라... 갑자기나타난 던전이 누구소유인되 판매를 한다는건지요 혹은 나라에서 판매를한다고하면 헌터들 입장에서 많은 돈이되는 던전을 나라마음대로 판매하는걸 가만히보고 있다는것도 말이안되보이고요 ...
2015.11.06 10:23
카네키    
사라졌었나요?
2015.11.08 01:00
포스아인    
즐감하고 갑니다
2015.11.19 17:09
물물방울    
레메로군요.
2015.11.22 10:30
제루드    
재밋으ㅡ
2015.12.0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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